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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극 <궁리>(이윤택 연출) ‘파국 속에 꿈이 샘솟다.’ : 정치적인 것과 꿈의 자리 사이에서...
    REVIEW/Theater 2012. 4. 26. 08:08

    Intro : ‘민중의 정체성’

    ▲ 24일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열린 <궁리> 프레스리허설 장면의 첫 번째 신으로, 백성들은 임금 행차에 수레의 기능을 하는 하나의 집단으로 구성되었다 수레의 바퀴가 빠짐으로 인해 모두 널브러지게 된다

    <궁리>는 1442년 세종 24년 임금이 탄 수레가 처박히는 사고에서부터 시작한다. 그 무대적 재현인 초반 파국의 현장은 수레로서 드러나는 몸들이 만드는 하나의 덩어리 집단에 기인한다. 배우들이 구성한 하나의 몸에는, 꿈틀거리는 사회 속의 무력한 모습과 함께 그 반대편에서 의지와 정념을 띤 한 인간의 차이들로 소급되어 동시적으로 나타난다.

    이 몸이 놀라움을 주는 것은 경사진 구조물에서 집단으로 굴러 떨어져 이 뭉뚱그려진 몸이 확산되며 그 간극의 차이들을 확장하는 장면과 이들이 다시 임금이 타는 수레로 변화하는 일사분란함의 집단적 힘을 여전히 내재하며 그 위기를 단단한 현실의 어떤 규칙에 따르게 된다는 점이다.

    위기의 징후를 급격히 드러내는 영화 속 동기화된 음악이 이 집단의 에너지를 비껴나가고 있다. 이는 실상 음악의 기능이 잘못 적용된 경우라 봐야겠지만 이 음악은 파도와 합산되어 파국의 전초전을 예고하며 이 몸들의 미끄러짐과 앞서 말한 집단 속 억압된 차이와 차이를 집단으로 만드는 조직화된 힘의 실재를 통해 이미 민중의 정체성을 극 속에 기입하고 있는 가운데, 어떤 하나의 정서로 수렴되지 않는 혼란의 질서로 재 의미를 얻고 있다.

     1막의 끝과 함께 또 파국의 징후가 사운드로 뒤따른다. 세 번째 실재의 감각은 장영실을 비롯한 대역 죄인으로 상정된 사람들의 주리를 트는 장면에서 따른다. 몸에 보호 장치를 한 것으로 보이지만 꽤 몽둥이질의 소리 여파는 오히려 더 크게 작용한다.

    이중 평면의 무대

    ▲ 24일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열린 <궁리> 프레스리허설 장면, 1층과 2층이 상징적으로 구분되어 기능한다: 평민출신 무관으로 장영실(배우 곽원태)과 혼천의를 완성한 이천이 무대 2층에서, 장영실이 1층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는 모습.

     이 무대는 비교적 낮은 경사의 롤러코스터와 같은 구조물로 감싸고 있고 일층과 이층의 뚜렷한 위와 아래의 구도를 상정한다. 마치 과학의 구조, 사유의 반영을 은유하는 사유의 축을 두는 한편 무언가 특별한 것, 가령 임금의 행차, 또는 연희의 펼쳐짐의 특별한 출구로서 이층이 환영적이거나 어둠 속 실재적인 목소리의 징후를 드러내거나 위계질서 그대로의 현실의 평면을 상정한다면, 일층의 평면 속에는 밑바닥의 서민의 현실을 가리키거나 환영과 반대되는 현실의 초라한 껍질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기능을 한다.

    예술적인 것, 정치적인 것

    ▲ 24일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열린 <궁리> 프레스리허설 장면, 고질적인 눈병으로 인해 눈을 가린 채 신하의 말을 듣고 있는 세종(배우 이원희)

    ▲ 24일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열린 <궁리> 프레스리허설 장면, 세종이 눈병과 등창의 치료를 위해 자주 찾는 온천의 광경

    산대놀이판을 여는 것을 ‘풍악을 울리는 것’으로 세종은 표현하는데, 이에 대한 현실적인 낭비의 문제를 지적하는 신하의 직언에 세종대왕은 이 풍악이 민중을 위한 것이라는 논리를 펴는데, 이 풍악이 임금과 민심의 벽을 허무는 모두의 공통된 자리를 만드는 것이라는 궤변의 논리를 늘어놓는다.
    민심이 담장 곁으로 못 오게 하는 게 민심을 위한 것이냐는 임금의 말은 연극이 현실의 발언으로서 자리를 분명히 가져감을 인식케 한다. ‘명박산성’의 일화적 기억은 오히려 세종대왕의 이야기보다는 더욱 명확하고 실제적인 기억일 것이다.

    풍악은 예술의 상징 기호로 여기서 작동된다고 볼 수 있고, 예술의 경계 없음의 철학이 경계의 논리를 펼치는 현실 정치보다 우위에 있음을 세종의 입을 따라 <궁리>는 발언하고 있다.

    한편 무엇보다 이 풍악을 하는 이들은 천민의 신분을 띠고 있는데, 정치와 예술의 자리가 이 풍악의 경계 없음의 판을 통해 뒤바꿈의 계기를 마련하는 것이다.

    장영실의 외부에서 그의 생사 여부를 논하는 정치 세력들의 이야기는 그 현실에 대한 현실의 시선이 개입되어 있는 메타적 풍자라 할 수 있다. 곧 장영실을 위험 분자로 이야기하는 의 대신이 붉으락푸르락 거리는 장면에서 그는 희화화되어 나타난다.

    갑론을박은 덧없어 보이고 국가적 안위와 미래상을 그리려는 드넓고도 풍부한 사고의 세종과 합리적 사고들과 창안으로 현실의 실질적 쓰임을 만들며 현실을 재편하는 장영실의 사고와는 간극을 그으며 현실에 부과된 지루한 공방 정도로 자리하게 된다. 이 부분은 가장 지루하다. 현실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가장 재미있다고 이를 꼽는 사람도 가령 있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예술은 정치적일 수 있지만 예술이 정치 그 자체를 그대로 적용한 것은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다. 반대로 예술의 정치적인 자리를 의도적으로 배제하는 예술 외부에서의 정치적 논리 역시 잘못됐음은 분명하다.

    과체중의 자유로운 인물, 세종

    ▲ 24일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열린 <궁리> 프레스리허설 장면, 눈병으로 인해 눈을 가린 세종

    ▲ 24일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열린 <궁리> 프레스리허설 장면, 세종과 노비 출신으로 후궁이 되는 신빈

     세종을 맡은 배우의 몸무게가 실제 110에서 120kg이 나갔다고 하는 세종대왕과 실제 비슷하다는 사실은 매우 중요하다(참고로 이윤택 연출의 말대로 이목구비의 생김도 닮았다). 이 큰 몸피는 세종의 무대 장면에서 그 자리감이 대단할 뿐더러 역할이 어떤 추상적 관념으로 한정되어 그로부터 역할의 가능성이 실천될 수 있다는 관념에 또한 반해 몸으로부터 비롯되는 역량, 연극이 곧 현존의 자리임을 다시 상기시키는 자취를 뚜렷하게 긋기 때문이다.

     세종대왕의 꿍꿍이속은 외부 현실의 압력이 주는 것에 개의치 않는, 자유롭고자 하는 모습 속에 감춰져 있다. 세종의 이 마음, 현실의 외부에 대립하는 그의 내재성의 평면은 <궁리>에서 풀어야 할 어떤 기호라고도 할 수 있겠다.

    장영실의 과학적/창조적 사유

    ▲ 24일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열린 <궁리> 프레스리허설 장면, 장영실이 자신이 구상했던 과학의 설계를 상상의 사유로 구현하는 모습 

    장영실의 사유는 단순히 과학이 아님을 전제하는데 그가 펼친 장영루의 이미지를 구축하는 사고는 실제적으로 하나의 건축이자 세계의 창조이며 별의 관측케 하는 도구는 우주를 향한 감각의 지평을 확장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북극성의 위치를 경복궁으로 옮겨 놓아 은하계의 중심을 중국에서 우리로 옮겨 주체적인 세계관을 확립하는 의미도 수여하는 천문도 천상열차는 세종과 장영실 간 조선의 미래를 꿈꾸고 사유의 지평을 넓히는 둘 만의 은밀한 기호로 자리한다. 미래를 향하는 창조적 사유에 더해 장영실의 임금에 대한 연모의 감정과 임금의 장영실에 대한 깊숙한 사랑이 천문도에서 내통한다.
    한편 1시간동안 물이 차서 떨어지면 인형이 떨어지고 다른 인형이 나타나 시간을 저절로 알려주는 물시계를 상상함은 이층 무대에서 배우들이 인형으로 자리하는 환영의 현실로 중첩되어 드러나는데, 이를 통해 과학자-창조자, 창조적 호모 파베르의 인간 유형을 새롭게 정초한다.

    이러한 사유의 그림은 장영실이 그가 설계한 행궁 서까래가 무너져 옥중에 갇혀 있는 시간 속에서 이뤄지고, 앞선 수레의 파괴는 그의 파국을 초래하는데, 이와 같이 그가 옥중에서 또 현실의 바깥에서 보내는 시간이 극 대부분을 차지함은 그의 이상과 현실에서의 그것의 구현의 분명한 간극이 극을 지배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실과 이상의 미끄러짐과 간극

    ▲ 24일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열린 <궁리> 프레스리허설 장면, 평민출신 무관으로 장영실과 혼천의를 완성한 이천

    ▲ 24일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열린 <궁리> 프레스리허설 장면, 행궁 서까래가 무너진 탓에 행궁관리자들이 감옥에 압송되어 고문에 처하게들 된다

    장영실이 자신이 만든 수레에 대한 책임으로 태형을 받으러 갈 때 더해지는 한 많은 소리는 이 몸에 점착되지 않는다. 앞선 첫 번째로 무대에서 막이 전환될 때 동기화된 음악과 마찬가지로 부과되는 것 정도이다. 이는 그의 삶의 의지와 꿈이 그 한 많음의 과거에 귀착될 수 없음을, 역시 딸과 아내가 등장하여 감정을 흔들리게 하지만 크게 동요되지 않는 것은 이러한 삶의 의지가 또 그의 상상의 평면이 이러한 감정의 흐름에 감쇄되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가 매를 맞을 때마다 하나씩 튀어나오는 몸뚱이들, 그 의식 없음은 창조적 지평을 열어줄 한 인물의 사유가 세계에 전제되지 않을 때 겪는 민중의 모습인가, 이와 같은 해석은 그 지식을 민중에 대한 측면에서 너무 계도적으로 한정한 것일 것이다. 그의 흔적들이 하나씩 떨어져 나가는 것이라면 이 공통된 같은 모습의 반복은 어떤 밀도의 자장을 형성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또한 모순이다. 이 인간들은 무엇인가, 이 따로 노는 몸은 무엇인가, 연극에 움직임이 더해지는 총체예술이라는 다원예술로서 연극의 근거를 찾아가는 과정의 일부일까.

    반죽음의 상태들은 적어도 그의 몸뚱이는 아닌 듯 보인다. 결과적으로 그의 이상이 죽어가는 것인 동시에 현실이 그 이상에서 힘없이 미끄러져 가는 것으로 볼 수 있을까, 그의 이상을 배반한 채 또한 그 현실 역시 자의대로 미끄러져 가는 이중의 미끄러짐을 전제하지 않는가, 아마도.

    영실과 세종의 은밀함의 관계

    ▲ 24일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열린 <궁리> 프레스리허설 장면, 세종을 업은 장영실

    영실과 세종은 현실을 틈입하여 만난다. 영화 <왕의 남자> 이후 ‘왕과 신하의 관계’는 수직적 위계에 단지 속하거나 우정의 연대로 은밀히 드러나는 어떤 선입관에 제동을 걸고 파괴하며 발동하고 있었고, 이들의 관계 역시 꿈꾸는 어떤 염원의 이상적 자리에서 아련함을 남기는, 묘한 주고받음의 사랑이라는 더 큰 관계의 양상으로 드러난다.
    이 애틋함은 역설적으로 그와 주군의 간극을 드러내고 현실의 제약 조건들, 파국의 징후에 맞서 그것을 극대화하며 잠재한다.

    ▲ 24일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열린 <궁리> 프레스리허설 장면, 별자리가 새겨진 무대 투명막이 마지막 신에서 내려오고, 우주적 세계, 곧 이상적 세계의 광경이 환유적으로 다가온다

    마지막 노래와 다시 이들 앞에 나타난 별자리, 곧 조선의 천문도 천상열차의 완성이자 사유가 감각으로 세계로 확장되어 무대 역시 관객을 전유하는 무대 바깥으로까지 퍼진 것이다. 북문으로 가자는 장영실의 말이 메아리친다. 이상의 세계는 갈급하고도 애절한 목소리의 덧없는 울림 속에서 사라져 간다.

    영실이 태형을 받으러 갈 때 가족이라는 외부가 타자로 자신을 점유할 때 역시 감정의 물꼬를 트지 않는, 이윤택 연출의 인물에 대한 객관적 태도의 견지, 곧 브레히트의 거리 두기가 녹아들고 또 배태되고 있었다면, 여기서는 장영실과 세종의 사유가 궁극의 지평에서 이상의 세계라는 큰 테두리에서 만나고 그 둘의 내재성의 평면이 초월의 지평으로 전체를 덮는 순간으로 어떤 감동을 추동하는 역량으로 퍼져 나가고 있었다.

    [공연명]
    <<궁리>>
    전체공연일정
    대전문화예술의전당 앙상블홀 3월23일(금)~25일(일)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 4월24일(화)~5월13일(일)
    안산문화예술의전당 달맞이극장 5월18일(금)~20일(일)
    고양아람누리 새라새극장 5월24일(목)~27일(일) / 5월31일(목)~6월3일(일)
    시간 평일 8시 / 토,일 3시 / 월 쉼
    장소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
    작, 연출 이윤택
    스태프
    무대 이태섭 / 조명 김창기 / 의상 이유숙 / 안무 김남진, 최준명 / 소품 정윤정 / 음악 최우정 / 분장 이지연 / 영상, 음향 윤민철 / 무대감독 변오영 / 조연출 오동식, 윤성호 / 프로듀서 이수현
    출연 이종구,곽은태,박영숙,조정근,김수보,전형재,강학수,김미영,장재호,최승집,문호진,심완준,정준환,신유진,한강우,이원희,한상민,김성효,박우식,유승락,이희성,이정현,박혜선,안연주,주재희,이하늘
    예술감독 손진책
    제작.주최 (재)국립극단 / 대전문화예술의전당 /(재)안산문화예술의전당/(재)고양문화재단
    관람료 (서울) 프리뷰: 전석 1만원 일반 3만원 | 청소년(24세미만) 2만원 | 소년소녀티켓(18세미만) 1만원 국립극단 다솜석 5만원
    공연문의 02-3279-2233
    예매 인터파크 www.interpark.com | 1544-1555 국립극단 www.ntck.or.kr l 02-3279-2233

    김민관 기자 mikw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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