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컨컨, 〈곡예사 훈련〉: 서커스라는 적자 혹은 고아로서 서사REVIEW/Performance 2026. 4. 10. 22:32
컨컨의 〈곡예사 훈련〉은 서커스를 보여준다기보다 들려주는데, 이를 통해 서커스라는 이상, 서커스에 대한 이상이 가진 간극을 드러낸다. 이는 서커스를 하는 사람으로서 그 정체성을 탐문하는 과정으로, 처음부터 세 명의 서커스 퍼포머와 대등하게 선 손옥주는 매개자의 위치를 자처함에 따라 그의 사회는 이들이 중계되고 있음의 상황을 가정하고, 이 전체는 방송과 같은 하나의 틀을 전유하게 되는데, 거기에 놓인 셋은 서커스와의 직접적이고 진실한 관계 맺음에 따른 재정체화가 필요하게 된다. 하지만 그것은 개인의 신화를 만드는 과정이라기보다 서커스와 각 개인의 간극, 균열, 모순 등을 드러내는 데 가깝다. 〈곡예사 훈련〉은 방송이라는 포맷을 선택함으로써 수월하게 수용 가능한 방청객의 모드를 상상적 차원으로 가정하며 현..
-
이소, 〈오디토리움 시리즈: 그 때 그 극장 편〉: 공동체를 ‘지정’하는 법REVIEW/Dance 2026. 4. 10. 22:13
이소의 〈오디토리움 시리즈: 그 때 그 극장 편〉(이하 〈그 때 그 극장 편〉)은 〈오디토리움 시리즈: 연희예술극장 편〉(2025, 이하 〈연희예술극장 편〉)의 반향으로서 존재한다. 이 둘은 모두 어떤 상상적 간극으로부터 출발하는데, 이는 장소 특정성보다는 시차적인 것이다. 곧 후자가 제목에서처럼 “연희예술극장”을 장소 특정적으로 인계하는 것이 아니라, 관객이 장소를 어떤 식으로든 오판할 수밖에 없다는 것, 그것이 전적인 오류라기보다 공연이 가설하는 장소적 토대와의 오차로서 사후적으로 승인된다는 것에 착안해, 극장이 가설되는 불분명한 경계를 오히려 공연(자) 스스로가 함입한다. 이는 거꾸로 관객이 공연을 가정하는 것처럼 공연 역시 관객을 가정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오디토리움”, 곧 ‘객석’이 관객의 ..
-
강화정, 〈성율전26〉: 결핍-과잉된 신체의 두 가지 형상 또는 두 다른 신체-장르의 배치REVIEW/Dance 2026. 4. 10. 21:55
강화정 연출의 〈성율전26〉에는 두 존재의 오직 움직임만이 있는데, 그 위에 놓이는 건 대체로 오페라를 비롯한 보컬이 강조되는 음악이다. 몸이 목소리의 지지체라면, 목소리는 몸의 지속됨에 합목적성을 부여한다. 목소리는 몸을 경유하여 자신의 몸을 얻는다면, 몸은 목소리로부터 연장된 삶을 얻는다. 하지만 그것은 죽음일지도 모르는데, 목소리가 몸에 부착된다면, 목소리는 그 몸을 경유해, 자신의 가상적 몸에 이르는데, 이때 몸은 배경으로 전도되며, 목소리는 형상의 지위를 진정 획득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결국 진정 ‘다른’ 두 개의 움직임이 있는 것 아닐까. 몸은 마치 사물처럼 진동하고 있다. 주체의 의지가 재분절되는 그 몸은, 산포되며 형해화되는 이 몸은 정신의 영역, 언어의 영역, 유기적인 호..
-
박정아 & Jini Kim, 《메스매스》: 실재 위의 가상, 그리고 임시적 역사로서 퍼포먼스의 시간REVIEW/Visual arts 2026. 4. 10. 21:46
《메스매스》는 박물관을 흉내 낸 의사-박물관 혹은 가짜-박물관이라 할 수 있는데, 더 정확히는 박물관보다는 거대 미술관의 제도적 형상을 소환하며 전유함으로써 그것을 비트는 데 목적이 있다. 그것은 근본적으로 건축적인 것이고 일차적으로 그 안에 인터페이스와 인터랙션의 디자인을 더하는 것이 되는데, 그것이 그 자체로서 작품이자 매체라는 것이 중요하다. 곧 전시장은 비어 있는데, 예컨대 국립현대미술관을 참조해 재구성한 이 전시장은 그 경계의 표면에서 미술관의 ‘그것’으로 식별되는 것이 작품을 지시하며, 작품으로서 자리를 메운다. 하지만 진정한 내용으로서 부가되는 건 전시 자체에 보족되는 작가의 포트폴리오인데, 관람객 벤치에 놓인 이 포트폴리오는 기존 박진아의 퍼포먼스 연대기의 하나로 연장되는 퍼포먼스라는 세..
-
극단 Y, 〈디사이딩 세트〉: 배구라는, 네트라는 은유REVIEW/Theater 2026. 4. 10. 21:35
극단 Y의 〈디사이딩 세트〉는 유영여고 배구부의 선수들이 배구를 하며 겪는 저마다의 불안과 고민을 보여주는데, 그들의 현재는 프로팀에서 신인 선수로 지명(드래프트 draft)되어 본격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는 데 있어 불확실한 미래를 경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체육관의 불이 꺼진 10시에 네트 너머를 보면, 미래를 볼 수 있다는 괴담으로 전도되는데, 곧 이 미래의 파지 불가능성은 그 네트 너머가 보이지 않는 상대 팀의 존재를, 관객의 존재를 가리키는 가상적-물리적 지점으로서 식역에 상응하여 연장된다. 무대는 이 반쪽의 네트가 중앙을 점유하며, 그 뒤편에는 라커룸과 그 앞 벤치가 있다. 그리고 빈 공간이자 흰색 테이핑으로 경계가 그려지는 이 네트의 양 옆쪽의 벽을 따라 각각 벤치가 서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