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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훈, 〈로미오와 줄리엣 3〉: 실재라는 환상성REVIEW/Theater 2026. 6. 26. 13:56
장소: 실재와의 거리 〈로미오와 줄리엣 3〉은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무대로 올리는데, 무엇보다 5막 2장으로 이뤄진 희곡의 각 장을 음원들로 만들어 틂으로써 일종의 “리스닝 파티”의 전반적인 형식을 취하게 된다. 이때 희곡의 내용은 AI가 만든 음원의 가사로 압축되며, 특정 곡들의 장르와 고유성에 입각한 음악의 청취 안에서 그 가사 역시 자리하며 풀려나오는데, 그것은 또한 스피커의 물리적 위치를 가시화하는 소리이며, 거기에는 일종의 시각적 동조 작용을 일으킬 만한 존재의 이미지가 투여될 수 없이 그것이 자신만의 목소리를 그것도 대개 빽빽하게 가지고 있음이 자리한다. 이 결정적으로 ‘빈’ 무대에 울려 퍼지는 소리들은 먼저 입구 쪽 아래에 위치한 조명 디자이너 안성현에 결착된다. 오퍼석의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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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우재, 〈오:O〉: 기원들을 향하여…REVIEW/Music 2026. 6. 26. 13:56
박우재의 〈오:O〉는 〈점〉, 〈번짐〉, 〈숲을 지나온 바람 이야기〉, 〈이상변이〉, 〈오름〉 순의 다섯 곡의 연주로 구성됐으며, 황태인, 김남진, 김매자 무용가의 출연, 국립국악관현악단 청년오케스트라(문화예술인턴단원·청년 교육단원)의 연주(조다은 지휘), 정가의 구민지 등이 참여했다. 〈오:O〉는 매체적인 혹은 장르적인 협업을 통해, 그리고 거문고라는 매체 자체의 실험을 통해 공연은 감각적이고 의식적인 경로를 제시하고자 했다. 제목에서 볼 수 있듯 음악을 일종의 근원적 질료이자 물리적 매질로 비유할 수 있는 짧은 단어들로 이뤄진 제목들―가령 중간의 〈숲을 지나온 바람 이야기〉를 제한다면―로 그 매체 실험적 특성을 짐작할 수 있는 한편, 그리고 다시 〈숲을 지나온 바람 이야기〉를 거쳐 미시에서 증폭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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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편적극단, 〈닐 암스트롱이 달에 갔을 때〉에 대한 메모: 역사의 매개로서 형식REVIEW/Theater 2026. 6. 26. 13:56
보편적극단의 〈닐 암스트롱이 달에 갔을 때〉(이하 〈닐 암스트롱〉)는 조작 간첩 사건의 피해자들을 다룬다. 네 명의 실제 인물(의 대리물)들에 대한 인터뷰라는 형식을 경유하는 (착한) 증언의 양식으로부터 억울한 이들의 말을 듣는다라는 행위가 청자―인터뷰어―의 반영적 신체를 만들어 낸다는 것이 핵심이다. 그리고 고문과 사회적 고립의 경험이 주가 되는 그 불편한 각자의 진실을 꺼내 놓게 하는 인터뷰이의 형상 역시 소거함으로써 그 증언의 무게는 관객을 직접 향하게 되는데, 이는 철저하게 신체적인 것을 동반하며 구성되는(나아가 이들의 이야기 역시 사건과 결부되는 자신의 신체적인 경험의 차원이 동반되어 있다.) 진정성으로부터의 윤리가 그 반대편에서 그것에 대한 반영적 신체의 자리를 만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곧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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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페르튜토 스튜디오, 〈다페르튜토 삼일로〉에 대한 주석: 동물로써 접근한 주역의 세계관REVIEW/Theater 2026. 6. 26. 13:56
다페르튜토 삼일로”라는 제목은 “어디로나 흐르는” 다페르튜토 스튜디오가 “삼일로창고극장”이라는 장소를 일시적인 스튜디오로 전유했음을, 특정 극장에 정박했음을 의미한다. 그러니 이는 어떤 내용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 내용이 시작되는 장소, 그것을 감싸고 있는 극장을 환시하며, 그 극장과 장소의 불가분성을, 특정 장소로서의 내용(+극장)을 이야기한다. 이것은 재귀적이다. 이 임시적 극장, 아니 임시성으로서 극장을 보여주는 장소는 ‘주역’을 연극의 형식으로 가져오는데, 그것은 우연성과 복잡성의 궤를 구성한다. 〈다페르튜토 삼일로〉가 보여주고자 하는 건 이야기가 아니라, 이야기를 다루는 방식이다. 주역의 괘들은 인생의 각기 다른 알레고리를 품고 있고, 이는 추상성을 띠며, 또한 그 추상성의 미적 기호 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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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은 없고 껍데기만》에 대한 주석: 가상을 가설하는 것이 수단이 아니라 목적이 될 때REVIEW/Visual arts 2026. 6. 26. 13:56
‘앤리(Annlee)’라는 가상의 캐릭터는 《영혼은 없고 껍데기만》을 ‘관통’하는 하나의 주인공이자 피규어이며 지표이다. 곧 앤리는 서사와 이미지와 작품들의 물리적 연결에 있어 주요한 기호로 부상한다. 이는 앤리를 경유한 어떤 주제의식의 구현 이전에 앤리라는 캐릭터의 인물에 초점을 둔다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앤리는 곧 기능하기보다 그 자신으로서 발화한다. 앤리의 반복을 통한 앤리라는 자기 지시성의 획득이 하나의 주제로 보이게 만든다는 것이다. 프랑스 작가 피에르 위그와 필립 파레노가 1999년 일본 애니메이션 회사로부터 배경 역할의 단역 캐릭터를 구입하고 이름을 부여하는 것에서 시작된 프로젝트는, 3년 동안 위그와 파레노를 비롯해 20여 명의 작가들이 참여하여 회화, 조각, 영상, 포스터, 책, 음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