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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 한팩 솔로이스트] 김지영 <혼돈의 시작 Chaos Begins>: 발레의 재전유
    REVIEW/Dance 2013. 6. 3. 13:36

    선글라스의 재전유


    ▲ <혼돈의 시작 Chaos Begins>(안무가 김보람)의 솔로이스트 김지영 [사진 제공=한국공연예술센터] (이하 상동)


    선글라스를 낀 여자(발레리나 김지영), 발이 닿는 곳마다 불이 켜진다. 이어지는 움직임은 일종의 발레에 대한 패러디다. ‘백조의 호수’의 클리셰이면서 그것의 미묘한 변전의 장을 꾸미면서, 선글라스로 가린 시선, 약간의 우스꽝스러운 몸짓들이 내는 균열을 보라.


    과연 김보람답다. 이 선글라스는 그에 대한 오마주로서, 그녀가 그것을 전유하고 나온 것이라 할 수 있다. 


    다시 앞선 발레의 스텝과 움직임에 더해진 자잘한 수신호와 몸짓을 경쾌한 분절적 기계 튠의 음성이 흘러나오는 팝에 맞춰 순간순간으로 쪼개 나눈다. 이 ‘감춰진 시선’의 ‘인조-기계’의 신체의 표지로 그 선글라스가 재전유되는 순간이다. 


     세 번째 선글라스의 기호는 장님이라는 것, 서편제 속 송화라는 여주인공의 이야기의 상징적 표지로 드러난다. 발레의 움직임은 판소리의 추임새에 절합되기도 하고 “두 눈을 딱 감고”에서 선글라스를 순간 가리키며 서편제의 이야기를 환유적으로 절합해 내기도 한다.


     쫄쫄이 같은 의상은 김보람의 그간 작품들의 복장의 연장으로, ‘서편제’를 이야기적으로 전유한 부분에서 그 옷에 색을 입히며 출현하는 김보람의 중간 개입은 외부적 존재라는 이야기의 환상성, 저자의 실제적 이야기 잣기의 역할을 상정하게 된다.


    결여 없는 순간들



    자잘한 감각의 분절들은 음악의 정서를 어떤 그 무심한 태도로 가져가는 것 외에 다만 형식적으로만 가져가며 이 단조로운 음악의 그 박자를 고스란히 가져간 채 비트를 다이내믹한 변전의 장으로 사용한다는 점에서 음악과 내용적으로는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있으며 형식적으로는 완벽하게 그것을 구현한다는 점에서 어떤 ‘결여’도 낳지 않는다.


     이는 다만 거의 트랜스(황홀경)를 이끄는데 여기 얼굴은 신체로부터 벗어나는 과잉이자 신체의 어떤 보족물로서 그치는 듯하다. 감정 없는 신체의 일부분으로서 무미건조하게 위치하지만 그 자체로 잉여되는 무엇인 것이다.


     김보람의 ‘미시-분절 움직임들의 합산’이란 안무 방식은 발레를 기초로 한 무용가의 몸을 통해 재전유됐을 때 역시 그 빛을 발한다. 발레라는 기본기의 재전유는 김보람의 독특한 움직임에 방해가 되기는커녕 그것을 기본으로 갖춰 순간 순간 발레의 변용과 절합의 순간이 일어나는 것이다.



    ‘현위치’와 ‘실제적 위치’의 전도



     마지막의 피리소리에 맞춰 발레 슈즈 신기는 원래의 발레리나로서 돌아감을, 발레리나로 무대에 임하기 전의 자세를 취하는 원위치로의 또한 시작 지점으로의 돌아감을 재현하는 장면을 처음이거나 마지막인 어떤 하나의 클리셰로 삽입한 것에 다름 아니다.


     이는 ‘현재의 실제적 위치’로 돌아가되 이미 발레의 여러 절합들의 통과로써 전이된‧변이된 위치에서 새롭게 그 ‘현재의 위치’를 감각하게 하는 것이다. 곧 김지영은 김보람의 안무에 의해 발레리나라는 위치 너머에서 그것들을 메타적으로 ‘자의든 타의든’ 자기-패러디하여 탐문하고 있었으며 춤의 새로운 표지가 그의 실제 위치와 현위치의 절합 속에 구현됐음을 의미한다.


     김지영은 (김보람의) 일종의 자동기계 인형으로 생동감 넘치는 표정과 그녀 얼굴 자체의 전면을 가린 채 출현했는데 그녀의 테크닉은 유지된 채 변용되고 있었다. 곧 발레의 클래식에 따른 절도 있는 동작과 얼굴에 고스란히 드러나는 감정, 그리고 한국을 대표하는 한 명의 위대한 스타 발레리나의 얼굴로 소급되는 아우라는 여전히 분절된 움직임들로 김보람의 안무에 따르고 있음의 표지로 연장‧확장된다.


     그리고 또한 선글라스를 통한 감정 없음의 기계로 분하는 동시에, 발레를 지시하며 그것을 교란하는 움직임들의 연장으로 컨템퍼러리의 문맥으로 바뀌며 메타 발레, 재전유된 발레(리나)를 출현케 한다.


     이것이 뛰어난 기량의 발레리나 김지영의 재전유적 사용법을 통한 유쾌한 패러디적 컨템퍼러리 발레인 셈이다.


    김민관 기자 mikw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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