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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큐멘터리 ‘두 개의 선’ 리뷰 : 결혼과 혼인을 묻다 그리고 ‘아이’라는 절대적 반전
    카테고리 없음 2012. 1. 30. 10:34

    두 개의 선은 임신 진단 테스터에서 임신임을 확인시키는 기호를 말한다. 새로운 생명이 두 사람의 사랑에 더해 예측할 수 없이 찾아 와 그 존재의 신호를 보낸다는 것은 기쁘거나 당황스러운 가운데 이제 임산부가 된 그녀에게 놀람을 수여한다. 이 두 개의 선이 던진 놀람은 낙태의 선택을 뿌리치고 십 개월을 달려 왔을 때 완전히 다른 삶의 양상으로 자리 한다. 영화는 아이를 갖기 전과 후, 혼인신고를 하기 전과 후의 예기치 않게 삶의 한층 달라진 양상을 보여준다.

    결혼과 혼인신고는 상등하지는 않는다. 혼인신고는 주민등록증과 거의 흡사한 국가 제도권 안에 자신의 기본적 국가 정체성에 더해 가족의 정체성을 새롭게 기입하는 방식이다. 반면 결혼은 문화적·사회적·집단적 의식의 절차로 사회적 집단에 정체성을 갖게 하는 편입 의식 내지 통과 의례와도 같다. 두 부부는 둘 다를 부정했지만 전자는 아이로 인해 허용할 수밖에 없었다.

    결혼이라는 문화에 담긴 스테레오타입화된 양식과 예물·절차·신혼이라는 상징적이고 인위적인 기간의 획득 등에 대한 정치적이고 신체적이며 이념적인 이들의 거부는 아이를 갖게 되고 겪은 일련의 사건으로 인해 부득불 혼인신고를 함으로써 철회하게 된다.

    동거는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사회적으로 공인된 방식이 아니다. 하나의 공인된 공동체 양식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이들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는 정상적·일반적 가족으로 상정되지 않는 가운데 혼외(婚外)임신으로의 또 다른 신고를 해야 한다.

    영화 속 다큐멘터리를 찍는 여자와 대학에서 연극을 가르치는 남자, 이 둘은 이 국가와 사회에 의해 위치 부여됨을 거부한 근본적으로 개인주의적이고 무정부적인 의지를 이 동거와 결혼 제도의 거부를 통해 구가하고자 했다고 보인다. 실제적으로 개인주의적 이념이 이 사회와 국가라는 거대한 집단에서 그와 배척 내지 괴리되는 가운데 획득되기 위해서는 오히려 정치적인 운동과 발언으로 이 사회와 국가라는 집단에(속한) 하나의 정체성으로 등장할 필요가 있다(사실상 분리는 가능하지 않다). 곧 그 전에 이 개인주의적 이념은 이 거대 집단의 이념에 대한 부정뿐만 아니라 부인의 차원에서 이 거대 집단의 눈에 띄지 않을 뿐이다. 즉 혼인신고를 해야지만 아이에 대한 여타의 지원과 인정이 따른다고 할 때 동거를 혼인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정치적이고 제도적인 차원에서의 발언과 장치의 재편이 부득불 필요한 것이다.

    어쨌거나 이들이 고수한 결혼 제도에 대한 반대는 그것이 이념에 따른 부정이든 현실에 개입 않는 단순 부인이든 한번 잘 상기(반성)해볼 필요가 있다. 부조로 통칭되는 하객의 사회적이고 상징적인 장치 전략들, 예물이나 신혼 집 등의 새로운 것들의 구비되어야 할 사회적 품목들, 일반적으로 빌리는 결혼식장이 만드는 빈곤하고 똑같은 문화적 의례와 양식들은 정녕 필요한 것일까 부조라는 일종의 보험의 끈을 쉽사리 끊는 것도 만만치는 않을 터, 그들은 이러한 사회적 의례를 거부하지만 동시에 부인하며 결국 더 큰 국가라는 집단에 새롭게 편입되는 것에 닥쳐 두 손을 들 수밖에 없었다.

    동시에 이 이념과 사유의 갈등 어린 실천 장 속에 영화는 새 생명이 갖는 기적과 삶이 새롭게 재편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새롭게 관객을 인도하고 있다. 즉 두 다른 시간축이 영화를 지배하는 것, 그리고 이는 예기치 않은 것이라는 점에서, 곧 삶의 시간성이 이끄는 삶의 현실들을 비추어 낸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리얼Real이 갖는 새로움이 있다. 아이를 갖는다는 것은 새로움이 없는 현대성의 문화에도 여전히 새로움인 것처럼, 다큐멘터리는 애초의 기획 의도에서 그것을 앞질러 가는 내지는 초과하는 또는 새롭게 부상하는 현실들이 다큐멘터리를 찍는 사람들의 의식을 앞서 갈 때 이 카메라는 찍는 게 아니라 리얼을 비추는 시선이 됨을 이 영화는 잘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아이는 두 사람의 사회적 삶에도 새로운 기회들을 제공한다. 달라진 마음의 의식들은 이 다큐멘터리에도 그리고 남자가 당선된 희곡에도 크고 작게 영향을 분명 끼쳤을 것이다. 전자는 이 영화 자체이고 후자는 남자가 희곡 당선 소감을 적은 글에 언급된 아이에 대한 것으로 유추 가능하다.

    이 둘이 어쩌면 아이를 갖고 혼인신고를 하고 나서 겪는 자신들이 고수한 이념의 포기에 따른 허탈함에 대한 토로와 변화된 의식의 양상에서 이들이 전혀 현실을 몰랐다고 치부할 수는 없다. 오히려 우리는 결혼과 혼인신고라는 제도에 대해 사유하고 삶을 이 스테레오타입화된 또는 그렇게 보이는 흐름 속 전략들을 진정 간파하고 자신만의 이념을 현실로의 관철을 위해 노력하거나 해야 하지 않을까 두 개의 선은 결코 하나의 선 곧 자신만으로 살 수 없는, 그리고 전혀 다르게 불쑥 끼어드는 또 다른 선과의 공존으로 살아가는 우리 삶을 정확하게 드러내고 있다. 그 제목에서부터.

    p.s. 사실상 두 개의 선은 남녀의 삶을 뜻한다고도 볼 수 있다. 아이를 가졌다면, 그리고 낙태하지 않는다면 낳아야 하는 여자의 신체적 운명의 삶과 육아와 가정 살림 등 여자에게 전통적이고도 현대적으로 새롭게 양식화되어 부여되는 의무들과 외부에서 사냥을 하던 원시 시대부터 돈을 벌어와 아이와 아내를 먹여 살려야 하는 남자의 의무 등 외도 복잡한 남녀에게 부여된 정치적/사회적/문화적인 의식들의 층위가 넓고, 영화에서도 이 역시 다뤄지고 있다.

    [영화 개요]
    제목  두 개의 선 / 2Lines
    장르  안티-결혼 다큐멘터리
    감독  지민
    제작  여성영상집단 반이다, Studio 오후출근
    출연  이철, 지민
    제작지원 옥랑문화재단 서울여성영화제, 수작
    개봉지원 2011 독립영화전용관 홍보/마케팅 지원작
    배급/홍보 시네마 달 (
    www.cinemadal.com / Twitter @cinemadal)
    러닝타임  82분
    개봉일  2012년 2월 9일
    관람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공식블로그 2lines.tistory.com
    공식트위터 twitter.com/docu2sun
    상영&수상 2010 서울국제여성영화제 다큐 피치&캐치 옥랑문화상 수상
      2011 제13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월드 프리미어 상영
      2011 제12회 제주여성영화제
      2011 제13회 청주여성영화제
      2011 제2회 광주여성영화제
      2011 제14회 강릉인권영화제
      2011 제7회 인천여성영화제
      2011 제16회 인천인권영화제
      2011 The 16th Aichi international women's film festival (Japan) 외 다수
      2011 여성영화인축제 '올해의 여성영화인 상' 단편/다큐멘터리 부문 수상

    [사진 제공=시네마 달]
    김민관 기자
    mikw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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