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D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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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무브먼트, 〈음-파〉: 헉헉거리거나 한숨 쉬기라는 숨의 양태들REVIEW/Dance 2024. 10. 18. 10:42
제목에서 수영할 때 호흡법을 지시하는 〈음-파〉는 얼굴에 스타킹을 쓴 채 움직이는 무용수들을 통해 직접적 생존 방식을 통해 고군분투하는 삶의 메타포를 그려낸다. 그럼에도 그러한 메타포가 삶에 대한 재현의 양태로 드러나는 건 아닌데, 다름 아닌 표현 양식과 의미는 일 대 일의 대응 관계를 구성하며, 고립된 영역을 완성하기 때문이다. 그 간극에 대한 해소, 또는 의미에 구애받거나 의미를 해소하기 위한 차원으로서 표현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음-파〉는 삶에 대한 실존적 양상의 장면들을 은유한다고 애초에 말할 수 있을까. 이 특이한 신체 양상의 역동적 움직임은 무대의 유한한 시간에 불사르는 완전한 소진을 향한 강박에 가깝지 않을까. 다섯 색깔의 스타킹은 은폐된 얼굴을 대신해 각각의 다름을 상정하고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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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복된 해부학적 풍경(SAL), 〈2122.21222〉: 미장센, 매질, 진동하는 신체 양식들REVIEW/Dance 2024. 10. 18. 10:29
전복된 해부학적 풍경(SAL)의 〈2122.21222〉는 제목이 아닌 그룹명을 말 그대로 돌려주는데, 일종의 영화적으로 펼쳐지는 장면이자 그 장면이 갖는 일상의 기괴함과 거리감, 그리고 그 내용을 구성하는 몸의 극렬한 떨림과 진동은, 각각 요철이 있는 무대라기보다 매끄러운 풍경으로서 신(scene), 현실 층위의 전복적 코드, 해부학적 몸의 단면들을 상정한다. 이 풍경, 곧 장면은 장막이 걷히면 시작된다. 무대, 곧 장막이 열리기 전, 헐벗은 두 다리의 배배 꼬는 장면, 미시적 틈새가 거대한 무대 전반의 이미지로 확장되기 직전의 순간은, 그 무대를 향한 하나의 끌개로서 유예되며 잠재된 것으로 지속된다. 이는 ‘장면’의 예외적 순간이다. 장면으로 끌고 오려는, 하지만 그 장면과의 거리감으로 인한 균열과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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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윤화, 《오팔 Opal》: 조각-오브제-스크린-신체의 응결점으로서 이미지REVIEW/Dance 2024. 10. 18. 10:12
양윤화 작가의 《오팔 Opal》은 퍼포먼스와 전시가 결합된 형태이며, 더 정확히는 퍼포먼스를 통해 전시가 재형성되고 나아가 퍼포먼스를 통해서만 전시가 임시적으로 작동하는 퍼포먼스형 전시이다. 다섯 개의 살아 있는 신체의 지지체를 기초로 한 유동적인 다섯 개의 조각과 조명을 근간으로 한 무대(로서 오브제)의 캡션이 “러닝타임”이라는 용어로써 뒷받침되고 있음은 이를 나타낸다. 여기서 임시성의 가시화는 관람객의 신체를 경유하면서 일부 초과하는데, 50분으로 측정된 퍼포먼스에 비해 1시간으로 ‘책정’된 후자의 그 초과분은 일정 시간 동안 더 작동하고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수여한다. 신체의 한계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후자는, 아마도 더 많은, 시간과 구애되지 않은 채 고정된 설치로 작동할 수 있겠지만, 관람객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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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영 안무, 〈비수기〉: 춤이 시작되는 장소REVIEW/Dance 2024. 10. 17. 10:06
〈비수기〉는 현실 공간의 전유와 문화 양식의 참조를 통해 완성된다. 이는 무대가 실존적 주체의 무정형적 터전이 되는 대부분의 공연과 다르게, 무대가 현실의 변형이거나 변환이라는 차원에서 출발함을 의미하는 한편, 현실 공간이 극장을 다른 세계의 입구로 지정하고 있음을 또한 의미한다. 그 변환은 이 공간에서라기보다 이 공간 내에서 이뤄짐으로써 가능해진다. 두 남녀가 앞쪽의 테이블을 항하여 바닥이 파인 중앙의 자리에 앉고 정면의 스크린을 응시하는 첫 번째 장은, 병풍과 같은 무대가 반쯤 옆으로 펼쳐지는 데 이어 마지막으로 비닐막이 걷히고 완전히 확장된 세트 아래서 종결된다. 펼쳐지는 무대에서 시종일관 무미건조한 표정―특히, 처음 일관되게 스크린을 향한 두 남녀의 심드렁한 눈빛과 몸짓 아래 진행되는 일상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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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무용단, 〈사자의 서〉: 재현은 무엇을 가리키는가REVIEW/Dance 2024. 6. 5. 18:35
국립무용단의 〈사자의 서〉는 죽음 너머의 세계를 그린다. 이는 신화적인 차원에서의 접근, 곧 재현의 한 범주에 속한다. 곧 죽음 너머의 현실이 존재한다는 전제가 서사의 한 종류를 이루며, 인간의 감정이 잔여하고 지속된다는 관점이 그 뒤를 따른다. 총 3개의 장으로 구성되는 가운데, 현실과의 단절을 인지하고 있음의 1장과 3장, 과거를 현재로 호출해 오는 2장으로 구분된다. 슬픔과 회한의 감정들이 혼재되는 세계는 전반적으로 의례의 정동을 구성하는 가운데, 2장에서는 현실에서 미끄러질 수밖에 없는 주체의 감정적 드라마로 변환된다. 망자를 인도하는 저승사자의 등장과 망자를 애도하는 수많은 사람은 현실과 죽음 너머의 현실을 접합하며 두 세계를 분리하면서 과거의 현실과 새로운 세계를 동시에 구성한다. 또는 전자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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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목, 〈Yaras〉: 원시적 충동이 지배하는 괴랄한 ‘미래’ 사회REVIEW/Dance 2024. 3. 28. 02:01
정훈목의 〈Yaras〉는 미래의 어느 시점에, 대별되는 두 가상의 “종족”을 재현의 시점으로 불러온다는 점에서 움직임만의 서사가 아닌, 서사 안의 움직임을 통해 독특한 세계상을 창출한다. 제목인 “Yaras”(Yara의 복수형)는 그 서사의 중심을 차지하는, 주요한 하나의 종족이라면, 화려한 의복을 걸친 존재들이 다른 하나의 종족이다. 후자의 존재들은 이국적이고 오리엔탈적인 느낌을 강하게 주면서, 상대적으로 현실적인 모습을 조금 더 갖고 있는데, 그에 대비되는 Yaras 종족은 원시적인 느낌을 준다. 현실에 존재할 법하거나 그 존재를 상상할 수 있을 법한 각각의 두 존재를 마주하는, 곧 그 세계에 대한 접면은 그 기이하고 이질적인 세계가 목도됨에 가깝다. 〈Yaras〉는 통상의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놓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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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은, 〈메타발레: 비(非)-코펠리아 선언〉: 발레를 사랑할 수 있는가REVIEW/Dance 2024. 2. 5. 20:15
〈메타발레: 비(非)-코펠리아 선언〉(이하 〈메타발레〉)은 윤상은 안무가가 〈모든 몸을 위한 발레 워크숍〉의 연장선상에 있다. 일종의 커뮤니티 아트가 수용하는 개방성의 감각―여기에는 어떤 특정 지역이나 특정한 주제와 관련된 대상을 가리키면서 예술가가 아닌 존재라는 더 중요한 조건을 동시에 전제한다.―과 연관 지을 법한 “모든”이 어떻게 장르를 고찰하며 지시하는 “메타”로 전환되었는지를 탐구하는 것이 그것을 입증할 것이다. 가령 이 ‘모두’는 발레를 하기 위한 적합한 몸, 발레의 특정 자세와 몸짓의 정교함을 이탈하거나 위반한다. 그렇게 강박적이기도 하고 동시에 율법이기도 한 발레의 몸과 동작은, ‘원래부터’ 발레를 하지 않았던 존재에 의해 전유됨으로써 발레의 틀을 깨뜨린다. 안무의 전략은 이 ‘모든’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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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판야무, 〈사이〉: 이미지와 행위 사이에서REVIEW/Dance 2024. 2. 5. 20:12
춤판야무의 〈사이〉는 대상과 신체의 연합을 통해 공간을 시시각각 구조화하는, 미장센의 구성적 원리를 구현함으로써 시각에 대한 알레고리를 보여준다. 〈사이〉는 어떻게 춤이 그 자체로서 상영되면서 동시에 영사되는지를 움직임, 구도, 가변적 설치 등을 통해 공간 전체에 가로새김으로써 보여준다. 그것은 원초적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이기도 한 무엇을 펼쳐낸다. 거기에는 어떤 특별한 서사가 요청되지 않는다. 몸짓을 의미와 감정의 기표로 치환할 필요 역시 없다. ‘행위’는 공간을 직접 그리거나 공간에 기입되는 대상이 되는 행위이다. 곧 관찰되거나 카메라를 응시하는 대상이 된다. 궁극적으로 〈사이〉는 미장센의 원리를 구현한다. ‘사이’는 하나로 계열화할 수 있는 무엇과 무엇의 틈을 이야기하며, 시간적으로는 연속의 흐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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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혜, 〈The Skills of Dust〉: ‘퍼포먼스의 비가시성’REVIEW/Dance 2023. 12. 12. 02:06
정지혜의 〈The Skills of Dust〉는 퍼포먼스의 비가시적인 산출을 지향한다. 그것은 불특정 다수의 사람을 대상으로 의도치 않은 관객을 요청하고 용인하는 행동이며, 이는 극장이 아닌 거리에서 진행되었다는 점을 전제로 하지만, 그보다는 이를 사전에 매개하지 않는 차원에서 결정적이다. ‘비가시적인 것’으로서 먼지(dust)의 기술(skill)은 관객을 재정의하는 것에서부터 가능해진다. 〈The Skills of Dust〉에는 크게 세 개의 움직임 스코어가 두 사람 간의 교차로써 수행된다. 팔을 사선으로 위로 펼쳐내는 것, 마주한 채 방향을 달리해서 스텝을 옆으로 이동한 후 다시 돌아와서 교차한 후 처음부터 계속 반복하는 것, 등을 맞댄 채 천천히 앉은 후에 다시 일어서는 것. 이들은 전단을 한 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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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다이빙라인’, 〈단델re:ON〉: 시간들의 가상 현전을 향한 시도들REVIEW/Dance 2023. 12. 12. 02:00
극단 다이빙라인의 연극 〈단델re:ON〉은 투어 형식으로써 극장의 전사를 상영하면서 극장에 여러 시간의 지층을 가설한다. 극장이 이제 닫는다는, 마지막 극장의 하루에 초대된 것이라는 시작의 급작스러운 또는 급진적인 가정은 극장이 없는 미래라는 디스토피아적 가정과 지금 여기 존재하고 사라지고 마는 공연의 본질적 속성에 대한 지시 사이에서 모호하게 놓인다. 그러니까 그러한 가정은 동시대의 어떤 개념 혹은 정동이 반영된 것이거나 오히려 시대착오적으로 공연의 현존을 좇는 공연자의 이상이 반영된 것일 수 있다. 결국, 이곳은 천장산우화극장이라는 상징적 처소이므로, 그리하여 연극이 오르고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무한한 영도이므로, 허구적 세계를 상정함은 그 가상이 향하는 곳을 가리키게 된다. 〈단델re:ON〉은 ‘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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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애, 〈21°11’〉: 몸에 관한 미학적 윤리REVIEW/Dance 2023. 12. 12. 00:42
노경애 안무가의 〈21°11’〉은 뇌성마비 장애인과 무용수의 각기 다른 몸의 움직임을 조합한다. 움직임은 몸으로부터 도출되는가. 전자의 움직임의 유래는 몸의 비중이 더 큰 듯 보인다. 반면, 후자에 있어서는 다른 몸을 구성함으로써 다른 움직임을 발생시킬 수도 있다. 또는 다른 움직임으로 제한될 수 있다, 아니 밀도를 얻을 수 있다. 이 밀도의 차원을 다르게 갖는 것. 곧 시간을 늘리거나 호흡을 분배하거나 나아가 몸짓의 질서를 변형하는 작용이 다른 몸의 질서 차원에서 자연스럽게 성립한다는 것, 이러한 전제는 몸 자체가 하나의 구상적 전제이자 틀을 생성함을 의미한다. 그리고 안무는 그 몸에 관한 모방에 기초해야 한다. 이는 엄밀히 재현은 아니다. 상호 주관적 영향 관계 안에 서로가 위치함을 의미한다. 무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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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벨 ,〈제롬 벨(Jérôme Bel)〉: 제롬 벨, 그리고 제롬 벨이 누락한 것들에 대한 질문REVIEW/Dance 2023. 12. 12. 00:29
제롬 벨의 〈제롬 벨〉은 렉처 퍼포먼스로, 환경오염에 악영향을 끼치는 비행기를 거부하는 생태적 실천에 의해 한국에서는 대리자인 이영준 기계비평가를 내세워 이를 수행한다. 사실 이영준은 그 직함은 물론 존재 자체가 무색한 상황을 맞는데, 일종의 배우로서 그것을 최대한 몰입해서 읽는 것 외에 다른 해석적 관점을 투영해 주석을 달거나 자신을 내세울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지점에서 다소 현학적인 문구로 자신의 삶을 해석하는 제롬 벨의 습관적 언어 사용을 제롬 벨, 곧 이영준으로서 수용함을 인지하고 있음을 발설해서는 안 된다는 규칙을 깨어버리는 순간, 곧 실수 혹은 실패의 순간이 첫 번째 공연――에서 발생하고야 말았다는 건, 이 위임 방식의 공연이 그럼에도 존재 자체의 현존을 의도치 않게 가져가게 되었음을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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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호종, 〈Cosmo〉: 트랜스를 위한 어떤 감각 혹은 리듬REVIEW/Dance 2023. 12. 12. 00:07
Sal의 ‘Alpha’의 하나로 묶인 최호종의 〈Cosmo〉에서 퍼포머 그룹의 종종거리는 스텝은 일관되게 구사된다. ‘자극이 가해지는 몸’이라는 은유와 같이 트랜스된 몸의 상태에 상응하는 듯 보인다. 이러한 트랜스는 ‘우주’라는 뜻의 접두사로서 기능하는 제목을 상기시킨다. 자극, 곧 도파민과 같은 신경전달물질의 물리적이고 비가시적인 차원을 극단적으로 자극하는 주사―“자극이 피하주사침을 통해 피부를 뚫고 주입된다.”―로 비유되는 세계의 광경은 가치 평가를 유예한다. 〈Cosmo〉는 그 트랜스의 상태를 관객에게 전이시키는 데 집중한다. 2박자에 미치지 못하는 스텝과 느슨해지고 풀어헤쳐지는 몸의 상태는 일정한 박자의 체현과 몸의 이완과 확장이라는 두 가지 상태를 합성하고 있다. 음악의 상태로도 연장되는 이 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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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요 국립무용극장, 〈익스트림 바디〉: 관계를 구성하기REVIEW/Dance 2023. 12. 11. 18:34
〈익스트림 바디〉는 무대 바깥의 존재를 무대로 끌어오는 것으로써 작업을 제작해온 라시드 우람단의 콘셉트에서 시작되었으며, 프랑스의 줄타기 선수 나단 폴린(Nathan Paulin)과 스위스 클라이밍 선수 니나 카프레즈(Nina Caprez) 외 8명의 곡예사가 나오는 무대는, 현존과 재현의 간격을 새롭게 쓰는 것과 함께 인지적으로 확장된 무대 공간을 구성한다. 줄타기와 클라이밍의 수행은 두 다른 인물의 서사와만 결부되지만, 무대에는 중첩되어 제시된다. 허공에 매달려 있는 나단의 손에 다른 퍼포머들의 손이 닿으려는 찰라, 또는 간발의 차로 닿지 못하는 모습으로 두 수행의 공간이 겹침으로 인한 시공간의 제약 또는 또 다른 가능성을 시험하고 연기한다. 독보적으로 가장 고공의 높이에 있는 나단의 서사는 그리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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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수현 안무가 〈Zzz〉: 잠을 자는 신체의 표현 혹은 상태REVIEW/Dance 2023. 12. 11. 17:41
황수현 안무가의 〈Zzz〉는 잠을 공연의 주요한 경험으로 구성한다. 이는 관객의 각기 다른 몸들이 스스로의 공연들을 완성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대학로극장 쿼드는 프로시니엄 아치를 제거한 하나의 바닥 공간이 된다. 제목이 의성어로 잠잘 때 내는 소리를 가리키듯 〈Zzz〉는 평평한 바닥 위에서 잠을 공연의 주요한 매질로 상정한다. 이를 위해 최소한의 몸짓과 조명, 사운드가 엷고 길게 공간에 분포하게 된다. 곧 각종 매체의 정보 값은 최소화되고 감축되고 늘어뜨려진다. 그것은 밀도를 강하게 갖지 않는다. 이는 공간 전체에의 개입이라는 커다란 전제에 비해 움직임과 그 동선이 한없이 줄어듦을 또한 의미한다. 퍼포머의 몸짓은 여타 특별한 것이랄 게 없다. 그것은 춤이 되어서도 안 되는데, 그것은 환경에 비해 비대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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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텐 스팽베르크 Mårten Spångberg, 〈감정으로부터 힘을 얻다 Powered by Emotion〉: 춤은 무엇과의 간격인가REVIEW/Dance 2023. 11. 15. 17:30
“감정으로부터 힘을 얻다”에서 “감정”은 작품에서 직접 언급되는 단어는 아니지만, 주요한 매체로서 확인된다. 사실이라면, 그것은 “힘”을 추동한다. 이는 움직임의 어떤 프로세스를 지시한다. 마텐은 움직임의 형태가 아닌, 재현 체계의 질서를 드러내고자 한다.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에 춤을 추는 스티브 팩스턴을 담은 발터 베르딘의 영상의 춤”에서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의 노래들”로 분기되는 텅 빈 무대는, 일관된 보여주기를 실천한다. 이에 따라 퍼포머의 역량 자체가 재고의 대상이 된다. 실제, 음악이 입혀지는 움직임이 아니라,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것이 드러난다. 곧 약간의 오차―음악의 박자를 살짝 늦게 체현하는 움직임, 누구라도 출 수 있을 거 같은 뻣뻣한 관절의 적은 가동 범위, 움직임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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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 프로젝트, 〈이들은 그냥 존재한다 They just exist〉: 존재의 다변위성에 관한 언설REVIEW/Dance 2023. 11. 15. 17:03
“이들은 그냥 존재한다”라는 문장은 움직임에 관한 어떤 확약도 설명도 주지 않는다. 그러한 움직임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아니 무엇을 보게끔 하는 것일까. 추상적 언설로서 자막과 공존하는 “얼굴”이라는 첫 번째 명사를 보면, 현상학적 명제가 부상하는 것 같지만, 이 얼굴은 단지 여러 표면의 하나임이 지시된다. 그것은 이전의 것을 각인하려는 시도가 아니라 현재의 것 역시 곧 포기하게 만들려는 제스처로서 존재하는 듯 보인다. 여러 차례 반복되는 “그림과 그림자”라는 말이 가진 언어유희의 자의적 연관 관계가 결과적으로 차이의 분별로써 그 의미를 결정짓는다는 점을 보면, 〈이들은 그냥 존재한다〉는 본질로부터 현상을 추출하기보다는 현상으로부터 본질을 구성하는, 현대의 시를 쓰는 자율적 역량에 닿아 있다고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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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성, 〈강; the river〉: 춤은 무대로 어떻게 나올 수 있는가REVIEW/Dance 2023. 11. 7. 03:27
전환성의 〈강; the river〉은 무대와 몸, 사운드, 그리고 보는 이의 관계 양상에서 진행된다. 여섯 시간 남짓의 시간에서 점차 어두워짐을 받아들이고, 퍼포머 둘의 소진됨을 겪고, 사운드는 각각의 단위를 완료하고 사라지고 또 나타나고, 관객의 등장과 퇴장이 일어난다. 이런 단순하고 명확한 개념으로서 안무가 성립한다. 다시 말해, 중간에 깔린 하얀색 무대와 이를 원형으로 둘러싼 가의 관객석 확보, 자연 채광, 음악의 중단과 시작의 중첩된 단계, 퍼포머까지 포함한 자연스러운 등장과 퇴장의 규칙은, 춤이 벌어지고 있음의 현장을 인식하게 한다. 곧 〈강; the river〉은 문화비축기지 TANK1을 장소 특정적인 방식으로 활용한다. 결국 퍼포머는 이 아득하고 투박한 구조 속에서 쉼을 선택한다. 무대를 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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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DAFE 2023] 호페쉬 쉑터 컴퍼니, 《Double Murder》: 움직임을 조직하는 메커니즘이란REVIEW/Dance 2023. 11. 6. 23:46
호페쉬 쉑터 컴퍼니의 〈Double Murder - Clowns〉(이하 〈Clowns〉)에는 굼뜨고 굽신거리는 몸과 어기적거리는 스텝이 전면에 자리하며, 단속적이고 급작스럽게 출현하는 살해 장면을 끊임없이 중화시키며 나아간다. 이 스텝은 움직임의 원천으로서 현실의 재현적 이미지에 달라붙고 움직임 자체로 귀환하는 차원에서, 새로운 시작점을 가능하게 한다―뒤이어 상연된 〈Double Murder - The Fix〉)에서도 이 스텝은 반복된다. 따라서 그것은 또 다른 예기치 않은 폭력 역시 가능하게 한다. 여기서 살해는 끊임없이 죽고 죽이는 일종의 놀이이며, 또 갱생하고 한 번 더 이를 반복한다는 점에서 원형적 모티브를 이룬다. 결과적으로 이는 살해에서의 관계 양상이나 전후의 맥락을 거세시킨다는 점에서, 원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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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다페 The New Wave #] 정제공장프로젝트, 〈Same Old Story〉: ‘연결을 위한 움직임’REVIEW/Dance 2023. 11. 6. 16:58
정제공장프로젝트의 〈Same Old Story〉(안무: 박선화, 출연: 옥골선풍, 박선화)는 음향과 움직임의 동기화를 움직임의 메커니즘으로 가져가는데, 언어와 움직임의 관계에서 기표의 자의성이 전제되고 언어-움직임의 배치에 있어서 역시 자의적이다. 곧 언어와 움직임 간에는 필연적인 관계성을 찾아내기 힘들다. 그것은 재현도 설명도 아닌 그저 어떤 옮김이다. 동시에 짧은 단위의 어구들이 단속적으로 뒤섞이며 움직임의 변화가 발생하는 과정에서 엄밀하게 문장의 연결이나 서사의 구조가 자리 잡는 것 역시 아니다. 음향은 또 움직임은 그것의 논리적이고 합목적적인 구성이 아니라, 일종의 샘플링과 리믹스로써 발현되는 대상으로 자리한다. 움직임의 동기 혹은 동력은 음향의 전화에 있으며, 음향은 닳을 일 없지만, 움직임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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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B GROUP, 〈BARCODE〉: 자본주의 사회의 병리학적 신체에 대한 어떤 감각들REVIEW/Dance 2023. 11. 6. 16:54
TOB GROUP의 〈BARCODE〉는 꽤 자극적이고도 감각적이다. 전자가 내용적 질서라면, 후자는 형식적 차원이다. 이 둘은 자본주의 문명의 현대인에 대한 재현적 차원에서 결합한다. 무성영화의 영사기를 활용한 시작과 같이 〈BARCODE〉는 현실을 감각하는 데 여러 장치들을 거침없이 가져오는 편이다. 이는 멀티미디어적인 활용에 닿아 있다. 또는 움직임과 오브제를 결합하거나 이용하기도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움직임의 모티브는 변형되어 나오는 다프트 펑크(Daft Punk)의 〈Technologic〉에서 ‘전적으로’ 얻었다고 할 수 있다. 전적이라는 건 음악이 움직임을 통해 체현되었음을 의미한다. 곧 음악이 배경이 아니라 움직임을 통해 시각화되는 것에 가깝다. 그리고 이 노래는 자본주의 문명에서의 억누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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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용 안무,〈정글-감각과 반응〉: 스펙터클은 오늘날 가능할 수 있을까REVIEW/Dance 2023. 11. 6. 16:29
〈정글-감각과 반응〉은 무용수들의 꽉 찬 몸짓과 무대를 통해 과잉과 충만의 스펙터클을 향해 끝없이 나아간다. 비교적 밝은 무대 위에서 모든 무용수가 서 있고, 곧바로 음악과 함께 무대가 시작됨이 이를 선취한다. 붉은색 계열로 된 보색 대비의 천들이 얼키설키 누빈 원반 오브제가 무대 꼭대기에 달려 있고, 그 아래 붉은 조명이 “정글”의 분위기를 구성한다. 음악은 즉물적이고 직접적으로 신체를 강타한다. 브레이킹과 유연함이 뒤섞인 채 그 강도가 감축되지 않는 맹렬한 움직임은 강렬함의 정서와 동물적인 신체를 재현한다. 곧 〈정글-감각과 반응〉은 “정글”이라는 배경을 “감각”의 세기와 직접적인 ”반응“의 차원으로 구성한다. 이 외에 더 다른 수식과 묘사가 필요한지는 의문이다. 한 명이 그를 보는, 곧 관객과 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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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Dance 2023] ‘노화하는 몸’: 노화라는 옷 혹은 두께REVIEW/Dance 2023. 11. 6. 16:04
SIDance ‘노화하는 몸’은 비교적 나이가 많은 안무가들의 무대를 한데 모음으로써 노화하는 몸이라는 주제에 대해 즉물적인 재현의 관계를 만든다. 몸을 전면에 내세우는 무용이라는 장르에 있어 노화는 노장의 투혼이라는 어떤 수식어가 아닌 곧 주체의 생물학적인 감산이 아닌 다른 재현의 형식을 시도할 수 있을까. 이는 일종의 노화하는 몸을 아우라를 가진 주체로 치환하는 것이 아닌 다른 접근을 의미한다. 가령 제롬벨의 〈루츠 푀르스터〉(2010)의 경우, 피나 바우쉬의 부퍼탈 탄츠테아터에서 30년간 피나와 함께 활동했던 무용수 루츠 푀르스터를 무대의 일부가 아닌 전면의 주인공으로 내세우는데, 사실상 움직임 자체를 충만하게 만드는 건 나아가 완성하는 건 허름한 무대와 그의 이야기다. 곧 움직임과 움직임 사이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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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은정, 〈Lump of rice〉: 트랜스라는 파편들REVIEW/Dance 2023. 11. 6. 15:24
임은정의 〈Lump of rice〉는 서울남산국악당 극장이 아닌 야외 남산골한옥마을 마루에서 진행되었다. 세 명의 무용수는 의식을 지운/비운 상태로 누워 있고, 트랜스 상태를 예비한다. 임은정은 엄밀하게 동작을 구조화하기보다는 분위기의 구조를 구성하려 한다. 그 안에서 퍼포머의 역량은 제각각의 개성과 고유의 시간성을 띠고 드러나게 된다. ‘쌀더미’라는 뜻의 제목은 이런 뭉뚱그려진 몸이 파편적으로 차이의 몸으로 확산되어 갈 수 있음을 잠재하고 있다고 보인다. 그에 맞춰 영상 작업인 〈우리세계〉(임은정, 〈우리세계〉, 2023, 단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12분.)가 야외에서 상영되고 있었는데, 죽은 듯한 더미와 나지막한 움직임과 사운드를 광각의 배경 아래 얹힌다는 점에서, 그것은 다분히 숭고함과 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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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틀리스 무용단(Restless Dance Theatre), 〈노출된(Exposed)〉: 재현 불가능한 혹은 재현 너머의 현존REVIEW/Dance 2023. 11. 6. 15:00
테크닉은 신뢰와 직결된다. 자연스러움과 매끈함이 동시에 충족될 수 있으며 하나의 계열이라는 믿음이 그것에 따라붙는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있는 레스틀리스 무용단의 〈노출된〉은 그러한 전제로부터 요동친다. 그러니까 우리는 그 몸짓 자체를 추종하거나 그 몸짓이 향하는 의미의 계열을 구성하기 위해 몰입하지만, 그 몸짓을 의심하지는 않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레스틀리스 무용단에서 움직임은 그런 차원에서 몸짓에 선행하는 것, 곧 몸 혹은 감정이 몸짓 앞에 있다고 선언한다, 또는 드러낸다(exposed). 따라서 극단적으로는 몸은 멈추거나 해서 강조되고 감정은 연기되는 데서 나아가 폭발적인 것으로 드러난다. 몸은 몸짓에 선행하고 감정은 몸짓을 앞지른다. 마지막 장면에서 모든 무용수가 옷을 걷어붙이고 맨몸을 드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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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동 안무, 〈리듬의 측〉: 움직임이 곁에 머무는 방식REVIEW/Dance 2023. 9. 12. 00:35
〈리듬의 측〉은 하나의 평면에 속한 ‘사회’적 존재들을 가시화한다. 이는 개인을 초과하는 거대한 배경을, 이를 부분으로 축소하고 해체하는 개인의 주체적 역량을 동시에 지시한다. 이는 그 사회가 유기적인 질서와 통합된 풍경으로서 존재하거나 긴밀한 관계들의 연속으로 진행되는 곳이 아님을 이야기한다. 오히려 존재는 우연적이며 우연에 의해 존재가 탄생한다. 무작위성이라는 ‘원칙’은 질서와 규칙, 상승과 하강의 흐름이 부재함을 의미하며, 단지 움직임의 차이와 반복이 끊임없이 나타나는 환경을 구성한다는 점에서 가장 평평하고 창발적인 장이 된다. 그렇다면 이는 동작에 대한 충실도를 요청하는가. 아님 그것이 하나의 환경이라는 명제를 내세우는가. 곧 형식으로 그치는가. 아니면 어떤 이념을 내포하는 것인가. 〈리듬의 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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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진호 안무, 〈갈라〉: 밀도를 구성하는 방법REVIEW/Dance 2023. 8. 7. 02:16
〈갈라〉는 대상에 대한 강렬한 사로잡힘을 의도한다. 무용수들의 움직임은 매우 과격하며, 급속하게 클라이맥스로 치닫는다. 이러한 움직임은 갈라 공연에 관한 어떤 환영이다. 〈갈라〉는 백스테이지의 광경을 소환하며 무대의 시간과 그 바깥의 시간을 혼합하며 ‘갈라’로서의 실재를 이미지로 연장한다. 막이 걷히기 전 정면을 향한 두 남녀 무용수의 모습은 막이 올라가며 본격적인 무대가 펼쳐지는 가운데, 흩어진다. 그 둘은 하나의 무리에 속하며, 그 둘의 이전의 모습은, 그리고 행위에서 움직임으로 변화하는 순간은 순식간에 사라진다. 사실상 가장 전면의 무대가 백스테이지였다는 점에서 관객의 시선은 전도된다. 관객은 그 둘의 뒷모습에서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게 되며, 순간적으로 관객의 신체는 무대 바깥의 장소를 체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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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무용단(안무: 뭎), 〈캐스케이드 패시지〉: 극장이라는 서사REVIEW/Dance 2023. 8. 7. 01:25
〈캐스케이드 패시지〉는 극장 공간의 변용에 초점을 맞춘다. 〈캐스케이드 패시지〉 역시 극장이 무수한 장비와 장치의 계열체로 인지되는 건 바텐이 천천히 내려오는 것과 같은 일종의 실험적 장면으로서의 클리셰에 의한다. 극장의 변용은 이 같은 수직 구도의 오르내림과 함께 관객의 분류와 배치, 마지막으로 문학적 서사의 도입에 의한다―극장에 들어서기 전 매표소에서 준 공연 프로그램과 굿즈가 담긴 바인더의 사전 정보 역시 이에 포함된다. 엠유피 여행사(M.U.P. Travel)를 전유한 뭎은 다크투어리즘 역시 전유한다―“캐스케이드 패시지는 체르노빌 다크 투어와 더불어 미래의 중요한 관광산업이 될 것입니다.”. 여기에는 실제 재난과 상흔, 흑역사에 대한 고찰이 부재하는데, 가상의 시공간을 전사로 내세우고 이후 감각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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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무용단, 〈산조〉: 이미지가 갖는 구성적 힘REVIEW/Dance 2023. 8. 7. 00:22
〈산조〉의 시작은 무대 전면에 달린 지름 6m의 대형 바위 구조물과 한 명의 무용수의 대칭 구도로 시작된다. 어둑한 위쪽 부분에서 조금씩 밝아진 거대한 인공 바위의 질감은 그것이 결코 실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는 동시에 결코 무겁지 않을, 텅 빈 물질의 이미지임에도 그 부피에 대한 거대한 체감으로써 실제 흔들리는 움직임의 자장을 은폐하고 있는 것으로도 보인다. 동시에 표면적으로는 촉지적인 감각으로 움직임의 흐름을 담지하며, 무용수의 부푼 치마는 이 바위에 대한 메타포이거나, 또는 그 바위에 대응하는 확장된 부피로 자리한다. 곧 무용수의 제자리에서의 부상과 그 무게감이 내는 정중동의 움직임은 줄에 매달려 멈춰진 사물로 수렴될 정도로 극도로 정제되면서 거꾸로 거대한 이미지의 질서에 속한 하나의 점이 되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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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아트센터 제작/이오진 연출,〈댄스 네이션〉: 다양성의 몸들이라는 수행성, 그리고 이야기되지 않은 주체들의 발화REVIEW/Dance 2023. 6. 1. 00:18
〈댄스 네이션〉은 댄스 학원에 다니는 일곱 명의 10대 청소년들의 춤 경연대회를 전후로 한 삶의 변화를 다루는데, 춤 자체보다는 춤을 경유한 세계의 확장에 초점이 맞춰진다. 춤은 그 자체로 감각되기보다 내용의 일부가, 사유의 매개가, 공연 바깥의 메타적 기호가 된다. 경연대회를 나가기 위한 연습과 경연대회에서의 춤, 그리고 발화의 연장에서 순수한 무대 표현으로서의 춤까지 춤은 많은 시간 무대를 잠식하지만, 이 같은 춤은 연극에서의 통상적인 움직임이 움직임 그 자체의 심미적 자족성을 갖기보다는 표현의 효과를 높이기 위한 기능적 차원으로 이해되는 것과 같이, 일견 발화의 연장선상에서 장면을 구성하는 과정 안에서 이해되는 측면이 크다. 〈댄스 네이션〉에서 춤은 존재들의 본질이고 내면인 반면, 춤의 표현성은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