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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병준 <또 다른 달 또 다른 생>, 시각과 촉각적 청각의 분별을 시험하다
    REVIEW/Interdisciplinary Art 2014. 11. 3. 18:51


    ▲ 권병준 <또 다른 달 또 다른 생>[사진 제공=LIG문화재단] (이하 상동)

    권병준의 작업은 일종의 여기 없음과 거기 있음의 해체적 감각과 감각의 재구성에 가깝다. 이는 스피커를 통해 구현되는데, 가령 외줄을 타는 남자의 움직임이 사운드를 낳지만, 이는 그가 짚는 지팡이가 닿는 바닥 자체의 사운드 인식을 통해, 그의 현존이 장소적 감각으로 보증됨으로써 그 포인트가 옮아간다. 갖가지 사운드 장치들을 작동하면서 그 앞, 낡은 라디오라는 매체를 통해 그것들이 통과하는 것 역시, 사운드에 물질적인 좌표를 입히며 ‘여기’를 벗어나게 하는 방식으로 보인다. 연주를 하는 이의 몸은 무대 내에 존재하지만, 그 사운드는 공간 전체에서 그것과 외떨어져, 또는 다른 지점에서 반향이 되어 스피커를 울리기도 한다. 이는 소리가 장소적으로 감각 가능하며, 장소로부터 출현하며 매우 물질적인 감각으로 바뀜을 의미한다.

    여기에 권병준의 지난 최근 작업들에서 선보여 온 다양한 마스크에 자신의 얼굴을 대 얼굴의 변용을 이루는 작업, 손에 낀 채 손의 감각과 이동을 통해 사운드의 공간적 분절과 일정 화음을 이루는 사운드 탐색 매체이자 연주 도구를 구현하기도 한다. 전자가 얼굴에 하나의 레이어를 더해 가며 그 딱 맞지 않음의 간극이 얼굴을 이상하게 변형시킨다면, 후자는 손이 일종의 두뇌 감각적 회로로 민감하게 기능하며 허공에 사운드 공간을 파생시켜 나가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출연자 또는 연주자 들은 기타 연주에 포크 음악의 정서를 띤 보컬이 자리하는 것 외에는 어떤 목소리를 특별히 갖지 않는 신체를 갖지 않는 행위 주체들인데, 이는 그 현존이 전체 공간에서의 사운드 감지와 파장의 역학을 고찰하게 하는 일종의 오브제로 기능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 말 없음의 시공간은 곧 신체 너머로 확장되는 공간-세계로 곧 전이되며, 소리의 감각점은 공감각적 인상, 그리고 무엇보다 말 없음의 신체, 곧 비인격적 캐릭터의 비현실적 현존이 갖는 시각적 인상의 축소된 지점의 시작, 그 곤궁함과 과잉의 오브제들/존재들이 불포화된 서사, 곧 어떤 신비로움의 일부로 여겨지며 저 너머의 사운드라는 것의 현존, 그 촉각적 반향이 한층 중요해지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서사가 사운드-공간으로부터만 창출되며 그에 대한 상상 역시 사운드를 감각하는 가운데, 무엇보다 사운드가 어떻게 전달되는 것을 확인하는 가운데 최소한의 것으로, 그러나 최대한의 긴장으로 해소됨을 의미한다.

    일종의 융합, 다양한 아티스트들의 참여는 이 다양하게 편재된 잠재된 사운드 굴곡의 입체적인 장에서 제각기 다른 시간과 장소에서의 분포를 통해, 말없이 다른 시각적이고 결과적으로 촉각적인 사운드 스케이프를 만드는 매체로 기능하며 가능해진다. 그러니까 권병준에게 있어 융합은 각자의 자리를 마련하고 다만 그것을 하나의 다른 매체로 다시 전환할 수 있다는 전제 아래, 자신 역시 그 경로에, 그야말로 그가 매체적 장갑 도구를 고지연의 가야금에 손을 얹는 것과 같이 그 복잡도를 조금 늘린다거나 공간 전체의 역학의 일부를 구성하는 것과 같아 보인다. 곧 융합은 일종의 구성이고, 이는 시간적 매체인 소리의 특성을 반영해, 흘러감 속의 일부가 되는 것이다. 또한 다양한 장소에 따른 소리 오브제들의 일부로서 가령 하이브리드 피아노를 연주하기도 하며, 말없음의 신체로 여러 지점에 위치하며 사운드 감각을 파생시킨다.

    마지막에 무대 뒤에 가려져 있던 입구 내지 출구로부터 한받이 밝은 스튜디오에서 춤추는 피사체가 되어 등장하고, 이는 꽤 길게 자리하며 마지막을 유예함은 무슨 의미일까. 한받은 같은 듯 다른 움직임을 반복적으로 추는 것에 가깝고, 그 춤의 동력은 반복 그 자체이다. 권병준이 스스로 유동하는 마스크-레이어가 되어 달라지는 마스크와 일치와 그 간극을 선보인 것과 같이 스튜디오의 푸른 장막은 어둠을 일시적으로 가린/위장한 마스크이고, 그의 신체는 또 다른 장막으로 위치함을 보여주고자 함이었을까. 그 신체-움직임의 저 너머에서의 산출은 꽤 낯설게 느껴졌고, 사운드 공간으로부터 이격된 시각적인 것의 김빠진 긴장 같은 것을 감각케 했다. 가령 사운드를 촉발시키는 최소한의/최대한의 시각적 존재들과는 달리, 그것은 소리와 연관이 크게 없이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시뮬라르크 도상과도 같았던 것이다.

    김민관 기자 mikw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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