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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U.F.O.> 리뷰 : ‘파국의 사회 현상을 마주하다’
    카테고리 없음 2012. 5. 12. 13:09

    U.F.O.라는 아포리아

    ▲ 영화 <U.F.O.> 스틸컷 [사진 제공=(주)인디스토리](이하 상동)

    U.F.O.라는 단어는 일종의 말이 낳는 아포리아다. 미확인 비행 물체는 확인할 수 없는 것, 정체를 밝힐 수 없는 것임에도 이는 곳곳에서 누군가에게 분명한 경험의 대상이 된다. 또한 그 확인할 수 없는 물체는 명명할 수 없는 것이라는 이름 자체를 이름으로 한다. 언어는 가령 언어화될 수 없는 것을 일종의 고유명사로 언어화한다.

    한편 U.F.O.는 판단할 수 없는 물체지만 이상하게도 우리에게 분명한 이미지로 남게 된다. 비행접시라는 말로 이는 지칭된다. 이 신비스럽지만 사실 상투적인 물체는 늘 경험을 기다린다. 우리는 그 경험을 하기 전까지 이 물체에 신비로움의 아우라를 포개어 놓는다. 반면 그것을 본다면 이는 확인 물체로서 그 아우라를 오히려 한 꺼풀 벗겨낼 수 있을 것이다.

    여기까지는 이 확인이 시각이라는 감각에 종속되어 있음을 가리킨다. 본다는 것은 확인한다는 것이다. 보지 못하는 것은 확인될 수 있음을 잠재하는 것이다. U.F.O.를 보는 것은 어떤 잠재성의 평면에 속하고 우리는 그것을 보더라도 그 정체는 알 수 없다는 점에서 이는 하나의 이질적인 그리고 미디어를 통해 또 그 명명을 통해 친숙한 타자로서 자리할 뿐이다.

    즉 U.F.O.는 경험되지 못함의 경험을 잠재하는, 실제적인 경험이 보충되더라도 여전히 가상의 어떤 무엇이다.

    영화 <U.F.O.>가 말하는 U.F.O.는 기실 이 신비로움의 U.F.O.와 크게 다르지 않다. 영화는 이를 다루는 매체들의 자극적인 소비의 지점 역시 명확하게 비추고 있다. 반면 이 U.F.O.를 향한 소년들의 망상 어린 집착과 그 배면에서 점점 솟아오르는 진실의 다른 층위가 주는 반전이 실제 중요하다.

     U.F.O.는 지구에 속하지 않은 어떤 것이 부과되며 그로부터 빛을 발하는, 역사나 적어도 역사적으로 공인된 종교에 기입되지 않은 바깥에서부터 오는 가령 성령의 빛과 유사하면서도 다른, 곧 부정적이고 이질적이며 그 의도가 심히 의심부터 되는 어떤 빛을 발하는 대상이며, 이들은 단순한 시각의 차원을 벗어나 이 빛을 맞는 것 정도까지의 경험에 이르게 된다.

    U.F.O.가 감추는 현실의 진실

     그렇지만 이 영화는 이 U.F.O.에 대한 정체를 파고드는 사실 하나의 결론을 도출하는 것으로 나아가며 실제 U.F.O.에 대한 가상의 평면을 더욱 확장하는 대신 U.F.O.를 목격했던 사건과 그로부터 어떤 현실의 사건이 사라지는 것에서 진짜 전하고자 했던 바를 드러낸다.

     이 영화는 현실의 진행과 플래시백을 충돌시키듯 교차시키는데 이로써 두 다른 층위의 현실이 서로의 길을 가고 있음을 감각하게 한다. 이 둘은 결코 붙지 못하고 화해하지 못한다.

    고등학교 시절 또래집단은 어떤 외부도 침범할 수 없는, 기실 그들 바깥의 모든 것을 외부로 만드는 폐쇄적이고 권력적인 조직으로 기능한다.

    이 네 명의 집단 역시 수동적인 아이 기쁨과 툭하면 욕설을 내뱉는 아이 광남, 조용하게 명령을 내리는 아이 진우, 잠깐 필요에 의해 합류시키게 된 아이 순규 간의 자연스런 위계의 차이와 그에 따른 조율, 그리고 질서가 만들어지는데 이러한 공고한 집단은 내면의 가느다란 떨림이 허락되지 않는 진실을 철저히 감추는 단단한 껍질처럼 자리하게 된다.

    끔찍함을 드러내며 감추는 방식 : ‘순수와 현실의 분리’

    여기서 거리를 두고 있는 순규는 술을 조율하지 못하는 곧 처음 술을 접하는, 그리고 술로 인해 잠에 빠져들며 연약하고 방어할 수 없는 표면을 드러내며 영화 속 감춰진 진실로부터 거리를 두게 되는, 실상 약간은 허무할 수도 있는 반전에 대한 그의 진실을 구성한다.

     최근 사령을 추종해 10대들이 벌인 ‘신촌 살인 사건’이 주는 공포는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실은 공포보다는 슬픔을 느껴야 할 것이다.

     우리가 제어할 수 없는 끔찍하고도 위협적인 이질적인 사건들의 발생, 이는 마치 U.F.O.와 같이 명명할 수 없는 어떤 사건의 도래이다. 우리는 이 영화가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 침묵해야 한다는 비트겐슈타인의 말을 인용한 오프닝 타이틀처럼 정말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 침묵해야 할지 모른다. 곧 이 말할 수 없는 것을 말로써 규정하며 이해할 수 있는 것으로 이해할 수 없다는 진실을 지우는 폭력을 행사해서는 안 될 것이다.

     내가 눈을 감았을 때 일어나는 진실, 내가 보지 못하는 곳에서 구성되고 있는 진실, 이 영화는 그래서 순규를 따라 흐르며 순규의 눈감음으로 인해 반전의 끔찍함에서 우리는 도덕적으로 조금은 편해질 수 있다. 이 반전은 분명한 반전이다.

    반면 이 반전은 순규라는 순수함, 어떤 외부적인 것으로서 집단이나 사회의 규칙 등에 따라가지 않는 모습으로서 개성을 지닌 유일한 존재로서, 집단의 다른 아이들이 U.F.O.를 향해 갖는 맹목의 자세에서 현실에서의 자신들의 행동을 제어하지 못하는 들뜨고도 두려운 상태에 있는 것(기실 미디어가 부풀리는 현실의 자장을 상정하는, 그리고 이들을 하나의 개체로 놓는 게 아닌 어떤 맹목적인 군중의 심리와 제어되지 않는 행동으로 이는 나아간다)과 차이를 벌리는 가운데, 그가 없을 때 벌어지는 진실은 실은 이 끔찍한 현실이 분명한 현실이며 제어될 수 없음을, 순수함과 분리되어 있음을 가리킨다.

    곧 순규의 순수함을 증명하는 결론으로 나아감을 의미한다. 그가 없는(눈 감은) 가운데 우리는 이 반전을 마주해야 하고 따라서 우리는 내재화되지 않는 순수 사건으로서 이 결말을 마주해야 한다.

    우리는 보지 못한다(순규의 모습을 통해, 끔찍한 사건을 순수라는 이름으로 분리하며) 또는 보지 못하는 것을 보고 있다(순규 외 다른 세 명의 아이를 통해, 가령 미디어를 통한 U.F.O.의 확산과 어떤 맹목적인 믿음 체계를 갖는 가운데).

    [영화 개요]
    제목                    U.F.O.
    감독               공귀현
    출연               이주승, 정영기, 김창환, 박상혁
    제작            Spiral Project
    배급/마케팅        ㈜인디스토리 (www.indiestory.com)
    제작연도             2011년
    러닝타임             91분
    관람등급             청소년관람불가
    개봉일   5월 24일
    공식블로그      blog.naver.com/2012_ufo
     
    김민관 기자 mikw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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