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Thea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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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지, 〈한국인 되기〉: 한국(인)을 향한 이미지 혹은 시선REVIEW/Theater 2026. 5. 20. 13:12
한국 하면, 그리고 한국인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지에 대한 질문으로 시작하는 〈한국인 되기〉는 외부 혹은 타자와의 관계성에 의해 호명되거나 표시되는, 또는 비교의 차원에서 분석되거나 지시되는 한국 혹은 한국인에 대해, 주로 이주노동자의 처지와 환경에서 기술한다. 한국인이 되는 과정은 험난하며 그에 따라 한국인으로 태어난 것은 일종의 특권처럼 느껴진다. 곧 한국인 스스로에 대한 성찰과 비판 의식의 결여에 대한 반성을 촉구하려는 의도가 인풋에 섞여 있다. 무대 중앙에는 서류뭉치와 노트 등을 비롯한 여러 자료와 메모 들이 놓여 있고, 그것을 둘러싼 객석에는 배우들이 군데군데 자리한다. 곧 의견은 관객의 그것을 가정하며, 일종의 토론 연극의 외양을 자처한다고도 하겠다. 여기서 논쟁과 회의를 통한 일종의 변증술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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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 롤란트 쉼멜페니히, 연출 김수정, 안트로폴리스2 〈라이오스〉: 전혜진이라는 효과 혹은 물화REVIEW/Theater 2026. 5. 15. 13:32
안트로폴리스2 〈라이오스〉는 롤란트 쉼멜페니히의 안트로폴리스 5부작의 두 번째 편으로, 신화와 역사에서 기록을 찾을 수 없는, 소포클레스 희곡에서 처음 오이디푸스의 아버지로 언급되는 정도로 거의 등장하지 않는, 라이오스 왕의 이야기를 작가의 상상력을 발휘해 새롭게 구성해 낸 작품이다. 이는 1인극으로 기획되었으며, 라이오스의 이야기를 전하는 동시에 라이오스 자신으로 분하는 역할의 자유자재의 변신이 이뤄진다. 저주의 신탁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낳게 되는 라이오스와 이오카스테의 이야기가 어떻게 성립하는지에 대한 네 가지 가정이 전제되는 것처럼, 이야기는 그것이 이야기임을 숨기지 않고 더 나은 추측과 더 매끈한 플롯을 궁구하는 저자의 매개적 입장과 그럴듯함을 충족시키는 이야기의 본질적 차원과 이야기에 대한 매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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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엘 폼므라(Joël Pommerat) 작·연출, 〈이야기와 전설〉: 인간의 편견을 (재)경유하는 로봇REVIEW/Theater 2026. 5. 11. 20:30
조엘 폼므라 작, 연출의 〈이야기와 전설〉은 안드로이드―“AI 휴먼”―가 일상에 상용화된 시점에서, 로봇이 인간에게 건네주는 의미를 탐색한다, 주로 청소년 세대의 자의식과 연애와 사랑을 경유하며, 반-페미니즘의 기류를 감지하면서, 그리고 가족 안에서 그것을 정위하면서. 이는 인물들의 개별 서사와 관계가 빚어내는 형상(이야기)보다는 인물들에 놓이는 예고되지 않은 더 큰 서사의 축(전설)이 어떻게 그 이야기를 조직해 내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미래 시제의 ‘가정’은 이제 과거의 이야기로 들려오기 시작한다. 첫 장면의 양극단에 선 아이와 성인 여성 간의 대화에서는 쏟아지는 아이의 매우 거친 말들로부터 체화된 남녀 차별적 사고를 추출해 낼 수 있다. 이는 여성의 차분하고 끈기 있고 현명한 대처에 의해, 일정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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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지 연출, 〈살기 좋은 ○○〉: 우리라는 자화상REVIEW/Theater 2026. 5. 11. 20:17
〈살기 좋은 ○○〉은 중반 이후, 미래의 주거상을 AI를 매개해서 현재화해서 보여주는데, 이는 현재의 심리가 투사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집에 대한 두 배우의 자기 서사를 연장한 실제적 욕망의 세부가 그 전까지 발화된다면, 이는 욕망과 현실의 지나친 격차로부터 기술 이전을 통한 또 다른 현재의 버전이 미래를 가장하여 제시되는 것으로 전환되는 것이다. 여기서 집은 공적 공간의 폴리스가 아닌, 사적 생활단위의 집을 의미하는 그리스어 ‘오이코스’에 상응하며, 순수한 의미에서 정치적 영역의 바깥을 가리킨다. 오이코스는 ‘경제’의 어원이기도 한데, 따라서 부상할 것은, 환기되어야 할 것은 정치적 영역이다. 미시사는 교환되며 사회적 접점을 찾아 확장되어야 한다. 개인에 대한 초점과 관심은 전반부에서처럼 사적 영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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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미니 프로토콜, 〈리모트 서울〉: 서울이라는 상상계적 극장으로부터 ‘개인’으로 소급되기REVIEW/Theater 2026. 5. 10. 21:20
리미니 프로토콜의 〈리모트 서울〉은 서울을 ‘원격’으로 현전하면서 ‘외딴’ 서울에의 고립을 구성하는데, 여기에는 헤드폰의 AI 음성의 가이드가 있다. 이 가이드는 국립현충원에서 GS아트센터를 오가는 서울의 특정 구간‘과’ 조우하게 하며, 서울‘로부터’ 나의 거리를 확보하게 한다. 이때 30명의 관객은 개인이 연장된 집단의 형상을 하는데, 그것은 이 거리로써 접면의 방식에 대한 물리적 지지체 역할을 한다―극장이라는 경계를 지시한다. 이 듣기의 일시적 공동체는 실재를 무대(“stage”)라기보다 화면으로 각색하는데―‘관객은 리모컨으로 TV를 튼다.’―, 이때의 ‘고립’을 집단적 신체의 근거로써 보족하며 연장한다―그것은 고립을 하나의 발화 형식으로 전도한다. 특히 시민과의 ‘대치’와 시민에의 고립을 오가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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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샤르 무르쿠스 & 쿨르드 바젤 - 카사비 시어터 Khashabi Theatre, 〈뮤지엄 THE MUSEUM〉: 테러의 재기입REVIEW/Theater 2026. 5. 9. 13:45
〈뮤지엄〉은 테러를 저지르고 7년이 지난 후, 사형을 앞둔 사형수와 형사의 만남과 밀실에서의 하루를 구현하며, 두 남자의 언어가 복합적으로 착종되고 얽히며 상호 반영되고 굴절되는 심리의 일환을 치밀하게 바라보게끔 만든다. 형사의 은근한 주도 아래, 두 남자는 후반으로 갈수록 무대 안쪽에 놓인 카메라를 직접 향하며, 제삼자의 시점에 은밀한 둘의 시간을 맞세운다. 관찰되고 있음의 환상을 경유하며 연극 하기는 과잉으로 현상된다. 여기에 1막까지는 크게 의미가 없었던, 아니 이미지를 열화시키거나 중화시키는 감산적인 장치로서 여전히 기능하고 있었던, 그 둘 앞에 쓰인 거대한 샤막은 은밀한 관찰자의 심리와 결부되는 제4의 벽을 실제적으로 연장한다. 우리는 그 점들로, 점들의 틈으로 그 둘을 흐릿하게 바라본다. 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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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연출 류사라, 〈신의 바늘〉: 체험주의적 당사자성의 체현, 그리고 계몽의 다른 판본REVIEW/Theater 2026. 5. 9. 13:20
〈신의 바늘〉은 두 명의 등장인물이 그 둘만의 공간에서 마약을 하는 체험을 강도 높은 것으로 현상하는데, 이는 마약에서 깨어났을 때의 불쾌함 등을 동반한 잔여 감각까지 전달하며, 자기 파멸이라는 비극적인 결말을 향하는 가운데, 이 둘의 자아의 확장과 극단적인 변용의 순간은 시간이 축적됨에 따라, 탈구된 사회와 비대해진 자아의 해소할 수 없는 간격으로 인한 위기감으로 연장된다. 리얼리티로 측정되는 건 두 사람만의 내재적이고 은밀한 세계의 발현이며, 곧 관찰하는 이들에게 열린 닫힌 세계의 틈이며, 예외적이고도 고유한 체험을 하는 이의 당사자성은 〈신의 바늘〉의 표현 양식의 토대이자 주제의 중심 의미를 이룬다. 따라서 그 주제를 선택한 윤리적 고려의 차원은 다분히 재귀적인 것이다. 무엇보다 서사는 그 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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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극장 쿼드X즉각반응, 〈엔드 월 - 저 벽 너머에는 뭐가 있을까?〉: 문학의 견지에서 타자성을 구성하기REVIEW/Theater 2026. 5. 8. 13:10
〈엔드 월 - 저 벽 너머에는 뭐가 있을까?〉(이하 〈엔드 월〉)는 한쪽 끝 벽에 깔려 죽은 주인공 아성이, 질문을 통해 이전의 시간으로 반복해서 돌아가며 죽음의 원인이 아닌, 그 상황 속에 자신의 행위에 개입된 자신의 의식을 탐문해 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죽음 직전의 상황과 친구들과의 추억이 계속해서 소환된다. 자신을 성찰하는, 자신을 화두로 삼는 이 과정은 문장의 빈 공간을 찾고 거기에 들어갈 적합한 말을 찾는 글쓰기에 비유되는데, 곧 아성이 본인의 죽음과 관련한 자신의 서사를 써 내려가는 작가로서 사건과 한 인물에 대한 접근이 이뤄짐은, 한편으로는 애도의 차원 바깥에서, 다른 한편으로는 원한 감정의 차원을 넘어, 한 인물에 대한 서술의 차원이 문학적으로 승화됨을 의미한다. 또 다른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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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돌파구, 〈키리에〉(장영 작/전인철 연출): 죽음을 경유한 사랑으로의 도약REVIEW/Theater 2026. 5. 8. 12:53
〈키리에〉는 자신이 건축한 집이 된 영혼(최희진)을 죽음을 앞두고 찾아온 존재들이 그와의 죽음이라는 공통분모를 안고 어떤 비지각적이고도 무매개적인 접촉 아래, 일종의 고해성사적 독백을 통해 삶을 다시 추스르고 도약하는 과정을 되풀이한다. 일종의 영혼의 싸개로서 집은 영혼의 물리적 연장이자 또 다른 신체를 수용하며 그것을 지각하는 신체의 전면화된 재분절로서, 정신이 신체로 이완―탈영토화―되면서 정신-신체라는 반죽의 동일한 밀도를 띠는―재영토화되는―, 그리하여 거대한 하나의 기관, 혹은 기관 없는 신체가 된 집이 된다. 그때 들어오는 영혼들은 역설적으로 비워진 정신의 영역 아래, 정신을 그 확장된 신체에 이완할 수 있는 역량을 부여받는 것과 같다. 〈키리에〉는 이처럼 죽음 ‘이후’와 죽음 ‘직전’을 맞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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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안전연극제 : 면역력] 《소거된 몸짓: 연극in 미게재 희곡 작가 페스티벌》: 희곡 스스로 한 발 나아간 자리, 그리고 사라진 시간으로부터 발화하기REVIEW/Theater 2026. 5. 7. 16:32
《2026 안전연극제: 면역력》은 기획의 하나로, 《연극in》의 희곡 공모에 당선되었지만 《연극in》이 잠정 휴간되며 끝내 미게재된 여섯 편의 희곡을 《소거된 몸짓: 연극in 미게재 희곡 작가 페스티벌》(이하 《소거된 몸짓》)에 ‘싣는다’. 이는 제도가 가져온 2년간의 “기다림”과 “공백”을 작가 스스로 돌이켜보고 발화하며 희곡만이 아닌, 그것과 결부된 주체의 자리를 현상하고, 곧 그들이 가진 제도에서 버려진 자의 당사자성을 토대로 그들 스스로 자신의 희곡을 무대로 확장하고 변주하는 능동적 주체의 자리에 두게 함으로써 제도의 공백에 대한 면역력을 키울 수 있도록 한다. 크레디트에는 여섯 명을 “참여작가(미게재 아님)”로 재명명하는데, 이는 곧 게재를 의미하는 동시에 그 전사를 소급한다. 이는 미게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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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렁크씨어터프로젝트, 〈김치찌개 웨스턴: 밥주걱과 45구경 권총의 결투〉: 어떤 구멍들이 보여주는 한국 사회에 대한 징후들REVIEW/Theater 2026. 5. 7. 16:14
김치찌개 웨스턴: 밥주걱과 45구경 권총의 결투〉(이하 〈김치찌개 웨스턴〉)는 스파게티의 본고장으로 익숙한 이탈리아에서 양산된 서부극을 칭하는 ‘스파게티 웨스턴’을 한국식으로 전유한 “김치찌게 웨스턴”이라는 일종의 장르적 수식 아래, 『흥부전』의 형제 간 갈등의 서사를 덧입힌다. 스페인 배경에 저예산 촬영, 선과 악의 구분이 모호하며 폭력으로 점철된 스파게티 웨스턴의 특징은, 극단의 이름처럼 트렁크에 가지고 다닐 수 있는 정도의 미니어처 무대 위에서 퍼펫과 오브제 등을 통해 연장되며, 토건국가의 개발독재와 자본주의 시스템으로 와해된 지역 공동체를 배경으로 냉혹한 상속 분쟁의 현실로 분화한다. 결국 남매간의 총질이라는 클라이맥스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근대 이후의 발전상과 국민 의식의 전환과 변화가 압축적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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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레디메이드, 〈제일 가까운 장애인화장실이 어디죠?〉: 원작 이후의 마법, 수행, 실재라는 배가되는 차원들REVIEW/Theater 2026. 5. 6. 15:20
프로젝트 레디메이드의 〈제일 가까운 장애인화장실이 어디죠?〉(연출: 강보름)는 동명의 희곡(작: 천쓰안, 번역: 김우석)을 수행성의 차원에 입각해 전유하는데, 이는 말 그대로 실제를 그대로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실제의 자리에 다른 실제를 끼워 넣는 방식에 의해 그러하다. 곧 대학로예술극장의 장소 특정적 연계와 재배치, 그리고 중국 인플루언서 자오홍청(趙紅程)의 실화를 바탕으로 쓴 동명의 희곡을 또 다른 “휠체어인” 조우리 배우가 연기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중국이라는 배경과 그곳에서 살아가는 존재를 고스란히 가져올 수 없는 재현의 간극은 수행성과 경합하는데, 그것은 원작의 ‘완벽한’ 재현이 아니라 현재의 다른 차원을 공진시키며 그 차이를 간극으로 그대로 표시하는 것과 같다. 강연을 앞둔 청즈가 대기실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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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이온, 〈갈대밭의 에듀케이션 葦原のエデュケーション Reed Field Education〉(작/연출: 김상훈): 불가능성의 가능성으로서 커뮤니케이션REVIEW/Theater 2026. 5. 6. 15:12
조합을 위한 모듈 〈갈대밭의 에듀케이션〉(이하 〈갈대밭〉)은 두 사람의 대화로 이뤄진 동명의 한 희곡을 영어·일본어·한국어 세 개의 언(어 중 두 개의 다른 언)어를 교차시키고 변형하여 반복하는 구조로 진행된다(Ⓐ). “모듈 구조”로 정의된 이 같은 형식은 일본과 한국의 배우가 섞인 Ⓐ 버전과 한국 배우만으로 이뤄진 Ⓑ 버전으로 나뉘는데, 두 역할에 대한, 다른 둘의 조합이라는 원칙과 다른 언어 간 교환은 일종의 경우의 수를 전제하며―거기에 배가되는 움직임의 유무가 부속된다.―, 이 역할-언어-존재의 차이는 일종의 확률에 따른 자의적 구성을 동반한다(는 점에서 모듈이라는 하나의 원칙으로 수렴한다). 여기서 역할과 언어와 존재는 ‘긴밀하게’ 묶여 있지 않은데, 따라서 더 많은 조합이 가능하다. 역할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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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동비둘기, 〈걸리버스 3〉: 불가능한 실재를 매개하는 방식들REVIEW/Theater 2026. 5. 6. 14:48
성북동비둘기는 조너선 스위프트(1667-1745)의 『걸리버 여행기』 4부작의 하나씩 순서대로 ‘걸리버스’ 연작을 발표해 오고 있는데, 〈걸리버스 3〉는 그 세 번째 작품으로, 천공의 섬 라퓨타를 모티브로 한다. 특정 학문 체계에 몰두하여 현실과 단절되며 매몰된 시각 체제를 갖고 있는 이 하늘에 떠 있는 섬은, 연극 입시의 부정성과 부조리성의 차원에 대한 메타포로 재조각된다. 무대 위 배우가 되고자 소망하는 입시생의 ‘장면’으로부터 부조리한 입시 체제의 현실을 들추어내는 것으로 확장되어 간다. 입시 카르텔에 대한 국정감사 현장이라는 현실에 대한 핍진한 묘사와 풍자가 대단원을 이루는 가운데, 〈걸리버스 3〉는 “연극 입시 지정 희곡”으로 알려진 희곡들이 연쇄적으로 병치되는 구조를 갖고 있는데, 이는 일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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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적, 〈내가 살던 그 집엔〉(마정화 작, 이곤 연출): 여성의 역사와 여성의 글쓰기, 그리고 여성의 연대REVIEW/Theater 2026. 5. 6. 14:40
〈내가 살던 그 집엔〉은 1970년대 후반의 격동의 시기에 각자의 질곡 어린 삶을 겪어냈던 ‘마마’와 ‘엄마’ 두 여성 인물―실은 두 명의 엄마인데, 마마는 화교로 중국어로 마마는 엄마와 같다.―을 주축으로 이 사이에서 ‘나’는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전하며, ‘마마가 살던 그 집’에 가서 베트남 이주 여성 꾸엔을 만나 마마와 엄마의 이야기를 마침내 완성한다. 1막이 엄마가 들려준 이야기로, ‘나’(곽지숙)가 엄마(정다함)에게 비친 상대역으로서 마마로 분한다면―엄마와 ‘나’가 내통한다.―, 2막은 마마가 들려준 이야기로, 마마(심연화)와 엄마의 이야기가 ‘나’에게 펼쳐진다―‘나’가 그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기도 하다. 3막은 꾸엔(전형숙)의 이야기이자 꾸엔을 경유해 엄마와 나나 그 둘을 다시 불러오고,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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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풍년 작/연출, 〈무릎을긁었는데겨드랑이가따끔하여〉: 이행을 위한, 이행에 의한, 이행에 대한REVIEW/Theater 2026. 4. 24. 20:19
〈무릎을긁었는데겨드랑이가따끔하여〉(이하 〈무릎을〉)는 버스킹을 하는 남자가 자판기 밀크 커피 한 잔을 먹기 위해 부족한 잔돈과 기능하지 않는 지폐만 갖고 있는 단순한 상황을 모티브로, 공연에서 주지하는 것과 같이, 밀크커피가 몸에 들어갔을 때 전해지는 신체적 효과, 화학 작용을 제한 없는 상상력과 다매체적 활용을 통해 확장하고 증폭시킨다. 중요한 건 서사(의 개연성) 자체가 아니라, 서사를 수행하기, 서사를 어떻게 수행함으로써 효과를 구성할 것이냐에 있다. 무대 좌측, 비슷한 높이로 매달려 있는 돈을 넣는 파란색 페인트통, 전동 드릴, 종이컵 디스펜서는 자판기 관리자가 보는 자판기를 환유하며, 자판기 관리자에게 그 의미를 허락하는 또는 자판기 관리자가 그 의미를 다룰 수 있는, 해체된 자판기의 부분들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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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범석 작/윤한솔 연출, 〈활화산〉: 재현의 경계에서REVIEW/Theater 2026. 4. 24. 20:05
〈활화산〉은 1970년대 새마을운동을 선전하기 위한 목적을 지닌 연극으로서 이는 예술이 현실 정치를 위한 수단으로 복무하려는 예외적 경로로부터의 산출이다. 그것의 부정성에 대한 물음 이전에 그것이 가능한가의 물음이 선행될 필요가 있는데, 한편으로는 예술의 자율성을 완전히 포기하는 것이, 다른 한편으로는 예술의 다의성 혹은 불가해성을 완전히 차단하는 것이 가능한가라는 물음이다. 그것이 한편으로는 프로파간다 연극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일상을 반영하는 리얼리즘 극이라면, 후자는 전자의 목적을 위한 차원에서 온전히 조작될 수 있을까. 여기서 재현은 하나의 시대와 또 다른 하나의 시대를 보여주며, 그 둘의 뚜렷한 간극을 갖는다. 그 시차로부터 (또 다른) ‘목적’이 들어선다. 곧 이 둘의 간극은, 도약에 가까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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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민 작/연출, 〈전기 없는 마을〉: 인공지능의 시대에서 진정으로 인간적인 것에 대한 질문REVIEW/Theater 2026. 4. 22. 22:58
〈전기 없는 마을〉은 인공지능과 인간의 무경계성, 그리고 인공지능의 세계 내 자의식의 탐문을 그린다. 물론 여기서 인공지능은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의 한 요소로서 갖는 비실재성은 그가 속한 세계는 그의 관점에서는 온전한 하나의 세계라는 점에서, 그는 그 안에서 실재성을 띤 존재가 된다. 이 부분에서, 인공지능은 자신의 세계에 대한 경계를 자각하는 안드로이드의 표면에 상응한다. 곧 인공지능은 우리와 (거의) 같은 세계를 살아간다는 점에서, 적어도 우리가 인식하는 인공지능이 아닌, 우리가 알던 안드로이드로 정의하는 게 더 타당해 보인다. 나아가 그들은 자신이 속한 세계의 경계를 뛰어넘어 인간과의 균열 없는 소통을 하며 그 과정에서, 그들의 몸은 인간의 세계에서 인간과 다르지 않음, 더 정확히는 그들이 속한 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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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은길 연출, 〈후-하!〉에 대한 주석: 악화를 거듭한다는 것…REVIEW/Theater 2026. 4. 22. 22:48
2023년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사태를 다루는 주은길 연출의 〈후-하!〉는 당시 현장의 재현과 함께 그 사태의 경위를 좇아가며 다양한 주체, 당사자의 호명을 통해 입체적으로 이를 복원해 내며 해석의 가능성을 만들어 낸다. 곧 파행과 논란의 사건, 전 세계에서 온 4만 3천여 명의 스카우트 청소년들이 물에 잠긴 야영지와 땡볕을 피하기 힘든 환경 속에서 온열환자가 되는 점입가경의 상황은 곧 이에 대한 한국 사회의 판단과 고찰의 몫 역시 혼란스러운 풍경에 고착되었다는 인상을 준다. 연극 〈후-하!〉는 이 사태를 다룬다는 점에서 일단 흥미로운데, 이 사건은 떠들썩한 이슈이자 뉴스의 중심으로 부상했지만, 한편으로 뉴스에서 언급하던 이들, 스카우트 의상을 입은 이들이 실제 일상에서 스쳐 지나가기도 했지만,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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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Y, 〈디사이딩 세트〉: 배구라는, 네트라는 은유REVIEW/Theater 2026. 4. 10. 21:35
극단 Y의 〈디사이딩 세트〉는 유영여고 배구부의 선수들이 배구를 하며 겪는 저마다의 불안과 고민을 보여주는데, 그들의 현재는 프로팀에서 신인 선수로 지명(드래프트 draft)되어 본격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는 데 있어 불확실한 미래를 경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체육관의 불이 꺼진 10시에 네트 너머를 보면, 미래를 볼 수 있다는 괴담으로 전도되는데, 곧 이 미래의 파지 불가능성은 그 네트 너머가 보이지 않는 상대 팀의 존재를, 관객의 존재를 가리키는 가상적-물리적 지점으로서 식역에 상응하여 연장된다. 무대는 이 반쪽의 네트가 중앙을 점유하며, 그 뒤편에는 라커룸과 그 앞 벤치가 있다. 그리고 빈 공간이자 흰색 테이핑으로 경계가 그려지는 이 네트의 양 옆쪽의 벽을 따라 각각 벤치가 서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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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집단 세 사람, 〈멸종위기종〉: 욕망의 시선 그리고 무심한 시선REVIEW/Theater 2026. 3. 12. 13:11
〈멸종위기종〉은 멸종위기종을 다루는 두 가지 인간의 기술을 겹쳐 놓는 것으로 시작하는데, 이는 그것에 대한 각기 다른 인간의 시선과 태도를 보여준다. 그것을 보호하고 지키는 동물원 사육사 윤정연과 그것을 찍어 인류에게 그것의 숭고함을 메시지로 전파하고자 하는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반우, 그리고 그것을 전유하는 그의 제자 정은호가 그것이다. 동물과 인간 사이에 하이픈을 구성하는, 동물과 소통하는 역량의 전자는 후자의 대중 추수주의적 열망 아래, 동물을 가치의 기호로 정제하는 그 작업의 매개자로서 편입되는데, 이제 그 기호의 발신에 따라 생겨난 세상과 후자의 피드백 고리로부터 모든 상황이 급변하게 된다 그 사이에서 잡지사의 편집장 최유형은 대중의 욕망을 찾고 주조하는 데 두 사진작가 모두를 활용하는 차원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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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해률 작, 윤혜숙 연출, 〈시차〉: 사건을 연결하고 재발명하기REVIEW/Theater 2026. 3. 11. 20:16
배해률 작가가 쓴 〈시차〉는 시차를 둔 참사들의 성좌를 구성하는 가운데, 개인들의 미시사를 조립한다. 연극 바깥의, 실재의 참사들은 그 상징성으로 여전히 바깥에 자리하는데, 이는 엄밀히 인물들의 삶에 내재적으로 영향을 주지 않으며, 참사의 연표라는 순수한 형식으로 존재하는 듯 보인다. 무대 중앙의 천장에는 시간이 하나의 배경이자 전제 조건으로 장의 진행에 앞서 투사되며 강박적으로 참사의 시점 혹은 그것을 전후로 한 시간을 점검하도록 만든다. 그것은 순차적이고 각자의 고유성을 가진 것이지만, 일정 정도 세대와 그다음 세대, 그리고 개인의 세대적 분기와 같은 생애주기에 따라 분배된다. 참사는 기계적으로 조립되고 줄 세워져 있지만, 〈시차〉는 그것들을 똑바로 바라보지는 않는다. 참사는 우연한 것이며, 개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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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성 연출, 〈P와 함께 춤을〉: 피나 밖에서의 현전REVIEW/Theater 2026. 3. 11. 20:14
전설적인 혹은 당대를 대표했던 안무가 고 피나 바우쉬를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연극 〈P와 함께 춤을〉은, 피나 바우쉬의 연대기를 충실히 따라가는 대신, ‘피나 바우쉬’라는 기표, 신화성의 자리로부터 시작되고 또 그곳을 맴돌며 흔적이 된다. 여기서 ‘흔적’은 사라졌으나 공고한 피나 바우쉬 자체이거나 그것을 좇는 전의식적 워밍업 형태의 대화 형식으로써 접근되는 산만하고 무질서한 이야기라는 무대의 과정을 모두 담는 또 다른 매체적 저장 경로를 가리킨다. 피나 바우쉬라는 실재와 신화의 틈을 비집거나 헤집는 차원 아래, 〈P와 함께 춤을〉은 실재와의 간극을 현재의 발화로 한정하며, 발화의 무한정함을 가정하고, 그렇게 꾸역꾸역 쌓아 올린 현재를 역사의 틈으로 곧장 밀어 넣는다. 아마도 그것은 피나의 이름으로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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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돌파구, 〈튤립〉: 절대적인 사랑의 형상REVIEW/Theater 2026. 3. 11. 19:30
김도영 작, 극단 돌파구의 〈튤립〉은 일제강점기, 일본 도쿄를 배경으로, 학교에서 튤립밭을 키우는 쿠로가 20년 뒤, 부유한 일본인 가정에서 자란 자신의 아들 쥬리프의 집에 초대받게 되면서 20년 전의 진실과 함께 인물들의 갈등이 전면화되어 파국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을 긴박하게 그려낸다. 튤립이 심어진 화분, 곧 쿠로에 의해 화분 안에 검은 흙이 채워지며 화사한 꽃이 들어앉는 이 결착의 이미지는, 작품의 알레고리적 중핵을 이루면서 무대 전반의 환유로 확장된다. 쿠로는 “구근을 키우는 식물”로서 튤립은 구근이 다른 구근을 파생시키기도 한다는 점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더 잘 다뤄야” 한다고 말한다. 간헐적으로 부상하는 사운드는 튤립의 구근이 땅속에서 생명을 움트고 있는 작용으로서 은근하게 무대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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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플레이 테제21, 〈최후의 분대장-제1부 조선의용군〉(김재엽 작/연출): 숭고한 역사의 형상을 재현한다는 것REVIEW/Theater 2026. 3. 10. 14:58
〈최후의 분대장〉은 일제강점기, 조선의용군으로 참전했던 김학철 선생의 일대기를 다룬다. 1941년 태항산 호가장 전투에서 다리에 총상을 입은 채 나가사키형무소에서 옥중 생활을 하면서도 그는 일제 제국주의에 맞서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는다. 나가사키에 떨어진 원자폭탄 이후, 출옥한 그는 작가로서 제2의 삶을 살게 된다. 〈최후의 분대장〉은 김학철이 죽음을 받아들인 자신의 침상에서 아들에게 사진에 있던 동료들의 이름과 일화, 특징 등을 기억해 내는 첫 번째 장면으로부터, 어린 시절 과거로 돌아간 후, 그의 시간이 순차적으로 기입된다. 〈최후의 분대장〉은 역사의 재현을 힘겹게 기억으로부터 추출하여 완성해 나가는 첫 장면부터, 청산되지 않은 친일 행위의 잔재에 대한 일념을 부르짖는 김학철의 마지막 모습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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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회 15분연극제] SCENE032, 〈그냥 지루한 말도 해보기로 했다〉(한아름 작/연출): 자기 원환으로서의 무대, 그 내부에서의 현존REVIEW/Theater 2026. 3. 7. 15:18
〈그냥 지루한 말도 해보기로 했다〉는 정신병이 걸린 한 여자(고다희 배우)의 읊조림이다. 이것이 하나의 유일하고도 고유한 형식이다. 하나의 커튼 뒤라는 무대가 그 자신의 내면-공간을 부유하고 탐사하고 증명하기 위한 차원에서 일시적으로 성립하는 가운데, 그의 발화는 소진된 자신을 이미 소진된 자로서 부흥시키기 위해, 존재의 나머지를 증명하기 위해, 언어의 잔여를 언어화하기 위해, 소진 자체를 긍정하기 위해 발화한다. 아니 그 모든 것을 무엇보다 발화로서 접촉하기 위해 발화한다. 발화된 말들은 그 몸을 거쳐 가면서 사라지고 그 말을 하고 있는 신체를 작은 불빛으로, 숨으로 되비추며 사라진다, 다름 아닌 타자로서 자신에게 그 말들은 켜지고 바로 꺼진다. 말들은 그러니까 쌓이고 무덤이 되고, 오직 그것을 마주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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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회 15분연극제] 극단 바바서커스, 〈나시와 락교〉(고경진 작가, 최주현 연출): 관계 혹은 구원의 기호 둘REVIEW/Theater 2026. 3. 7. 15:04
극단 바바서커스의 〈나시와 락교〉(고경진 작가, 최주현 연출)는 조카와 이모의 관계로 압축될 수 있는데, 락교가 조카에게서 이모에게로 향한다면, 나시는 이모에게서 조카로 향한다. 락교는 초밥을 먹을 때 곁들이는, 마늘처럼 생긴 쪽파의 뿌리를 절인 음식으로, 조카의 더위가 기후 위기를 현실과 제도와의 시차로 나타내는 첫 장면, 5월에 동복을 유지하면서 에어컨을 트는 낡은 제도에 대한 클리셰―이는 근미래의 기후 위기를 자연스러운 것으로 이전시키는 효과를 갖는다.―와 그로부터 전이된 학생들의 팥빙수에 대한 갈망은, 꽤 강렬하다. 거기에는 학교가 없지만 학교를 환유하는 학생들이 있고, 미래가 없지만 그들은 미래를 현재로 체현한다. 그리고 이 팥빙수로 떠나는 모험의 세계에서 자발적으로 이탈하는 조카의 신경증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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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회 15분연극제] 극단 해인, 〈이렇게 덥지만, 이렇게 더운데〉: ‘빈 공간’의 연극REVIEW/Theater 2026. 3. 7. 15:02
극단 해인의 〈이렇게 덥지만, 이렇게 더운데〉(이양구 작, 연출)이 가리키는 현실은 이 공간에 대한 상상력을 기반으로 한다. 이 공간(에)의 현존을 재투자하여 공포와 두려움의 시간에 모두를 묶는다. 관객은 여전히 관객이지만, 이 상황을 배경으로서 체현하면서 그러하며, 관객의 의지를 초과하는 이 상황, 환경에 대한 몰입은 이곳이 정확히 어떤 곳인지의 전사, 배경, 정보가 거의 없는 제약적 상황을 기초로 한다. 몰입, 곧 자신에 대한 반향으로서 공간으로부터 자신으로의 수렴은 자신의 불완전성의 인식에 대한 다른 이름이며, 몰입은 이 환경의 비언어적 차원 자체와 관계 맺는 유일한 자신에 대한 불안과 공포로 현상된다. 공간을 휘저으며 객석에서 나타나는 두 사람은 각각 “이렇게 덥지만” 우리가 희망을 갖고 바깥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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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회 15분연극제] 극단 작은방, 〈경마장 야생마는 어디로 갔을까〉: 이야기(로부터)의 동력REVIEW/Theater 2026. 3. 7. 14:59
극단 작은방의〈경마장 야생마는 어디로 갔을까〉(이하 〈야생마〉, 신재훈 작/연출 )는 두 가지 메타포를, 이야기를 절합하는데, 그것은 상상의 세계로서 이야기와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현실의 이야기를 교환하는 방식을 따른다. 야생마에서 트레이드포춘호로 옮겨가는 과정에서, 야생마는 불가능성에 대한 상상력의, 또는 믿을 수 없는 실재의 체현의 자리를 남북통일에 대한 순간으로 대체된다. 야생마는 트레이드포춘호의 상상적 환유물이고, 트레이드포춘호는 다시 현실에서 과거 속의 부재하는 기호로 위치된다. 결과적으로, 스크린을 찢고 나온 야생마는 남북을 오가는 배의 운항 중지에 대한 곤궁을 해소하는 메타포였던 셈이고, 억압된 동물이 해방되는 순간 사람들이 겪는 쾌락은 남북 교류의 물꼬가 트이는 순간이었던 셈이다.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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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분 연극제: 지역에 촘촘하게 접지되는, 너른 동시대성의 표현들REVIEW/Theater 2026. 3. 7. 14:44
1 15분 연극제는 15분 내외의 짧은 연극들을 모은 축제로, 이는 순차적으로 장소를 옮겨 다니며 진행된다. 2025년의 축제는 무더위로 인해 야외 장소를 활용하지 않는 방침을 적용했는데, 이는 당연히 우연한 관객, 동네 주민들의 단속적 참여를 가져가기 힘든 효과를 가져온다. 이는 비자발적(?) 관객 유치의 소거뿐만 아니라 더 근본적으로 축제 기저의 어떤 서사를 감축하거나 소거하는데, 곧 순차적이며, 모든 공연을 반나절 정도 안에 볼 수 있는 건 축제의 경로적 이행의 서사, 장소와 장소의 연결이라는 부가된 시간의 서사가 이로써 사라져버리게 되는 것이다. 이는 그 전까지는 역설적으로 축제의 규모가 아주 크지 않으며, 이틀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진행되기에 가능했던 부분으로, 만약 야외를 활용해 장소의 연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