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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인 간의 공감대 형성하는 연극 <연기속의 그녀>
    REVIEW/Theater 2012. 4. 11. 14:17

    ▲ 4월 10일 오후 3시경 산울림소극장에서 열린 연극 <연기속의 그녀>의 프레스리허설 장면(이하 상동), 담배를 피우고 있는 '여자'를 연기하는 배우 서은경

    ▲ 연극 <연기속의 그녀>는 두 남녀 배우가 처음부터 끝까지 무대를 채운다. 배우 최규하, 서은경(사진 왼쪽부터)

    2012년 소극장산울림 개관 27주년 기념 두번째 무대인 <소극장산울림 - 오늘의 문제작 시리즈 I> 첫 번째로, 프랑스의 젊은 작가 엠마뉴엘 로베르-에스빠리유의 연기속의 그녀(fume cette cigarette)가 임수현 연출의 무대로, 오는 4월 29일까지 소극장 산울림에 오른다.

    첫 만남은 마치 그 둘이 함께 담배를 피우듯 두 사람 간의 말은 술술 섞여 들어가고 술술 뿜어져 나온다. 경계를 그릴 수 없는 말들은 이 두 사람 간의 첫 만남과 그 거리 해소에 대해 담배 연기의 환유로써 드러난다.

    초반부터 연기煙氣가 보이지는 않는다. 실은 여자 혼자 담배를 피우고, 남자는 여자가 담배를 피우는 것에 대한 반감을 논리적인 이유들 속에 감춘다. 담배 연기가 공기 속에 섞여 드는 것도, 담배를 피우고자 하는 욕망과 그 행위를 가로막는 것 또한 거의 불가능하다. 담배와 그녀 간의 간극을 형성하지 못한다. 반면 남자에게 담배와 연루된 현실은 둘의 온전한 관계에 침입하는 불편한 연기로, 그 의식에서 제거할 수 없다. 남자는 담배를 둘의 삶, 더 정확히는 자신의 사유 속에서 분리해 내고자 하지만, 여자는 담배를 피우는 데 대한 남자의 이해를 원한다.

    실상 남자의 담배에 대한 강박증에 사로잡힌 것 같은 상태는 담배를 피워 건강에 해롭게 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아닌 오히려 담배를 피우는 것을 보고 사유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에 가깝다. 남자는 여자의 담배에 대한 욕망에는 근접하지 못한다. 그 근처에서 말들의 꼬리를 붙잡고 이 말을 하게 되는 것에 대한 신경질적인 반응에서 정체되어 있다.

    마치 이러한 두 남녀 간의 지속적이고 끈끈한 대립에서 남자는 여자에 대한 잔소리를 끊지 못하는 담배보다 더한 중독 상태를 보이고 여자는 이 말들이 자신의 담배와의 연결선상을 끊는 게 아닌 그 끊음의 고리에 닿지 못하는 상태, 곧 들러붙는 말들의 하잘 것 없는 무게에 눌려 곧 자신을 압박하는 묘연한 말들의 중독 상태에 처한다.

    곧 남자의 말은 여자의 담배 피우는 욕망도, 그 핵도 전혀 끌어 내지 못하는 것이다. 그리고 여자 역시 이 흔들리지 않는 담배 피우는 것에 대한 언어적·상징적 엄금의 축적에, 그 끝없는 지속에 또 다른 담배 한 대를 피워야만 한다. 그저 끌려서 자연스럽게 피우는 담배가 아닌 답답해서 피우는 담배 말이다,

    담배라는 언어 자체가 여자에게는 들어와 있지 않다. 반면 담배의 갖가지 해악과 금기의 측면들을 띠고 있는 언어는 남자에게 담배를 피우지 않지만 강력하게 들어와 있다,

    담배를 막는, 그렇지만 삶과 욕망을 가로막는 자잘한 언어들의 홍수는 남자와 여자 간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성찰한다. 모든 남녀의 관계가 이러한 구속과 그에 대한 회피의 두 대립각으로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는 꽤 사실적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그 관계를 끈질기고 지속적으로 가져가기 때문이다.

    이 사실주의적인 것은 한편 크게 보면 부르주아·중산층 연극의 한 전형을 보여주는 것이다. 젊은 남녀의 공감 코드를 매우 잘 형성하기 때문이다,

    둘만이 나온다는 것은 이 연극이 이 둘의 말들이 엮는 관계에서 집중해야 하고 한편으로 그것을 벗어날 수 없음을 의미한다. 그래서 이 중산층 연극의 한 부분으로서 이 사실주의적 연극의 공감은 분명해야 하고, 또 실제 명확한 것으로서 완성된다. 분명 이 연극은 재미있다. 『화성에서 온 여자 금성에서 온 남자』를 무대로 완벽히 옮긴 것 같이 확실하다. 공감대도 충분하고, 이 산울림소극장이 완성하는 완벽한 청취의 시각적 경험은 ‘소’극장이라는 최상의 조건에 부합되면서 완벽해진다,

    남자의 강박적 상태는 여자의 떠남으로 남자 자신을 돌아보는 상태로 이어진다. 헤어짐과 거리 두기는 어쩌면 더 큰 사랑의 발로가 되기도 한다.

    남자는 여자를 벗어나 자신의 고향으로, 또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 삶을 회복하게 되고, 여자를 더 넓은, 한결 여유로운 마음으로, 말로 받아들이게 된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관계가 낳는 간극과 새로운 관계로의 나아감 말이다.

    [공연 개요]

    일시: 2012년 4월 10일(화) ~ 4월 29일(일) 평일 8:00 / 토 3:00, 7:00/ 일 3:00 (월 공연 없음)

    장소: 소극장 산울림 

    기획 : 오 증 자 / 제작 : 임 영 웅
    작 : 엠마뉴엘 로베르-에스빠리유

    연출/번역 : 임 수 현
    무대미술 : 박 동 우 / 조명: 김 종 호
    조연출 : 민 새 롬

    출연 : 서 은 경, 최 규 하

    티켓: 일반 30,000원/ 학생 20,000원/ 경로(65세이상)·장애인 15,000원 
          
    예매처: 인터파크,  Yes24,  메세나티켓
    공연문의: 극단산울림 ☎ 02. 334. 5915/5925

    홈페이지 http://www.sanwoollim.kr
    싸이월드 클럽 http://club.cyworld.com/tc-sanwoollim
    페이스북 http://www.facebook.com/tcsanwoollim

    김민관 기자 mikw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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