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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상훈, 작/연출, 〈히라타 오리자를 위한 유튜브 스크립트〉: 발화가 아닌 발설의 장면들
    REVIEW/Theater 2024. 6. 5. 18:56

    김상훈, 작/연출, 〈히라타 오리자를 위한 유튜브 스크립트〉ⓒ하준호(이하 상동).

    〈히라타 오리자를 위한 유튜브 스크립트〉(이하 〈히라타 오리자〉)는 제목과 같이 일본의 극작가이자 연출가인 히라타 오리자의 이론을 소개하는 유튜브 스크립트를 짜려는 유튜버를 보여준다. 연습과 중계의 어느 사이에 자리한 그의 행위는 관객을 느슨한 혹은 타격감을 잃은 시청자-관객으로 연루시킨다. “세미 퍼블릭”이라는 히라타 오리자의 용어는 시종일관 머뭇거리며 웅얼거리는 전혜인의 화법에 의해 그의 신체로부터 난반사되는데, 내부를 매개하는 외부의 출입이 가능한 특정 시-공간의 상태를 가리키는 세미 퍼블릭의 시간이 일차적으로 그것을 전달하려는 자의 불확정적인 상태에서부터 덜그럭거리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의 사적 영역은 제4의 벽에 가로막혀 보이지만, 그의 입지는 분명 공적인 사태라는 판단에 근거한다. 사실 그가 바라보는 것이 아닌, 그가 맞닥뜨릴 청자(로서의 벽이 제4의 벽인 셈이고 그)로부터 우리는 유령-관객으로 자리하고 있는 셈이다. 그 청자는 없지만 실은 우리의 모습으로 가정되고 있으며, 미래에 설사 나타날 것이라고 해도 우리의 존재를 확증해 주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니까 이 관계는 은밀한 차원에서 기생적이다. 방송은 아직 켜지지 않은 상태이므로, 더 정확히는 이제 켤 것이므로, 실재를 가장한, 더 정확히는 실재를 가정하는 준-실재의 영역에서 그의 스크립트는 준비, 작동되고 있다.

     

    세미 퍼블릭, 곧 공과 사가 맞물리는 제3의 지대는 실상 매개자를 가설하지 않고(별도의 역할들을 만들지 않고), 히라타 오리자의 연극들에서처럼 어떤 다른 드나듦을 이곳에서 끊임없이 수용하지 않고, 유튜브라는 새로운 미디어가 가진, 이곳과 저곳 어느 사이라는, 온라인 환경에서의 무작위적 침투(와 소멸―다만 이곳은 극장이라 아무도 나갈 수 없다.)로 채워진다. 개인의 유튜브 라이브 송출을 일종의 세미 퍼블릭적 온라인 공간으로 가정할 수 있는 것이다.

     

    개인의 전-의식적 혼란의 상태는 다가올 시간과 그곳의 공적 시간대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의 실재적 전염에서 오며, 관객 역시 시청자가 되기 전, 준-시청자로서 이 과정태의 시간을 불안정한 상태로 남겨두게 된다. 유일한 등장인물인 전혜인은 후반, 연기에 대한 연기 혹은 연기를 위한 연기를 하기 시작하는데, 여러 환경을 불러오고, 이는 가상 현존의 상태로 나아간다. 바다에 그가 있다면, 그 깊은 물이 목소리가 전파, 전달되는 매질이 된다. 이 다른 매질의 차이가 담보하는 신체의 달라지는 양상들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는 어쩌면 배우라는 몸 자체가 트랜스를 가능하게 하는 비-주체의 제3의 지대가 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일 수 있다. 이는 다시 어딘가에 있는 것들을 여기에만 있는 것으로 소환함으로써 어디에나 있는 것‘들’이 가능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전혜인 배우의 위로는 무대 위에 놓인 똑같은 사물과 배우의 모습이 같은 크기와 거의 흡사한 형태로 재현되어 있다. 이것들은 현재를 재현한, 현재의 초과된 현전이다. 그것은 현재와 중복되며 그 위에 적확히 놓임으로써 현재를 재현하기보다 현재를 우화적인 것으로 만든다. 그것은 그럼에도 순수한 이미지의 영역으로서 독자적인 양식으로 남으리라는 기대를 벗어버리게 된다. 가상의 현전은 현실을 초과하는 실재가 된다, 바로 전혜인 배우가 그것과 접촉해 그것을 흔들리는 상태로 만들어 버리는 순간에.

     

    마지막으로 정면을 취하던 자리의 반대편 문에서 사이버 펑크 느낌을 주는 새하얀 복장을 하고 완전히 다른 캐릭터로 등장한 전혜인은, 방송을 하는 이의 불안정한 모습의 실재를 취하는 것도 아닌, 방송 자체의 진행되고 있음의 상황으로 말 그대로 관객을 가르면서 나온다. 방송 이전의 시간에서 방송되고 있음의 시간으로 비약한 가운데, 관객은 시청자의 자리를 양도받기보다 그 시청자의 자리가 외설적인 몫으로 꺼내어져 있음을 확인한다. 곧 전혜인의 내재적 감정의 소용돌이에 복속되었던 전반부에 비해 후반부는 그 스스로가 외설적인 현장에 있다. 제3의 지대로서 우리는 그것을 전유할 수 있을까. 갑작스러움의 침투가 그것을 온전히 상쇄하는 것이 아니라면.

     

    〈히라타 오리자〉는 히라타 오리자의 담론에 복무하지 않는다. 유튜브 알고리즘의 세계 역시도. 스크립트는 미래를 향해 열려 있고, 그것은 실현되었다고 볼 수 있을까. 일종의 혐의임이 분명하다고 해도. 히라타 오리자로부터 무언가를 이야기하고자 했던, 처음의 태도가 단절되었다고 선을 긋지 않는다면. 왜 이미지는 실재로 끄집어져 있어야 할까. 실재는 왜 이미지의 재현과 중첩되어야 했던 것일까. 결국, 어떤 것도 처리하지 않은 채, 그것과 접촉함으로써 그 자리를 의심하게 한 채, 마찬가지로 히라타 오리자에 대한 결론을 내지 않은 채 〈히라타 오리자〉는 사적 지대가 공적 영토로 나아가는 기이한 경계의 힘을 향해 나아간다.

     

    김민관 편집장 mikwa@naver.com

     

    [공연 개요]

     

    신촌극장 2024 라인업

    [히라타 오리자를 위한 유튜브 스크립트 X 김상훈]

     

    공연 일시: 2024년 4월 18일(목) - 4월 27일(토) 화-금 20:00, 토-일 16:00 (월 쉼)

    공연 장소:서대문구 연세로13길 17 4층 옥탑 신촌극장

    상영 시간: 약 66분

     

    작·연출: 김상훈

    개발: 김상훈, 박이분, 이라임, 이주협, 전혜인

    출연: 전혜인

    조명: 서가영

    미술: 남다현

    사운드: 카입

    의상: 박이분

    무대감독: 이라임

    오퍼레이터: 조서연

    사진 기록: 하준호

    기획: 전강채

    제작: 음이온(ummeeeonn)

    주최·주관: 김상훈

    후원: 2024년예술창작활동지원사업선정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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