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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시랑, 《뒤의 달 Black Moon》: 심연적 실재를 거스르기 혹은 뒤돌아서기REVIEW/Visual arts 2026. 7. 5. 14:14
막 너머에서 금시랑의 《뒤의 달》에서 “뒤의 달”은 우주와 같은 검은 배경에서 유추 가능한 것으로 드러나는데, 그 ‘앞’에 놓이는 건 무지개와 같은 얇고 출렁이는 천막과 같은 것이며, 이때 현실은 본질을 잠시 가리고 있는 일시적인 이미지의 상연으로 보인다. 그 일종의 베일을 펀치로 뚫어 나타난 작은 구형의 구멍이 ‘검은 달’인 셈으로, 그것이 예외적으로 두 개의 작품에서 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날 때, 비로소 현실은 제대로 흘러가고 있고, “뒤의 달”이 ‘검은 달(Black Moon)’임을, 곧 뒤집힌 현실의 이면을 보고 있었음이 분명해진다. 여기서 검은색은 그야말로 어둠으로서 곧 화면의 절대적인 무게를 차지하며, 상대적으로 혹은 거의 절대적으로 높은 채도의 베일은 산뜻하면서 가벼운 그리고 생동하는 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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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디아스포라영화제] 폴 토마스 앤더슨 Paul Thomas ANDERSON,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 혁명 너머가 아닌 혁명 이전의 시간으로REVIEW/Movie 2026. 7. 5. 14:13
혁명의 의식 없는 두 번째 삶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는 하나의 혁명이 실패하고 또 다른 혁명을 그려보는 것으로 나아가는, 곧 두 개의 단락된 혁명의 시기가 연결되는 구조를 취하는데, 그 중심에는 여성이 있고, 이는 어머니와 딸의 관계로 이뤄진다. 그리고 그사이에는 아버지가 있다. 첫 번째 혁명은 과격하고 급격하게 나타나고 또 사라진다. 먼저, 모자를 깊게 눌러쓰고 교량을 지나는 첫 번째 장면의 지배적 이미지는 그 첫 번째 여성, 레지스탕스 집단 프렌치 75의 퍼피디아로, 그의 내레이션으로 그는 혁명의 닫힘과 자신의 세계의 종식을 동시에 선고한다. 경찰에 붙잡혀 감옥행의 기로에서 동료를 밀고한 그는 쓸쓸하고 무력한 퇴장을 하며, ‘과거’ 역시 그러하다. 실제로 그는 살아있지만 정신이 죽었기 때문에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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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희윤, 이초록, 《핑킹가위 증후군》: 하나의 공간으로서 작품, 디자인 혹은 명명을 통한…REVIEW/Visual arts 2026. 7. 5. 14:13
《핑킹가위 증후군》은 세운상가의 상품을 적재하는 공간인 10의 n승을 활용해, 여러 오브제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적재함으로써 가장 긴 면이 3미터 남짓인 윈도우 공간을 잡동사니 사물들의 우주로 ‘나열’하며 ‘디자인’한다. 두 명의 작가로 양희윤과 이초록이 각각 글과 디자인으로 참여했는데, 그 둘의 역할은 꽤 모호하게도 혼재되고 또 혼동된다. 우선 《핑킹가위 증후군》은 하나의 윈도우 공간 전체가 하나의 작품이며, 수많은 사물 배치로 이뤄진 이 하나의 작품을 일일이 나열한 캡션을 일종의 하나의 글로 볼 수 있는데, 일종의 서문 역할을 하는 또 다른 글에서 양희윤은 우리, 곧 양희윤과 이초록에 포함되는 최초의 순간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는 이 전시 제목이 탄생하는 순간이기도 하며, 동시에 이 두 주체의 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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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정, 〈나는 여기에서 모든 것을 숨쉰다〉: 숨을 바라보는 법REVIEW/Dance 2026. 7. 5. 14:13
이윤정의 〈나는 여기에서 모든 것을 숨쉰다〉(이하 〈숨쉰다〉)는 제목이 가리키는 바와 같이, 숨의 가시화, 숨의 제어와 숨을 통한 신체 전반의 제어로써 숨의 언어를 보여준다. 여기서 숨은 숨을 다루는 테크닉 혹은 메소드인 동시에, 그것의 결과 자체이기도 하다. 지금 여기의 근거가 강조되는바, 그것을 채우는 건 숨으로 바뀌는 모든 것이다. 이 문장에는 두 개의 목적어가 자리하는데, “나”는 ‘숨을 쉰다’라면, 그 나머지의 것 혹은 그를 포함한 “모든 것”은 자율적으로 숨을 쉰다라기보다 타동적으로 숨을 쉬는 것이 된다. 그럼에도 ‘나’가 그 모든 것을 숨을 쉬게 한다 이윤정 안무가는 지난 〈아무도, 아무 것도, 아닌 것이 아닌〉에 이어 이번 작업의 제목 역시, 언어를 내파하는, 언어가 교착되는 지점에서 움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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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무회, 〈몸시〉(2024)에 대한 주석: 언어로서 몸과 몸의 언어 그사이REVIEW/Dance 2026. 7. 5. 14:13
창무회의 〈몸시〉는 몸시라는 개념의 정초와 함께 그 개념의 구현으로서 열 두 편의 예시들을 나열한다. 열 두 장은 각각의 몸시이며, 몸시의 철학을 명징화하는 것이 된다. 중간에 빈 무대에 내레이션으로 도입되는 몸시에 관한 시는 “나”를 숨·춤·빛·땅·하늘·가락·놀이로 명명한다. 이 병렬되는 서로 다른 범주와 층위의 개념들을 통해 ‘나’가 정의되는데, ‘나’는 서술어들 안에 내포되거나 접속되며, 그것들 안에 매개됨으로써 또는 체현됨으로써 나타나는 특별한 주체가 된다. 그리고 ‘몸시’가 발생할 것이다. 몸이 지극한 경지에 이르러 발생하는 시적 풍경 또는 시로서 몸은 일차적으로 몸을 전제하고, 그다음으로 몸의 매개적, 변전의 위상을 전제한다. 따라서 ‘나’의 정의에서, 어떤 몸은 춤을 포함하면서 그 춤의 범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