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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률 감독의 「경계」 : 기적을 기다리는 영화
    카테고리 없음 2011. 3. 13. 15:53


     한국영상자료원(서울 상암동 위치) 시네마테크KOFA 1관에서는 지난 3.1.(화) ~ 3.10.(목)일 사이 기획전으로 장률 감독전이 마련됐다. 
     2004년 첫 장편 「당시」로 데뷔, 현재까지 6편의 장편을 만든 재중동포 3세 감독으로, 그의 영화에는 ‘국경’과 ‘경계’에 관한 성찰이 깔려 있다. 그의 첫 작품 「당시」부터 신작 「두만강」까지 장률 감독의 전작 6편과 그가 제작을 맡았던 김광호 감독의 「궤도」(2007) 등 7편의 영화가 모두 상영됐고, 강연과 대담, 「이리」의 배우 윤진서와 함께 하는 관객과의 대화 시간 등이 마련됐다.

    몽골과 중국 변경의 사막지대에 있는 작은 마을. 그곳 사람들은 계속되는 사막화로 하나 둘 마을을 떠난다. 뽈나무 묘목을 심으며 사막화와 싸워나가던 항가이는 땅을 지켜내겠다는 신념 하나만으로 버텨내지만, 아내와 딸조차 울란바토르로 향하고 외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탈북자 최순희와 그녀의 아들 창호가 그의 집에 머무르게 되고, 단 한 마디의 말도 통하지 않는 그들에게도 평화로운 시간들이 찾아오는데….
    URL :
    http://www.koreafilm.or.kr/cinema/program/movie.asp?g_seq=78&p_seq=484&seq=3169

     빛으로 가득 찬 초원, 그 초원을 가르고 쭉 펼쳐진 다리, 360도로 그 배경을 훑고 나서 다시 만난 다리에는 파란 깃발들이 나부끼고 있다. 시간상 점프가 일어났고 그들의 존재가 사라져 그 기억들이 바람에 흩날리고 있음, 더 나아가면 기억이 유령처럼 떠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혼자 사는 남자 항가이에게 일명 홀아비에게 나타난 탈북자 최순희와 그 아들 창호는 그의 어린 시절의 알레고리이자 가족의 알레고리일 것이다. 이와 같은 가족은 지금 그의 초원에서의 삶 외부에서의 가족과 대비를 이루며 그것을 채워주는 한편 또 그립게 하는 기제로 작용할 것이다.

     초원의 삶은 평온하다. 거친 바람도 실제 다그치지 않아 편안하다. 추운 온도도 실은 그것을 배척하지 않고 안으로 체온을 옮길 수 있는 단출한 집이 있어 따스하다.

     여자는 그의 일을 말하지 않아도 돕고 그는 그녀 곁을 맴돌지 않는 방식으로 맴돈다. 여자의 옆에서 풀을 뽑을 때 스치는 바람은 묘한 어루만짐의 환유가 작용한다.
     실상 둘 간의 어떠한 부딪침도 없지만 아버지와 어머니 가장과 부인으로 공간을 전유하여 마찰이 일어난다.

     남자와 여자 모두 잠을 뒤척일 때 여자는 나가 버린다. 그 둘 간의 내밀한 공간의 압축된 공기를 버틸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묘하게 그녀는 누드 차림으로 바깥에서 발견된다. 섹스는 이런 식으로 펼쳐진다. 남자의 시선이 여자를 뒤쫓아 가지만 남자는 바깥에서 출현하지 않고 신은 넘어간다.
     반면 남자가 여자를 발견하고 여자는 남자의 존재를 기다리며 그를 시선으로 잠식하기 시작하고 있었을 때 남자는 여자에게 섹스를 걸지만 여자는 단호하게 거부한다. 그리고 바깥으로 나가버린다. 바깥에서 왔으니 언제든지 떠날 수 있는 손님이지만 동시에 떠나는 순간 그녀는 갈 곳 없이 떠돌아야 한다. 이 사막의 바람을 온 몸으로 맞고 헤치며.
     
     나중에 말을 타고 온 여자가 묘한 섹스를 허락하는 뉘앙스를 보내는데 여자는 입에 옅은 립스틱을 바른다. 무엇일까? 질투였을까? 사랑이었을까?
     
     남자가 돌발적으로 여자에게 섹스를 가하려 했을 때 여자는 벗어나고 굉장히 민망한 기운이 감지된다. 대지 위에서의 넓게 펼쳐진 그리고 아득하고 묘연한 관계는 현재의 짧은 순간에서 생채기를 남긴다. 그렇지만 이 어둠과 막힘없는 사막은 그 먹먹함도 황망함도 흘려보낸다.

     남자가 자신의 집을 향할 때 그들은 가족으로서의 가능성이 부재하게 되는데, 언덕의 경계 끄트머리에서 사막의 모레바람이 두 모자의 눈앞을 가리고 다리가 나오지만 이는 판타지 아닐까?
     
     남자는 도시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도시에서 그를 기다리던 가족을 떠나온다.
    도시에서 적응하지 못 하고, 단적으로 밀폐된 술집 도시를 술로 채우고 뱉어내며 도시의 거대한 문 앞에서 멈춰서고 나아가지 못 한다. 그리고 토악질을 한다. 병원에서 신세를 지고 다시 몽골에 돌아올 때 두 모자는 떠난다.
     그리고 앞선 마지막 장면과 대면케 된다. 남자는 새로 이룬 가족을 어느새 그리워하며 신체 일부분으로 그에게 이전된 가족을 찾아 가지만, 그 둘은 남자의 부재를 강하게 인식하며 그것을 지키다 원래의 남자의 공간을 되살려 놓고자 하는 것이다. 누군가를 우연하게 찾아오고, 자취를 남기지 않고 다시 떠남, 집의 일부가 되어버린 가족의 구성원이 되어버린 모자를 찾아오는 남자 간의 붙잡히지 않는 여정이 대비를 이루며 무언가에 쫓기며 급하게 서두르는 아슬아슬한 긴장감을 느끼게 만든다.
     영화 속 남녀의 관계는 직접적인 마찰이 거의 나타나지 않지만, 몽골의 바람을 타고, 또 공간의 묘연한 아지랑이 같은 기류로, 떠남과 그러지 못 하는 마음 사이의 해갈되지 않는 갈등의 틈에서 분명 약한 듯 끊어지지 않게 이뤄지고 있었다.

    [영화 정보] 
    제목 : 경계 (Desert Dream)    
    2007년 | 35mm | 125분 | 18세관람가  
    감독 : 장률
    배우 : 서정,신동호,뭉크친

    김민관 기자 mikw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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