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전환성, 〈강; the river〉: 춤은 무대로 어떻게 나올 수 있는가
    REVIEW/Dance 2023. 11. 7. 03:27

    콘셉트/연출: 전환성 , 〈강; the river〉 ⓒgunu kim (이하 상동). (사진 왼쪽부터) 전환성, 박선화.

    전환성의 〈강; the river〉은 무대와 몸, 사운드, 그리고 보는 이의 관계 양상에서 진행된다. 여섯 시간 남짓의 시간에서 점차 어두워짐을 받아들이고, 퍼포머 둘의 소진됨을 겪고, 사운드는 각각의 단위를 완료하고 사라지고 또 나타나고, 관객의 등장과 퇴장이 일어난다. 이런 단순하고 명확한 개념으로서 안무가 성립한다. 다시 말해, 중간에 깔린 하얀색 무대와 이를 원형으로 둘러싼 가의 관객석 확보, 자연 채광, 음악의 중단과 시작의 중첩된 단계, 퍼포머까지 포함한 자연스러운 등장과 퇴장의 규칙은, 춤이 벌어지고 있음의 현장을 인식하게 한다. 곧 〈강; the river〉은 문화비축기지 TANK1을 장소 특정적인 방식으로 활용한다. 

    결국 퍼포머는 이 아득하고 투박한 구조 속에서 쉼을 선택한다. 무대를 벗어나고 시간은 끊어진다. 상대적으로, 다른 몸은 스포트라이트의 권리를 획득하며 지속된다. 다시 등장한 이에게 이는 관찰의 범주로 포함되며, 쉼의 영역과 뒤섞인다. 이는 듀엣의 구조가 근본적으로 작용하고 있지 않음을 보여주는 작은 단서로서, 두 퍼포머의 동력은 각자의 사운드와 환경에 대한 적응과 적용에서 드러난다. 반면, 이 ‘환경’에는 각자의 몸의 반응이 포함된다. 이는 복잡도를 높이는 부분이지만, 동시에 자신의 몰입 환경을 만들기 위해 이는 적극적으로 참조되지 않을 수 있는, 나아가 차단될 수도 있는 부분이다. 

    〈강; the river〉에서 모티브가 된 “강”은 흐름이고, 무정형의 상태이고, 기약할 수 없는 시간의 매체이며, 정위되지 않는 시각의 플랫폼으로 자리한다. 이는 사운드의 색채에서도 반영되지만, 사운드들의 구조에서 더 본질적인 차원을 성립시킨다. 곧 하나의 음악에는 파동이 생겨나고 그것이 잠잠해지고 또 다른 파동이 생겨나는 구조로서 음악이 자리한다. 여기서 강은 무한한 의식, 나아가 명확하지 않은 의식 상태를 기약하는 듯 보인다. 

    강이 의식을 무한한 흐름과 파동으로 연장하는 매체라면, 〈강; the river〉은 움직임을 끊임없는 흐름에 대한 동기와 맞바꾸는 시도라는 점에서 강을 전유한다. 완성된 움직임은 없으며, 무언가 끝을 마주하며 계속되는 파편들의 무질서적인 삐걱거림만이 존재한다. 음악은 움직임을 속박하지 않는다. 퍼포머 둘은 음악에 반응할 뿐이다. 또는 그 음악은 움직임을 바라보게끔 한다. 그 둘의 관계는 퍼포머 둘 사이의 관계에서처럼 밀착되어 있지 않다. 어떻게 그러한 일이 가능할까. 이는 무용이라는 것이 (일반적으로) 음악과 몸의 최적의 상응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전제할 때 성립하는 질문이다. 

    움직임은 흐름 속에 있고, 그 흐름은 최소한의 동기, 곁에 있는 몇 가지 매체들과 함께 유지된다. 음악이 움직임에 복속된다는 건 결국 움직임이 음악을 절대적으로 필요로 한다는 걸 의미한다. 음악의 논리는 움직임의 무의식적 논리로 치환된다. 반면, 〈강; the river〉에서 음악의 형식은 대체와 변환의 논리를 따른다. 하나의 조각은 내용적인 완결보다는 하나의 형식적 전환으로서 부상한다. 곧 수많은 조각 가운에서 하나가 끄집어졌음을 의미한다. 음악은 분명 움직임의 어떤 단위를 만든다. 지하철의 노이즈 환경, 특색 있는 보컬의 목소리가 좌우하는 노래, 강물이 흘러가는 소리에 대한 다양한 변환 모두 일정한 사운드 스케이프의 길이를 만든다. 

    이 음악은 그럼에도 사라지기에 또한 무한한 시간성의 한 절편으로서 자리하기에 이 두 음악에 적용하는 두 몸이 있기보다는, 또는 이 음악에 적응하는 두 몸이 있기보다는 반응하는 두 몸이 있는 것이다. 따라서 두 몸은 음악에 정착하지 않으며, 음악에 대한 잔향으로서 존재하면서 또 다른 음악을 마주한다. 음악은 몸에 영향을 끼치지만, 애초에 6시간의 설정값으로 존재하는 음악은 몸으로부터 변화를 가져가지는 않는다. 이는 당연히 배경음악으로 존재하는 음악의 가치를 상기시키기보다는 움직임을 실험하는 최소한의 환경으로서 음악이 자리했음을 이야기한다. 

    강은 우리와 상관없는 시간성을 가진다. 〈강; the river〉 역시 커튼콜 대신에 마지막 관객이 사라질 때까지 무대를 계속한다. 그것은 무한함에 대한 일종의 연기라기보다는 하나의 흐름이 강이라는 매체로 존재했음을 비로소 드러내는 것에 가깝다. 강은 어떻게 은유가 되지 않을 수 있을까. 그것이 하나의 모티브로서 은폐되지 않을 수 있을까. 〈강; the river〉은 아마 그에 대한 대답으로서 존재한다. 무한한 무대, 곧 비단 시간성의 차원에서의 의미를 넘어 퍼져나가고 다시 떠오르는, 열려 있는 무대로서의 의미 차원에서, 〈강; the river〉은 강렬한 하나의 공식을 구성한다. 또는 암시한다. 곧 ‘안무가 아닌 춤은 어떻게 무대를 벗어나 존재할 수 있는가.’ 

    김민관 편집장 mikwa@naver.com

    [공연 개요]
    ❍ 일시: 2023.10.21.(토) 13:00-19:00
    ❍ 장소: 문화비축기지 TANK1
    ❍ 런타임: 6시간 (자유로운 입퇴장 가능)

    ❍ 크레딧
    콘셉트/연출: 전환성
    출연: 박선화, 전환성

    무대: 이도엽, 김미성
    음악: 차기은
    음향: 정새롬
    사진: 김근우
    영상: 조영인
    그래픽디자인: 새서울소사이어티
    리서치어드바이저: 고영경
    프로듀서: 김혜연

    주최: 전환성
    주관: 위올리얼리매터
    후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