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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odafe 2010] <달팽이 벽>, 집단적 의식으로 나타낸 무의식의 자장
    REVIEW/Dance 2010. 6. 21. 19:08

     

     

    <달팽이 벽>(김성용 안무)에서 춤은 부드럽게 조형적인 형태를 빚는 듯한 찰나적 순간들을 강조하고 그것의 흐름을 최대한도로 유연하고 부드럽게 연결 짓는 데 그 특징이 있다.


    누군가의 죽음이라는 알레고리는 바닥에 누운 채 의식이 침잠되어 있는 상태의 남자를 둘러싼 네 명의 무용수, 그리고 붉은 조명의 뒤편에서 손을 미세하게 움직이다 박수를 치며 등장한 남자의 짧은 출현 이후 장례를 치르고 화장해 남은 뼛가루를 땅에 뿌리는 것 같은 움직임과 결부되어 나타나며 이후 죽음과 삶의 경계를 무화한 모호한 상황 속에 무용수들의 상징적인 제의식을 치르는 것 같은 동작들이 펼쳐지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중앙에 위치한 남자는 사실 죽었다기보다 사각형의 모서리에 위치하여 동작들을 구성하되 조명의 아웃에 이은 인 이후 조금 더 넓어진 사각형의 모서리에서 다시 무대 전체를 둘러싼 사각형의 모서리에서 선분의 경계를 벗어나지 않은 채 춤을 춘다.


    이러한 동작들이 점차 현실에서의 죽음이라는 현실과 맞닿아 있는 기억에서 비교적 근접한 거리에서 무대까지 확장하여 그 현실의 의식을 무화시키고, 현실과 죽음의 경계를 허물어뜨리는 것이다.


    죽음의 세계를 곧 삶의 현실로 전환시켜 생생한 죽음 풍경 안에 의식들을 펼쳐놓게 되는 것이거나 내지는 죽음은 삶 저편의 이야기, 곧 무의식으로 치환해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를테면 여기서 죽음의 알레고리는 무의식의 일면을 가리키는 것이다.

     

    이는 한편으로 죽은 자의 의식 세계에서 노는 풍경이자 그의 의식을 대신한 움직임을 구현하는 영매 차원의 매개적 내지 대리자적 기능을 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죽은 듯 누워 있는 자는 사각형의 범위가 확대되어 가며 어느덧 그 생명을 얻고 꿈틀거리는데, 그의 움직임 역시 공통적으로 찰나적인 순간에 유연한 움직임의 흐름으로 경계점을 만드는 미학적 조각의 역동적인 생동감의 일부를 구현하는 것과 같은 움직임을 도출한다.

     

    마치 그의 의식이 고민하듯 또 삶과 죽음 사이에서 삶의 언저리 고민들, 또 죽음에 대한 대면의 공포 등을 네 명의 무용수들이 하나의 집합적 구조를 만들면서 구현한다.

     

    한 명의 침잠과 갈등, 그를 감싸는 두 명의 얽힘과 그 앞을 가로막는 한 명의 팔을 들어 위협적으로 단절의 기호를 만드는 행위는 모서리를 역시 옮겨 다니며 반복적으로 수행된다.

     

    이는 선분이 만드는 경계로 인한 산자와 죽은 자와의 단절과 갈등을 나타낸 것일 수도 있지만, 그 경계가 곧 단절이고, 이는 곧 죽음의 대면에 대한 공포이자 죽음을 둘러싼 갈등이라는 점에서 죽은 자와 산 자 모두 유효한 전제로 상정되는 것이다.

     

    작품 설명을 참조하자면 달팽이 집이라는 어릴 적 기억의 놀이가 모티브가 되어, 발성 언어가 지닌 약속의 기능, 그것의 엔트로피적 증대의 파급 효과를 의도한 것으로 보이는데, 중앙에 위치한 무용수의 움직임은 주체의 입장에서 발화하지 않고, 상황 자체를 더딘 의식으로 전유하고 있었고, 그의 무의식적 세계의 에너지가 다른 무용수들에 의해 공간적으로 확장되며 펼쳐지는 양태를 띠고, 이는 놀이의 측면 외에 의식의 요소들이 담겨 있었다고 보이는 것이다.

    사진제공ⓒ모다페

     

    관람 일시 및 장소 : 6.2(수) 6:30PM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김민관 기자 mikw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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