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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파, 《GORE DECO》: 깊이, 구멍, 말을 차폐하는 절편적 기호의 증식REVIEW/Visual arts 2026. 4. 24. 21:03
《GORE DECO》를 통해 새롭게 도입된 가장 눈에 띄는 요소는 타투이다. 실크스크린으로 처리된 이 부분은 그야말로 신체에 새겨진 것이 아니라, 찍힌 것인데, 이는 역설적으로 핏빛 내장으로서 피부에 또다시 파고들어 녹아든 지표적 흔적으로서가 아니라 그림과 분리되는 순수한 기표들의 놀이로서 회화 ‘위’에 쌓이며 그것을 회화로 (자신을 타투라는 이미지―이는 일종의 접착된 스티커다.―로) 지시한다. 앞서 끊없는 내장의 연결망으로 직조된 작가의 시그니처와도 같은 화면은 작가가 이야기한 “남성적 숭고”, 아마도 팔루스적 신체 기관의 독립된 지위와 그것의 지배성을 부정하고 비판하려는 차원에서 이뤄지는 육체의 절편화, 증식하는 절편들, 절편들의 연결-접속의 체계, 조망되지 않는 세계로서 육체를 가설하는 것으로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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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풍년 작/연출, 〈무릎을긁었는데겨드랑이가따끔하여〉: 이행을 위한, 이행에 의한, 이행에 대한REVIEW/Theater 2026. 4. 24. 20:19
〈무릎을긁었는데겨드랑이가따끔하여〉(이하 〈무릎을〉)는 버스킹을 하는 남자가 자판기 밀크 커피 한 잔을 먹기 위해 부족한 잔돈과 기능하지 않는 지폐만 갖고 있는 단순한 상황을 모티브로, 공연에서 주지하는 것과 같이, 밀크커피가 몸에 들어갔을 때 전해지는 신체적 효과, 화학 작용을 제한 없는 상상력과 다매체적 활용을 통해 확장하고 증폭시킨다. 중요한 건 서사(의 개연성) 자체가 아니라, 서사를 수행하기, 서사를 어떻게 수행함으로써 효과를 구성할 것이냐에 있다. 무대 좌측, 비슷한 높이로 매달려 있는 돈을 넣는 파란색 페인트통, 전동 드릴, 종이컵 디스펜서는 자판기 관리자가 보는 자판기를 환유하며, 자판기 관리자에게 그 의미를 허락하는 또는 자판기 관리자가 그 의미를 다룰 수 있는, 해체된 자판기의 부분들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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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범석 작/윤한솔 연출, 〈활화산〉: 재현의 경계에서REVIEW/Theater 2026. 4. 24. 20:05
〈활화산〉은 1970년대 새마을운동을 선전하기 위한 목적을 지닌 연극으로서 이는 예술이 현실 정치를 위한 수단으로 복무하려는 예외적 경로로부터의 산출이다. 그것의 부정성에 대한 물음 이전에 그것이 가능한가의 물음이 선행될 필요가 있는데, 한편으로는 예술의 자율성을 완전히 포기하는 것이, 다른 한편으로는 예술의 다의성 혹은 불가해성을 완전히 차단하는 것이 가능한가라는 물음이다. 그것이 한편으로는 프로파간다 연극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일상을 반영하는 리얼리즘 극이라면, 후자는 전자의 목적을 위한 차원에서 온전히 조작될 수 있을까. 여기서 재현은 하나의 시대와 또 다른 하나의 시대를 보여주며, 그 둘의 뚜렷한 간극을 갖는다. 그 시차로부터 (또 다른) ‘목적’이 들어선다. 곧 이 둘의 간극은, 도약에 가까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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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민 작/연출, 〈전기 없는 마을〉: 인공지능의 시대에서 진정으로 인간적인 것에 대한 질문REVIEW/Theater 2026. 4. 22. 22:58
〈전기 없는 마을〉은 인공지능과 인간의 무경계성, 그리고 인공지능의 세계 내 자의식의 탐문을 그린다. 물론 여기서 인공지능은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의 한 요소로서 갖는 비실재성은 그가 속한 세계는 그의 관점에서는 온전한 하나의 세계라는 점에서, 그는 그 안에서 실재성을 띤 존재가 된다. 이 부분에서, 인공지능은 자신의 세계에 대한 경계를 자각하는 안드로이드의 표면에 상응한다. 곧 인공지능은 우리와 (거의) 같은 세계를 살아간다는 점에서, 적어도 우리가 인식하는 인공지능이 아닌, 우리가 알던 안드로이드로 정의하는 게 더 타당해 보인다. 나아가 그들은 자신이 속한 세계의 경계를 뛰어넘어 인간과의 균열 없는 소통을 하며 그 과정에서, 그들의 몸은 인간의 세계에서 인간과 다르지 않음, 더 정확히는 그들이 속한 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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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은길 연출, 〈후-하!〉에 대한 주석: 악화를 거듭한다는 것…REVIEW/Theater 2026. 4. 22. 22:48
2023년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사태를 다루는 주은길 연출의 〈후-하!〉는 당시 현장의 재현과 함께 그 사태의 경위를 좇아가며 다양한 주체, 당사자의 호명을 통해 입체적으로 이를 복원해 내며 해석의 가능성을 만들어 낸다. 곧 파행과 논란의 사건, 전 세계에서 온 4만 3천여 명의 스카우트 청소년들이 물에 잠긴 야영지와 땡볕을 피하기 힘든 환경 속에서 온열환자가 되는 점입가경의 상황은 곧 이에 대한 한국 사회의 판단과 고찰의 몫 역시 혼란스러운 풍경에 고착되었다는 인상을 준다. 연극 〈후-하!〉는 이 사태를 다룬다는 점에서 일단 흥미로운데, 이 사건은 떠들썩한 이슈이자 뉴스의 중심으로 부상했지만, 한편으로 뉴스에서 언급하던 이들, 스카우트 의상을 입은 이들이 실제 일상에서 스쳐 지나가기도 했지만,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