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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극 <빈:터-Sarachi> 리뷰 : '공백'에서 탄생하는 연극 놀이
    REVIEW/Theater 2012. 5. 12. 13:55

     일상을 떠나는 여행, 빈터가 주는 일상과의 단절, 중반 들어 이 둘이 하얀 천으로 무대를 온통 덮어 버리는 말이 없는 퍼포먼스 이후로 이 무대는 하얀 사막 같다. 여기에 불시착한 두 노부부의 연극 놀이, 사유가 촉발되며 회상이 스스로에 소급되는 시간들을 한정 없이 누림이 이 연극의 전체적인 얼개가 된다.

     또한 노란빛 조명이 황혼의 빛을 상정하여 이 둘만의 시간이 이 둘로 인해 축복받는 그리고 죽음에 반대하며 다시 죽음 앞에서의 마지막 빛이자 태초의 시간에서 삶을 탄생시킴을 의미한다. 곧 이 시간은 일상 바깥에서 현실과 죽음의 바깥만이 아닌 그 둘의 경계에서 이 둘은 일상에 없는 시간을 탄생시킨다.

    그리고 이 연극은 비로소 빈 무대가 무대로 온전히 탄생함의 순간을 제시하며 일종의 메타 연극이 된다. 제의와 놀이 때로는 이야기를 통해 이 연극은 아무 것도 없음에서 무언가를 출현시키며 역할이 아닌 역할이 되기, 그리고 몸에 축적된 온갖 시간들의 터널에 접속하며 내지는 그 중첩되고 이질적인 시간들의 징후를 뿜어내는 몸이 되어 이 무대를 사건들이 도래하는 무대로 만든다.

     이들이 새로운 무대의 전환을 가령 '현실의 시간의 침입으로부터 그들의 시간을 방어하는 또는 시간 자체를 멈추고 이 시간이 처음으로 다시 시작하는 ‘15초’라는 간격을 통해 완성해 내곤 한다.

     어렸을 적 우리는 숫자를 세며 어떤 현실의 강박이 아닌 놀이의 규칙으로 공통된 연극의 장면들을 생성시키곤 했다는 걸 상기한다면 이 둘의 이런 15초의 공식은 이들이 연극을 출현시키는 배경을 현실의 규범들을 벗어던짐으로써 자연스레 어린 시절의 순수한 시간으로 돌아가는 것이라는 것을 인지하는 데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남자는 두 번이나 여행 와서 좋지 않느냐는 말로 암묵적 동의를 여자에게 전하는데, 이 공간은 공백의 과잉이다. 이 무대를 변형시키는 놀이의 규칙들이 여행과는 분명 다른 연극 자체가 이 둘에게서 발생하는 가운데 그리고 그들이 이곳에 도달하기 전 이 무대는 소품들만이 매우 낯설게 한 줄로 깔려 전시되어 있었다는 점에서 어떤 의도를 찾을 수 없는, 아니 의도에 따라 변경될 수 있는 사물의 본래적 쓰임을 지운 무대 자체의 오브제로서만 위치한다.

    빈터가 갖는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의 실존의 무의미는 <빈:터-Sarachi>에서 빈 무대가 갖는 무한한 사유의 가능성을 안기며 생성되는, 언어와 몸짓의 역능을 실험케 하는 연극의 터전으로 변화한다.

    둘은 여기서 그 공간이 주는 암묵적 전제를 공유하며 새롭게 감각되는 장의 생성에 동참하는데 창문을 오브제로 쓰며 남편이 아내를 바라보는 그리고 그 안에서 바라보이는 대상으로 자리하는 감각의 대응에서 시선의 역학으로 장을 달리하기도 한다.

    처음 남편은 동물과 인간의 차이를 거론하며 인간에 대한 메타 언급으로 일상과 거리 두기를, 자신들이 새로운 생성의 장에 왔음의 전제를 공유한다.

     이 빈터는 연극 놀이가 무한히 펼쳐질 수 있는, 곧 역할 되기의 충만함이 전제된 장에서 현실과 다른 현실이 전개되도록 만들고 한편으로 서로 같은 세계를 살아 왔지만 다른 존재로 서로 만나는 것이라는 사실을 확인시키는 듯한 시선의 역학 관계를 형성한 데 이어 지난 몸에 축적된 과거의 기억들을 재현하여 시간들의 기호 발산자로 자신들을 변화시키며 <빈터-사라치>는 실은 매우 역동적이지만 표면으로는 은근하게 드러나는, 곧 이 하얀 공간이 어떤 시작도 끝도 없는 평면을 만드는 것처럼, 공간을 펼친다.

    참고로 Sarachi는 집이나 건물이 허물어져 아무 것도 남지 않은 빈터를 가리키는 일본어로, 고베 대지진 이후에 활발한 쓰임을 얻었던 단어이다. 표기는 ‘更地’로 우리말로 옮기면 건물이 없지만 공법의 규제를 받는 부동산용어로 전용되므로 본 연극은 제목을 사라치로 옮긴 것으로 보인다.

    [공연개요]
    공 연 명  빈:터-Sarachi
    2012 서울연극제 기획초청작
                       
    공연기간  2012년5월 9일(수)-12일(토)
    공연시간  수요일, 목요일 8시/ 금요일, 토요일 3시, 7시
    공연장소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작        오타 쇼고
    번    역  기무라 노리꼬
    연    출  이지영
    출    연  남명렬, 이정미
     
    스 태 프  조연출 지경화/ 무대제작 정현기/ 음악 박창수/ 무대디자인 나이토 레이
    조명디자인 이주환/ 의상 이명아/ 사진 이도희/ 디자인 오치규
    코디네이터 기무라 노리꼬/ 마케팅 박으뜸
     
    주    최  서울연극협회
    주    관  서울연극제 집행위원회
    제    작  극단 소금창고
    기    획  바나나문 프로젝트
    후    원  (재)서울문화재단,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종로구, (사)한국연극협회,
    (재)한국연극인복지재단, 한국공연예술센터, 사랑의 열매, (사)한국소극장협회,
    대학로를 사랑하는 사람들
    협    찬  우리투자증권, 코리아나
     
    티켓가격  R석 35,000원/ S석 30,000원
    런닝타임  80분
    관람연령  만 12세 이상
     
    문    의  02-764-7462
    예    매  한국공연예술센터 www.hanpac.or.kr

    김민관 기자 mikw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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