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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류장현 안무 <칼 위에서>: 제도-현실 비판의 외양 아래 이는 파열음
    REVIEW/Dance 2016. 1. 29. 01:57


    ▲ 류장현 안무 <칼 위에서> 공연 모습 [사진 제공=국립무용단] (이하 상동)

     

    검은 옷으로 얼굴부터 전신을 가린 개성을 탈색한 이들은 관객 한 명 한 명을 객석에서 무대 위로 소환해 이 시대의 캐치프레이즈들과 대면시키고 그것을 들고 있게 하는 데서부터 시작한다. 이들이 좇는 건 잡히지 않고 달아나는 달(스포트라이트)인데, 이는 객석에 흰옷을 입은 이(무용수)를 무대에 불러내 신성한 제물로 삼고 그녀가 광기로 폭발하는 가운데 모두가 검은 옷을 벗어 하얀 옷으로 한판 굿을 크게 하는 것까지가 비교적 단순한 공연의 전반적인 구성이다. 피켓 시위와 밑에 길게 늘어뜨려진 걸개그림은 이곳이 원래 열린 극장이라는 사실과 밀접한 연관을 맺는다. 통제되지 않는 에너지는 각자의 춤에 자율성을 안긴 안무 방식인 동시에 공간을 최대한 채우면서 관객 스스로를 내파시키려는 어떤 의도로 보인다. 그리고 이는 점차 제물/타자에서 같이 그 판을 오염/전이시키는 여자의 고조와 경계를 넘어서는 상태의 흐름으로 나타난다. 

     

    류장현은 자신의 페르소나와 같은 두 명의 남자 무용수에게 헐겁게 움직임을 심어놓았고, 모두의 커다란 동시에 빠르면서도 유연한 보폭이 이 공간을 점유하고 거대한 팔 동작을 마구 행하며 그로테스크한 느낌을 주고 산만한 에너지를 구성하는 데 있어 유효하게끔 하는 정도로 자신의 독특한 몸짓을 안무화하는 정도로 그쳤다. 곧 대부분의 여성 무용수들은 탄탄한 기본기 아래 그것을 흐트러뜨리며 파열시키는 격렬함으로 제도적으로는 국립의 정갈한 춤에 대한 금기에 도전하는 한편, 작품 내적으로는 잴 것 없이 마구 휘몰아치는 광기의 산화로써 '미친' 현실 자체에 대해 칼날을 들이미는 내용을 표현하고자 한다. 작품에서 가리키는 '칼'은 그러한 두 가지 측면에서 판을 갈아엎는다는 의미를 내포한다고 보이고, 매우 헐겁고 단순한 내용은 몇 가지 이념적 테제를 위험하게 전유/표방하고, 그러한 관객/타자와의  폭력적인 만남을 통해 그리고 모두가 산화/증발되는 식의 긴 본론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스스로 망각하는 바가 크다.

     


    적확한 사회 비판도 아니고 또한 승화로 이어질 수 없는 부분임에도 마구 달려가는 엔트로피의 한계점을 찍는 에너지 발산 타입의 안무에 따르는 제목은, 곧 안무가 스스로에게 귀결되는 것 아닐까. 한편으로 걸개그림을 찢는 무자비한 행위들이 아방가르드 전위의 모습을 차용하고 있고, 과감하게 움직임을 해체하며 한판 굿을 벌임에도 실은 알 수 없는 광기의 소요로 읽히는 부분에서 '국립'이라는 것에 대한 제도적 실험의 양상으로 진행되던 공연은 결국 '국립'이라는 보편적인 문화 시민들을 위한 '열린 장'으로서의 만남이라는 미명 아래 '굿'이라는 전통 형식의 차용으로 해소되는 듯 보이고 아마도 그렇게 타협되며 간신히 마무리하는 듯 보인다. 그러나 그럼에도 해소되지 않는 미적지근한 공연의 결과는 다시 말해 예술계를 넘어서는 아니 그것과 착종된 제도와 현실에 대한 전반적인 패러독스의 징후쯤으로 드러나는 듯 보인다. 그리고 이는 류장현의 적당한 타협과 적당한 과정이 스스로에게 칼 위에 서 있음을 말해주는 것 아닐까 싶다.


    김민관 편집장 mikw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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