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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싸이의 시청 앞 공연에서 간과된 사실들
    카테고리 없음 2012. 10. 4. 22:32

    '세계시민으로서 자랑스런 서울시민이 되는 길'

     

     

    싸이의 서울광장에서의 공연이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다. 싸이는 '강남스타일'의 빌보드 차트 1위를 목전에 앞둔 상황에서 1위에 오륵게 되면, 시청 앞에서 웃통을 벗고 공연을 하겠다고 공약을 했다. 싸이의 이러한 공약은 2위임에도 우리가 그 공연을 볼 수 있다는 시혜를 베푸는 형태로 전환됐다. 이에 대한 서울시의 긍정적인 수용으로 싸이의 공연을 볼 수 있게 됐다.

    공약이란 원래 현실에서의 성사 가능성을 배제하는 것이고, 약속이란 하나의 상호 합의에 의한 것이므로 공약이 어느새 약속으로 둔갑하는 가운데 사실상 싸이가 처음 내뱉은 공약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게 허공에 붕 떠 있었지만, 이는 정말 불가능할(?) 정도로 쉽게 실현됐다.

    언론이 말하는 하나의 오류를 짚자! 싸이의 공연은 하이서울페스티벌과 관련이 없으며 하이서울페스티벌의 모든 행사가 종료된 이후 실행될 계획이라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 실상 오늘 여덟시에 서울광장에서 아프로디테라는 공연을 보려고 계획하던 개인적인 바람은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스페인 먼 곳에서 와서 두 번의 공연을 앞두고 있던 팀은 이제 일방적인 통고와 합의에 따라 목요일 저녁 공연을 토요일 오후에 공연을 치루고 돌아가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더 정확히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 번의 공연으로 생각되었으나 오늘 갑작스레 토요일 오후 시간대로 옮겼음이 통고됐다.


    싸이의 공연이 하이서울페스티벌의 공식 일정이 끝나고 진행된다 해도 이미 싸이를 위한 무대 셋업이 이뤄지려면 아홉시가 안 되어 끝나는 공연의 무대는 그 이전에 해체되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서울시 측은 눈 깜짝할 새 싸이의 공연에 어떤 흠결도 없게 하기 위해 아홉시 예정된 싸이 공연을 열시로 늦추고 거기에 대중교통까지 새벽 2시까지 운행하는 매우 과감한 용단을 내리며 하이서울페스티벌을 피해 가는 듯한 정중한 매너를 지키는 듯 했지만, 실상 여기에는 끔찍한 강제가 숨겨져 있는 것이다.

    스페인 팀인 라 푸라 델 바우스의 ‘아프로디테’의 공연을 다행히 리허설이라도 먼저 봐서 다행이었다. 고공크레인에 매달린 벌집 모양으로 배치된 수많은 사전 훈련 받은 일반인들의 춤과 움직임이 고공크레인의 앞뒤 움직임을 따라 이동하는 이 공연은 해외 팀의 퍼포머로만 수급되는 공연이 아닌 남녀 우리네 일반인도 참여할 수 있는 공연에서 미학적 성과를 도출한다는 점에서 공공적인 측면도 함께 갖춘 공연이다.

     

    오후 6시 45분이면 다소 이 공연이 이뤄지기에는 조금 어둑함이 덜 한 감이 있다. 왜냐하면 저녁에 이동하는 이 공연 팀이 어두운 상태에서 빛을 받아 놀라움을 주는 일면이 있고, 동시에 시청을 배경으로 프로젝션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 공연이 일방적으로 옮겨짐에 따라 이와 겹치는 동시간대의 하이서울페스티벌의 공연 또한 메인 공연인 ‘아프로디테’에 밀리는 피해를 입게 된다.

     

    싸이 공연과 이 거리예술의 미학적 경중을 논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도대체 왜 서울시는 하이서울페스티벌이라는 대표 축제의 메인 프로그램을 취소하면서 사실 내일로 미뤄졌다는(내일 일정 자체가 원래 있는 것인데도) 말도 안 되는 눈속임의 말을 홈페이지 공지에 올렸던 것일까(이는 앞서 말한 대로 다시 취소가 아닌 연기로 공지가 다시 바뀌었다).

    누구 말마따나 하이서울페스티벌의 주인은 시장이다. 시민을 위한 축제는 실상 서울의 풍요로운 일상을 수놓는 축제로 포장한 전시 행정에 다름 아니고 또한 자발적인 움직임들이 모인 축제 이전에 치안과 행정의 국가 제도 아래 포섭되는 관제 미학이기도 하다. 다음은 첫날의 개인적 경험에 기초한다. 실제 퍼레이드를 할 때 전문 경호원의 강압적으로 다분히 비춰지고도 남는 “비키세요!”라는 말은 일종의 정부가 긋는 치안의 질서를 예술이라는 이름 아래 호출하는 것이기도 했다. 여기서 시민은 개별 주체가 아닌 이 풍요로운 축제를 구경하는 구경꾼이라는 하나의 정체성에 맞춰지게 되며 일종의 관 주도 행사에 동원되는 것에 다름 아니지 않은가.


    이러한 축제가 일사천리격으로 한 회 두 회 정도의 대부분 해외에서 온 더 정확히는 거의 다 프랑스 국적의 대형 공연들을 끼고 관객을 구경꾼으로 만드는 가운데 해외 팀도 아닌 어느새 세계시민이 된 싸이가 기꺼이 2등임에도 우리 앞에서 공연을 해준다는 말은 정부의 귀를 완전히 사로잡았음이 틀림없다.

     

     

    누군가의 우스갯소리처럼 “‘강남스타일’ 가지고 강남대로 막고 공연하지.”라는 탄식 섞인 말은 결코 우습지만은 않다. 이미 ‘강남스타일’의 강남이라는 의미는 탈색된 지 오래다. 세계시민으로 환대받으면서도 계속해서 피로한 일정을 수행하는 대신 따뜻한 고국의 품으로 금의환향해 돌아오는 길을 택한 싸이의 공연은 88올림픽 이후 그리고 붉은 악마의 월드컵 응원 이후 아마도 세 번째로 하나의 상징적 사건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이제 전 세계로 송출되는 싸이의 공연을 통해 세계시민인 싸이가 타지의 땅이 아닌 본토의 무대 그 중심에서 세계로 뻗어나가는 광경을 연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서울시는 내다봤을 것이다.

    언제부터 싸이는 국민 영웅이 되었나. 싸이의 뜨거운 콘서트는 이제 많은 대중이 공감할 수 있는 별나고도 걸출한 퍼포머의 현장에서 관이 적극 협력하고 국가적 이벤트가 된 무대로 전환되는 가운데 우리는 이제 대중도 시민도 아닌 하나의 국민의 자리로 소환된다.

    이 콘서트를 가서 보는 이는 똑같은 국민으로 평준화되는 셈이고 또한 세계시민이기도 한 세계적이면서 동시에 우리 것을 즐기는 심미안과 애국심을 지닌 민족의 한 이름을 차지할 것이다. 싸이는 이제 자신의 지난 콘서트들보다 훨씬 더 뜨거운 반응에 놀라며 세계시민에서 국민의 영웅이 된 또 다른 팬심의 형태에 당황하면서도 감동할 것이다.

     

     

    이 짜인 시나리오에 우리가 보지 못하는 현실들은 이 싸이의 공연이 애초 동의된 것도 합의된 것도 없다는 것과 싸이가 국민영웅이 된 불현 듯한 어떤 시점이 우리가 이질적인 것이라 배제해 두었던 많은 사람들의 지난 기억들을 망각하는 시점이었다는 것, 그 정도에서 그칠까.

     

    시청 앞 광장에서 싸이 공연을 보며 안정된 교통편을 통해 돌아가는 많은 이들은 이제 어느덧 싸이라는 아우라를 지닌 아니 싸이라는 시뮬라크르(모사물, 아마도 대형 스크린이 뜨고 대다수 현장에서의 사람들은 스크린을 통해 또한 싸이를 기억할 것이다)의 공연을 본 뒤 갖는 감흥으로 뜨거운 포만감을 느끼게 될 것인가. ‘이제’라는 말이 갖는 매우 짧은 시간의 간격이 무색할 정도로 ‘아마도 이제야 싸이 공연을 봤네!’라면서. 이로써 우리는 이제 진정 세계시민의 자격을 얻게 될 것이다. 동시에 애국자로서의 모습을 갖추며.


    p.s. 마지막으로 하이서울페스티벌의 개별 공연들에 대한 일방적인 매도의 의도는 전혀 없다(동시에 싸이 공연도, 오히려 일전에 개인적으로 싸이 뮤직비디오에 대한 글에서 싸이에 대한 긍정을 표한 바 있다). 오히려 많은 시민들이 프로그램과 도움짓통신이라는 매일 발행되는 하이서울페스티벌의 신문을 참조해 양질의 공연들을 찾아다니며 보기를 권한다.

     

    김민관 기자 mikw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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