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Visual ar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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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술+실천+비평(오정은)REVIEW/Visual arts 2020. 8. 20. 16:43
술술+실천+비평(2019)오정은 (미술비평)blog.naver.com/aquablue_0 다른 개인나는 지금 문래동의 한 건물 앞에 서 있다. 「문래 술술랩」(이하 「술술랩」)으로 이름하게 된 지하 1층, 지상 5층짜리 건물의 문 앞이다. 용도를 다한 낡은 건물이 영등포문화재단의 으로 한 달여 동안 예술가의 공유지로 사용된 장소가 「술술랩」이다. 나는 한 기획자의 소개로 한 달 전 이 공간을 처음 만났다. 노래방 업소로 운영되던 흔적이 역력한 지하 1층, 남은 간판과 구조로 보아 작은 식당과 주차장이었을 지상 1층, 그리고 고시원이었을 2~5층이 집기류의 온전성과 청결, 수도와 전기를 잃고 예술이라는 국면을 기다리고 있었다. 2층부터 5층까지 기획자 네 명이 한 층씩을 맡아 창작자 몇 명을 공모하거나 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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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반, ‘가변적 풍경을 직조하다’REVIEW/Visual arts 2020. 3. 16. 19:02
Intro ▲ 이해반, 한탄강(작업 세부), 2014. 리넨에 오일, 오리엔탈 잉크, 제소, 193.3×130.3cm. 서구/근대의 풍경(화의 탄생)은 대상과의 적당한/안전한 거리를 통한 시선의 지배를 전제한다(‘조망의 시선’). 반대로 동양/전근대의 풍경(화, 가령 산수화로도 불리는 그림)은 대상과의 마주침과 뒤섞임을 가정할 수 있었다(‘함입의 시선’). 풍경에 대한 이분법적 도식은 동시대에는 풍경과 주체의 복잡한 역학 관계, 곧 세계를 보는 또는 세계에 위치하는 특정한 주체의 방식으로 다시 성찰될 수 있다. 풍경으로부터 사라지는 주체(에 대한 비판)이거나 실재로서의 풍경이 주는 기호(에 대한 긍정)이거나 풍경은 이제 투명한 가시성이 아니라 세계를 보는 하나의 알레고리이자 당대(의 시각적 사유)를 일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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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버 미술가의 미술가 게임REVIEW/Visual arts 2019. 9. 18. 19:28
오정은 *『Art in Culture』 8월 호에 한편의 픽션 에세이가 실렸다. 제목은 「존버의 일주일 -2019년 한국 젊은 미술가의 창작 분투기」. 말 그대로 존버세대 작가의 일상을 1인칭 시점의 픽션으로 쓴 글인데 작가로서의 입지를 찾기도, 안정적인 생계를 맛보기도 어려운 요즘 청년의 우울한 상황과 자조 섞인 한탄을 묘사했다. “세상엔 작업 잘 하는 똑똑한 사람들이 왜 이리도 많은 걸까?”라는 문장에서, 어쩐지 포화상태로 분출구 없이 노오력하는 이 세대의 비극이 묻어난다. 그러나 ‘세대’라고 하는, 전 인류에 적용 가능한 생물학적 연령 개념을 들어 이들을 보편의 상에 묶기에는, “그렇게 많은 사람이 내 작품만 보면서 한마디씩 해 주는 일이 없거든.”이라는 화자의 외로운 푸념에서 드러나는 애태움을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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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동희, 《딜리버리》: ‘수렴’하지 않는 공간REVIEW/Visual arts 2019. 8. 4. 21:23
▲ 구동희, 《딜리버리》 전시 전경 [사진 제공=아트선재센터] (이하 상동)전시는 배달 서비스가 일반화된 한국 사회의 물류 유통 체계를 일종의 알레고리로 가져왔지만, 실은 그에 대한 직접적인 설명이나 해석이 아닌, 일종의 복잡한 구조 자체라는 형상과 체험만을 남겼다. 물론 입구를 인트로로 보자면, 조각은 피자에 들어 있는 여러 토핑을 비롯한 사물들의 일부가 겹겹이 쌓여 기괴한 형태의 구조물로 확장되어 있고, 그 옆의 영상에서 배달원이 아닌 피자의 시각에서 잡은 배달 과정이 나오는데, 이는 직접적인 사회 현상을 반영하기보다 각각 손과 그 밖의 일부 광경만 나오는 이미 해체된 시선과 추상화와 집적을 통해 재구조화된 의사-사물만이 있는 것이다.공간에 진입하면 실은 그 안과 바깥, 그리고 어느덧 입구와 출구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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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도에의 의무REVIEW/Visual arts 2019. 2. 26. 11:11
안대웅 *지난 시간, 두 번에 걸쳐 연재된 안대웅 미술평론가의 '헬조선의 탄생부터 《굿-즈》까지'를 최종 수정해 하나의 글로 다시 게재합니다. ▲ 2001년 박찬국은 여주의 90년대 폐교에서 지역 학교 교사와 문제아, 장애 아동, 보육원 아동과 함께 예술과 놀이를 접목한 레컬쳐 le-culture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이를 밀머리미술학교라고 이름 붙였다. 2007년 백기영은 원곡동에 거주하는 예술가와 지역 거주민의 참여를 독려하는 장기대회 ‹일수불퇴›를 열었는데, 경기자가 진지하게 경기를 하는 가운데, 김정표가 제작한 이태원에서 마주칠 법한 현란한 장기 모양의 LED 인스톨레이션이 미술비평 언어로 무장하다시피 한 평론가 김종길의 장기 해설과 어우러져 기묘하게 즐거운 상황을 연출했다. 김월식은 2011년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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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VY: 길고 슬픈 블루(스)_이현REVIEW/Visual arts 2018. 10. 10. 18:52
길고 슬픈 블루(스) 이 현(독립큐레이터) “그럼 나에 대한 이야기를 해 줄게. 그건 정말 길고 슬픈 이야기(tale)야!” 생쥐는 앨리스를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길고 긴 꼬리(tail)네.” 앨리스는 생쥐의 꼬리를 가만히 내려다보며 말했다. “그런데 왜 꼬리가 슬프다는 거야?” 영국 작가 루이스 캐럴의 고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1865)를 둘러싼 세계는 부조리와 모순으로 가득하다. 인간처럼 말하고 행동하는 동물들, 별안간 커지거나 작아지는 신체, 법체계가 무너진 재판 과정…. 앨리스가 토끼 굴에 들어가면서 겪는 일련의 기묘한 사건을 그리는 이 작품은 전형적인 회귀식 모험 소설 형식을 따르고 있지만,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동화 장르임에도 도덕적, 교훈적이지 않다는 점에서 독특한 문학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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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bition of Exhibition of Exhibition》: 전시라는 이름을 작동시키기REVIEW/Visual arts 2018. 6. 20. 14:12
컬렉션으로서 작품, 고유명으로서 큐레이터▲《Exhibition of Exhibition of Exhibition》 전경 ⓒ김진호(이하 상동)아카이브(?)된 50명의 작가 중 49개의 작품은, 한정된 그러나 꽤 풍요로운 선택지 속에 큐레이터들의 선택으로 분절된다. 선택의 교집합은 필연적인 것이 아니다. 이 작품들의 ‘선택’들은 가령 큐레이터마다의 하루에 해당하는 개별적 전시들의 얼개를 띤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전시는 작품의 확장(적 수렴) 대신, 큐레이터 각각의 컬렉션 자체로 소급되며, 컬렉션 내 작품들은 의미로부터 표백된다(마치 90년대 히트 팝송 모음 테이프들처럼 그것들은 일종의 명확하지만 불투명한 비-아카이브다). 전시‘들’은 큐레이터(들의 서문)들을 통해 필터링되지만, 작품의 의미와 내용은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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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인트 카운터 포인트(Point Counter Point)》: '공간에의 분포'REVIEW/Visual arts 2018. 3. 16. 03:06
▲ 《포인트 카운터 포인트(Point Counter Point)》 2층 전시 전경 ⓒ김연제[사진 제공=아트선재센터] 5명의 작가가 아트선재센터 2, 3층을 사용한 전시 《포인트 카운터 포인트(Point Counter Point)》[기획: 김해주(아트선재센터 부관장)]는 공간 디자인의 성격이 강한데, 작업은 공간의 재형성을 통해 관람객을 공간에 대한 인식으로 이끈다. 따라서 작업은 공간을 포함하며 공간에 포함된다. 모든 작업은 2018년 제작된 것으로, 한편 2층과 3층으로 분리되는 동일 작가(이수성, 김동희, 김민애)의 작업에서, 이수성 작가의 작업()의 경우, 한 작업의 다른 판본으로서 공간의 중심에 자리하며 연결돼 두 개 층을 잇고 횡단시키는데, 반면 김동희 작가의 공간적으로 분리된 두 작업()은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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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송은미술대상전 리뷰REVIEW/Visual arts 2018. 3. 9. 12:25
▲ 진기종, , 혼합매체, 가변설치, 2017 [사진 제공=송은아트스페이스](이하 상동) 플라이 낚시는 미끼가 되는 수서곤충의 이미테이션 제작을 통해 실제 물고기를 잡아낸다. 결과적으로 잡은 고기를 다시 방생하는 낚시는 작가의 취미 생활로, 수서곤충에 대한 공부 및 자연에 대한 관찰이 전제된다. 이러한 과정은 자연과 물고기를 한 화면으로 병치한 사진들, 수서곤충과 물고기를 그린 수채화들, 동물의 털로 모방한 바늘들을 과정을 담은 비디오, 제작 키트 등의 아카이브로 구성된다. 곧 그 자체가 결정물이라기보다 그러한 작업의 전반적인 과정을 보여주며 작업을 재구성하는 데 가깝다. ▲ 진기종, , 사진_32개, 각 21×29cm, 2017 이는 흥미로운 취미생활이라기보다는 실재와 모사물에 대한 예술의 오래된 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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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젤리카 메시티, 《릴레이 리그(Relay League)》: 번역의 수행적 확장REVIEW/Visual arts 2018. 3. 2. 12:55
▲ , 2017, 3채널 비디오 설치, 8분, [사진 제공=아트선재센터](이하 상동) 3개의 스크린이 막으로 구분되어 설치된 는 마치 회전문처럼 분할되는 공간에서 소리의 간섭으로써 또 이전 영상의 잔해로써 스크린-공간을 접합한다. 이 문은 물론 돌아가지 않으므로 세 개의 분리된 스크린을 지나야만 입구를 출구로 대체할 수 있다. 3개의 영상은 공통되는 원본에 대한 번역으로서 또(는) 그 번역의 또 다른 번역으로서 존재하는데, 그 번역의 원본이라 할 “수신자 전원에게 알림. 이것은 영원한 침묵에 앞선 우리의 마지막 함성”은, 1997년 1월 31일, 130여 년 만에 해양 조난 통신에 사용되던 모스 부호의 종언을 알리며 송출한 프랑스 해군의 마지막 전신의 기의이다. ▲ 이를 장단음의 분리로써 (하나의 고정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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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스트 씨어리, 《당신이 시작하라》: ‘관객의 탄생’REVIEW/Visual arts 2017. 12. 5. 00:05
▲ , 2015, 싱글 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1시간 45분 ⓒPatrica Marcoccia and Oscar Tosso [사진 제공=백남준아트센터] (2015)는 연속되는 하나의 쇼트 안에 한 명씩 연결해 도시를 걷는 일곱 명의 사람을 다룬다. 동시에 이는 온라인과 극장에 실시간 스트리밍되었었다. “당신이 바꾸었으면 하지만 바꿀 수 없는 건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이 일곱 명을 관통하고, 일곱 명을 향한 질문은 다른 답을 도출한다, 아니 질문은 다른 세계로의 접속을 요청하는 질문으로 환원된다. ▲ , 2009, 싱글 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5분 ⓒAnne Brassier [사진 제공=백남준아트센터] (2009)에서 전화를 받은 관객이 율리케와 아이몬 중 한 명을 선택하고 도시 곳곳을 걷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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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의 전시》: ‘장소와의 간극을 수행하는 전시’REVIEW/Visual arts 2017. 11. 20. 18:06
작업들은 두 작가(조형섭, 이소의)의 작업을 제하고는, 미술관에서 풀려나 낯선 장소와 헐겁게 맞물려 있다. 커뮤니티 스페이스 리트머스마저도 전시장을 찾는 이를 전시장‘에서부터’ 나아가는 첫 번째 키를 제공하는 입구이자 전시장을 벗어나며 새롭게 전시, 《장소의 전시》(큐레이터: 안대웅, 어시스턴트 큐레이터: 전수현)가 시작되는 출구의 ‘유일한’ 장소이다. 그러나 이 전시장은 전시장의 ‘바깥’에 위치한 이들, 전시장의 문법 따위는 상관없는 현실에 소재를 둔 사람들에게는 결코 인접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마찬가지로 작업은 일상에서, 현실에서 잘 보이지 않는다. 그것을 작품으로 감별하러 온 이들은, ‘실재의 장소’에 있는 이들에게서 낯선 이로 구별된다. 대부분의 미술관이라는 장소가 실은 작품을 위해 여전히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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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경,《more Light: 향유고래 회로도》: ‘경계에 놓인 관객’REVIEW/Visual arts 2017. 11. 20. 16:50
▲ , 엘립소이드달 스포트라이트, 자개, 황동, 멀티채널사운드, 가변설치, 2017 [사진제공=송은아트스페이스] 고래 뱃속을 환유하는 3층에 걸친 전시는 어둠에 새기는 빛의 궤적이 표면을 생성하고, 어둠에 잠긴 관객의 몸에서 분기하며 감각적 체험을 전하는 데 집중한다. 3층과 4층에 앞서 2층의 전시, (2017)는 고래의 속을 체현하기보다, 펼쳐지지 않은 하나의 책으로 진리를 예기하고 육화하는 듯 보인다. 자개와 황동으로 만든 빛(엘립소이달 스포트라이트)이 내리쬐는 두 개의 오브제는 엇갈린 층들로 4, 5밀리미터씩 일정하게 배치된다. 클래식의 현은 격동하는 생명의 안을 체현하는 일종의 서막을 가리킨다. 휴지기를 갖는 빛이 드러나는 동시에 3층의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 , 3D 비디오, 사이키 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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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주, 《오메가가 시작되고 있네(LOOK, HERE, BEGINS THE OMEGA)》: ‘파편적 세계들의 배치’REVIEW/Visual arts 2017. 11. 13. 20:40
▲ 임영주 작가 개인전, 《오메가가 시작되고 있네(LOOK, HERE, BEGINS THE OMEGA)》[사진 제공=임영주] (이하 상동) 일관된 형식으로 밀집되지 않았다는 것은 전시를 여러 차례 본 이후에 드는 확고한 인상이다. 마치 푸티지 영상의 컷들을 방사하되 사각으로 전시장을 빙 두른 (것 외에 배치의 방식에 있어 어떤 다른 원칙을 확인하기 어려운) 전시는, 회화에서 영상이 아닌, 영상에서 회화로 시점을 ‘거꾸로’ 옮긴 작가-작가의 기원적 매체는 회화로, 영상 작업을 최근에 주로 선보여 온 작가의 이번 작업에서 영상은 회화를 ‘재매개’했다고 할 수 있다-의 관점적 배치에 의한 것이다(첫 번째 가설: ‘그림은 일종의 하나하나의 스틸 컷이다!’). 사실상 배치보다 중요한 건 작업이 ‘밑’이라는 동일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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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모던 리얼》전, ‘리얼, 즉자적 개념에서 인식적 물음으로’REVIEW/Visual arts 2017. 11. 2. 14:15
《포스트모던 리얼》전은 1부와 2부로 나뉘는데, 2부의 작업들이 주로 1990년대 이후 포스트모더니즘의 미술 다루는 리얼(리티)에 대한 질문을 근거로 한다면, 1부는 90년대 이전, 60년대 이후부터 주로 70, 80년대의 ‘포스트모던 리얼’의 전거가 되는 대표적인 작업들을 다룬다. 2부의 배경이 된 기술 매체의 발전 양상은 예술의 감각/작업하는 방식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으며, 이에 대한 부분을 전시에서 살필 수 있다. 1부, 물리적 실재의 침입 ▲ 이종상, , 290x205cm, 종이에 수묵담채, 1963 [사진 제공=서울대미술관](이하 상동) 이종상 작가는 (1963)로써 소를 노동자들이 묶는 광경, 곧 소의 생명력을 포획하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사용하는 ‘장비’를 제목으로 둠으로써 소가 아닌, 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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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정아 <아정구> 리뷰: 이미지의 실존주의REVIEW/Visual arts 2017. 9. 15. 12:46
▲ (2010), 아트선재센터 3층[사진 제공=아트선재센터] 3층의 (2010)는 선이 형성하는 것 배경과 그 안의 대상을 핵심적으로 드러내는 것, 아니 포착하는 것에 가깝다, 실재에 대한 묘사나 재현의 일부라기보다 흩날리거나 부유하는 선의 일부로써 유격이 되는 공간을 드러낸다. 곧 창조된 공간, 현실에 가깝다. 가끔씩 중간의 선 일부를 덧칠해 강조함으로써 시선의 포인트를 흐트러지게 하는 효과를 주는 가운데 뜯어지는 선을 마감하는 듯한 일종의 천에 쓰인 바느질로도 비유가 가능해 보인다. 그리고 이 드로잉들은 야광의 분홍색 조명으로 마감된 공간에 현기증을 느끼고 그것의 자장 아래 보이게 되는데, 이는 그림 속 공간을 채우거나 그림을 완성하는 효과를 낸다. 곧 조명은 그림들을 채색하고 선이 그 채색된 공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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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손목을 반 바퀴>, 제목의 함의!?REVIEW/Visual arts 2017. 7. 25. 14:32
▲ 이제, , 116.8 x 91.0cm, oil on canvas, 2017[사진=갤러리 조선] 1, 2층으로 구성된 전시는 2층의 11개의 작품을 제한 한 개의 작업과 1층 전 작업이 전시 제목인 로 구성[총 27개의 작품]돼 있다. 사실 지난 이제 작가의 전시들에서 볼 수 있듯 옆으로 비껴 선 인물의 초상이나 토기로 지칭되는 괴상한 오브제들 등은, 전시 제목에 의해 새롭게 위치 지어진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일견 전시 제목은 그림을 그리는 행위 자체를 지시하는 듯도 보이며, 한편으로 안무적 지침과 같은 수행적 행위에 대한 요구로도 보인다. 전자는 그림을 일종의 노동으로 치환하고 어떤 기본적 움직임의 단위를 조각하며, 사실적 알레고리를 그림 그리는 행위에 부여하는 것으로 보이고, 후자는 그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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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실천>: 전시로서 비평! 플랫폼으로서 비평?REVIEW/Visual arts 2017. 3. 22. 00:52
▲ 전시장 전경 [사진 출처=산수문화 페이스북] 전시장에는 단 두 권의 책만이 진열돼 있다. 그리고 이는 전시장 내 그것을 가지고 읽는 또는 복사하는 단 두 사람(청중)만의 권리로 복속된다. 일견 복사는 소유의 자율권을 허하는 듯하나, 복사를 하는 것은 재현 가치를 증폭시키는 대신 오히려 책이라는 원본의 가치를 승인하는 데 그친다. 그것은 나눌 수 없는 견고한 하드커버가 주는 물신적인 성격을 완전히 벗겨내지 못한다. 전시는 굳이 수많은 의자들을 뒤로 하고 두 권만을 볼 수 있게 진열했는데, 그 아래 쌓인 몇 권의 책 역시 만질 수 없는 물신 오브제로 기능한다. 이 두 책은 일견 이 전시장 내 전시 기간 동안만 허락되는 것처럼 전시되는데, ISBN이 찍혔다거나 표지에 어떤 내용이나 장식도 없다─곧 그 표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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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송은미술대상 리뷰REVIEW/Visual arts 2017. 3. 22. 00:12
▲ 그들이 온다. 은밀하게, 빠르게, 2016, 단채널영상, 사운드 염지혜의 스크리닝 (2016)는 짧은 시간에 부여되는 리듬과 일정 단위의 구별이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 이후 김세진 작업과의 비교 지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비규격화적인 표현 형식은 소급되지 않는 이상한 차원/레이어로 빠져들며 해독 불능, 판단 유예/불가의 상황을 초래한다고 보인다.). 여기에 감상적이지 않고 유희적이고 장난스러운 말이 헐겁게 화면에 드러난다. 곧 그것은 목소리에 입힌다. 그럼에도 그 목소리는 결코 견고한 하나의 내레이터로 수렴되는 대신 일정하지 않은 인격체, 가상으로 형성된 캐릭터에 애매하게 부착된다. 사실 그러한 필연적 균열은 드러나기보다 전체적으로 헐겁다는 인상을 주는 정도에 그치게 한다. ▲ 열망으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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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혜중공업 ≪세 개의 쉬운 비디오 자습서로 보는 삶≫: '시적 알레고리와 리듬 문자, 그리고 사운드'REVIEW/Visual arts 2017. 3. 21. 23:27
▲ 《세 개의 쉬운 비디오 자습서로 보는 삶》 전시 전경, 아트선재센터, 2017, 사진: 김상태 [사진 제공=아트선재센터] (이하 상동) 시각적 제스처로 한정 짓기에는 화면 안 글자의 폰트, 형태, 배치 들의 궤적은 지연되지 않으므로 일종의 시간예술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화면 밖 공간을 채우는 재즈 풍의 연주는 그것과 싱크를 맞추며 화면의 전환과 시각적 리듬에 더해 끊임없는 자극을 준다. 사실상 언어의 장르적 특질은 1층의 가 주로 대화체로 구성된 인터넷 소설의 외양으로 판소리 사설을 떠올리게 하는 반면, 2층의 는 한국 사회의 대타자적인 기호이자 동시에 모든 고급적이고도 매력적인 장소로서 '삼성'―삼성이라는 고유명사에 대한 직접적 언급으로서 삼성이라는 상징 자본의 고유한 위치를 비판적이고 적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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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일치>, '분배된 주어라는 문제'REVIEW/Visual arts 2016. 1. 22. 10:24
포스터 [출처: 가변크기 페이스북] 제목이 가리키듯 이번 전시는 결과의 제시 측면보다는, 과정에서 결정되지 않은 상태에 대한 초점을 묘사하는 데 방점이 찍힌다. 사실상 우정을 전제로 한 여러 명의 논의자가 하나의 합의로서 전시를 완성해 나가는 과정은 크레디트의 명기와 드러나지 않는 아티스트 피의 합리적인 적용의 합목적적인 과정의 일환으로 수렴된다. 어떻게 보면 작업의 결과는 이미지가 아닌 그것을 구성하는 모든 것의 결과이자 작가의 이름값에 다름 아니다. 거기에 더해 작가의 참여했다는 나아가 합의했다는 의식이 결과로 나타난다. 그리고 이러한 결과의 합리적인 분배로서, 노동과 역할에 대한 정당한, 동시에 모두가 납득/이해 가능한 비용 산출/책정은 지원금 내에서의 삶/생존의 모색이란 하나의 전제에 포섭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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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래 개인전: 삼합, 발효의 연식술>: 산포하는 카오스와 상징적 정렬 사이에서REVIEW/Visual arts 2015. 9. 13. 03:20
[사진 제공=미메시스 아트 뮤지엄] 전미래 작가가 안무한 퍼포먼스는 해골들이 엮여 만다라 기호를 이루는 거대한 벽면(의 그림) 앞에서 이뤄진다. 검은색과 흰색의 남녀 무용수는 접합되지 않고 균열을 일으킨다. 숨소리가 거칠게 상승하며 파열적 양상으로 확장될 때 결정적으로 남자의 입 꼬리를 타고 오르는 희열의 웃음은 악마를 떠올리게 한다. 이것이 의식적이라면 반면 여자는 눈을 뜨지 않은 채 자신을 끊임없이 삼키려 하는 어둠으로부터 침범되지 않고서,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들로부터 그저 무감한 듯한 인상을 주는데, 이러한 무지의 무의식은 부처의 정자세를 취함으로 자연 돌아간다는 점에서 속에 대비되는 성聖의 도상이 된다. 전미래 작가는 그 둘을 둘러싸고 한 박자에 가볍게 손뼉을 한 박자에 한 발을 내딛는 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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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djf studio x qhak, 이미지와 나 사이에 레이어와 시선을 한 겹 더하다REVIEW/Visual arts 2015. 9. 4. 02:17
사본1/n 2014ⓒ fldjf 박보마 작가가 비디오 릴레이 탄산에서 선보인 영상 작업은, 실은 다양한 이미지들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프레젠테이션 형식의 수행적 퍼포먼스 차원에서 보였고, 한편 그 각각의 이미지들은 숫자가 섞인 독해하기 어려운 완벽하지 않은 문장을 이루는 단어들과 함께 나타났는데, 시간과 포토샵 이미지라는 하나의 디지털 매체의 조건 아래 객체 측정의 단위들이 표시되어 일종의 작품에 대한 메타 데이터로서 작품을 지정해주면서 그 낯선 단어들에는 어떤 화자의 순간적 감정의 데이터가 함께 들어가 있었다. 다른 한편 그 이미지를 보여주는 방식은 ‘wix’라는 (페이지 전환 방식이 아닌 끊어짐이 없는, 일종의 파피루스식 읽기를 가능하게 하는) 스크롤의 변신으로 생성되는 홈페이지라는 매체 조건 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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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송, ‘누가 무엇을 보내는가’의 물음REVIEW/Visual arts 2015. 8. 26. 16:59
장소 특정적인 작업과 공간 임대적 작업 사이의 어떤 파생 지점들 ‘동송’이란 원래의 지명을 새로운 동음이의어로서의 의미를 부여하며 재전유한 것으로, 함께 보낸다는 뜻이다. 여기서 그 주체를 무엇으로 상정하느냐는, 언뜻 커뮤니티 아트로도 보이는 이번 프로젝트를 그러한 기준 아래 가늠해 볼 수 있으리라 보이는데, 곧 그 주체가 ‘작가들’이며 그 과정상의 자의적 경험을 (충족시키는 것으로 충분함을) 의미하는지 혹은 마을 전체로 확장된 어떤 이상적 개념을 상정하는지가 이를 통해 드러난다. 한편으로 그 ‘보낸다’는 것이 일종의 매체적 전달 과정을 상정하며 따라서 어떤 메시지를 가정한다면, DMZ를 함축한 동송이라는 지역에 보내는 메시지를 또한 가정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한 마디로 ‘함께’라는 이상적인 의미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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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석 <베이포-X와 홈비디오>: 손을 내미는 거리로부터의 윤리적 연대REVIEW/Visual arts 2014. 12. 19. 16:58
흘러간 시간들의 부상 ▲ 강정석, Simulating Surface B(2014) [사진 제공=인사미술공간] 되는 대로 찍힌 영상은 전시로 구성하는 과정에서, 작가의 편집적 재구성의 역학을 거친다기보다 관객에게 ‘내맡겨짐’으로 현상되는 듯하다. 몇몇의 홈비디오들은 카메라와의 거리를 인식·측정하기 어려운데, 작가의 시선을 대변·투영하기보다 작가의 손에 들려 그로부터 시선이 딸려 들어가는 것처럼 감각된다. 곧 에서 비디오의 시선은 엄밀히 목소리를 내는 주체(적 대상)를 향하지 않고 거리를 향하는데, 이 실제의 시선은 ‘안’에 있는 셈이다. 찍는 자와 찍힘을 당하는 이 사이의 경계가 거의 사라져 성립하는 어떤 경계 없음의 상태를 함의한다. 여기서 한층 중요한 건 찍히는 자의 경계가 풀어졌다는 데 그치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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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옥, <모험의 편집공학> : 경계를 맞춤 인식하는 편집의 방식들REVIEW/Visual arts 2014. 12. 19. 16:41
유령의 흔적에서 유령에의 기원으로 ▲ 이세옥, 전시 전경 [사진 제공=시청각](이하 상동) 하나의 개인의 방에 들어온 것 ‘같다.’ 이 ‘같다’의 느낌은 그 표현에 있어 정확치 않다(고로 어떤 해명이 필요할 것이다). 이것을 일단 하나의 영화이고 ‘영화적 체험’이라 명명해 보자. 두 개의 스크린과 2개의 오디오로부터의 교차 편집된 (목)소리, 그리고 일종의 리듬을 부여하는 ‘배경’ 오디오-사운드. 하나의 스크린이 헤드폰을 장착하며 듣고 본다면-그럼에도 하나의 공간으로 열린 채 듣기·보기를 기다리고 있다면- 그 외의 나머지는 하나로 맞물려 기능한다. 일상에서 채집한 사운드들-빗소리들을 비롯한 여러 소리들-은 나를 위해 허락된 곳일까. 곧 이 ‘나’를 상정함은 이곳을 누군가의 사적 공간으로 두고 있음을 전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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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과 잉여>, 떠도는 시대-이미지/이야기에의 어떤 근접/간접의 시선REVIEW/Visual arts 2014. 12. 9. 09:27
‘청춘과 잉여’라는 제목은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세대-주체적 이름의 이상 담론과 취업의 어려움이 동반된, 견고하고 안정적인 삶의 지반을 획득하기 힘든 비주체를 각각 가리키는, 동 세대에 대한 명암이며, 대립하기보다 일종의 이데올로기로 기능하는 두 다른 좌표로 보인다. 곧 이 두 이름은 동시대적-세대적 유행하는 이름이며 그렇게 동시대를 호출/호명하는 전시로 느껴질 소지가 있다. 하지만 들여다보면 ‘청춘’은 90년대 국내 호황을 맞던, 곧 밝은 시대가 펼쳐짐을 앞둔 희망 어린 청춘의 시기의 한 자화상과 2000년대 IMF사태를 비롯해, 세계 금융 위기의 여파가 지속되는, 가령 겹치는 시기에서 장기하의 한 노래 중 ‘방바닥에 뒹굴다 못해 방바닥과 내가 물아일체된’ 잉여적 청춘의 단절적 계보 양상을 절합시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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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환 <늘 거울 생활> ‘적확한, 한정적 문맥의 교신’REVIEW/Visual arts 2014. 10. 1. 14:50
전시 (아트선재센터, ~11월 30일)은 관(람)객을 전시장 안에 포함시키며 개입시킨다. 이는 관객의 직접적인 참여를 요구하는 게 아니라 관람 동선과 시각과 작품이 맞물리는 과정들을 체계적으로 구현했음을 의미한다. 제목에서의 ‘거울’이라는 알레고리는 난해한 듯 보이는 전시장 구성에서 관객의 위치나 시선, 비디오 작품에서의 이중적인 정체성 또는 균열, 수행으로서의 연기(演技) 등에서 나타나듯 실재를 보는 게 아니라 환영적인 체험을 통한 그 너머의 것을 나타나게 하는 어떤 방식과 연관되는 듯 보인다. ▲ Sung Hwan Kim, Watermelon Sons, 2014, Performance Courtesy of Sung Hwan Kim and Art Sonje Center, Photograph by S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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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주, <Unfaithful belief_삼신뎐> 리뷰: '상상계적 원형과 현실의 중간적 탐사'(레스빠스 71_Young Artist Compe 2014)REVIEW/Visual arts 2014. 5. 22. 15:20
▲ [사진 제공=레스빠스 71] , 네 개의 작품이 하나의 기둥 공간을 감싸고 합해지고 있는, 아니 하나의 작품이 하나의 공간을 둘러싸고 있는 유기적 표면의 조각들이다. 곧 신목을 동서남북, 네 개의 방위에서 바라보고 그렸으며 이는 네모난 캔버스의 틀로서 네모난 기둥과 절합되며 전시장에 나무의 상징 공간을 예시한다. 이는 실제 나무가 갖는 위치성을 재현하며 동시에 신목으로서 그에 대해 갖는 의식(儀式)의 의식(意識)을 체현하게 한다. 이 기둥에 상징의 힘을 가져오는 동시에 그것과 맺는 입체적인 위치 설정을 재현하는 것이다. 이 나무들을 보자 긁어내듯 음영을 만들어 그 두터움을 표현하는 한편 그 숲 같은 잎들의 뻗침이 예사롭지 않은 기를 형상화한다. 동시에 검게 음영진 중간은 동물의 가죽 같은, 그 위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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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간 전시: 한 시간을 증명하는 증인들의 소환REVIEW/Visual arts 2014. 5. 20. 13:04
▲ 《한 시간 전시(One Hour Long Exhibition)》(사진 제공=아트선재센터) (이하 상동) 지난 4월 8일, 저녁 6시에서 7시 사이에 열린, 《한 시간 전시(One Hour Long Exhibition)》는 한 시간 안의 전시를 구성해 낼 수 있는 역량에 집중한다거나 또는 무언가를 만들어 내야 한다는 시간의 제한을 조건으로 두고자 하는 것(아마도 그렇게 유추되지만)만이 아님은 분명하다. 궁극적으로 전시는 그 최종 구성물만을 보일 수밖에 없는데, 그것을 구성하는 한 시간 동안 일어난 모든 것이 전시라면, 일반적인 전시에서의 전시 설치의 행위와 그 흐름은 그 작품의 완성을 위한 단순히 기능적인 부분이거나 관객에게는 당연히 보이지 않는 부분이거나 부수적일 수밖에 없는 부분임을 벗어난다, 그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