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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후, 〈여는 마당: 프로파간다〉: 극장과 광장 사이의 간격 없음으로부터…REVIEW/Theater 2026. 5. 20. 13:18
〈여는 마당: 프로파간다〉(이하 〈여는 마당〉)의 제목은 “프로파간다”를 위한 공공적 장소를 허용한다는 점에서, 공론적 장소의 자리를 일정한 방향성을 띤 프로파간다―선전―로 점유한다는 점에서 역설적인데, 이것에 구체성이 부여되는 건 2부의 극장 천장에 매달린 수많은 “말풍선”들이 내려오면서부터이다. 이는 이미 다양한 참여자에게서 받은 설문들로 민주주의에 대한 각자의 사고와 의견 들을. 담고 있으며, 그것의 개별적 포장의 형식/명명은 개인의 자율성과 주관성을 다양성과 상호 존중의 차원으로 격상하며 민주주의의 이념을 하나의 이미지로 현시하는 것과 같다. 물론 이 실-집게에 꽂힌 제목/번호와 본문―진술―을 적은 각기 다른 A4 두 장을 앞뒤로 붙인 매달린, 흔들리는, 돌려 세울 수 있는 개별적 이미지들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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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경, 〈늦게 온 보살〉에 대한 주석: 이미 온 미래를 부인하며 마주하는 법REVIEW/Visual arts 2026. 5. 20. 13:15
빅찬경의 〈늦게 온 보살〉(2019, 단채널 영상, 흑백/컬러, 사운드, 55분.)은 곽씨상부(槨示雙趺) 서사를 미래의 재난을 경유해 불러오는데, 이는 내러티브의 설명으로 시작된 작품은 제의의 차원에 다다르는 수미쌍관의 형식을 이룬다. 석가모니가 열반에 들었을 때 관에 불이 붙지 않다가 가섭존자의 도착 이후에 부처의 양발이 관 밖으로 나오고 비로소 다비식이 가능해졌다는 기존의 서사에서, ‘늦게 온 보살’은 등산 차림으로 산을 배회하던 여자의 모습으로 옮겨지는데, 이때 그에 대응하는 ‘석가모니’가 누구인지 확인할 수 없다는 점은 그 여성의 행위가 시종일관 그 발에 대한 클로즈업의 순간을 위해 유예되었음에 조응한다. 곧 여성의 서사 안에서의 무목적적인 방랑은 전사의 부재, 상실에 대한 산만한 방어로서만 기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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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컴퍼니, 〈실과 철〉에 대한 주석: 실과 철의 대비된 이미지-기호 작용REVIEW/Dance 2026. 5. 20. 13:14
〈실과 철〉의 제목은 즉물적인데, 실이 작품에 실제 등장한다면, 철은 등장하지 않지만 신체 움직임에 의해 환유된다는 점에서 그렇다. 실은 연약하고도 느슨하고 부드럽다면, 철은 강하고 단단하고 무게가 있는 속성을 띤다. 두 단어는 일차적으로 움직임을 일으키는, 움직임과 관련되는 재료이자 매질이며, 나아가 성차를 반영하는 두 부족적 질서와 고유한 형상을 나타낸다. 결과적으로, 대구를 이루는 두 상반된 단어의 엮임, 차이에 대한 상호 반영의 유희는 메타포로서 두 단어를 함께 격상시킨다. ‘실과 철’은 작품의 시각적인 대상이자 환유물인 동시에 안무를 관통하는 하나의 개념이다. 처음 두 여성의 등장과 함께 실을 잣는 움직임, 두 여성의 끊임없이 얽힘과 풀림의 실을 통한 관계항을 구성하는 행위적 양상의 움직임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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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지, 〈한국인 되기〉: 한국(인)을 향한 이미지 혹은 시선REVIEW/Theater 2026. 5. 20. 13:12
한국 하면, 그리고 한국인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지에 대한 질문으로 시작하는 〈한국인 되기〉는 외부 혹은 타자와의 관계성에 의해 호명되거나 표시되는, 또는 비교의 차원에서 분석되거나 지시되는 한국 혹은 한국인에 대해, 주로 이주노동자의 처지와 환경에서 기술한다. 한국인이 되는 과정은 험난하며 그에 따라 한국인으로 태어난 것은 일종의 특권처럼 느껴진다. 곧 한국인 스스로에 대한 성찰과 비판 의식의 결여에 대한 반성을 촉구하려는 의도가 인풋에 섞여 있다. 무대 중앙에는 서류뭉치와 노트 등을 비롯한 여러 자료와 메모 들이 놓여 있고, 그것을 둘러싼 객석에는 배우들이 군데군데 자리한다. 곧 의견은 관객의 그것을 가정하며, 일종의 토론 연극의 외양을 자처한다고도 하겠다. 여기서 논쟁과 회의를 통한 일종의 변증술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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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일, 〈디오니소스 로봇: 리부트〉: 카오스를 향한 퍼포먼스로서 연주REVIEW/Music 2026. 5. 20. 13:10
원일의 〈디오니소스 로봇: 리부트〉는 하나의 신체의 변화무쌍한 궤적을 발화한다. 동양과 서양의 악기들이 혼합된 오케스트라는 장으로 구성됨에도 그것을 연속된 변화로 기록해 냄을 의도한다. 처음 이름이 주어지지 않았을 때 한 명 한 명의 등장에 따라 흔들리는 카메라가 이들의 얼굴과 연주 행위를 비춘다. 해상도가 높지 않은 흑백 화면에 콜라주된 다양한 인물들의 행동과 표정은 대상화 대신에 각자의 행위 주체성을 강조한다. 가령 원일의 얼굴은 원일에게서 출발하는 행위의 관점을 제시한다. 이 0의 장과 첫 번째 장 〈새벽, 속삭임〉은 이후 연주의 성격을 대략적으로 예측하는데, 바이올린(박용은)의 주선율 아래 전체적인 리듬의 동조로 급격하게 변화되는 분열증적인 현전은 주로 격동적이고 이국적인 느낌을 자아내는 한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