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ce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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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극장 쿼드X즉각반응, 〈엔드 월 - 저 벽 너머에는 뭐가 있을까?〉: 문학의 견지에서 타자성을 구성하기REVIEW/Theater 2026. 5. 8. 13:10
〈엔드 월 - 저 벽 너머에는 뭐가 있을까?〉(이하 〈엔드 월〉)는 한쪽 끝 벽에 깔려 죽은 주인공 아성이, 질문을 통해 이전의 시간으로 반복해서 돌아가며 죽음의 원인이 아닌, 그 상황 속에 자신의 행위에 개입된 자신의 의식을 탐문해 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죽음 직전의 상황과 친구들과의 추억이 계속해서 소환된다. 자신을 성찰하는, 자신을 화두로 삼는 이 과정은 문장의 빈 공간을 찾고 거기에 들어갈 적합한 말을 찾는 글쓰기에 비유되는데, 곧 아성이 본인의 죽음과 관련한 자신의 서사를 써 내려가는 작가로서 사건과 한 인물에 대한 접근이 이뤄짐은, 한편으로는 애도의 차원 바깥에서, 다른 한편으로는 원한 감정의 차원을 넘어, 한 인물에 대한 서술의 차원이 문학적으로 승화됨을 의미한다. 또 다른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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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돌파구, 〈키리에〉(장영 작/전인철 연출): 죽음을 경유한 사랑으로의 도약REVIEW/Theater 2026. 5. 8. 12:53
〈키리에〉는 자신이 건축한 집이 된 영혼(최희진)을 죽음을 앞두고 찾아온 존재들이 그와의 죽음이라는 공통분모를 안고 어떤 비지각적이고도 무매개적인 접촉 아래, 일종의 고해성사적 독백을 통해 삶을 다시 추스르고 도약하는 과정을 되풀이한다. 일종의 영혼의 싸개로서 집은 영혼의 물리적 연장이자 또 다른 신체를 수용하며 그것을 지각하는 신체의 전면화된 재분절로서, 정신이 신체로 이완―탈영토화―되면서 정신-신체라는 반죽의 동일한 밀도를 띠는―재영토화되는―, 그리하여 거대한 하나의 기관, 혹은 기관 없는 신체가 된 집이 된다. 그때 들어오는 영혼들은 역설적으로 비워진 정신의 영역 아래, 정신을 그 확장된 신체에 이완할 수 있는 역량을 부여받는 것과 같다. 〈키리에〉는 이처럼 죽음 ‘이후’와 죽음 ‘직전’을 맞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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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안전연극제 : 면역력] 송정현, 〈정현 씨는 문화예술도 모르면서 왜 ‘포항장애인문화예술활동센터’를 만들었는가?〉: 예술의 형식으로서 정치적 발화가 갖는 어떤 효과들REVIEW/Performance 2026. 5. 7. 16:43
송정현의 〈정현 씨는 문화예술도 모르면서 왜? ‘포항장애인문화예술활동센터’를 만들었는가?〉(이하 〈정현 씨는〉)는 그 제목 이후, 포항장애인문화예술활동센터를 그럼에도 왜 차렸냐라는 질문에 대해 그가 주는 답을 좇아가는 과정 자체다. 송정현은 센터의 설립 미션과 비전을 주창하는, 이른바 단상에 오른 연사인데, 이는 장애인보다는 시민의 자격으로서 그러하다. 사실상 그 말은 센터 자체의 구체적인 사실들, 곧 센터의 연혁, 프로그램, 규모, 활동 사항, 운영 원리 등 센터가 갖는 실질적 차원의 제반 요소들을 대체하고 있는데, 그러니까 그 센터가 대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앞서 주체를 향하는 이 질문은, 이러한 꿈의 추상적이고 거대한 윤곽이 얼마나 비현실적이고 공허한지에 대한 의심이 아니라, 예술과 어떻게 그의 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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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안전연극제 : 면역력] 《소거된 몸짓: 연극in 미게재 희곡 작가 페스티벌》: 희곡 스스로 한 발 나아간 자리, 그리고 사라진 시간으로부터 발화하기REVIEW/Theater 2026. 5. 7. 16:32
《2026 안전연극제: 면역력》은 기획의 하나로, 《연극in》의 희곡 공모에 당선되었지만 《연극in》이 잠정 휴간되며 끝내 미게재된 여섯 편의 희곡을 《소거된 몸짓: 연극in 미게재 희곡 작가 페스티벌》(이하 《소거된 몸짓》)에 ‘싣는다’. 이는 제도가 가져온 2년간의 “기다림”과 “공백”을 작가 스스로 돌이켜보고 발화하며 희곡만이 아닌, 그것과 결부된 주체의 자리를 현상하고, 곧 그들이 가진 제도에서 버려진 자의 당사자성을 토대로 그들 스스로 자신의 희곡을 무대로 확장하고 변주하는 능동적 주체의 자리에 두게 함으로써 제도의 공백에 대한 면역력을 키울 수 있도록 한다. 크레디트에는 여섯 명을 “참여작가(미게재 아님)”로 재명명하는데, 이는 곧 게재를 의미하는 동시에 그 전사를 소급한다. 이는 미게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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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노 세갈, 《티노 세갈》: 티노 세갈이라는 경계로서 장치(물)REVIEW/Performance 2026. 5. 7. 16:24
티노 세갈의 전시 《티노 세갈》은 간략하게 말하면 무언가 신체 움직임으로부터 ‘발생’하는 것들에 대한 것인데, 실제 전시명은 그의 이름으로 지어졌기보다 임시적으로 고착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자기 소급적 차원에서 티노 세갈의 고유성을 준별하되 전시로써 발생하는 무언가의 ‘더’ 부가된 관념의 자리를 그의 이름으로 재처리하는, 메우는 구멍 마개의 차원에서 그를 전시로 부르‘게 된다’―기존의 전시를 그가 아닌 것으로 정의한다(그런데 개인전, 곧 그의 전시라고 하면 그것을 다시 보통의 관념으로 되돌린다). 그러니까 ‘티노 세갈’은 까다로운 대상인데, 그것은 전시명을 짓지 않음으로써 이것이 전시와 다른 무엇이며, 실은 전시가 아니지만 전시의 틀로서 그것을 바라볼 수밖에 없는 모순을 일으킨다. 곧 이 전시가 아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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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렁크씨어터프로젝트, 〈김치찌개 웨스턴: 밥주걱과 45구경 권총의 결투〉: 어떤 구멍들이 보여주는 한국 사회에 대한 징후들REVIEW/Theater 2026. 5. 7. 16:14
김치찌개 웨스턴: 밥주걱과 45구경 권총의 결투〉(이하 〈김치찌개 웨스턴〉)는 스파게티의 본고장으로 익숙한 이탈리아에서 양산된 서부극을 칭하는 ‘스파게티 웨스턴’을 한국식으로 전유한 “김치찌게 웨스턴”이라는 일종의 장르적 수식 아래, 『흥부전』의 형제 간 갈등의 서사를 덧입힌다. 스페인 배경에 저예산 촬영, 선과 악의 구분이 모호하며 폭력으로 점철된 스파게티 웨스턴의 특징은, 극단의 이름처럼 트렁크에 가지고 다닐 수 있는 정도의 미니어처 무대 위에서 퍼펫과 오브제 등을 통해 연장되며, 토건국가의 개발독재와 자본주의 시스템으로 와해된 지역 공동체를 배경으로 냉혹한 상속 분쟁의 현실로 분화한다. 결국 남매간의 총질이라는 클라이맥스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근대 이후의 발전상과 국민 의식의 전환과 변화가 압축적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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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DAFE 2025] Ema Bertaud, 〈Recherche Mirages〉: 단속적 빛 아래 신체성REVIEW/Dance 2026. 5. 7. 16:00
빈 무대에는 두 개의 스탠드 조명이 놓이고, 무대 오른쪽에 조명만 켜져 있는 채 객석에서 Bertaud가 무대를 오른다. 이 첫 장면, 등장 장면은 극장의 경계를 지시하기 위함보다는 이 조명과 Bertaud의 관계성, 그로부터 조명에 대한 의미를 부여하기 위한 조건이다. 그리고 이어진 다른 한쪽의 조명 역시 켜짐은 이 조명의 신체적 형상―Bertaud의 신체로부터 유비되며 Bertaud로 다시 이전되는 앞선 조명으로부터―을 드러내며, 하나의 관계적, 유기적 장을 구성하는 의식적 큐의 일환이다. 전체 구성의 동력에는 온오프의 이진법적 산출의 도식이 전제되며 그것은 하나의 켜짐과 같이 그것의 꺼짐을 예비한다. 닫힘 이전의 일시적인 기호의 작동 속에 신체는 (그 조명을 받으며 또는 그것의 응시를 떠안으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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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레디메이드, 〈제일 가까운 장애인화장실이 어디죠?〉: 원작 이후의 마법, 수행, 실재라는 배가되는 차원들REVIEW/Theater 2026. 5. 6. 15:20
프로젝트 레디메이드의 〈제일 가까운 장애인화장실이 어디죠?〉(연출: 강보름)는 동명의 희곡(작: 천쓰안, 번역: 김우석)을 수행성의 차원에 입각해 전유하는데, 이는 말 그대로 실제를 그대로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실제의 자리에 다른 실제를 끼워 넣는 방식에 의해 그러하다. 곧 대학로예술극장의 장소 특정적 연계와 재배치, 그리고 중국 인플루언서 자오홍청(趙紅程)의 실화를 바탕으로 쓴 동명의 희곡을 또 다른 “휠체어인” 조우리 배우가 연기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중국이라는 배경과 그곳에서 살아가는 존재를 고스란히 가져올 수 없는 재현의 간극은 수행성과 경합하는데, 그것은 원작의 ‘완벽한’ 재현이 아니라 현재의 다른 차원을 공진시키며 그 차이를 간극으로 그대로 표시하는 것과 같다. 강연을 앞둔 청즈가 대기실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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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이온, 〈갈대밭의 에듀케이션 葦原のエデュケーション Reed Field Education〉(작/연출: 김상훈): 불가능성의 가능성으로서 커뮤니케이션REVIEW/Theater 2026. 5. 6. 15:12
조합을 위한 모듈 〈갈대밭의 에듀케이션〉(이하 〈갈대밭〉)은 두 사람의 대화로 이뤄진 동명의 한 희곡을 영어·일본어·한국어 세 개의 언(어 중 두 개의 다른 언)어를 교차시키고 변형하여 반복하는 구조로 진행된다(Ⓐ). “모듈 구조”로 정의된 이 같은 형식은 일본과 한국의 배우가 섞인 Ⓐ 버전과 한국 배우만으로 이뤄진 Ⓑ 버전으로 나뉘는데, 두 역할에 대한, 다른 둘의 조합이라는 원칙과 다른 언어 간 교환은 일종의 경우의 수를 전제하며―거기에 배가되는 움직임의 유무가 부속된다.―, 이 역할-언어-존재의 차이는 일종의 확률에 따른 자의적 구성을 동반한다(는 점에서 모듈이라는 하나의 원칙으로 수렴한다). 여기서 역할과 언어와 존재는 ‘긴밀하게’ 묶여 있지 않은데, 따라서 더 많은 조합이 가능하다. 역할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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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toko + 하상철, Marina, 《침묵만이 배반하지 않는, part. 1》(큐레이터: 윤태균): 예술의 조건(에 대한 이념)과 소리로써/로서 이념REVIEW/Visual arts 2026. 5. 6. 14:59
Motoko+하상철과 Marina의 《침묵만이 배반하지 않는, part. 1》에서 윤태균 큐레이터는 언어의 빈자리―‘침묵’―에 예술 자체의 목소리를 두려는 일종의 강령적 언어로서 서문을 발화한다. 이때 과잉되고 관념적이며 또한 주지주의적인 그의 언어는 하나의 결론을 향해 닫히면서 작품의 자리를 보전하는데, 곧 자신은 순수 언어로서 사라지는데, 이는 역설적으로 언어 자체만을 지시함으로써 또는 언어로서 닫힘으로써 그 ‘바깥’의 세계가 가진 역능을 상정한다. 이때 그것은 낭만적인 차원에서 전제되는데, 그곳은 언어가 미치지 못하는, 미칠 수 없는, 미쳐서는 안 되는 곳이기 때문이다. 60년대 수전 손택의 ‘해석에 반대한다’ 식의 유사 논지는 한편으로 실제 현장에서 무차별하게 생산되는 언어, 그러니까 전시와 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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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동비둘기, 〈걸리버스 3〉: 불가능한 실재를 매개하는 방식들REVIEW/Theater 2026. 5. 6. 14:48
성북동비둘기는 조너선 스위프트(1667-1745)의 『걸리버 여행기』 4부작의 하나씩 순서대로 ‘걸리버스’ 연작을 발표해 오고 있는데, 〈걸리버스 3〉는 그 세 번째 작품으로, 천공의 섬 라퓨타를 모티브로 한다. 특정 학문 체계에 몰두하여 현실과 단절되며 매몰된 시각 체제를 갖고 있는 이 하늘에 떠 있는 섬은, 연극 입시의 부정성과 부조리성의 차원에 대한 메타포로 재조각된다. 무대 위 배우가 되고자 소망하는 입시생의 ‘장면’으로부터 부조리한 입시 체제의 현실을 들추어내는 것으로 확장되어 간다. 입시 카르텔에 대한 국정감사 현장이라는 현실에 대한 핍진한 묘사와 풍자가 대단원을 이루는 가운데, 〈걸리버스 3〉는 “연극 입시 지정 희곡”으로 알려진 희곡들이 연쇄적으로 병치되는 구조를 갖고 있는데, 이는 일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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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적, 〈내가 살던 그 집엔〉(마정화 작, 이곤 연출): 여성의 역사와 여성의 글쓰기, 그리고 여성의 연대REVIEW/Theater 2026. 5. 6. 14:40
〈내가 살던 그 집엔〉은 1970년대 후반의 격동의 시기에 각자의 질곡 어린 삶을 겪어냈던 ‘마마’와 ‘엄마’ 두 여성 인물―실은 두 명의 엄마인데, 마마는 화교로 중국어로 마마는 엄마와 같다.―을 주축으로 이 사이에서 ‘나’는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전하며, ‘마마가 살던 그 집’에 가서 베트남 이주 여성 꾸엔을 만나 마마와 엄마의 이야기를 마침내 완성한다. 1막이 엄마가 들려준 이야기로, ‘나’(곽지숙)가 엄마(정다함)에게 비친 상대역으로서 마마로 분한다면―엄마와 ‘나’가 내통한다.―, 2막은 마마가 들려준 이야기로, 마마(심연화)와 엄마의 이야기가 ‘나’에게 펼쳐진다―‘나’가 그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기도 하다. 3막은 꾸엔(전형숙)의 이야기이자 꾸엔을 경유해 엄마와 나나 그 둘을 다시 불러오고,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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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케이댄스, 〈히야〉: 사물-존재-무대의 동시적인 큐REVIEW/Dance 2026. 5. 5. 22:02
리케이댄스의 〈히야〉는 입에서 꺼낸 파란 비닐 봉지는 공연 전반을 관통하는 상징이자 모티브가 되는데, 이는 이후 파란색을 걸치고 두른 무용수들의 색면 공간의 확장으로, 미세한 떨림과 소음을 가진 커다란 파란색 비닐봉지의 물질성으로, 무대 좌우의 중첩된 막들과 스크린의 빛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정면을 향한 채 한 남자가 무심하고도 표정 변화 없이 입 안에서 꺼내는 그 비닐은 신체에 들러붙는 접착성과 끈적거림의 기호라기보다는 신체와 독립적인 사물, 신체에 대한 우연한 개입의 산물인 것처럼 수행되는데, 이때 그것은 하나의 색이자 신체로서 독립성을 보장받게 된다. 그러니까 파란 비닐을 하나의 주어로 만드는 공작, 파란 비닐 바깥으로 세계가 구성되는―마치 파란 비닐이 인간의 죽음을 뚫고 새로운 생명 존재로 거듭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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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TZ Company/안애순, 〈나비존〉: 장소를 나타내기 혹은 장소로서 드러나기REVIEW/Dance 2026. 5. 5. 21:48
〈나비존〉은 독특하게도 두 명/팀의 안무가가 공동 안무를 전제하는데, 이는 한-이탈리아 수교 140주년을 ‘기념‘한 공동의 이상적 이념을 단순하고 투박하게 취한 형식의 일환으로, 결과적으로는 1부와 2부를 나누어 각각 이탈리아 듀오 FRITZ Company(이하 FRITZ)와 안애순이 맡는 것으로 결정―이는 그 수용의 차원에서 배타적인가 아님 절충적인가―된다. 아무튼 두 부분은 마치 하나인 것처럼 이어지는데, 여기에는 제목에서의 ‘나비가 위치하는 상징적 지점’으로 출현하는 뚜렷한 분리 구간이 그 틈을 초과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그 바깥을 전적으로 채우는 다섯 명의 무용수는 창덕궁 낙선재에서 하나의 공통의 매체로서 두 안무가의 상호 영향력까지를 드러내는데, 곧 무용수의 시험 혹은 실험적 차원의 수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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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텐 스팽베르크 Mårten Spångberg, 〈나튼 - 홀딩 어 캐슬 Natten – Holding a Castle〉: 밤을 통째로 붙잡는 법 혹은 통과하는 법REVIEW/Performance 2026. 5. 5. 21:16
마텐 스팽베르크의 〈나튼 - 홀딩 어 캐슬〉은 옵/신 페스티벌 2025의 주제어인 ‘환상’에 대한 집요하고 더딘 탐구로, 그 장광설 같은 1인칭 시점의 내러티브는 일종의 사변적 소설에 가깝다. 스팽베르크 자신이 옵/신의 예술감독으로서 이 작품이 축제에 대한 그의 이념을 자신의 작품으로 증명하는 셈이 되는 것인데, 그것은 문학이라는 매체의 토대를 확장된 형식으로 전파하고 있다―무대, 음악, 안무 모든 차원에서 〈훰닝엔〉의 연장선상에 있는 이 작업의 독특함 역시 이 부분이다. 곧 그가 쓴 것이 확실한 하나의 소설이 김신우의 내레이션에 입각한 주로 이민진, 박진영 둘의 움직임이 만들어지고, 225분이라는 사전 계획된 시간을 완성하게 된다. 여기서 화자인 ‘나’의 성별이 특정될 수 있는 건 번역에 따른 가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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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디를 마실 것 같은.》(기획: 이성휘, 이선주): 회화의 어떤 분기점들, 그것이 시작되는 시점들REVIEW/Visual arts 2026. 5. 5. 21:08
강예빈, 회화적 얼룩. 강예빈의 연이어 배치되어 있는 네 개의 그림, 고양이를 아래로 내려다보는 여자를 그린 〈Moment〉(2025, oil on canvas, 162.2×97cm.), 모노크롬에 가까운 〈Turbidity〉(2023, oil on canvas, 65.1×53cm.)와 〈The Back of the Eyelid〉(2025, oil on canvas, 45.5×37.9cm.), 무희들을 부감 쇼트 시점에서 그린 〈Embers〉 (2025, oil on canvas, 130.3×97cm.)는, 모두 하나의 비가시적 원의 형상을 구현한다는 점에서 공통되는데, 은밀하게 또는 명확하게 드러난 그 원형의, 각각 빛, 어스름함 또는 얼룩(2), 치마는 추상과 구상의 일반적인 구분을 내파하는 회화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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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은, 청각이 다양한 세계를 경유하는 방식들REVIEW/Visual arts 2026. 5. 5. 20:34
김영은의 작업들 대부분은 청각의 자리를 시각의 그것보다 앞세우는데, 이는 빈 배경 위에 적히는 자막이 거의 유일한 시각적 기표로 자리함을 의미한다. 사운드는 언어를 명시하는 목소리와 그 밖의 비언어적 소리로 나뉠 수 있는데, 이는 보이스 오버 내레이션이 화면을 대부분 잠식하고 이끌어가며 그것에 대한 단일한 주체의 의지가 투여됨을 의미한다. ‘미래의 청취자들에게’ 시리즈―〈미래의 청취자들에게 III〉(2025. 단채널 비디오, HD, 컬러, 사운드(스테레오), 12분.), 〈미래의 청취자들에게 I〉(2022. 단채널 비디오, HD, 컬러, 사운드(스테레오), 8분.)―는 다른데, 이는 그것이 내레이션이 주축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사운드 편집 소프트웨어들을 사용해 목표로 한 사운드를 변용시키는 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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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파, 《GORE DECO》: 깊이, 구멍, 말을 차폐하는 절편적 기호의 증식REVIEW/Visual arts 2026. 4. 24. 21:03
《GORE DECO》를 통해 새롭게 도입된 가장 눈에 띄는 요소는 타투이다. 실크스크린으로 처리된 이 부분은 그야말로 신체에 새겨진 것이 아니라, 찍힌 것인데, 이는 역설적으로 핏빛 내장으로서 피부에 또다시 파고들어 녹아든 지표적 흔적으로서가 아니라 그림과 분리되는 순수한 기표들의 놀이로서 회화 ‘위’에 쌓이며 그것을 회화로 (자신을 타투라는 이미지―이는 일종의 접착된 스티커다.―로) 지시한다. 앞서 끊없는 내장의 연결망으로 직조된 작가의 시그니처와도 같은 화면은 작가가 이야기한 “남성적 숭고”, 아마도 팔루스적 신체 기관의 독립된 지위와 그것의 지배성을 부정하고 비판하려는 차원에서 이뤄지는 육체의 절편화, 증식하는 절편들, 절편들의 연결-접속의 체계, 조망되지 않는 세계로서 육체를 가설하는 것으로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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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풍년 작/연출, 〈무릎을긁었는데겨드랑이가따끔하여〉: 이행을 위한, 이행에 의한, 이행에 대한REVIEW/Theater 2026. 4. 24. 20:19
〈무릎을긁었는데겨드랑이가따끔하여〉(이하 〈무릎을〉)는 버스킹을 하는 남자가 자판기 밀크 커피 한 잔을 먹기 위해 부족한 잔돈과 기능하지 않는 지폐만 갖고 있는 단순한 상황을 모티브로, 공연에서 주지하는 것과 같이, 밀크커피가 몸에 들어갔을 때 전해지는 신체적 효과, 화학 작용을 제한 없는 상상력과 다매체적 활용을 통해 확장하고 증폭시킨다. 중요한 건 서사(의 개연성) 자체가 아니라, 서사를 수행하기, 서사를 어떻게 수행함으로써 효과를 구성할 것이냐에 있다. 무대 좌측, 비슷한 높이로 매달려 있는 돈을 넣는 파란색 페인트통, 전동 드릴, 종이컵 디스펜서는 자판기 관리자가 보는 자판기를 환유하며, 자판기 관리자에게 그 의미를 허락하는 또는 자판기 관리자가 그 의미를 다룰 수 있는, 해체된 자판기의 부분들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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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범석 작/윤한솔 연출, 〈활화산〉: 재현의 경계에서REVIEW/Theater 2026. 4. 24. 20:05
〈활화산〉은 1970년대 새마을운동을 선전하기 위한 목적을 지닌 연극으로서 이는 예술이 현실 정치를 위한 수단으로 복무하려는 예외적 경로로부터의 산출이다. 그것의 부정성에 대한 물음 이전에 그것이 가능한가의 물음이 선행될 필요가 있는데, 한편으로는 예술의 자율성을 완전히 포기하는 것이, 다른 한편으로는 예술의 다의성 혹은 불가해성을 완전히 차단하는 것이 가능한가라는 물음이다. 그것이 한편으로는 프로파간다 연극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일상을 반영하는 리얼리즘 극이라면, 후자는 전자의 목적을 위한 차원에서 온전히 조작될 수 있을까. 여기서 재현은 하나의 시대와 또 다른 하나의 시대를 보여주며, 그 둘의 뚜렷한 간극을 갖는다. 그 시차로부터 (또 다른) ‘목적’이 들어선다. 곧 이 둘의 간극은, 도약에 가까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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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민 작/연출, 〈전기 없는 마을〉: 인공지능의 시대에서 진정으로 인간적인 것에 대한 질문REVIEW/Theater 2026. 4. 22. 22:58
〈전기 없는 마을〉은 인공지능과 인간의 무경계성, 그리고 인공지능의 세계 내 자의식의 탐문을 그린다. 물론 여기서 인공지능은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의 한 요소로서 갖는 비실재성은 그가 속한 세계는 그의 관점에서는 온전한 하나의 세계라는 점에서, 그는 그 안에서 실재성을 띤 존재가 된다. 이 부분에서, 인공지능은 자신의 세계에 대한 경계를 자각하는 안드로이드의 표면에 상응한다. 곧 인공지능은 우리와 (거의) 같은 세계를 살아간다는 점에서, 적어도 우리가 인식하는 인공지능이 아닌, 우리가 알던 안드로이드로 정의하는 게 더 타당해 보인다. 나아가 그들은 자신이 속한 세계의 경계를 뛰어넘어 인간과의 균열 없는 소통을 하며 그 과정에서, 그들의 몸은 인간의 세계에서 인간과 다르지 않음, 더 정확히는 그들이 속한 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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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은길 연출, 〈후-하!〉에 대한 주석: 악화를 거듭한다는 것…REVIEW/Theater 2026. 4. 22. 22:48
2023년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사태를 다루는 주은길 연출의 〈후-하!〉는 당시 현장의 재현과 함께 그 사태의 경위를 좇아가며 다양한 주체, 당사자의 호명을 통해 입체적으로 이를 복원해 내며 해석의 가능성을 만들어 낸다. 곧 파행과 논란의 사건, 전 세계에서 온 4만 3천여 명의 스카우트 청소년들이 물에 잠긴 야영지와 땡볕을 피하기 힘든 환경 속에서 온열환자가 되는 점입가경의 상황은 곧 이에 대한 한국 사회의 판단과 고찰의 몫 역시 혼란스러운 풍경에 고착되었다는 인상을 준다. 연극 〈후-하!〉는 이 사태를 다룬다는 점에서 일단 흥미로운데, 이 사건은 떠들썩한 이슈이자 뉴스의 중심으로 부상했지만, 한편으로 뉴스에서 언급하던 이들, 스카우트 의상을 입은 이들이 실제 일상에서 스쳐 지나가기도 했지만,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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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컨, 〈곡예사 훈련〉: 서커스라는 적자 혹은 고아로서 서사REVIEW/Performance 2026. 4. 10. 22:32
컨컨의 〈곡예사 훈련〉은 서커스를 보여준다기보다 들려주는데, 이를 통해 서커스라는 이상, 서커스에 대한 이상이 가진 간극을 드러낸다. 이는 서커스를 하는 사람으로서 그 정체성을 탐문하는 과정으로, 처음부터 세 명의 서커스 퍼포머와 대등하게 선 손옥주는 매개자의 위치를 자처함에 따라 그의 사회는 이들이 중계되고 있음의 상황을 가정하고, 이 전체는 방송과 같은 하나의 틀을 전유하게 되는데, 거기에 놓인 셋은 서커스와의 직접적이고 진실한 관계 맺음에 따른 재정체화가 필요하게 된다. 하지만 그것은 개인의 신화를 만드는 과정이라기보다 서커스와 각 개인의 간극, 균열, 모순 등을 드러내는 데 가깝다. 〈곡예사 훈련〉은 방송이라는 포맷을 선택함으로써 수월하게 수용 가능한 방청객의 모드를 상상적 차원으로 가정하며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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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 〈오디토리움 시리즈: 그 때 그 극장 편〉: 공동체를 ‘지정’하는 법REVIEW/Dance 2026. 4. 10. 22:13
이소의 〈오디토리움 시리즈: 그 때 그 극장 편〉(이하 〈그 때 그 극장 편〉)은 〈오디토리움 시리즈: 연희예술극장 편〉(2025, 이하 〈연희예술극장 편〉)의 반향으로서 존재한다. 이 둘은 모두 어떤 상상적 간극으로부터 출발하는데, 이는 장소 특정성보다는 시차적인 것이다. 곧 후자가 제목에서처럼 “연희예술극장”을 장소 특정적으로 인계하는 것이 아니라, 관객이 장소를 어떤 식으로든 오판할 수밖에 없다는 것, 그것이 전적인 오류라기보다 공연이 가설하는 장소적 토대와의 오차로서 사후적으로 승인된다는 것에 착안해, 극장이 가설되는 불분명한 경계를 오히려 공연(자) 스스로가 함입한다. 이는 거꾸로 관객이 공연을 가정하는 것처럼 공연 역시 관객을 가정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오디토리움”, 곧 ‘객석’이 관객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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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정, 〈성율전26〉: 결핍-과잉된 신체의 두 가지 형상 또는 두 다른 신체-장르의 배치REVIEW/Dance 2026. 4. 10. 21:55
강화정 연출의 〈성율전26〉에는 두 존재의 오직 움직임만이 있는데, 그 위에 놓이는 건 대체로 오페라를 비롯한 보컬이 강조되는 음악이다. 몸이 목소리의 지지체라면, 목소리는 몸의 지속됨에 합목적성을 부여한다. 목소리는 몸을 경유하여 자신의 몸을 얻는다면, 몸은 목소리로부터 연장된 삶을 얻는다. 하지만 그것은 죽음일지도 모르는데, 목소리가 몸에 부착된다면, 목소리는 그 몸을 경유해, 자신의 가상적 몸에 이르는데, 이때 몸은 배경으로 전도되며, 목소리는 형상의 지위를 진정 획득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결국 진정 ‘다른’ 두 개의 움직임이 있는 것 아닐까. 몸은 마치 사물처럼 진동하고 있다. 주체의 의지가 재분절되는 그 몸은, 산포되며 형해화되는 이 몸은 정신의 영역, 언어의 영역, 유기적인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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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아 & Jini Kim, 《메스매스》: 실재 위의 가상, 그리고 임시적 역사로서 퍼포먼스의 시간REVIEW/Visual arts 2026. 4. 10. 21:46
《메스매스》는 박물관을 흉내 낸 의사-박물관 혹은 가짜-박물관이라 할 수 있는데, 더 정확히는 박물관보다는 거대 미술관의 제도적 형상을 소환하며 전유함으로써 그것을 비트는 데 목적이 있다. 그것은 근본적으로 건축적인 것이고 일차적으로 그 안에 인터페이스와 인터랙션의 디자인을 더하는 것이 되는데, 그것이 그 자체로서 작품이자 매체라는 것이 중요하다. 곧 전시장은 비어 있는데, 예컨대 국립현대미술관을 참조해 재구성한 이 전시장은 그 경계의 표면에서 미술관의 ‘그것’으로 식별되는 것이 작품을 지시하며, 작품으로서 자리를 메운다. 하지만 진정한 내용으로서 부가되는 건 전시 자체에 보족되는 작가의 포트폴리오인데, 관람객 벤치에 놓인 이 포트폴리오는 기존 박정아의 퍼포먼스 연대기의 하나로 연장되는 퍼포먼스라는 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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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Y, 〈디사이딩 세트〉: 배구라는, 네트라는 은유REVIEW/Theater 2026. 4. 10. 21:35
극단 Y의 〈디사이딩 세트〉는 유영여고 배구부의 선수들이 배구를 하며 겪는 저마다의 불안과 고민을 보여주는데, 그들의 현재는 프로팀에서 신인 선수로 지명(드래프트 draft)되어 본격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는 데 있어 불확실한 미래를 경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체육관의 불이 꺼진 10시에 네트 너머를 보면, 미래를 볼 수 있다는 괴담으로 전도되는데, 곧 이 미래의 파지 불가능성은 그 네트 너머가 보이지 않는 상대 팀의 존재를, 관객의 존재를 가리키는 가상적-물리적 지점으로서 식역에 상응하여 연장된다. 무대는 이 반쪽의 네트가 중앙을 점유하며, 그 뒤편에는 라커룸과 그 앞 벤치가 있다. 그리고 빈 공간이자 흰색 테이핑으로 경계가 그려지는 이 네트의 양 옆쪽의 벽을 따라 각각 벤치가 서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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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영돈, 〈굳어진 우리의 느슨한 몸들〉: 공동의, 개체의 몸들REVIEW/Performance 2026. 4. 10. 21:22
천영돈 안무가의 〈굳어진 우리의 느슨한 몸들〉은 안무가가 온라인에서 모집한 20명의 퍼포머가 출현하며, 이 ‘공동(체)’의 형식은 그들 내재적으로는 중심이 비어 있다는 점에서 공동(空洞)의 몸들이기도 하다. 이때 “우리”로 현상되는 공동의 몸들은 이전의 관념을 끌고 오면서 변용되는, 이중의 관념과 그 사이의 변용 절차―“굳어진”~“느슨한”―를 가정한다. 이 상반되는 관념의 대비는 흥미로운데, 그들은 등장부터 거의 얼굴을 드러내 보이지 않은 채 연결되어 있다. 커튼으로 가려져 있는, 공간 입구 맞은편에 있는 문을 열고 발코니에서 한 명씩 뒤돈 채 출현하는 이들은, 역광 아래 ‘새어 나오는’ 가운데 모두 손을 잡고 있고, 고개는 상대 쪽으로 은근하게 돌아가 있다. 그것은 무언가를 본다기보다 감지하는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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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기태 프로젝트(악당×옴브레), 〈장단은 점에서 시작한다〉: 근원 혹은 본질로 돌아가는 것의 자유로움REVIEW/Music 2026. 4. 10. 21:09
“장단은 점에서 시작한다”라는 제목은 장구와 기타를 각각 다루는 두 연주자, 김기태와 김헌기의 합주에 비추어 보았을 때, 장구의 장단이 점을 찍는 그 시작을 일컫는다. 이때 기타가 선을 이어가며, 어떤 서사적 공간을 열어젖히는데―장구가 즉자적 장소로서 열린다면―, 그로써 시간성이 파생된다. 물론 그것은 작은 입자, 곧 점을 소거한다기보다는 그 점에 붙는 어떤 수식어, 변화하는 환경 같은 것이다. 그리고 한 글자 단어로 점철된 〈점〉의 시작에서 〈밤〉으로 끝나는 〈장단은 점에서 시작한다〉가, 〈점〉에서 장구가 열며(점들이 연결되며) 〈밤〉에서 장구로 닫히는 것(전체로 퍼진 기타의 잔음 속에 점들이 분투하며 주체-형상으로서 발화한다.)은 그 근원적 원리를 완성하는 것과 같다. 장구가 장단을 구성한다면,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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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소진, 〈파라〉: 지상과 지하의 관계에 대한 불가능성의 염원REVIEW/Performance 2026. 4. 10. 20:51
곽소진 작가의 〈파라〉는 낙하부대(Paratrooper)의 존재들과 낙하산(Parachute)이라는 물질 사이에서 합성되는 여러 관계의 양상을 하나의 안무적인 이행의 과정으로 기입하는 퍼포먼스이다. 제목의 “Para”는 앞의 두 단어를 묶는 접두사로서, 하나의 단어로서 전용된 것이다. 낙하부대에는 일종의 낙하산 포장병(박태준)과 낙하병(김산), 통신병(조승호)이 있는데, 각각 낙하산을 포장하고, 낙하 모의 훈련을 실시하며, 무선 통신(의 잡음)을 송신한다. 이때 낙하산 포장병과 낙하병은 지하와 지상으로 나뉘어 배치되는데, 이를 교통할 수 있게 하는 계단에는 통신병이 자리하며, 그가 내는 소리가 지하와 지상의 스피커로 전파된다. 스피커는 지하의 기둥에 달려 처리된 네 개와 지상의 바닥에 놓인 두 개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