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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의뢰인」리뷰 : '추리 스릴러의 장르 문법과 그를 넘는 배우의 힘'
    2011. 9. 20. 06:00


    「의뢰인」은 살인 사건의 발생, 잘 짜인 이야기, 추리의 흐름과 스릴러의 긴장, 법정에서의 변론 대 변론 등의 장면을 담은 장르적 문법/장면에 충실한 영화다, 과연 그렇게 말할 수 있을까, 곧 어떤 장르로 구획할 수 있는가와 가령 추리 스릴러로 영화의 장르를 상정했을 때 그 스릴(감각)과 탄탄한 서사, 번뜩이는 복선들의 포착이 정교한 배치 속에서 기능하는가 등의 질문을 해 본다면.

    반전과 범인을 잡는 과정(범인이 누구인지 확인해 가는 과정, 곧 진실의 배면背面들을 확인하며 진실을 보고자 하는 영화에의 몰입/아드레날린/긴장을 부르는 서사 장치들의 기다림/포착/예측)을 따라 가는 영화는 이는 결과적으로 진실은 영화적 구조 안에서 종합되는 것이고, 이는 지금까지의 집적된 정보를 충실히 따라 온 것에 대한 보상 체계이자 번뜩이는 깨달음과 정보의 집적‧과잉‧상승(이 장르 영화는 그 완결된 그림을 맞추는 수용 체계를 요구 또 구현케 하는데)의 장르적 쾌감을 준다.

    곧 「의뢰인」은 이 짜인, 그 속에 인물들을 어떤 장치와 기제로 두는 장르 문법에서 온전히 충실한가, 오히려 이탈하는 부분은 무엇일까.


    그 지점에서 하정우라는 배우의 힘이 있다. 넉살좋은 관계를 쉽게 허하는, 변호사의 냉철하고도 이성적인 면모에 대한 편견을 벗어나는, 그 스스로 자기 구속과 긴장을 허하지 않는 그래서 하정우가 편재하는, 하정우로부터 편재되는 영화 속의 장면들은 유쾌한 리듬의 서사/음악을 따르고 있다.

    그래서 보통 끔찍한 살인과 사이코패스(그 내면 없음의 상정, 오직 행동으로만 보여주는 섬뜩함을 드리운 캐릭터, 일종의 신비화, 한편 괴물이 되지만 주체는 되지 못하는)에 집중하는 대신/이미지적으로 강하게 보여주기보다, 수사/변론 준비를 하는 과정의 일련의 흐름들, 그리고 변론을 하는 모습에서의 어떤 쾌활함이 있는 것이다.

    실제 그 조각 맞춤, 마지막의 진실 완성의 수용 경로는 이 영화에서 크게 논란이 될 만한 부분은 없는, 깔끔한 처리의 단순한 결론에 이르기에 비교적 그 수용의 짜릿함이 크지는 않을 것 같다.

    분명히 정황적으로 범인인 누군가와 그럼에도 범인이 아닐 거라는 생각과 오히려 범인이 아닐 거야(일종의 이중 트릭)라는 생각들의 충돌은 이 추리 스릴러의 장르 문법(한국 영화에서 십년 사이 반복된)어 온 어떤 특정한 형태가 이 영화 역시 강하게 지배하고 있는데, 곧 의중을 잘 드러내지 않는 장혁, 그의 부인의 살인으로 추정되는 사건(엄밀히 시체는 발견되지 않았기에) 뒤에 유유히 모습을 드러내는 장혁이 사건의 관건/중심에 있음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그 범인이냐 아니냐의 증거들을 비교적 충실하게 깔아 놓기보다는 기억의 이미지들, 이것이 누구의 기억이냐, 지금 말을 통한 재현의 기억이라고 내놓는 이미지냐, 또 그릇된 이미지이냐에 대한 판단과 분석이 필요하며 그것은 끝에 가서 종합되고 그 진위 여부가 확실해지는 것이지만, 영화는 비교적 그런 구분을 명확하게 두지 않고, 모호하게 과거/기억 이미지들을 편재시키고 있고, 그래서 이는 증거라기보다 어떤 모호함 속에 진실을 감추어 두고 있는 것에 더 가깝다고 볼 수 있고, 그 과거/진실 혹은 거짓과 현재가 정교하지 않게 봉합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곧 이러한 갑작스런 장치인 과거의 제시들은 진실에 대한 트릭이자 해결의 양상 두 측면을 가져가게 된다.


    그래서 이 정교하지만은 않은 증거들이 불충분한, 아니 영화 속 증거/증명 장치들이 (비교적) 탄탄하게 자리 잡지 않은 이 영화는 극단적인 호기심과 추리의 욕구를 가동시키기보다 오히려 연이은 사건들의 발생, 존재들의 말의 출현을 그리고, 이 재미있는 하정우가 만드는 ‘강성희’의 캐릭터를 보고 있는 것에 또 집중하며 보게 되는 것이고, 그 진실의 크기에 대한 놀라움을 주는 데 그 반전의 의미가 있다. 곧 반전 자체가 놀라움이 아니라 반전이 지닌 장혁이라는 존재의 양가성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

    뭔가 수상한 인물들, 장혁과 하정우 등을 제외한 박휘순과 대다수 조연들은 그 진실에 실제 참여했다기보다도 오히려 그 단순한 하나의 진실(죽였느냐 죽이지 않았느냐)을 감쇄시키기 위한 어떤 맥거핀 아닌 맥거핀 효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 이는 또 하나의 반전이자 영화의 트릭이자 허점이며 그래서 이 종합이 그렇게 치밀하게 이뤄질 필요는 없는 것이다.

    어쨌거나 하정우는 틀을 깨고 장혁에게 자신의 ‘의뢰인’에게 심문 아닌 심문을 퍼붓고, 그래서 이 은밀한 법정을 벗어난 둘의 대화에서 그 죄의 유무를 판단할 수 없는 가운데 곧 변호인은 「의뢰인」의 승리만을 거머쥐는 데 최선을 다하면 되기에(그래서 변호사는 진실과는 거리가 먼 인물일 수 있는 아이러니를 주는, 또 거기서 자유로울 수도 있는 역설을 갖는) 오히려 그를 법정에서 들끓게 해서 그의 감정을 현장에서 이끌어내는(곧 주어 준 말만 하는 게 아닌) 수행적 행위를 하고, 이런 퍼포먼스에서 얻어 낸 ‘장혁의 눈물’, 오직 그를 단 한 차례 진실한 인간으로 이해할 수 있는 순간은 이 장혁의 연기가 단연 발군의 기량을 뽐내는 부분이자 결과적으로 이 영화의 반전 영화의 장르적 문법과 결부 지어 허함을 남기는 부분이 되고 말았다.

    동시에 그것은 도무지 이해할/파악할 수 없는, 말하지 않는, 주인공이 되지 않는, 단지 과거의 기억에서만 주인공이 되는, 현재에서는 주인공이 되지 않는, 침묵의 주체로서 그는 이 때 현재적 인간으로 말을 하는 주체/주인공으로서 자리한다.

    반면 영화 내내 큰 존재감으로 자리하는 하정우의 결코 똑똑해 보이지는 않지만 일을 능동적이고 뛰어나게 잘 처리하는 캐릭터는 영화를 벗어나 그만의 전유물의 성과를 띤다. 반면 맥거핀 효과도 갖고, 하정우를 빛내 주는 어떤 대립자(동등한 자격을 이야기하는)의 자리에서의 박휘순은 그 동등한 자리를 실제 점유하지 못 한 채 이야기의 완성도 면에서도, 또 존재감 면에서도 역시 부족하다.


    「의뢰인」은 그 끔찍함, 긴장, 탄탄한 서사, 증거의 체계적이고도 유연한 흐름상의 배치 등에서 약하지만 하정우의 변호사를 벗어나는/미끄러지는 역할, 그리고 장혁의 눈물을 통한 이 진실 배면에 있는, 장르 문법을 약간은 뛰어넘는 순간, 그리고 조연들(성동일 등)이 나오는 어떤 애드리브 같은 재미있는 상황들로 꽤 재미있는 법정 스릴러의 시작을 알리고 있다고 보인다.

    [영화 개요]

    제목 / 의뢰인

    영제 / The Client

    장르 / 법정스릴러

    제공 & 배급 / 쇼박스㈜미디어플렉스

    제작 / 청년필름㈜

    감독 / 손영성

    출연 / 하정우, 박희순, 장혁, 성동일, 정원중, 김성령, 박혁권, 유다인

    크랭크인 / 2010 12 10

    크랭크업 / 2011 4 1

    개봉일 / 2011929일 예정

    [사진 제공=올댓시네마]
    김민관 기자 mikw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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