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Perform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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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랙×남장신사〉(드랙바이남장신사): 수행성, 발화, 매개의 지층들REVIEW/Performance 2022. 6. 16. 20:24
〈드랙×남장신사〉는 실제 여성 퀴어의 발화와 무대를 고스란히 극장에 투여한다―무대 위의 수행성이 또 관객의 참여적 몫이 어떻게 효과를 가져갈 수 있을지에 대해 인상적인 예시를 제공한다. 처음 이십 년째 퀴어들을 대상으로 한 ‘레스보스’라는 바를 운영 중인 바지씨 윤김명우에 대한 생애사 재현에서 레스보스 시절 퀴어들의 만남으로 ‘바지씨’에 대한 정의를 탐구할 때까지 어느 정도 재현의 틀 안에서 극을 구성하려 했다면, 이후 〈드랙×남장신사〉는 윤김명우의 노래―〈세월이 가면〉―와 이하 독보적인 세 명의 출연으로 계속 판을 갈아엎고 쇄신하기에 이른다. 〈드랙×남장신사〉는 당사자의 장을 열어주는 것으로 “드랙”을 대신한다. 그건 법적 성별에 전략적으로 균열을 일으키는 의상과 분장을 바탕으로 한 노래와 춤/움직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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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윤화/정이지, 〈이곳에선 모든게 자연스럽지 않으면 이상하다〉, 이미지를 놓는 법.REVIEW/Performance 2022. 1. 20. 00:49
《이곳에선 모든게 자연스럽지 않으면 이상하다》는 양윤화 작가가 주로 두 개의 캠코더를 양손으로 들고 이동하며 벽면에 프로젝션하며 두 개의 영상 이미지를 교차하고 접합하는 과정의 변주로‘만’ 이뤄진 퍼포먼스이다. 여기에 내레이션과 배경음악이 라이브 스트리밍된다. 두 대의 캠코더에 들어 있는 이미지는 각각 정이지 작가의 드로잉과 회화로, 명확히 가늠할 수 없는 선분과 색채로 이뤄진 회화와 옆모습이 그려진 얼굴 드로잉으로 구성된다. 영상은 자체적으로 이미지와의 거리를 조정하는 구성 외에도 개입을 선취하는데, 기본적으로 이미지를 찍는 아마도 동일한 기종의 캠코더로 추정되는 카메라의 조절이 의식적으로 이뤄지는 한편, 가령 여기에 그림 옆에 손이 드러나는 것이 더해지는 것이다. 곧 정이지의 이미지를 양윤화는 유동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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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정 〈3circles〉, 이옥경×이윤정 〈즉흥/discrete circulation〉: 가상에서 장르 간의 탄성으로REVIEW/Performance 2022. 1. 6. 11:16
〈3circles〉은 흡사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동하는 사람의 움직임을 표현하는데, 현실을 가정한 움직임은 아래로의 중력과 위로 솟구치는 힘이 조율되고 있음을 표현하는 것으로써 두 가지 힘의 낙차를 표현한다. 이러한 움직임은 마임의 그것과 유사한데, 점점 엘리베이터라는 네모난 큐브의 프레임은 우주와 같은 미지의 차원으로 연장되고 그 안에서 입의 각도를 틀어 벌린 채 고개를 숙여 침을 흘리며 탈진 상태에 가까워진다. 이러한 움직임과 일련의 서사적 흐름은 다분히 연극적인 것으로도 보인다. 처음 무언가를 벅벅 찢는 듯한 건물 바깥의 소음은 엘리베이터의 파열음을 연상시키는 것으로 보이고, 한동안 지속되다 안쪽의 스피커의 앰비어트 사운드가 겹쳐지며 점점 줄어들다 이내 사라지는데, 후반의 사운드는 극적인 분위기를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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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나예,〈파편들의 ㅈㅣㅂ〉: 유희, 은신술, 그리고 기이한 ‘공’터REVIEW/Performance 2022. 1. 1. 20:31
0 〈파편들의 ㅈㅣㅂ〉은 차 스튜디오라는 1, 2층이 분절/절합된 공간의 특성을 1층의 움직임과 2층의 사운드와 발화의 동시적이고 시차적인 전개 방식으로 진행된다. 사운드가 파편적이라면, 움직임은 지속적이다. 차 스튜디오는 1층과 2층이 하나의 계단을 통해 연결되어 있고, 문가 쪽 2층의 터진 공간으로 1층이 내려다보이는 특이한 순환 구조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이는 온전한 ‘통합’을 이룰 수는 없어서 2층의 사운드의 근원을 따라가기 위해 계단을 오르고 다시 1층의 움직임의 지속을 보기 위해 계단을 내려오는 수행을 끊임없이 관객 스스로 지속하게 되는 풍경이 연출된다. 사실 이러한 교환이 일어나는 건 1층과 2층의 분절된 공간을 통합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1층의 움직임이 보여주기 위한 움직임을 의도적으로 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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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병준, 〈유령극단 “심각한 밤을 보내리”〉: 결집과 누락이 공진하는 밤REVIEW/Performance 2021. 12. 1. 00:59
유령극단의 〈심각한 밤을 보내리〉는 단순하게는 남산골한옥마을을 산책하며 헤드폰상의 목소리들과 로봇들의 움직임과 마주치는 공연이다. 한옥 다섯 채의 각 장소에 따라 사운드가 다르게 재생된다. 이 말들은 어떤 내용의 구체성을 가지며 서사의 형태를 갖추기보다 밤에 대한 어떤 정동의 제스처이며, 관계를 위한 구애이자 밤에 대한 감응, 영원에 시간의 동기화에 대한 주문이다. 밤이 이 공연을 평등하게 둘러싸고 있듯 헤드폰이 귀에 눌러앉고 목소리가 가리키는 시간과 화자와 최종적으로 수신자의 불분명성, 그리고 달의 메타포를 갖는 빛나는 구체를 손에 포개고 사람들과 비좁은 길목에서 스쳐 지나가는 모든 압력은 비가시적 환경에의 매체의 협응이라는 제안이 전제된다. 공기처럼 귀를 감싸고 있는 건 사운드이다. 반면 이것이 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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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희수, 〈코어〉: 전시를 분절하는 퍼포먼스의 언어, 퍼포먼스 바깥의 전시REVIEW/Performance 2021. 11. 15. 13:09
〈코어〉의 퍼포먼스는 기본적으로는 기존 전시에 세 몸이 얹히는 방식이다. 그렇다면 ‘몸은 순전히 전시를 강화하거나 연장하며 보족하는 매체인가.’, 아니면 ‘몸은 전시와 불화하면서 자신의 지위를 주장하는가.’ 이렇게 질문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코어〉는 이 둘을 미묘하게 벗어난다. 이 글은 주로 전시와 별개로 퍼포먼스에서 몸이 어떻게 작동하며 전시를 재구성하는지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결론적으로 전시와 퍼포먼스는 완전히 다르며, 그 전해지는 감각 역시 다르다. 그럼에도 몸은 전시와 다른 무엇을, 전시의 바깥을 보여준다기보다 전시로 수렴하는 방식을 선택하고 있다. 반면 사운드가 주가 되는 전시에서의 청각적 감각을 강화하기보다는 시각적인 차원에서 이를 저어한다는 점은 불화를 만드는 것이라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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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민하, 〈Self-Salutation ver.3〉: 매(개)체로서 카메라의 도입이 갖는 효과REVIEW/Performance 2021. 11. 15. 13:05
고프로 카메라를 손에 든 두 퍼포머가 이를 자기 신체를 비추는 매체로 대부분 활용하고, 그러한 반영을 서로 간의 교환으로 확장하면서 진행되는 퍼포먼스 〈Self-Salutation ver.3〉는, 미디어아트와 퍼포먼스를 접목시키고, 몸의 미디어로의 동시간적 확장을 꾀한 작업으로, 비교적 단순한 매체 간 융합의 형태를 띠는 한편, 그 전제와 시작점을 몸에 두고 있다. 매체의 도입이 갖는 효과를 산출하는 것은 카메라가 자기를 찍고 있음을 인지하는 것이 몸을 어떻게 바꾸는가 또는 구성하는가를 염두에 두고 작업을 바라보는 것에서 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관점에서 퍼포머 간의 차이를 보는 것 도움이 될 것이다. 두 퍼포머의 양상은 사뭇 다른데, 김보민이 주로 카메라로부터 조금 더 자유롭다고 볼 수 있을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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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고은, 〈아키펠라고 맵: 세 개의 고래-인간 동그라미〉: 신화적 세계와 그 공백에 대한 이야기REVIEW/Performance 2021. 11. 7. 23:59
〈아키펠라고 맵: 세 개의 고래-인간 동그라미〉는 고래에 대한 이야기다. 더 정확히는 그 고래가 있던 시간을 떠나 보낸 현재의 시점에서 그 존재와 시간을 애도하고 오마주하는 상연이다. 이러한 상연은 두 명씩의 한정된 관람으로 조건 지어졌는데, 장소 이동에 따른 관람 방식과 매체 활용이 달라지며, 이를 퍼포머가 라이트를 통해 이동의 동선을 관람객에게 안내하며, 매체의 켜고 끔을 수행하고 때론 제시하기 때문이다. 마지막 나누어 준 쪽지에 담긴 허먼 멜빌의 고래가 없어진 것에 대한 은유적 나열은 이 상연이 지시하는 언어의 내용과 형식을 갈음한다. 고래는 우리와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존재로서 감각의 저변을 확장하고 새로운 감각을 수여하는 낭만적 존재라면, 휘발유가 고래를 구원했다는 대사처럼 고래기름을 사용하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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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과 판지》, 극장의 경계를 시험하는 퍼포먼스REVIEW/Performance 2021. 10. 19. 17:29
한국-스위스 공동창작 프로젝트: 돌과 판지, 6편의 솔로 작업 리뷰 극장은 판지의 무게로, 판지의 차갑고 푹신푹신한 재질로, 공간을 메우는 빈 부피로 현상된다. ‘돌과 판지’라는 제목에서처럼 판지가 공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단지 그 양적 차원이 아니라, 몇 가지 판지의 특질을 곳곳에서 체현한다. 반면 돌은 정지혜의 무대에서 한 번 등장하는데, 브로슈어에서 판지와 대조적인 재질로서 지시되는 돌이 무대에서 거의 부재한 것은 인공의 특질과 관련을 맺는 공연의 직접적 성격으로 수렴한다. 곧 이 공연은 현재 각종 박스가 뒤덮고 있는 우리의 삶, 그러한 재현 가능한 어떤 삶의 양태를 고스란히 추출하고 있다. 그리고 세 퍼포머의 불연속적이고 단속적인 무대는 어떤 관련을 지시하지는 않지만, 그들의 행위에 대한 질문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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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한길 ,〈2-1-3〉, 〈1-2-3〉: 허구와 실재 사이에서REVIEW/Performance 2021. 10. 8. 15:14
퍼포먼스는 극장 천장 쪽 양쪽에 달린 스피커 두 대의 음향을 듣는 것으로 진행된다. 무대는 텅 비어 있는 대신, 류한길 작가는 객석 뒤편에 자리한다. 극장은 어둡고, 관객은 어슴푸레한 환경에서 스피커에 가해지는 또는 튕겨 나오는 노이즈의 강도를 그리고 그 끊임없는 변형을 한없이 지켜보게 된다. 온전히 스피커의 소리를 듣는다는 점에서 인천아트플랫폼 옆 동에서 같은 시기에 열리고 있는 전시 《③》의 연장이자 시현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었고, 작업자의 존재가 아닌 행위를 비가시화한다는 점에서 음이 연원하는 소스를 알 수 없게 하는 일종의 청취 공간에 가깝다고 볼 수도 있었다. 여기서 작가의 위치를 근본적으로 일종의 변형들의 흐름을 구성하는 데 집중하고 있음으로 초점화할 수 있는데, 실재의 음원의 경로를 추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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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금형, 〈리허설〉: 정금형의 아카이브, ‘이음매는 끊어져 있다.’REVIEW/Performance 2021. 10. 5. 21:09
〈리허설〉은 정금형의 지난 작업들을 파편으로 가져와 변주하는 퍼포먼스이다. 이는 하나의 빈 공간에서 일어난다. 무대의 스펙터클이나 맥락, 구성 모두를 제한 상태에서 진행되므로 움직임은 상대적으로 불투명한 계열체로 남고 움직임 자체에 대한 형식적 탐구의 여지도 생겨난다. 반면 기존 작업들에서 움직임의 자료를 가져온다는 점에서 재현(a)에 대한 재현(b)의 양상을 가지며, 기계와의 섹스를 재현해 온 지난 작업들의 연장/변형/재구성은 여전히 수행적이고 사실적이며 구체적이다. 반면 ‘재현(a)의 재현(b)’은 애초 이 작업이 빈 무대라는 지점에서, 그리고 ‘리허설’이라는 유일한, 하나의 맥락에서 벌어진다는 점에서 그 목적을 달리한다. 이는 순수한 표현의 양상으로 드러난다는 점에서 그 양태 역시 달리한다. 리허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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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제 ‘꼬부랑게하’(강영민), 인제를 구성하는 시공간REVIEW/Performance 2021. 8. 10. 00:48
‘꼬부랑’은 할머니의 세월이 각인된 특유의 몸짓이자 인제천리길의 구불구불한 길을 의미한다. ‘게하’는 게스트하우스의 줄임말로, ‘꼬부랑게하’는 강원도 인제의 천리길로 뻗어나가기 위해 임시로 점유한, 세 곳의 숙소를 의미하며 동시에 세 곳의 숙소 역시 천리길의 일단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꼬부랑게하는 작가들이 모여 창작의 모티브를 얻고 이를 자신의 창작으로 연장할 수 있는 새로운 동력을 제공하고 지시하려는 강영민 작가의 아이디어와 실행으로 지어져 간 일종의 개념적이며 퍼포먼스적인 시공간이라 하겠다. 강영민 작가가 고안하고 제안한, 여러 인제의 트래킹코스는 인제천리길의 다양함에서 연원하는 한편 꼬부랑게하와 인제를 이으며 풍부한 인제에 대한 심상 지리를 구성하게 했다. 여기에 접경지역이자 (주로 군인들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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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ŏnans〉, 라이브니스 안에 산포되는 협업의 형상REVIEW/Performance 2021. 7. 22. 08:33
〈sŏnans〉는 「오이디푸스 왕」 이라는 희곡이 가진 서사 전개는 희미한 가운데, 박한결의 여러 작업자와의 문어발식 네트워크의 실현이 공연을 이룬다. 또한 〈sŏnans〉는 공연을 만드는 과정에 집중하고 있음을 전시하는데, 이러한 현재성의 명백함은 그 중간마다 삽입되는 자막을 통한 주요한 「오이디푸스 왕」의 플롯을 일종의 고정된 뼈대로 지시하는 동시에 그 바깥으로 마구 튀어나오는 자신의 위치를 결정지으며 그 둘의 위계를 전도시켜 버린다. 「오이디푸스 왕」 안의 플롯들은 각 장의 창작자들이 등장하는 시공간 사이의 간주 구간이 된다. 실상 이런 어둠 속 자막은 창작자들의 극장 대기 공간에서부터 극장 안으로 그들 한 명 한 명이 등장할 때 카메라로 중계되는 형식인, 각 창작자의 동일한 등장 방식을 통한 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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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40', 작업의 조건을 내세운 명명, 그리고 각자의 시점으로부터.REVIEW/Performance 2014. 6. 4. 00:11
‘800/40’은 자기 지시적으로 그들의 작품 세계와 작업 환경을 설명한다. 보증금을 가리키는 이 정직하고도 명확한 (어떤 보편적인 현실까지 포함해 그들의) 현실의 규정의 성격을 띤 명명은 그러한 조건을 환기시키고 또 그 자체를 끊임없이 인정하게 하며 어떤 중독으로 화해 간다. 그건 어느 순간에 ‘팔베개~’ 내지 ‘팔 베게~’ 사십으로 들리기도 한다(그렇다면 ‘살살 다뤄 줘’는 무슨 뜻일까). ‘시점 특정적’이라는 뜻은 도대체 무엇인가. 일전에 서울시립미술관 한 오프닝에서 보여줬던 것처럼 구획을 정해놓고 더듬더듬 흠칫흠칫 움직이는 부자연스러운 이동과 리듬, 두더지처럼 고개를 뺐다 들어갔다 하는 단속적인 움직임, 전자 사운드의 믹싱의 결합은 사실상 시점을 특정화할 수 없는 맴돎 내지 끊김이었다. 이건 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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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탈리콜] 이행준과 홍철기 퍼포먼스, '이것은 역사를 표상하는 것인가?'REVIEW/Performance 2014. 5. 20. 13:42
▲ 이행준,홍철기,_환상의_여학생_부대,_사운드_인스톨레이션,_16mm_필름,_2014 [사진 제공=일민미술관] 이행준의 16mm 영사기의 필름이 만드는 사람들의 영상은, 그 빠른 전환으로 인해 어떤 하나의 이미지가 기본적으로(지각적으로) 되지 못한다. 하나의 단위로 인지되기 어렵다. 그럼에도 어떤 리듬에 의해 멈추고 초점이 맞춰진다. 그리고 하나의 얼굴이 탄생한다. 이 얼굴은 역사적 자취, 추억, 푼크툼의 기본적인 영상이다. 하지만 이는 포착할 수 없음( 자체의 쾌락)의 효과에 가깝다. 이른바 속도, 망각의 쾌락. 실제 어떤 정서로 감응되기에는 너무 찰나적이다. 이것을 잡아두는 것은 그 위에 묻어지는 동심원의 확장·축소다. 이 크기의 넘나듦에 사진의 예기치 않은, 정확치 않은 초점을 맞추어 낸다.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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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서울변방연극제] 극단 서울괴담의 <기이한 마을버스 여행-성북동> 리뷰 : '혼재된 서사 체험'REVIEW/Performance 2012. 7. 15. 09:00
▲ 지난 7-8일 서울 성북동 일대에서 열린 극단 서울괴담의 , 8일 공연 사진 (이하 상동) 전체적으로 극단 서울괴담의 은 열린 형식으로 성북동 특정 지역 일대를 도는 가운데, 하나의 작품으로 한정되지 않는 다양한 예술가 집단의 작품들을 관객이 직접 이동식 체험을 통해 마주하며, 집단적 연대 속에 유사-추억의 내밀한 개별적 경험을 안겨주게 된다. 예술가들로서는 이 지역의 가상 주체로서 동화되어 관객들을 손님으로 맞는 식이다. 이 사방이 확 트인 공간, 바람을 맞고 마을의 정취를 체감하는 이 성북동 마을을 배경으로 한 공연은 예술가들에 의해 교란되고 교차되며 보이지 않는 도시로 새롭게 쓰인다. 처음 관객들이 03번 마을버스를 타고 종점에서 내려 운집해 있을 때 이곳에서 배우들은 마을 사람으로 동화되어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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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아트센터의 전시장 자체를 실험한 '오토모 요시히데'의 퍼포먼스REVIEW/Performance 2012. 3. 16. 02:50
▲ 오토모 요시히데 경기도 용인에 소재한 백남준아트센터의 2012년 첫 번째 기획 전시인 [x_sound : 존 케이지와 백남준 이후]가 지난 9일 개막했다. 개막일에는 존 케이지의 악보가 연주된 데 이어 오후 6시경 두 번째 오프닝 무대를 이룬 오토모 요시히데의 연주는 급작스럽게 시작됐다. 사실 그럴 수밖에 없다. 보는 것과 다르게 사운드는 의지와 상관없이 나를 침범하는 것이다. 큰 충격의 감각의 치밂, 이는 내 감각과 사운드의 일종의 팽팽한 장력의 긴장 상태를 경험하는 것이다. 즉 일차적인 감각은 제어할 수 없지만 우리는 이에 대한 귀가 받은 충격과 그것을 보상하며 자신의 귀라는 매체를 원 상태로 되돌리려는, 그리고 이를 소음이 아닌 예술이라는 장 아래 해석해 보려는, 곧 받아들이거나 방어하거나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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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포먼스 「영혼매춘」 리뷰 : ‘영혼의 목소리, 영혼의 기제/장치’REVIEW/Performance 2011. 9. 27. 06:00
[문래예술공장 MAP선정작] 서현석의 장소특정 퍼포먼스 「영혼매춘」 「영혼매춘」(직접 이 퍼포먼스를 겪고 나면 매춘이라는 직접적/실재적인 말보다 오히려 영혼의 구원/영혼에의 구원으로서 영혼결혼식이라는 제목이 조금 더 맞는다는 생각이 든다)은 귀신이란 존재(그에 대한 인식)를 수면으로 끌어 올린다. 이 영혼을 감각하는 기제로, 목소리는 신체와 분리됨으로써 그 실재의 감각을 체현한다. 가까이 밀착해 텅 빈, 사실상 과거의 결혼의 흔적들이 재현되고 있는, 피아노를 누군가 켜고 있고, 그것이 전조(轉調)되고 불협화음을 형성하는 가운데, 조성을 구성하지 않는 냉랭한 구성 속에서, 결혼식장에서, 영혼/귀신의 시선에 따라 재편된 이곳에서, 밀착된 누군가가 내 옆에 속삭이는데, 이는 관계 맺음이 아니라 내 내면을 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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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정치화'「루핑 더 두리반, 샘플링 더 두리반」 제13회 서울변방연극제 개막작REVIEW/Performance 2011. 9. 25. 23:20
밤섬해적단 : 폭력에의 냉소와 전유, '우리는 아방가르드' 두리반, 6개월간의 그 기록은 무엇이었을까, 싸움의 동력은 어디서 얻는 것일까, 이 싸움은 반드시 역설적으로 즐거움이 동반되어야 한다. 그래야 (즐겁게) 승리할 수 있는 것, 그래서 이는 현실에 대한 거리두기(소격 효과/비판)와 함께 그 안에서의 즐거움이 동반되어야 한다. ‘이 싸움의 터전을 즐겨라’, 거꾸로 ‘병신건설의 신입 용역 오리엔테이션’ 현장을 만들고, 거들먹거림의 태도로써 이 상황을 완전히 장악하는 밤섬해적단은 전경의 모습을 띠거나 두리반을 부수는 용역을 전유하는 것으로 나타나는데, 이는 폭력의 지축을 오히려 뒤집는 것으로 그 폭력을 전유하여 극단에서 안과 밖의 경계를 허무는 것이다. 그러니까 나약한 비폭력주의에 대한 폭력/냉소/전복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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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조희경, 「흐 름, 너 머」_ NJP 썸머 페스티벌 스물 하나의 방REVIEW/Performance 2011. 8. 12. 13:37
'신비의 서사' : 공간-세계를 장악하는 음악, 음악에 조응하는 인터액티브한 움직임 ▲ 조희경, 「흐 름, 너 머」 '살아있다. 죽어있다.', 이는 움직임인가? 극장에서의 무언가를 나타내고, 즉각적으로 반응할 수 있는 정도의 반응을 만들어낼 수 있는가? 매우 느린 호흡으로 지속이 전제된 채 누워 있는 것에서부터 천천히 일어나 움직인다. 이미 사운드는 공간 전면을 뒤덮고 있고, 조희경은 하나의 점-사태일 뿐이다. 공간을 정위하는 불규칙한 입체적 건반의 연주, 길고 아늑한 베이스의 음향의 잠식, 이 공간을 벗어나기 힘들고, 여기서 나오는 움직임 또한 그것을 뒤엎는 대신 온화한 조응에 가깝다. 또한 건반을 뒤덮는 은은한 화음과 증폭의 기제로도 사용된다. 곧 연주자가 무용수의 움직임에 맞춰 반응하기보다 또 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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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퍼포먼스 - NJP 썸머 페스티벌 스물 하나의 방REVIEW/Performance 2011. 8. 12. 13:26
▲ 아츠히로 이토 [사진 제공=경기문화재단] 아츠히로 이토, 「V.R.S.S. 2011」에서 빛이 나는 기타는 박자에 맞춰 켜졌다 꺼졌다를 한다. 박자의 단위가 바뀌는 지점에서 우연히 켜져 박자에 대한 인지의 시점에 맞춰 시각적으로 표상된다. 사운드 아트는 멜로디‧시간의 추이에 따른 서사의 형태를 띠기보다 실재의 매질, 공간에의 마찰‧울림‧마주침을 통한 반응을 유도하는 것에 가깝다. 빛이 나는 전자 기타의 울림, 멀리서 감각되는 공명, 가까이서 악기 자체에서부터 나오는 감각은 대위법적으로 층위를 달리하며 움직인다. 그렇지만 일종의 화음을 이룬다. ▲ 우지노 무네테루 [사진 제공=경기문화재단] 우지노 무네테루, 「로테이터스」에서 진동과 공명은 기계 자체의 동력을 어느 정도 드러내고 있다. 곧 순수 악기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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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닻올림 연주회_15, 불특정한 언어, '공간 특정적 퍼포먼스'REVIEW/Performance 2011. 5. 14. 05:09
닻올림 연주회_15, 불특정한 언어 Unspecific Language 닻올림 연주회, ‘불특정한 언어(Unspecific Language)’는 즉흥음악 공연 시리즈인 ‘릴레이’ 연주회에 무용의 움직임이 함께 구성되었다. 실상 움직임은 시작점으로서 어떤 계기 및 시초가 있다는 점에서 규칙에 따른 것이고, 그 움직임의 급작스러움은 결코 비현실적이거나 비문법적인 것이라고만은 할 수 없다. 한 명이 움직이면 다른 사람도 비슷한 움직임으로 즉시 이어진 움직임을 구가하고, 공간에 구멍을 내는 방식은 사유와 이성을 파기하는 기제로 작용하는데, 멈춤에서 파동을 만드는 사이에 정적, 정적이 무참히 깨지는 순간, 공간을 휘젓고 광란의 움직임이 마구 관객을 들쑤시는 것은 실재를 만져보는 방식이자 구조화된 안무‧정서와 판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