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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화, 〈마주하기 ; Reflection〉: 불화로서 몸에서 출발하기REVIEW/Dance 2025. 7. 15. 18:15
〈마주하기 ; Reflection〉(이하 〈마주하기〉)에서 거울과 카메라는 ‘reflection‘, 곧 제목이 가리킨 두 개의 상을 매개하며, 이를 이중으로/동시에 ’마주하는’ 박선화 안무가가 있다. 무대는 하나의 흰색 평면을 이루는 공간이며, 중앙의 분장대와 그 위에 놓인 카메라가 비추는 관객을 투사하는 분장대 위쪽의 화면이 공간의 너비만큼을 차지하고 있다. 이 거울을 통해 자신을 보면서 관객이 자신을 보는 걸 볼 수 있는 자신을 그 바라보는 시선들에 역으로 노출하는 박선화가 등장하고, 그 참여된 관객 자신을 보는 박선화를 보는, 그 보이는 대상이자 그러한 대상이 그 중간의 박선화에 의해 반영되어 감을 선취하는 보는 주체 사이의 시차 속에 이중으로 각인되는 (걸 보는) 관객이 뒤편에 자리한다. 이 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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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훈 작, 박해성 연출, 〈러브미투마로우〉: 고정적인 것으로부터 유동적인 것을 추출해 내기REVIEW/Theater 2025. 7. 15. 18:05
〈러브미투마로우〉에서 과잉된 무대 장치, 곧 무대 위에 놓인 비석 구조물들은 복잡한 지형지물의 한 전경으로 묶이는 대신, 편재된 비동시성의 동시성 아래 각각의 자리로 할당된다. 이 하나의 터전 아래 상응되는 유사성의 한 계열들―구조물들―은 하나의 매끈한 장면으로 처리되기에는 과포화된 상태로서 무대를 가로막고 제한하고 있으며, 인물들은 그 일부를 일시적으로 점유하고 거주하며, 그 구조물들로부터 발화하며 생성된다(는 점에서 그것들은 물론 제약 조건이 아니며 결과적으로 창발의 노드들에 가깝다). (시간적) 분할들과 (공간적) 배치들의 연극, 곧 내용적 단위의 분할들의 공간적 접착으로서 배치들, 그리고 반복으로 거듭나고 회수되는, 그보다 회수되며 거듭나는 이 연극은, 부분들, 단위들이 서로와 접합되어 놓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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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성열병》: 호 루이 안의 관점 제시로부터REVIEW/Visual arts 2025. 7. 15. 17:54
호 루이 안의 〈역사의 형상들과 지능의 토대〉(2024. 실시간 AI 생성 이미지와 비디오 설치, 컬러, 사운드, 75분, 시트지 가벽, 모래, 캠핑 의자.)는 그의 강연에 부가되는 영상과 그것을 생성형 인공 지능 이미지로 번역하는 또 다른 영상으로 이어진 2채널 비디오 작업으로, 《합성열병》(2025.03.19.~2025.06.28., 코리아나미술관)에서 예외적인 차원으로 또 상대적인 견지에서도 꽤 흥미로운 작업이다. AI라는 화두가 작품으로 옮겨질 때 보통 AI와 현재의 간극으로부터 미래의 부정적 차원이 예고된다면―또는 테크놀로지의 집약된 버전이 주는 놀라움으로 그것을 상쇄하려 한다면, 곧 AI 자체보다 AI와 현재의 거리로부터 현재를 미래로 갈음하는 차원을 향한다면, 결과적으로 호 루이 안의 작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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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본 작가, 극단Y: 〈로비: 기어코 그 손을 잡고〉: 공백을 향하는 응시의 손길REVIEW/Theater 2025. 7. 15. 17:41
〈로비: 기어코 그 손을 잡고〉(이하 〈로비〉)는 청소노동자의 노동 행위와 산재 사고로 죽음을 맞은 이의 유가족의 팻말 시위가 겹쳐지는 하나의 지대를 로비로 제시한다. 이는 중앙의 직육면체의 프레임 안에 숫자를 표시하는 상단의 LED 문자가 엘리베이터 공간으로 확장되는 것과 함께, 고층 건물의 수평적, 수직적 차원에서의 직선의 선분이 각각 펼쳐지고 확산되는 것으로 상상된다. 또한 로비는 일종의 인트로에 해당하는, 〈로비〉의 등장인물들이 무더기로 지나가는 짧은 장면으로써 무정형의 사람들이, 보통의 바쁜 현대인이 냉랭하게 또는 생기 없이 지나가는 특색 없는 통로를 나타내며, 무엇보다 이를 생계의 차원으로 전유하는 복희(한혜진 배우)의 존재가 이곳을 가장 먼저 그의 삶의 일부로서 주요하게 점유한다. 이 수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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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인영의 춤 <ㅅ · ㅁ>(부제:서예를 하는 것과 같은 춤): 춤이 분기되는REVIEW/Dance 2025. 3. 12. 00:25
‘의미가 체현되는 몸’은 무엇일까. 손인영 안무가의 말에 따르면, 이는 무대 위의 이상적인 춤, 춤의 이념에 해당할 것이다. 그리고 이는 서두를 연 “우리 시대의 춤은 형식적”이라는 말의 대립항으로서 존재할 것이다. 형태적 구성의 유려함과 단단함, 이미지적 향연과 발산이 감응을 추동하지 못한다면, 그것과 근본적인 차이를 만드는 춤은 어떤 정신에 사로잡힌 ‘나’로부터 출발하는 춤이 될 것이고, 그 온전한 나를 구성하는 건 ‘숨’이다―제목의 ㅅ 더하기 아래아 더하기 ㅁ 역시 숨을 의미한다. 아마도 무대 오른쪽에 놓인 마이크를 잡고 팔을 휘적거리며 춤을 추던 손인영이 말한 바를 대강 요약하자면 이와 같을 것이다. 손인영은 안무라고 하지 않고(안무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고), 춤이라고 했다. 무언가를 구성하는 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