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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지, 〈한국인 되기〉: 한국(인)을 향한 이미지 혹은 시선REVIEW/Theater 2026. 5. 20. 13:12
한국 하면, 그리고 한국인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지에 대한 질문으로 시작하는 〈한국인 되기〉는 외부 혹은 타자와의 관계성에 의해 호명되거나 표시되는, 또는 비교의 차원에서 분석되거나 지시되는 한국 혹은 한국인에 대해, 주로 이주노동자의 처지와 환경에서 기술한다. 한국인이 되는 과정은 험난하며 그에 따라 한국인으로 태어난 것은 일종의 특권처럼 느껴진다. 곧 한국인 스스로에 대한 성찰과 비판 의식의 결여에 대한 반성을 촉구하려는 의도가 인풋에 섞여 있다. 무대 중앙에는 서류뭉치와 노트 등을 비롯한 여러 자료와 메모 들이 놓여 있고, 그것을 둘러싼 객석에는 배우들이 군데군데 자리한다. 곧 의견은 관객의 그것을 가정하며, 일종의 토론 연극의 외양을 자처한다고도 하겠다. 여기서 논쟁과 회의를 통한 일종의 변증술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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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일, 〈디오니소스 로봇: 리부트〉: 카오스를 향한 퍼포먼스로서 연주REVIEW/Music 2026. 5. 20. 13:10
원일의 〈디오니소스 로봇: 리부트〉는 하나의 신체의 변화무쌍한 궤적을 발화한다. 동양과 서양의 악기들이 혼합된 오케스트라는 장으로 구성됨에도 그것을 연속된 변화로 기록해 냄을 의도한다. 처음 이름이 주어지지 않았을 때 한 명 한 명의 등장에 따라 흔들리는 카메라가 이들의 얼굴과 연주 행위를 비춘다. 해상도가 높지 않은 흑백 화면에 콜라주된 다양한 인물들의 행동과 표정은 대상화 대신에 각자의 행위 주체성을 강조한다. 가령 원일의 얼굴은 원일에게서 출발하는 행위의 관점을 제시한다. 이 0의 장과 첫 번째 장 〈새벽, 속삭임〉은 이후 연주의 성격을 대략적으로 예측하는데, 바이올린(박용은)의 주선율 아래 전체적인 리듬의 동조로 급격하게 변화되는 분열증적인 현전은 주로 격동적이고 이국적인 느낌을 자아내는 한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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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영, 〈당신이 날 볼 수 없다는 것만 빼면〉: 두 가지 시각 체제의 기원REVIEW/Performance 2026. 5. 18. 20:02
“당신이 날 볼 수 없다는 것만 빼면”에서 “당신”은 투명인간으로, 여기서 ‘나’의 자리는 관객에서 유령으로 옮겨진다. 또는 유령을 경유한 관객인 나로 옮겨진다. 따라서 등장인물은 투명인간과 유령인데, 투명인간은 보이지 않으므로, 그것의 움직임을 가시화해줄 장치로서 전동 침대가 대신 자리한다. 반면, 중반 이후부터 등장한 유령은 천으로 쌓여 있고, 스틸트로 불리는 작업용 사다리를 착용해 출입구의 높이를 훌쩍 상회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상단의 얼굴 쪽에 검은 두 눈의 형체가 드러난다. 투명인간이 전동 침대의 기계적 움직임 자체에 접면하며 그것과 경계를 이루는 것으로서 그것에 더해진 어떤 것, 그것으로 지지된 어떤 것으로서, 그것에서 감산된 어떤 것으로서 결정적으로 그것과 혼동되는 것으로서 드러난다면,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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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혁, 〈안티-샤먼 샤먼 클럽〉: 역사적 사건들의 기원의 장소로서 광주 또는 공통의 장소로서 광주가 망라하는 역사적 왜상들REVIEW/Performance 2026. 5. 18. 20:01
오세혁의 〈안티-샤먼 샤먼 클럽〉은 클럽을 전유해서 샤먼으로 분한 DJ와 진행자, 퍼포머 등의 인도 아래 춤추고 즐긴다는 개념 아래 진행되는데, 이는 후반 세월호, 이태원, 광주 5.18로 거슬러 올라가면서 그들을 애도하는 시간으로 급격하게 변화한다. 그 중간에는 전 대통령 윤석열의 12.3 비상계엄이라는 상황이 자리하는데, 곧 정치적 위기 상황은 5.18과 직접 연동되면서 그를 무릎 꿇려 비가시화된 또는 영원히 처벌받지 않을 폭군을 대리 처벌하는 데 성공함에 따라, 애도의 문이 열린다고 볼 수 있다. 곧 윤석열로 체현된 샤먼이 무릎 꿇고 고개 숙인 채 우리 눈앞에서 모호한 희생물로 봉헌됨에 따라 5.18은 승리의 기억으로 현동화되면서 오히려 과거의 차원으로 봉쇄될 수 있게 되는데, 일종의 미묘한 기억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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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DANCE 2025] 안토니오 루스 컴퍼니, 〈파르살리아〉: 해방을 위한 전쟁의 서사REVIEW/Dance 2026. 5. 18. 19:59
안토니오 루스 컴퍼니의 〈파르살리아〉는 시인 루카누스의 동명의 서사시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작업으로, 이 서사시가 다룬 로마의 파르살루스 지역에서 벌어진 카이로스와 폼페이우스의 내전은 현대식 군대 복장과 함께 돔 형태의 비닐 안에서 주로 표현된다. 처음 봉긋하게 솟은 거대한 두 개의 무덤과 같은 형상의, 실제 공기가 주입된 아이보리색 텐트를 하수에서 상수로 약간의 사선 방향으로 건너지르는 여자의 등장에서 시작된 〈파르살리아〉는, 투명 비닐 국기를 들고 중간 쪽 객석을 건너는 도중에 마무리되는데, 이 두 다른 여성 무용수의 횡단, 그리고 하부든 상부든 간에 펄럭임을 만드는 자유로운 혹은 주체적인 여성의 이미지를 통해 전쟁 너머의 평화에 대한 메시지를 수여하고자 함이 드러난다. 열린 틈새, 경계 너머의 지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