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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핀 율 탄생 100주년 전- 북유럽 가구 이야기', 세계적인 의자 컬렉터 '오다 노리츠구'를 만나다
    PREVIEW/Visual arts 2012. 5. 8. 12:20

    ‘일상이 예술이 되는 미술관’

    ▲ 대림미술관의 '핀 율 탄생 100주년 전- 북유럽 가구 이야기'의 2층 정경

    대림미술관은 국내 사립미술관으로서 이례적인 성과를 기록했다. 지난 3월에 끝난 칼 라거펠드 단독 전시만으로 12만 명이 넘은 것. 2002년에서 2009년까지는 그에 비해 관객이 턱없이 부족한 편이었는데, 지난해 전체 1년 관객이 13만 명이 넘으며 대림미술관이 내건 ‘일상이 예술이 되는 미술관’의 모토에 걸맞은 대중의 공감을 이끌어 내기 시작했다.

    ▲ 지난 4월 25일 오후 12시경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림미술관 D라운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대림미술관의 김신 부관장, 이날 대림미술관의 최근 몇 년 사이의 방문객 추이와 대중적 반향의 성과를 전했다

    칼 라거펠드에 대한 일반 사람들의 인식이 미미해 전시 준비 당시에는 우려했던 전시였지만, 다행히 전시는 성공적인 반향을 이끌었다. 평소 재즈 페스티벌과 같은 전시 연계 프로그램이 일반 관람객들의 문화적 욕구와 맞물려 딱딱한 전시 관람 형태를 허무는 인식 개선의 역할을 한 것과 더불어, 전시 관련한 토크 등의 별도의 부대 프로그램 등이 전시를 조금 더 세세하고 풍부하게 알고자 하는 관람객들의 욕구에 맞물려 전시에 대한 학술적인 심화 과정의 기능을 함으로써 전시의 지평을 자연스레 넓혀 주었던 것도 긍정적 기능을 했으리라 보인다.

    '핀 율'은...

    ▲ 지난 4월 25일 오후 12시경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림미술관 D라운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핀 율 전시의 기획을 맡은, 대림미술관의 권정민 수석 큐레이터

    대림미술관이 지난 4월 26일부터 9월 23일까지 선보이는 ‘핀 율 탄생 100주년 전 <북유럽 가구 이야기>’의 기획을 맡은 권정민 큐레이터는 북유럽 계절의 특성을 가리키는 ‘백야와 흑야’라는 두 가지 개념을 가지고 전시를 구성했고, 그 중 흑야에 더 초점을 맞췄다. 칠십 여년이 지난 오랜 가구 디자인들이 현재 우리 삶 속에서 어떻게 다르게 보일 수 있는지 소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핀 율은 1950년대에 가구 전시회 밀라노 트리엔날레에서 5개의 상을 수상하며 국제적 명성을 얻었고, 미국에 ‘데니시 모던(Danish Modern)’을 소개했으며, UN 미국본부 회의장 건물의 인테리어를 담당하기도 했다.
    독학으로 가구 디자인을 시작해 자신이 사용할 가구를 직접 디자인함으로써 동시대 디자이너들의 대량 생산 방식과 차별화된 혁신적인 가구 디자인을 선보였다. 현재 모던한 디자인에 뛰어난 기능성을 겸비한 스웨덴 가구 브랜드 IKEA의 제품들이 핀 율의 1940~60년대 빈티지 디자인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부분은 핀 율이 세계 가구 디자인 역사에 영향을 끼친 단적인 예다

    전시 구성

    대림미술관의 '핀 율 탄생 100주년 전- 북유럽 가구 이야기'의 2층 정경

    이번 전시에는 핀 율의 대표작들과 핀 율과 동시대에 활동했던 북유럽의 뛰어난 가구 디자이너들의 작품들이  함께 소개된다. 또한 핀 율이 디자인한 조명, 동시대 디자이너의 목재 완구, 식탁보도 함께 전시된다.

    핀 율의 가구와 스칸디나비아 디자이너들의 의자와 테이블, 조명, 그리고 다양한 소품들을 조화롭게 배치한 일상의 공간을 보여준다. 2층의 ‘리빙룸’은 ‘스칸디나비아 인 코리아(Scandinavia in Korea)’를 시작으로 6월 ‘우먼스 스페셜(Women’s Special)’, 7월 ‘섬머 파티(Summer Party), ’8월 ‘칠드런스 데이(Children’s Day), 9월 ‘스칸디나비아 오텀 (Scandinavian Autumn)이라는 주제로 매달 새롭게 배치되어 가구의 배치와 오브제의 사용에 따른 전체적으로 달라지는 공간의 분위기와 각 가구의 심미적 기능을 새롭게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될 예정이다.

    3층은 핀 율의 가구를 잘 이해하는 인테리어 디자이너 마영범, 핀 율의 가구를 컬렉션하고 전시하고 있는 aA디자인뮤지엄의 김명한 관장, 그리고 대림미술관이 핀 율의 가구를 활용하여 각자 핀 율의 디자인을 해석한 공간을 실험적으로 보여준다.

    또한 1층에는 오다 노리츠구 교수가 직접 드로잉한 370개의 명작의자 이미지를 벽면에 그려져 있는 한편, 4층에는 핀 율의 의자에 앉아 사진을 찍어 보는 체험 공간으로 마련된다.

    세계적인 '의자 컬렉터', '오다 노리츠구'를 만나다

    ▲ 지난 4월 25일 오후 12시경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림미술관 D라운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세계적인 의자 컬렉터, 오다 노리츠구 교수

    지난 4월 25일 오후 12시경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림미술관 D라운지에서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번 핀 율 전시의 컬렉션을 제공한 세계적인 의자 컬렉터, 오다 노리츠구(Oda Noritsugu, 1946- ) 교수는 전시 개막에 맞춰 한국을 찾았다.

    “일본에서 아트라고 한다면 희소성이 있고 뭔가 숭고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한편 디자인의 경우에는 디자인은 상행위가 동반이 되는 것이고 예술보다 폄하되는 부분이 많은 것 같다. 그러나 아트도 디자인도 삶과 밀착해 있는 것이다”

    일본도 디자인 전시의 활성화 및 긍정적 인식이 제고됐으면 하는 바람을 강하게 내비친 오다 노리츠구 교수는 우선 운을 띄우길 한국 사람들의 디자인에 대한 열정‧의욕이 부럽다고 전했는데, 이는 한국 디자인의 실상으로 소급되는 발언이라기보다 일본에 대한 디자인 부분에 대한 관심과 미술에서의 비중이 미약한 것에 대한 진단이 섞인 의견이라 할 수 있겠다.

    즉, 일본은 수많은 선진국 중에서 유일하게 디자인 뮤지엄을 가지고 있지 않은 국가인데, 여기에는 예술은 문화청이, 디자인은 경제산업성이 관여하고 있다는 배경이 깔려 있다.
    한편 일본의 각 기업의 디자인은 뛰어남에도 막상 전시로 이어지거나 관람객이 찾는 부분에 있어서는 부정적이며, 전시되는 대상 역시 주로 (순수) 예술 위주이고, 큐레이터 관련 종사자들도 대부분 미술사를 전공한 사람들이 대부분이고 디자인사를 공부한 사람은 열에 하나 정도밖에 되지 않는 한편, 디자인도 다른 예술과 같이 평등하고 동등하게 다뤄져야 하는데 일본은 너무나 아트에 편중되어 있다는 것이다.

    아트와 디자인

    ▲ 지난 4월 25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림미술관에서, 핀 율의 전시된 가구들을 설명 중인 세계적인 의자 컬렉터, 오다 노리츠구 교수

    “프로덕트(상품) 디자인, 기성복 디자인과 같이 ‘-- 디자인’이라는 디자인에 수식어가 붙는 경우 디자인은 더 많은 대중을 향해 열리게 된다. 즉 그것의 목적과 기능이 부가되는데 경제적인 예산이라는 문제도 있고, 가구의 경우에는 더 많은 제약 조건이 따른다.”

    어떻게 보면 아트와 디자인은 다른 것이라는 전제를 깔며 오다 노리츠구 교수는 예술은 작가의 의도와 정신만 관철되면 되는 데 반해 디자인은 보다 더 많은 대중을 위해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고, 인쇄처럼 대량생산이 가능해야 한다는 견해를 전했다.

    '오다 노리츠구'의 의자 수집의 역사

    ▲ 지난 4월 25일 오후 12시경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림미술관 D라운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세계적인 의자 컬렉터, 오다 노리츠구가 자신이 직접 그린 의자 도면들이 담긴 책을 소개하고 있다

    오다 노리츠구 교수는 대학에서는 그래픽을 전공했고, 이후 일본 나고야에 소재한 다카시마야 백화점에 취직해 광고 제작 업무를 맡았다. 광고디자인‧일러스트레이션까지 담당, 십년 정도 근무 후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가 되었다.

    의자에 관심 갖게 된 것은 입사 당시부터로 근무하던 마케팅 부서에는 다양한 해외 인테리어 잡지가 있었는데, 거기서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의자가 핀율의 명작 의자였다.
    핀 율의 작품을 처음 접한 것은 1970년대 경으로, 덴마크의 인테리어 숍 카탈로그에 작은 사진을 통해서였다. 실제 처음 마주한 핀 율의 작품은 도쿄 백화점에 있던 모델 45번과 세계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팔걸이로 꼽히는 의자인 치프테인 체어(Chieftain chair)로, 이 두 디자인만으로도 핀 율의 디자인에 노예가 되어 버렸다고 표현할 정도로, 크게 핀 율의 디자인 세계에 반하게 된 계기가 됐다.

    가장 먼저 구입했던 의자는 르꼬르뷔제(Le Corbusier)의 LC4로, 당시 자신의 급여가 사만엔 정도였는데, 삼십만 엔 정도 가격을 매장 직원에게 부탁해서 십 퍼센트 할인된 가격으로 열 달로 분할했고, 또 십 퍼센트 할인된 가격으로 분할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이십사만 삼천 엔에 구입했던 게 첫 번째 의자 수집의 경험이 백 개가 다 됐던 시점에 이르러 콜렉터로서 의자 수집을 멈추게 됐다.

    우선 작은 연구실을 마련하고, 연구 테마를 1950년대 이후의 의자 디자인에 대한 것으로 잡고 연구 목적에 따른 의자 수집을 시작했다. 이런 자료의 일환으로 수집한 포스터‧비디오‧카탈로그 등이 현재 수 만 개 정도로 추산된다. 수집한 의자를 프로 사진 기자에게 부탁해 정면‧옆면‧대각선면‧뒷면으로 앵글을 잡아 삼 천 장 이상의 아카이브로 모았다. 의자 도면을 그리는 작업도 병행했다.

    또 다른 연구 테마로는 첫 번째 작품에서 마지막 작품까지 연대기를 정리해보자는 것이었다. 이를 책으로 엮는 가운데 일일이 손으로 다 그린 의자 도면들 8,233개가 들어갔다. 글도 쓰고 레이아웃까지 직접 고안했다.

    ▲ 대림미술관의 '핀 율 탄생 100주년 전- 북유럽 가구 이야기'의 3층 정경

    스칸디나비아 디자인 1950년대에서 1960년대 각광 받던 시기를 지났고 덴마크는 모던 디자인으로 그 추세가 바뀌던 시점이었지만, 1980년대 연구소를 설립했을 당시 한 생각은 덴마크 디자인부터 먼저 봐야 하지 않을까라는 거였다. 첫 덴마크 디자인 탐사 여행은 덴마크와 핀 율에 대한 지식이 어느 정도 있는 사람을 겨우 수소문 끝에 찾아 사진작가 한 명을 대동하여 셋이서 83년 떠났고, 많은 작가들과 인터뷰를 하게 됐다.

    당시 인터뷰를 하면서 인상 깊었던 부분은 가구 업체들이 인터뷰를 모두 거절했던 부분이었는데, 이는 일본이 당시 디자인을 베끼던 풍조에 대한 반감이었고, 연구자로 온 목적을 일일이 자세히 설명해야만 했다.

    유명한 디자이너‧건축가였던 핀 율이 활동이 그친 상태로, 당시 덴마크에서도 핀 율은 잊혀 가는 존재였다. 핀 율은 이들의 방문의 의사를 듣고 새로 자신의 벽을 다 꾸며 이들을 맞고 와인을 대접해 주었다.

    현재 오다 노리츠구 교수는 핀 율의 덴마크 저택보다 훨씬 많은 수의 그의 작품들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를 유산으로 전용하는 대신 모두 다 받아주는 곳에 기부하고 싶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의자는...

    대림미술관의 '핀 율 탄생 100주년 전- 북유럽 가구 이야기'의 2층에 전시된 치프테인 체어(Chieftain Chair)

    그는 의자에 대해 몸을 지탱하는 지지도구로서 물리적인 의미를 갖고 있고, 또 지휘를 나타내는 상징적인 의미를 갖고 있으며, 인간에게 정말 가까운 도구로서 ‘의자 다리‧등받이‧팔걸이’ 등 부위별 명칭이 인간 신체 부위와 같은 이름이 붙어있는 한편, 인간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게 의자로, 튼튼하게 받쳐줘야 하고, 안락함이라는 기능성의 부분도 충족시켜야 한다고 정의했다.

    또한 의자는 미를 추구하는 대상이면서도, 대량 생산성(양산성)의 가혹한 (자본주의) 환경 속에서라도 버틸 수 있어야 한다. 여기서 버틴다는 것은 중의적 의미로 읽히는데, 의자가 땅을 딛고 사람을 받치듯, 그리고 의자 디자인으로 현실에서 살아나갈 수 있기 위해서 둘 모두를 함의한다. 그리고 의자는 ‘자가 완결’되는 아름다운 작품이라서 집안 분위기를 완전 다르게 하는 것이기도 하다.

    대림미술관 주최로 현재 핀 율 전시 관련 세미나 <북유럽 가구 이야기>가 오는 11일 마련된다. 전시 연계 세미나에서는 오다 노리츠구 교수의 ‘핀 율과 그의 디자인’을 비롯해 ‘모던 스칸디나비아 가구’(하지훈), ‘북유럽 디자인과 라이프 스타일’(박해천)에 대한 발제가 진행될 예정이다.

    김민관 기자 mikw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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