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솔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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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마을〉, 급진적 우화REVIEW/Theater 2021. 12. 22. 18:21
〈어느 마을〉은 장애인을 위한 동시적인 언어적 번역의 전개에서 나아가 이를 서사의 내용으로 함입한다. 원형으로 배우와 관객이 함께 둘러앉은, 현위치는 “어느 마을”이다. 그 바깥의 외부인이 등장하며 이 마을에 질문을 던지기 시작하는데, 그 다른 마을은 수어를 쓰는 마을이다. 수어를 쓰는 수의사(홍선우 배우)는 이후 등장하는 그 마을의 심리치료사(박준빈 배우)가 수어만 쓰는 것에 반해 말도 같이 하는데, 이런 이중 언어의 전략은 이 연극이 좇는 어떤 이상적 가치의 형상을 띤다. 따라서 〈어느 마을〉은 연극의 언어적 보완 장치로서 스크린의 자막과 배우 옆에 붙는 수어 통역사가 은폐되기보다 적극적으로 가시화되듯 수의사의 모습은 그런 연극의 주의(主義)를 메타적으로 지시한다. 곧 연극의 전략은 연극의 이념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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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현주 작, 이양구 연출, 〈집집〉: 하나의 집(을 지배하는 시스템) 아래 무수한 존재들이 있다!REVIEW/Theater 2021. 9. 22. 00:19
극장에 들어서면 작은 집 구조가 만들어져 있다. 낡은 나무로 된 싱크대장 표면에 흰색 패널을 부착하는 것으로 극 중 유일한 사물의 변화가 여러 장면에 걸쳐 단속적으로 꽤 느리게 일어나는 것처럼, 리얼함은 임대아파트를 재현한 이 집 안 곳곳을 지시하는 것으로 드러나며, 마찬가지로 그 사물을 만지고 지시하며 인물의 발화가 구성되듯 일상은 한없이 느리고 세세한 시간성으로 구성된다. 리얼함은 곧 이 집의 외양, 곧 그 속의 사물들, 그중에서도 싱크대가 지지하며, 이 집은 20년의 시차를 둔 두 인물, 박정금(박명신·이윤화 배우_더블캐스팅)과 연미진(이나리 배우)의 삶을 오가는 공간이자 리얼함의 공통된 토대이기도 하다. 곧 그 둘은 다른 시간에서 마주할 수 없는 반면, 이 집은 마치 그 둘을 응시하듯 제 모습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