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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무브먼트, 〈음-파〉: 헉헉거리거나 한숨 쉬기라는 숨의 양태들REVIEW/Dance 2024. 10. 18. 10:42
제목에서 수영할 때 호흡법을 지시하는 〈음-파〉는 얼굴에 스타킹을 쓴 채 움직이는 무용수들을 통해 직접적 생존 방식을 통해 고군분투하는 삶의 메타포를 그려낸다. 그럼에도 그러한 메타포가 삶에 대한 재현의 양태로 드러나는 건 아닌데, 다름 아닌 표현 양식과 의미는 일 대 일의 대응 관계를 구성하며, 고립된 영역을 완성하기 때문이다. 그 간극에 대한 해소, 또는 의미에 구애받거나 의미를 해소하기 위한 차원으로서 표현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음-파〉는 삶에 대한 실존적 양상의 장면들을 은유한다고 애초에 말할 수 있을까. 이 특이한 신체 양상의 역동적 움직임은 무대의 유한한 시간에 불사르는 완전한 소진을 향한 강박에 가깝지 않을까.다섯 색깔의 스타킹은 은폐된 얼굴을 대신해 각각의 다름을 상정하고 또 구별 짓는다. 스타킹은 얼굴과 두 다리를 연결하며 그로 인한 장력을 신체 전반에, 움직임에 따른 파고로 연장한다. 〈음-파〉는 물의 조건을, 물이라는 인터페이스의 다른 장력을 신체에 덧댄 얇은 장치로 이전하고 또 하나의 피부 조직을 전제함으로써 비인간의 형상으로부터 다른 장력의 힘을 가시화한다. 이는 단순한 설계인 반면, 얼굴로부터 뻗어나간 신체의 다른 연결, 얼굴로부터 방사된 신체로부터 비가시화된 얼굴이 출현하고 또 전체적인 신체 움직임을 가시화하는 전환의 지점을 가정함으로써 흥미로워진다.
무한한 것처럼 펼쳐내는 힘의 동력은 얼굴-다리의 연결된 선의 탄력적 늘어남과 함께 전달된다. 음악은 달려 나가고, 달리는 동작과 팔과 다리를 휘젓는 에어로빅 같은 동작 들은 집체 무용의 합산된 에너지장을 만든다. 음악은 이들의 숨과 호흡을 실상 은폐하는데, 실존의 물리적 차원은 분절된 흐름을 통해, 이들의 지친 모습이거나 지루해하는 양태를 통해 하나의 극적 양식 안에 자리시킨다. 음악의 부재는 이들의 거친 숨을 직접 드러내며, 그것이 은폐되었었음을 함께 드러낸다. 동시에 무한정한 노동과 그 동시적 합치의 과정이 가시화를 위한 도구적인 착취의 일환이었음을, 또는 쉬지 않고 일해야 한다는 자본주의 이데올로기 시스템에 자발적인 순응 과정의 일부였음을 같이 드러낸다.
〈음-파〉는 실존의 양상을 비인간의 전투적인 그리고 그것이 변화한 허무한 제스처로의 변환 과정을 통해, 우리의 삶의 조건을 반영해 낸다. 단단한 결정체를 완성 짓기 위한 헉헉거리는 노동의 양태와 그 이후 밀려드는 정동적 한숨은 하나의 결합된, 유기적인 시간의 과정이다. 그리고 무대 위에 놓인 사람들이라는 메타포가 무대를 전유한다. 곧 일종의 퍼포먼스는 그 자체의 현존을 향하기보다는 우리 삶에 대한 극렬한 재현과 다름없다.
김민관 편집장 mikwa@naver.com
[공연 개요]
공연 일시: 2024.08.20 ~ 08.21 19시 30분
공연 장소: 서강대학교 메리홀 대극장
공연 시간: 50분
안무: 하지혜
출연: 강은나, 나혜영, 민희정, 서동솔, 임예지
기획: 강정환
음악: 김대희
드라마터그: 장영
무대: 이도엽
조명: 김민수
사진: 고흥균, 배경훈
공연영상: 피그리프 스튜디오
포스터 및 리플릿 디자인: 박명근728x90반응형'REVIEW > Dance'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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