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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니, 〈꼬끼-오〉: 관음증적 차원에서 상연되는 도착된 미래REVIEW/Dance 2026. 5. 22. 17:23
이해니 안무가의 〈꼬끼-오(Kkokki-O)〉는 매해 전 세계적으로 700억 마리가 소비된다는 닭의 뼈가 쓰레기 매립지를 향한다는 사실에서 착안해, 인류세 이후, 닭 뼈로 뒤덮인 지구라는 전 지구적 재앙, 포스트 아포칼립스적 상황에 대한 상상력을 무대로 옮긴다. 이때 발레라는 장르의 형식이 곧 내용으로 뒤집힌다는 것, 그러니까 마치 발레가 닭의 확장된 움직임을 묘사하고 재현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인상을 주는데, 뒤틀린 꼿꼿한 중심, 불안정한 안정적 요동, 과장된 우아함, 분절의 기괴함이 주는 절도 등의 동작에서 오는 비인간성은 발레의 그것이면서 (극단적 차원에서) 발레만이 표현할 수 있는 동작들로 보이는 것이다. 곧 〈꼬끼-오〉는 닭의 형상을 연기하기 위해 발레를 전유하는데, 이 과정에서 발레는 발레만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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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큐브 프로젝트, 〈얼키설키〉: 수직과 수평, 비일상과 일상의 대립 혹은 난립REVIEW/Performance 2026. 5. 22. 17:23
〈얼키설키〉의 제목인, ‘얼키설키’라는 어떤 모양 혹은 형태, 그것이 가리키는 관계와 상황을 내비치는 단어는 작업의 주요한 모티브가 된다. 돌출무대를 구성하는 패션쇼의 런웨이는 관객보다 높은 시점을 상정하고, 관객을 향한 끄트머리에는 차이니즈 폴이, 그 반대편에는 런웨이의 입구와 2층에서 음악 연주자가 자리한다. 런웨이를 걸어 나오는 패션쇼의 장면으로부터 시작되는 〈얼키설키〉는 예기치 않은 실수, 곧 앞으로 고꾸라지며 튀어나가는 동작으로부터 삐거덕거리는 모습을 연출한다. 중반 이후에 도입되는 차이니즈 폴은 〈얼키설키〉의 서사적 고점을 이룬다. 그 전을 채우는 건 대체적으로는 일종의 집단적 안무의 반복으로, 이 안무는 대단히 양식적인 몸짓 차원에 가까운데, 이는 현실 행위자의 틀 안에서 그것을 수행하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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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새 각색, 부새롬 윤색·연출, 〈햄릿〉: ‘햄릿’의 비실존성 혹은 수행성REVIEW/Theater 2026. 5. 22. 17:22
국립극단의 〈햄릿〉(각색: 정진새, 윤색·연출: 부새롬)은 햄릿의 실존적 광기와 결정적인 비극의 요소를 현재의 시간으로 욱여넣는다. 그것은 이른바 정치적 현실과 동시대적 해석이라는 하나의 틀이다. 햄릿의 복수는 주제 대신에, 욕망‘들’이 착종되는 현실 지형의 복잡다단한 풍경 속으로 녹아든다. 선왕의 급작스러운 죽음에 관한 조사위원회가 꾸려지면서 시작되고, 폴로니어스를 죽인 햄릿에 관한 단죄 성격의 조사위원회를 거쳐 마침내 햄릿을 비롯한 왕족들의 떼죽음에 대한 조사위원회의 발표와 포틴브라스의 등장과 함께 새로운 현실, 동시에 다른 현실과의 네트워크(의 중요도)가 급작스럽게 솟아오르며 극이 닫힌다. 분명한 건 현실 지형의 강조와 선왕의 죽음이 포틴브라스와 관계가 있을 수 있다는 희미한 단서, 그리고 그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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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선, 〈박인선쇼〉: 자아를 단단히 하기REVIEW/Music 2026. 5. 22. 17:22
박인선의 〈박인선쇼〉는 강령탈춤의 형식을 차용하며 자기 서사의 확장을 꾀하는 가운데, 현대적 밴드의 연주를 덧입힌다. 박인선의 현재의 자기 발화적 관점은 ‘박인선’이라는 연행자의 정체성을 전제하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일종의 모노드라마의 형식을 전면에 드리우게 된다. 박인선이라는 실제 인물이 ‘박인선’이 주인공인 드라마에 투과되면서 박인선의 예술적 역량과 재능을 넘어 극적 인물로서 ‘박인선’에 대한 문학적, 연극적 타당함을 검토해야 하는 결과를 낳는다. 이 결과는 전반적으로 아쉽다. 전통의 수용에 대한 태도에서, 페미니즘 차원에서 비판적이고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새롭게 그것을 변용하는 지점이 나름 고무적인 데 반해, 그것은 부차적이고 독립적인 하나의 범주로 닫히고, 전반적인 뉴에이지적 평안과 웰빙의 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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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애순, 〈행 +-〉: ‘국립무용단’을 영점에 두기REVIEW/Dance 2026. 5. 22. 17:22
〈행 +-〉(행 플러스마이너스)에서 ‘행(行)’이라는 글자는 작품의 물리적인 부분부터 그 흐름, 나아가 이념적인 부분으로 연장된다. 안애순 안무가는 무대를 일종의 바둑판같이 보이지 않는 X축과 Y축의 좌푯값으로 분류하고, 그 안에서 말들이 저마다의 자리를 수호하는, 물리적 ‘행’렬로서의 배치로서 구성하는 듯 보인다. 이는 X축의 정면성에 대한 강조를 넘어서서, 대극장의 구조에서 만들어지는 비스듬한 부감 쇼트가 체현하는 Y축 안의 단면들을 입체화하는 역할을 한다. 행위의 모음은 공간적 분배와 시간적 분할이라는 하나의 지배적인 양상에 따르며, 모든 것은 행하는 것이고 변화하는 존재라는, 일종의 연기론적 질서를 작품은 내포하게 된다. 곧 ‘행’이라는 글자를 경유하면, 작품이 가진 물리적 배치의 기준과 행위자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