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2014 MODAFE] 블루 댄스 씨어터 김혜정, <The Song> '노래의 감상을 재현하다'
    REVIEW/Dance 2014. 6. 4. 02:23


    ▲ 블루 댄스 씨어터 김혜정, <The Song> [사진제공=모다페]


    에디트 피아프의 노래들로 이어진, 이 무대는 그 노래가 갖는 다양한 감정의 양상을 선취하고자 한다. 이는 그 노래 자체를 체현하기보다 그 노래가 갖는 감응을 제시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그 노래의 힘을 고스란히 보여주되 그것에 다가서지는 못하게 된다. 피아프의 노래는 그 가사를 설사 다 이해하더라도 그 이전에 이미 그녀가 온몸으로 자신의 인생을 담아내며 부르는 목소리라는 점에서, 일종의 그녀 신체가 투영되는 환유이자 인생의 고귀한 에센스가 담긴 은유라는 기호로 기능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노래가 감응되는 것이다. 이 목소리는 철저히 신체적·물질적인 것이며 거기서 발생하는 (듣는 이의) 감정은 그에 뒤따르는 부분이다. 그렇다면 움직임은 감정, 그 중에서도 주가 되는 슬픔의 감정을 체현하기보다는, 육화되는 그 목소리 자체를 건조하게 보여줌으로써 슬픔 자체로 현시되어야 할 것이다. 곧 신체로서의 목소리가 있기보다 그 부산물인 감정을 드러내려는 시도 아래 노래는 그 표현의 결과를 뒤따를 뿐이다. 당연히 피아프의 음성은 바뀌지 않는다. 그저 좋을 뿐이다. 하지만 그것은 무용수의 몸으로 체현되는 대신 공허하게 무대를 울리는 쪽에 가깝다. 사실상 몸들은 피아프의 목소리 그 자체, 곧 피아프 자체가 되어야 할 것이다. 어쩌면 슬픔이라고 명명될 수 있는 흔한 몸짓들에 다가서는 일종의 재현은 피아프(만)의 그것이 아닌 피아프를 보고 느끼는 보편자(?)들의 어떤 하나의 전형적 느낌을 나타내는 것에 더 가깝다. 이 너무나도 피아프적인 이 음악에 피아프는 단지 예전의 그녀 그대로만 (음악으로) 머물러 있게 되는 것이다. 이미 피아프의 노래는 너무나도 익숙하고 또 그녀의 비극적 인생 전체가 영화적으로 연상되는데, 이것을 노래 자체의 본질을 잡아내 그것을 새롭게 현시하는 것은 어려운 일일 뿐더러 실상 많은 부분에서 아쉬움을 남긴다. 그래서 그저 이 무대는 음악이 좋았다고 말하는 게 더 나을 듯하다. 


     ‘고도’를 기다리는 몸짓들은 마치 거울 이미지로 처음 등장한다. 수많은 ‘고고’와 ‘디디’로 나뉜 혼란스런 양상에서 순간 멈춘 채 프레시를 터뜨려 서로를 현시하며 인지하는, 그리고 결코 오지 않으며 멀기만 한 어떤 시공간적 거리라는 알레고리로서의 ‘고도’를 자신의 신체로부터 그 부재의 형태로 환유적으로 체현하는 것이다. 앞을 주시하는 시선은 관객과의 대면을 통해 관객 스스로에게 반사되어 소급된다. 고도는 마치 각자의 외로움으로 현상되는 것이다. 웅얼거리는 텍스트와 화합될 수 없는 부유하는 몸짓들의 존재자들은 기다림을 주저와 망각이라는 인상으로 드러낸다. 곧 고도(라는 실재) 앞에서 나아가지 못하고 멈춰서야 하며, 자신의 주저함, 또는 반복되는 일상의 몸짓 속에서 그 자신을 순간적으로 망각하는 듯한 양태를 보이기도 한다. 이는 미세하게 존재자들의 균열을 드러낸다. 한편 현이 감정의 분위기를 조율한다면 피아노는 이들의 재빠른 해체의 스텝을 구체화한다. 전체적으로 아득하고도 심오한 본래의 ‘고도’가 매우 즉시적이고 즉물적인 것으로 해체되어 전유되는 것이 동시대적 측면에서의 어떤 수용의 결과물로 비쳐졌다. 


    김민관 기자 mikwa@naver.com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