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cene
-
앤드씨어터, 《없는극장 짓기》: 극장의 두 가지 차원REVIEW/Theater 2026. 9. 16. 15:32
부정성을 전화하기 《없는극장 짓기》는 앤드씨어터의 강화도 소재, 없는극장에서 열린 아홉 명의 창작자가 선보인 공연들로, 없는극장의 운영단과 앤드씨어터의 시즌 단원 등이 참여해, 4달 정도의 준비 기간을 갖고 사적 다큐멘터리 연극 창작 방식을 적용해 각자의 작품들을 만든 것을 묶은 것이다. 각자 창안한 아홉 작품은 하룻동안 없는극장 안팎을 경유해 주말 동안 두 번 발표되었고, A팀과 B으로 나누어 진행되었다. 특히, B팀의 경우, 야외를 전격적으로 활용했는데, 공연들이 사이사이를 횡단하는 방식으로, 공동 창작과 운용의 묘를 살렸는데, 이는 이동이 전제된 공연 자체와 맞물리면서 없는극장을 중심으로, 바다~갯벌과 보호수~숲을 크게 잇는 하나의 수직축으로써 없는극장의 장소성을 현상했다. 서사는 그 여정의 장소..
-
채 윤, 〈여자 지나기〉: 여성을 접면하기REVIEW/Theater 2026. 9. 16. 15:30
분투하고 분열하는 여자 〈여자 지나기〉는 분열적이기보다 생성적이다. 부정성을 띠기보다 부정성으로부터 긍정성을 취하거나 전화시킨다. 채 윤은 도발적이고도 섹슈얼하다. 도발적이지만 섹슈얼하다. 도발적이어서 섹슈얼하다. 그 반대는/가 아니다. 제목은 여자(에 할당된 클리셰)를 지나(쳐)야 하는 부정성의 대상으로 할당하며 이를 극복의 대상으로 두는 듯 보인다. 곧 ‘여자 지나기’는 자신에게 할당된 여성의 몫을 건너가야 하는 일종의 통과의례일 수도 있고, 그로써 여자라는 관념을 벗어나는 일이 될 수도 있다. 그런데 그것은 무엇보다 여러 여성을 만나는 일에서 시작된다. 타자가 되는 방식으로써 여성(적임)을 건너가는 일이 된다. 그런데 여성들은 자신에게 수여된 여성적임의 위치를 일종의 금제로, 억압으로 받아들이며 ..
-
이양구, 〈15분이나 기다렸지만〉: 실재(에)의 침투REVIEW/Theater 2026. 9. 16. 15:28
문 안에서 〈15분이나 기다렸지만〉(이하 〈15분이나〉)은 장소와 사건의 차원에 기대어 있고, 이 둘은 밀접한 연관을 맺는다. 특이하게도 〈15분이나〉는 희곡이 아닌 장소에서 (희곡 역시) 출발한다. 이는 반대로 희곡이 장소를 완벽하게 내포하고 있음이 아니라, 그 장소에 맞게 재배치되며, 장소성에 따라 그 희곡의 언어가 비로소 자리 잡게 됨을 의미한다. 그러니까 오히려 〈15분이나〉는 어떤 장소성을 전혀 내포하고 있지 않기도 하다. 아마 가장 주요한 장치라 하면, 이곳이 하나의 닫힌 공간이라는 점이며, 총 세 개의 문 중 두 개의 문이 활용된다는 것이다. 테라스가 보이는 투명 문이 일종의 가상-실재적 공간으로의 입구가 되며, 사실상 하나의 무대(의 도입부)이다. 곧 다른 공간으로 건너갈 수 있고, 건너..
-
윤푸름, 〈공통의 되기 : 되기의 기술〉: 허구적 실재(를 기각하기)REVIEW/Performance 2026. 9. 16. 15:27
가시화되어지기 〈공통의 되기 : 되기의 기술〉(이하 〈되기의 기술〉)에는 특별한 신체 움직임에 대한 고안이 없는데, 극장 자체를 사물적 존재로 접근한다. 그러니까 춤 이외의 모든 것이, 극장의 제반 조건이 존재화된다. 그것은 오직 ‘극장’의 서사를 가리키는데, 이는 극장을 장치들의 집합으로 상정하면서 그 자체가 하나의 매체로서 다시 분화될 때, 일종의 존재의 충만함 따위를 선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마도 〈되기의 기술〉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들인, 동시에 가장 불유쾌한(?) 순간을 꼽자면, 첫 번째는 관객을 미러링하는 장면이며, 두 번째는 조명을 이동시키며 관객 한 명 한 명에게 직접 10~15초 정도 빛을 가하는 장면이다. 이는 ‘공통’된 극장에의 귀속과 환원을 전제한다. 그런데 이는 극장이 갖고 ..
-
제12언어연극스튜디오, 〈S고원에서〉(히라타 오리자 작/성기웅 연출): 죽음을 기입하는 방식REVIEW/Theater 2026. 9. 16. 15:24
세미-퍼블릭한 공간 히라타 오리자의 동명의 원작을 옮긴 〈S고원에서〉는 “고원에 있는 새너토리엄”이라는 하나의 장소성에 기초하며, 휴게실로 보이는 하나의 특정 장소, 곧 환자, 면회객, 의사, 간호조무사 등 다양한 인간 군상이 등장과 퇴장을 임의로 반복할 수 있는, 히라타의 문법대로 “세미-퍼블릭한 공간”에서 다양한 “회화”가 이뤄진다. 그것은 새로운 정보를 거의 끌어오지 않는 “용장률” 높은 대화이며, 무엇보다 죽음의 분위기가 감도는 공간에서 병의 진행 정도나 죽음에 대한 언급은 금기시된다. 따라서 환자 개인의 병과 그의 심리의 직간접적 연관성에도 불구하고 결정적인 정보를 얻는 것은 불가능하며, “직계가족”이 아닌 면회객(으로 한정된) 입장에서 의사로부터 그것을 알아내는 것 역시 제도상 불가능함이 확..
-
야간극장, 〈인제, 너에게, 이제야〉(조문정 작가, 박서현 연출): 부재를 메우는 형식REVIEW/Theater 2026. 9. 13. 19:53
부재 너머의 삶 〈인제, 너에게, 이제야〉는 고속버스터미널에서 사라진 청년 승훈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완성하고자 하는 강일에 의해 승훈의 가족과 주변 사람 등등이 소환되면서 인터뷰 촬영을 하는 일련의 과정을 보여준다. 승훈이 사라진 “이유”를 찾고자 하는 다큐멘터리를 찍는 표면적 이유는 후반에 이르러서야 강일 스스로가 그가 마주한 다른 사람들과 같은 인터뷰이로 입장을 선회함으로써 그의 내면을 성찰하는 것으로 초점이 옮겨진다. 승훈의 주위를 맴도는 이 같은 행위는 사실상 죽음에 대한 애도를 닮아 있으며, 승훈의 현재를 ‘상상’할 수 없다는 것, 곧 그의 동기를 전적으로 추정할 수 없으며, 나아가 그의 동기가 있었는지 자체를 판단할 수 없다. 그러니까 그와의 관계가 중단된 것에 대해 외부적으로 해석해 낼 수..
-
최강프로젝트, 〈기초무용: 신들의 극장〉: 환상성 너머 안무의 공식REVIEW/Dance 2026. 9. 13. 19:51
사물로서 〈기초무용: 신들의 극장〉(이하 〈신들의 극장〉)은 진동하는 신체 양상을 기초로, 주변의 사물들과 접목해 움직임을 확장해 간다. 움직임의 기초가 되는 건 몸의 떨림이며, 극장을 구성하는 건 다양한 사물들이다. 이는 ChatGPT와의 대화를 통해 동시대 무용의 이념을 살펴보는 전 작 〈바람과의 대화〉(2025)의 실험 이후, 다시 그 직전 〈기초 무용: 기적의 공식〉(2025)의 계열을 이어 간 것이다. “일상 행위”들을 ‘기초’로 삼아 언캐니한 변용을 이뤄내는 과정을 보여주던 전 작에 비해, 〈신들의 극장〉은 조금 더 사물과의 관계성 자체에 몰입하는데, 이는 사물 주체성의 측면이 두드러지기보다는 사물로서 신체의 차원이 전면화되는 것에 가깝다. 정서적이지 않고 비의식적이며, 비의지적이며 나아가..
-
박호빈, 〈생각하는 새 Ⅱ_스승과의 대화〉: 깨달음 혹은 여성적인REVIEW/Dance 2026. 9. 13. 19:50
연극적/연결적 장면들 〈생각하는 새 Ⅱ_스승과의 대화〉(이하 〈스승과의 대화〉)는 혼자 다도를 하는 존재―박호빈―의 존재론적 차원의 변이되는 경로를 따라 가는 차원에서 연극적인데, 이때 가상의 존재인 스승은 물리적으로 부재하나 정신적으로 남자를 사로잡는 중요한 존재로 부상한다. 이는 독송하는 소리가 지배적으로 부상하는 것과 맞물려 한편으로는 집착과 번뇌로부터 벗어나야 하는 수도의 과정으로써 스승의 이미지, 스승의 지배로부터 빠져나와야 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그가 다도를 하다 그곳을 이탈해 다시 다도의 자리로 돌아가는 과정은 변증법적 이행으로 볼 수 있으며, 이는 지배적 차원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과정에서의 지난함과 고통의 과정을 동반한다. 그는 마지막으로 스승의 자리에, 차를 쏟아버리면서 스승을 모욕하고..
-
병아리 무 덤, 〈병아리 무 덤〉(박수진 작, 이연주 연출): 미완결의 무덤REVIEW/Theater 2026. 9. 13. 19:48
모두의 각자의 말 〈병아리 무 덤〉에서 특이한 건 “1인의 배우가 어떠한 구분이나 경계 없이 여러 인물의 말을 읽거나 말”하는 조건에 대한 부분으로, 하영미는 거의 음절 단위로 문자을 해체해 연접함으로써 희곡을 해체시키고 일종의 ‘무덤’의 잔해로 만든다. 인물은 뒤섞이고 하나의 몸을 이룬다. 배우는 말들을 잇고 꿰매어 희곡의 잠재된 상태로 되돌린다. 이러한 구분 없음은 동시에 이뤄지는 수화 통역에 의해 4개의 몸으로 분절되어 이미지화된다. 말에는 몸이 묶이지 않고, 이를 번역하는 그 밖의 다른 몸들에는 말이 알맞게 묶인다. 네 명의 분화는 본래 가진 역할들의 몸을 되살려낸다. 하나의 몸은 모두의 몸을 품고 있다. 아마도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진행하는 하영미의 발화 방식은, 이 모든 인물이 어떤 구분..
-
김혜경, 〈묘묘〉: 신화적 존재 넘나들기REVIEW/Dance 2026. 9. 13. 19:44
기이함을 표방하는 하이브리드 〈묘묘: 고양이 무덤〉(이하 〈묘묘〉)에는 허공에 걸린 여러 하얀색/투명한 커다란 주머니들이 오르내리면서 그 안에 든 다양한 소품들을 끄집어 내 활용하는 것과 같이, 포화되는 여러 에피소드를 (물리적으로) 응축, (심층적으로) 함축하고 있으며, 각 장은 이 물리적인 설치미술적 양태에 입각해 각기 다른 양상의 수행성을 띤 행위로 분화되어 가는 한편, 어떤 구심점 없는, 서사의 위계 없는 차원에서 덜그럭거린다. 곧 〈묘묘〉는 여러 서사가 모호하고도 불명료한 채 섞이는데, 이러한 혼성물로서 기초는 단락되면서 전체 또는 종합으로서 산출을 방해한다. 그 가운데서도 분명한 것이 있다면 김혜경은 계속해서 고양이를 의태하며, 그로써 고양이라는 상징적 표지를 기필코 기입하고자 하는 부분이겠..
-
박소영, 〈경계넘기: 신진순박소영박뽀또 Part.2〉: 내재적인, 그러나 (비)사회적인REVIEW/Theater 2026. 9. 8. 13:36
1997년과 2026년 사이의 횡단 〈경계넘기: 신진순박소영박뽀또 Part.2〉(이하 〈경계넘기〉)는 박소영 한 명의 이야기에서 네 명의 배우를 더해 외연을 확장하는 한편, 세운홀을 전시장의 구조로 활용해 이를 접면하는 배우들의 수행성을 배열하는 것으로써 전 작과의 차이를 구성한다. 전자로부터 개인의 미시사적 계보학을 파고드는 작업의 성격이 오히려 느슨해질 위험을 감안해야 한다면, 후자로부터는 공간의 물리적 차원을 작업에 대한 합목적성으로 녹여내야 하는 과제를 수여받는다. 박소영은 우선 전시장을 서류들을 갈음하는 게시판으로 바꾼다. 전면을 중앙 스크린―다양한 참조 자료가 공연에 병행된다.―과 그 양옆으로 “자의 성과 본의 변경허가 심판청구서”로 도배하고, 우측―상수―의 벽면에는 칠판이, 그 안쪽으로는 ..
-
정찬동, 〈번개와 천둥〉: 메커니즘으로서 형식REVIEW/Interdisciplinary Art 2026. 9. 8. 13:34
과거로부터 건너온 ‘나’ 〈번개와 천둥〉은 미러링을 퍼포먼스의 유일한 하나의 메커니즘으로 내세우려는 시도인데, A와 B가 교차하며 알파에서 오메가로 순일하게 이르는 이 형식주의적 여정은, 그 반대편에서 진정성의 투여를, 헌신적 참여를 이끌어낸다. 처음 언어를 경유하던 미러링은 기억을 경유함으로써 가장 큰 차이를 짧게 가져간다고 할 수 있는데, 이는 앞선 언어적 공작이 몸의 체득을 통한 응축된 또는 감축된 안무로서 치환되는 지점을 불완전하게 구성한다. 전반적으로 둘의 관계가 묘사와 서술의 차원에서 한 명이 그 바깥에서 보는 자, 곧 주체와 대상의 관계를 이룬다면, 그 안의 대상적 존재는 사실 이전 자신의 말을 교본 삼아 움직이는 주체의 공작이다. 둘은 동시에 현재를 마주할 수 없다. ‘나는 나의 과거에 연..
-
금배섭, 〈바흐〉: 음악, 인형, 사물의 아상블라주REVIEW/Dance 2026. 9. 8. 13:33
인형극과 같은…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Johann Sebastian Bach, 1685~1750)의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 1번(Violin Sonata No. 1 in G minor, BWV 1001, 1720)를 박진수가 현장에서 연주하는 것에 맞춰 움직임을 쌓아가는데, 이는 주로 하얀 셔츠와 바닥에 평행하게 붙인 하얀 테이프 두 선을 차례로 존재적 차원에서의 지지체로 삼아 다양한 2인무를 펼쳐 내는 것으로 나타나며, 이때 대상의 존재적 부상은 거꾸로 존재의 대상적 차원의 지지체로서 변모에 근거를 둔다. 이는 일종의 인형극적 차원의 외양을 띠고 있으며, 금배섭은 사물의 존재화를 추동하면서 동시에 인형 조종자의 외양 대신에 그것과 함께 거주하는, 그러니까 어떤 특별한 조작의 행위, 그것에 배가되는 몸..
-
강요찬, 〈부채〉: 억압을 부채질하기REVIEW/Dance 2026. 9. 8. 13:32
내면을 투사하기 〈부채〉는 제목과 같이 즉자적으로 바람을 부치는 도구를 도입하는데, 이는 인트로에서 커다란 스탠드형 선풍기에서 이후 종이비행기같이 빗변이 긴 직각삼각형 두 개가 마주하며 접힌, 커다란 오브제로 이어진다. 이때 무대 안쪽에서 그것을 얼굴께로 들고 좌우-앞뒤로 기울이는 한 존재, 종이비행기-부채가 얼굴을 대체하는, 형용모순적, 역설적 존재가 계속해서 자리하며, 두 개의 화면 분할이 앞뒤로 구성된다. 아마도 이 존재가 보이는 징후가 이 작품의 심층적 메시지를 호출하며, 〈부채〉가 부채춤이라는 비교적 ‘얕은’ 전통을 조망하는 것의 아이러니와 전통이라는 관념의 두께를 짊어짐의 곤궁을 동시에 나타낸다. 그것은 가분수의 머리를 지닌 채 방향 감각을 잃고 계속 한쪽으로 기울어지며 버둥거리는 가운데 제..
-
박수윤, 〈무제: 쿠쿠〉: 현상학적 혹은 매체 특정적REVIEW/Dance 2026. 9. 8. 13:31
음악의 부상과 강도 〈무제: 쿠쿠〉는 제목 없음에 대한 부제로써 형용모순의 상태를 만드는데, 이 자기 지시적 부정은 쿠쿠가 뻐꾸기의 울음을 나타내는 의성어이자 그로부터 연장되어 일상-문화적으로는 밥솥의 ‘울음’을 전유한 특정 밥솥 브랜드를 상기시키는 한편, 이는 안무가가 의도한 ‘미친’이란 뜻으로 바로 가닿지 않는다. 그러니까 실질적인 제목인 ‘미친’의 뜻을 직설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제시하면서 “무제”는 그것의 정의할 수 없음, 정위 지을 수 없음의 사태를 ‘직면’하고 있다. 이로써 ‘미친”을 “단순한 광기를 의미하지 않는”(박수윤) 것으로 정의짓고자 하는 것이다. 그런데 실은 이 작품을 추동하는 절대적인 힘은 음악의 리듬 자체이다. 그리고 그것은 단속적으로 반복되는 뻐꾸기 울음, 혹은 밥솥의 울음이 연..
-
음이온, 〈개기일식 기다리기〉: 공동체(에)의 부재REVIEW/Theater 2026. 9. 7. 15:56
극장의 점유 〈개기일식 기다리기〉(이하 〈기다리기〉)는 개기일식 기다리기라는 가상의 이벤트를 개최한다. 이때 의례의 차원으로 기입되는 이 행사는 연극의 기원으로 소급되기 위한 전근대적 환원이다. 연극은 어떤 것도 특정하게 하지 않기 위해 모든 것을 (수용)한다. 이는 자칫 혼동될 수 있지만, 다양성의 판본이 아닌 공통성의 판본, 공통성을 무(無)의 형상으로 기입하는 판본이다. 즉 김상훈은 모두를 “코러스”로 바꾸고자 했다. 고대 그리스 원형극장에서 무대(skēnē)와 관람석(theatron) 사이에 위치한 코러스의 공간이었던 오르케스트라(orkhēstra)만을 “팽창”시켜, 배우/퍼포머(의 무대)를, 관객(석)을 소거하여 강제로 함께 있게 하는 전략, 그것이 (훈련된) 코러스인 것이 아니라, 코러스라(..
-
한동엽 작, 〈세상이 대충 망한 뒤〉: 망한 세상을 거슬러 올라가기REVIEW/Theater 2026. 9. 7. 15:42
두 개의 시간 〈세상이 대충 망한 뒤〉(이하 〈세망뒤〉)는 하나의 장소를 두 개의 다른 시간으로써 보여준다. A와 B는 각각 망한 세계의 영원회귀적 반복과 구체성의 한 조각을 예시하며, 이때 A에는 좀비와도 같은 회장과 의장 두 인물과 치킨이라는 구체성의 한 인물이 겹쳐짐으로써 A가 B보다 앞선 시간에 위치할 수 있게 된다. 관객은 여기서 두 교차되는 세계의 순서를 다잡기 위해 분투하게 되는데, 그것은 거의 마지막 별개의 장에 이르러서야 자리를 잡게 된다. 치킨이 발견하는 건 일견 B에 대한 증거로 보인다. 하지만 그것은 B에 대한 인류적 차원의 의례 행위가 지닌 보편성과 역사성을 확인시켜 주는 차원일 뿐이다. 곧 그것은 그 기원을 명시하는 데 가깝다. 치킨은 귀중함을 향하는 인류에 대한 착오와 혼동을..
-
김다애, 〈게팅옐로우〉: 감응되는 신체REVIEW/Dance 2026. 9. 7. 15:31
현상학적 의제 〈게팅옐로우〉가 말하는 노랗게 변하는 점진적 상태의 흐름은 일차적으로 인지적-감각적 차원에서의 상태 변화라는 주체가 느끼는 현상학적 차원을 반영한다. 이는 그 느낌으로부터 단락되는 주체의 양상으로부터 굴절되기에 이르는데, 곧 주체가 일종의 전염, 중독의 상태에 빠져듦을 의미한다. 이는 물리적 차원에서 주변의 세계가 주체를 변양함에 대해 주체가 무감각해지는 것, 또는 무의미성을 띠게 되는 것을 말하면서부터 상징적 의미로 전화한다. 〈게팅 옐로우〉에서 직립하여 걸어가는 일종의 정초로서 동작은 계속 반복되는 가장 중요한 표식인데, 이는 오른발 앞꿈치에서 왼발 뒤꿈치로 이어지는 분절적이고도 간극적인 스텝으로, 결과적으로 몸을 순간 들었다 떨어지는 낙차를 동반하여 위태로운 균열을, 우스꽝스러운 미..
-
장두익, 〈스태프 온리〉: 경계 안에서 혹은 경계 너머에서REVIEW/Dance 2026. 9. 7. 15:20
두 가지 구조물-막 〈스태프 온리〉에서 결정적 장면이라 하면, 후반 출입 금지 구역을 가리키는 테이프로써 무대 앞쪽 좌우 축을 잇는 부분이다. 이는 극적인 것의 급작스러운 도입이며, 수행성의 차원에 따라 그 시간을 단절한다. 그―임우빈―는 홀로 다른 옷을 입은 일상의 스태프이며, 안이라고 믿어졌던 곳을 이중적 차원에서 금제한다. 안과 바깥에서 모두 경계가 그어진다. 〈스태프 온리〉는 ‘경계’의 차원이 사회적으로 은연중에 전제되어 있음에서 출발한다. 이러한 경계에 대한 앎은 인지적 차원에서 구성되는 부분인데, 〈스태프 온리〉는 얇은 경계의 차원 이전에 두꺼운 사물-막의 경로로써 집단적 차원에서 확산되고 배치되며 수렴되는 일련의 흐름을 역동적으로 생성한다. 이는 후반 예측할 수 없는 경계를 향한 자유로움의..
-
박민지, 〈체리피커〉: 특별한 기호 그리고 욕망REVIEW/Dance 2026. 9. 7. 15:13
보편의 기호와 개체 〈체리피커〉는 제목을 실제 구현하는바, 공연 전 트레이에 유리 아이스크림 볼에 체리를 담아 운반하는 여자―박민지―, 공연에서 등장한 빨간 볼풀 공들 위로 상단에 체리가 꽂힌 4단 케이크를 담은 카트, 그리고 입에 문 붉은색 점 조명과 같이 체리를 실제 또는 의태하여 줄곧 사용하는데, 이는 체리를 끊임없이 상기시키고 세계의 일부로 전제하기 위함이다. 이는 체리라는 상징, 경쟁을 불러일으키는 욕망의 대상으로서 의미를 절대적인 기호로 처리하기 위함이다. 이것이 먹을 수 있는 것, 자연에서 온 것, 독특한 색과 향기, 크기 등으로서 일상의 친연한 기호이자 그것에서 연장되는 세계를 자연스럽게 체현한다면, 그것이 고도화된 혹은 변양된 차원으로 옮겨 가는 건 그 미소한 조명으로, 또 해당 색의 ..
-
앤드씨어터, 〈세상의 종말이 (아닌)〉: 현재적 주석, 부정성의 미래에서 간격을 만들기REVIEW/Theater 2026. 8. 29. 21:42
특수한 방백의 자리 〈세상의 종말이 (아닌)〉(이하 〈세상의 종말〉)은 두 명의 대화와 한 명의 서술이 ‘교차’되는데, 후자가 전자의 직접적인 친연성을 확보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그러니까 전자와 후자는 분절되며, 이 분절의 횟수가 또한 전자 내재적 차원의 분절이 수시로 감행됨에 따라, 극은 산만하기보다 파편적 형식 자체를 하나의 이념으로 각인한다. 여기서 중요한 건 전자에서 후자로라는 순서적 차원이 이행의 일방향적 방향으로 치환된다는 것이다. 이때 서술은 대부분 일종의 독백으로, 물리적 차원(의 한계)에서는 방백으로 쪼개질 수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그것은 전자에서 후자로 건너올 때, 마치 세 존재의 얽힘(이 당연히 혼동이라는 걸 소거하는 지점―대표적으로 둘의 중앙부 쪽 조명이 꺼지고 조명이 ..
-
우지영, 〈지진: 러브웨이브〉: 실존적 진동REVIEW/Dance 2026. 8. 29. 21:38
실존적 숨 〈지진: 러브웨이브〉에서 제목과 같이 지진의 러브파를 나타내는 건 처음 하수 아래로 향한 스포트라이트가 길게 가로축으로 뻗어 나오는 것보다는 이후 상수에서 하수로, 동시에 하수에서 상수로 무대 좌우 축을 이으며 신체 상단 높이로 결정되는 조명이 결정적이다. 또한 후반에는 하얀 종이들이 천장에서부터 낙하하며 공간에의 요동을 공간의 파동으로 변화시키려는 시도도 그에 부합한다. 그런데 이러한 지진의 초재적인 힘은 첫 장면에서와 같이 한 개인의 심리적인 차원과 결부되는 것이며, 초자연적인 현상에 대한 직접적 주의를 기울이는 건 아니다. 그것은 일종의 내면의 진동이며, 그의 바깥으로 드러나면서 그에게 물리적인 작용을 일으키지 않는, 환상적 차원이다. 하지만 그것은 공간의 차원을 전환하는 효과로서 작용..
-
김원영, 〈교차〉: 시차적 종합으로써 순간에 도달하기REVIEW/Dance 2026. 8. 29. 21:35
결정적 장면 〈교차〉는 공통된 세계의 한 속성으로서 시간이라는 토대를 의문에 붙이며, 개별적인 관점의 시차로써 재분할, 재접지하여 존재의 차이를 현상하고자 한다. 이는 일종의 공통 감각의 인지적 차원을 재정초하려는 움직임이며, 데카르트적 개념의 인계에 대한 자명성과 보편성을 의심에 붙이는 현상학적 의제와 맞물린다. ‘교차’는 존재(들) 간의 교차로써 표현되며, 그것은 후반의 하나의 시간을 늘어뜨려 놓은 채 느리게 재생하는 표현 양태에서와 같이, 하나의 시간이 여러 순간들의 이행적 차원임을 하나의 진리로서 내세우는 것과 같다. 이는 의도했던 바와는 다른 효과를 불러오는 셈이다. 반면 그 직전까지는 한 쌍의 남녀(김원영, 추세령)가 정지로써 증폭된 순간에 어떤 에너지의 효과가 미치고 있었던 것에서 시작해,..
-
양희윤, 조윤영, 《양서류》(기획: 권하정): 비인간적인 것의 은유REVIEW/Visual arts 2026. 8. 29. 21:32
지표로서 흔적 《양서류》는 회화와 설치를 뒤섞으며 서로 조응하는 방식으로 재편하면서 일종의 설치로써 가늠되는 전시를 완성하는데, 결과적으로 수행사적 차원이 두드러진다. 제목은 작품들을 환유하는 측면에서는 재현적이며, 일종의 지표로서 남겨진 그 ‘흔적’을 좇는다는 지점에서는 모호하다. 또한 생태적 차원을 반향하려는 측면에서는 낭만적이거나 타자성을 도입한다. 《양서류》는 무엇보다 촉각적인 전시이지만, 동시에 모호한 이념을 매만지는 전시이다. 가령 중앙의 조윤영의 〈들숨〉(2026. 부직포, 실, 아일렛, 와이어, 젤리제습제, 가변설치.)과 양희윤의 〈구내염〉(2025. 종이에 목탄, 가변설치, 9장 각 102×72 cm.)은 서로를 마주하는 구조로 설치되었는데, 전자가 양서류의 그것에 직접적으로 해당한다면..
-
발트앙상블(WALD ENSEMBLE)×SAL, 〈APOLLO〉: 무대로서 세계REVIEW/Dance 2026. 8. 29. 21:27
빈 공간에서 〈APOLLO〉는 발트앙상블(WALD ENSEMBLE)과 SAL이 공동으로 기획한 공연으로, 전자의 연주, 후자의 무용, 이후 세 번째 곡에서 함께 만난다. 첫 번째 곡은 스트라빈스키(Igor Stravinsky, 1882-1971)의 〈Suite italienne〉를 발트앙상블의 부음악감독 김세준이 편곡한 것으로, 두 번째 공연은 Rrose의 동명의 곡 〈Shepherd’s Brine〉(2011)―녹음 송출―에 따른 이지수, 최호종, 안유진의 무용이다. 세 번째 협업은 스트라빈스키의 동명의 곡 〈Apollon Musagète〉(1927-1928)의 연주와 무용―최호종, 안유진, 이지수, 유재성―으로 이뤄지며, 흔히 “Apollo”로 불리기도 하는데, 이 지점에서 공연명이 나왔다고 볼 수 ..
-
해니쉬발레, 〈EGG.jpg〉(안무 이해니): 상품 미학에 침잠된 존재의 양식REVIEW/Dance 2026. 8. 17. 20:28
상품과 존재의 혼동 〈EGG.jpg〉는 10구짜리 계란판 안의 달걀과 동일한 크기의 타원형의 다양한 인형 얼굴들이 뒤섞인 이미지를 포스터에 사용하고 있는데, 이는 그래픽 이미지가 출현하는 패널에서 상품 광고, 그리고 각 존재들의 캐릭터로 변모되는 양상들로 구체화되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컨베이어벨트 공장 시스템에서 포장되어 상품화되는 달걀, 그리고 그 전에 그것이 가능한 닭장의 케이지를 각각 이미지 안의 구조, 그리고 실제 물리적 구조물의 동원을 경유해 표현하면서, 대중 소비 사회 속 대상화는 사물에서 인간으로 이르는 광범위한 범주에 적용됨을 함의한다. 이는 전 작, 〈꼬끼-오〉에서 소비되고 남은 닭 뼈들로 이뤄진 인류 이후의 지구를 배경으로, 닭이 유령적으로 점령한 세계에 대한 환상을 표현하는데, 〈E..
-
극단문, 〈플란다스의 미친 개〉(정진새 작/연출): 인간적인 것 너머로부터REVIEW/Theater 2026. 8. 17. 20:27
인간의, 인간으로부터의 해방 〈플란다스의 미친 개〉는 영국의 소설가 위다(Ouida, 1839-1908)의 동화 『플란다스의 개』(1872)의 서사와 프랑스의 황제 나폴레옹(Napoléon, 1769-1821)의 역사를 중첩시키는데, 이는 나폴레옹이 일으킨 전쟁에 동원된 아이와 동물의 시선을 통해 전쟁의 끔찍한 면모를 환기하기 위함이다. 동화 원안보다는 쿠로다 요시오(黒田昌郎, KURODA YOSHIO, 1936-) 감독의 1975년 일본에서 제작된 후 한국에서도 방영된 애니메이션의 이미지가 결정적으로 보이는데,애니메이션의 O.S.T 부분 역시 초반에 등장한다. 곧 〈플란다스의 개〉의 만화적 생명력, 곧 시리즈물이 가진 일정한 구조적 틀과 형식으로부터 반복 학습을 거쳐 등장인물들이 주는 친연함과 끊임없이..
-
국립현대무용단, 〈젤리디너〉(안무 이재영): 자본주의의 학습 기계 혹은 자본주의적 상상계의 욕망!?REVIEW/Dance 2026. 8. 17. 20:26
예기할 수 없는 선물의 쾌락 〈젤리디너〉는 화려한 색감의 전면과 상수 가의 핀볼 게임 세트로 구성된 무대―상수의 핀볼 기계의 핀들 안쪽에 각종 배관들이 그려진 그래픽 패널 막, 그리고 하수의 진짜 핀볼 기계들이 있다.―로부터 연속된 프로세스로 점철되는 포드 시스템의 메커니즘을 추출, 연장해 낸다. 일종의 틀 안에서의 도미노 게임과도 같은, 핀볼 기구 안의 자동성과 연속성이 타동적 차원의 노동으로 연장되는 것인데, 이는 최면에 가까운 그 자동성의 움직임이 사물이 아닌 존재의 차원으로 거듭날 때 진정 문제적인 것으로 드러난다. 곧 일종의 핀볼 기계의 공이 되는, 그리고 동시에 그 공을 따라가는 시선의 최면성 자체를 체현하는 동시적 작용은, 컨베이어벨트 노동의 관성적 반복 행위로서 균열 없이, 문제없는 것으..
-
엘 콘데 데 토레필 El Conde de Torrefiel, 〈호수의 빛 La luz de un lago〉: 서사라는 경계REVIEW/Interdisciplinary Art 2026. 8. 17. 20:19
시작을 정초하기 〈호수의 빛〉은 무대 위에 스크린을 도입하며 영화와 연극을, 그리고 영화와 현실을 맞세우는데, 이는 스크린 자체―이미지의 지지체―의 조작성, 곧 극장에 임시 가설되고는 하는 스크린에서 이미지가 상영되며, 그것을 가설하거나 그것과 조응되는 ‘바깥’의 스태프~배우의 존재가 영화와 실제 관객 사이를 가로지르는 관객이 됨에 의거한다. 이는 비단 영화를, 이미지를 가능하게 하는 게 실제로는 바깥의 신체성임을 보여주는 것일까. 사실 영상은 짧게 상영되고 그치는, 상연의 형식 아래 이미지의 예시로서 주어지는 예외로 한다면, 순전한 이미지가 아니라, 들리지 않는 목소리, 곧 자막이다. 그것은 이미지를 보는 바깥의 신체를 묘사하며, 그들의 의식과 반응을 묘사한다. 이 화자의 차원만이 이미지와 바깥의 신..
-
주재환 , 김광우, 《띵찰》: 사유하기로서 사물 다루기REVIEW/Visual arts 2026. 8. 17. 19:52
전유의 방식 ‘띵찰’은 명찰의 오지각적 표기를 전면화한 것으로, 전시 안의 모든 작품은 명찰 안에 담겨 있다. 명찰이 실은 이름에 대한 지시, 분별의 기능적 오브제인 것에 상응해, 비닐과의 틈을 거쳐 식별을 요구하는 배경면의 텍스트들이 자리하는데, 이것은 거의 주재환에게서 온다. 그리고 반대로 순수 이미지들, 구체적으로는 고전 명화와 같은 이미지들을 잘라내고 그 위에 채색을 더해 (또는 그 반대일 수 있는 과정 아래) 전유하는 등의 어떤 이미지 공작을 거친 이미지들―김광우 작가의 그것―을 뚫고 그것들이 자리한다. 또는 그 반대로 어떤 텍스트들 배면에 이미지들이 있다. 아마 전시의 표층적 양상은 이와 같을 것인데, 이 명찰 규격의, 명찰로 포장된 작업들은 동시에 그만큼의 유격을 안고 존재하며, 개당 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