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할머니들을 대동한 안은미의 특별한 무대가 온다.
    카테고리 없음 2011. 2. 9. 00:53


    안은미의 특별한 무대가 찾아온다. 이번에는 그녀 자신이 아닌 그녀가 보고 만난 할머니들에 주목, 새로운 춤의 결을 만들어갈 예정.



    무작정 떠난 국내 자전거 여행으로부터 시작은 자전거 다섯 대와 차 두 대, 한 달 동안 서울 경기도를 제한 전국을 누비며 무작위적으로 만나는 할머니들을 춤추게 만들고 영상으로 찍어 아카이빙하는 프로젝트로 이어졌다.
    여기서 만난 220여 분의 할머니들에서 160여 분의 할머니들의 솔로 댄스 영상을 추려, 공연 때 상영되며 실제 영상 속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무대에서 안은미 무용단과 보조를 맞추기도 한다.
     
    영화, 연극, 무용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약하는 장영규가 음악감독으로 참여, ‘낭만에 대하여’, ‘단발머리’, ‘백만 송이 장미’ 등 가요를 사용한 무대를 선보인다.

     2월 8일(화) 오후 5시경 두산아트센터 Space111에서  안은미 무용단의 ‘조상님께 바치는 댄스’이 공연 되기 전 시연 및 간담회 자리가 파티 형식으로 마련됐다. 주류가 놓이고, 음식이 장만된 자리에서 스탠딩으로 맞는 시연회는 특별했다.

     이날 자리는 <조상님께 바치는 댄스> 동영상 상영 후 우리나라 산천을 담은 영상을 배경으로 한 무용수들의 춤, 그리고 할머니들의 재기발랄한 춤이 담긴 영상이 나왔고, 이후 참석한 기자들과의 자유로운 질의응답 시간이 이어졌다.

     짧은 5분간의 프로젝트 행적을 쫓아간 영상에 이은 무용수들의 등장, 그들은 계속 무대를 돌기만 했다. 무대에 서지만 무대라는 프레임을 비껴나는 움직임, 뛰면서 묘한 시간성으로 흘러가는. 녹음의 풍광에 맞춰 여행하듯 단지 달리는 여정만이 제시되었다.

     유령 소리로 체감되는 사운드가 중간 중간 튀어 나온다. 참고로 음악감독이 장영규다. 2009 페스티벌 봄에서 임민욱 작가의 「S.O.S」란 작품에서 나오는 유령의 자취가 느껴지는 사운드 역시 그가 담당했었다.


     계속 뛰고 옆으로 이동하고, 정신없게 만드는, 그러면서도 육체성은 뜨겁게 다가오는, 거리낌이 없었고 자취를 남기지 않는 가운데 무용수들은 어떤 시간의 무게를 점층적으로 쌓아가고 있었다.



     할머니의 몸이 아닌 할머니의 세계를 육화하는 춤은, 그것들을 시간과 공간을 점층적으로 쌓아가며 확장에 이르는 데 가까웠다.



     다시 무대를 채운 것은 영상 속 오로지 할머니들의 춤. 소박했지만, 빈틈이 없었고 완벽했던 것 같이 보인다. 이상하다. 전혀 가식도 꾸밈도 없는데, 몸의 무늬, 삶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뿜어져 나온다. 과연 그것을 (춤으로서) 새롭게 보게 하는 것이 안은미가 내세운 이 작품의 묘일까.

     영상에서 소리는 지워졌다. 현실의 자국을 제거하고, 움직임을 곧 무대로 환원하는 효과가 있었다. 더 깨끗이, 몸의 움직임은 완연한 시간성의 형태로 읽혔다. 다양한 곳에서 할머니의 춤, 아니 할머니의 몸을 수집한 영상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어떻게 저렇게 기꺼이 자신의 몸을 내줄 수 있을까?’ 그들은 그냥  남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고 거리낌 없이 춤을 추는 것으로 보였다.


     한참을 보여주다 우주선이 올라가는 것으로 임팩트를 준다. 무용수들은 난데없는 인사를 하고, 관객석으로 나와 사람들을 껴안아 준다.



     다시 뛰고 손을 내밀며 신체를 보며 자각하는 무용수들의 움직임이 이어진다.

     ‘춤도 배우지 못하고, 그런 시대를 살았지만 팔을 펴는 것만으로 인생을 감내할 수 있는 힘이 아니었을까 싶고요.’

     안은미는 작품 관련 몸의 역사란 글을 쓴 전우용의 말을 인용하며 팔로 노동하는 ‘팔을 쭈그리고 일하던 역사에서 스스로 자기에게 해방의 의미를 부여하던 게 우리에게 있어 춤이 아니었을까’하는 투박하지만 그럴싸한 우리 춤에 관한 인문학적 해석을 내놓는다.

     또한 ‘굉장히 감각 있게 코디한 것, 평상시에는 모르다가 (작품을 하며 다시 보니) 색깔 하며 조화가 기가 막히지 않냐?’고 했다. ‘세월의 힘을 입은 자기만의 코디’라는 것이다.
     이후에는 할머니에 이어 ‘아저씨들’, 할아버지 말고 해방 이후 군대 갔다 온 60대 전후 아저씨들의 몸을 담고 싶다는 바람도 전했다.

     ‘춤추는 할머니’, ‘댄싱 마마’가 원래 안은미가 생각했던 제목. 아카이브 프로젝트로서 ‘천 명 찍겠다.’해서 다시 300명에서 줄이다 220여 분이 영상 작업에 참여하게 됐다.

     생각은 쉬워도 이른바 실행하기는 어렵다. 구체적인 실행 동기를 물었다. 자신의 몸(건강)을 위해서 자전거를 타기로 했고, 한국 여행은 처음이었는데, 조국강산을 한 번도 못 봐서가 그 이유다.  국내에는 자전거가 다닐 수 없는 국도가 있어서 차가 다니면 자전거가 바람에 휩쓸려 고랑에 빠지고 하는 어려운 상황도 많았는데, 촬영하다 보니까 얼마나 개인에게 많은 의미를 주는지, 그 기록의 의미는 그녀에게 엄청났다는 것이다. 매일 매일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며 전 세계 어머니들을 만나서 하는 축제도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실행될지는 의문이지만, 재미난 발상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어머님 세대 하면 일명 떠올리는 막춤이나 관광버스 춤에서 이제 그네들의 춤은 ‘삶의 기적과 같다.’ 76세 된 영상 속 한 할머니는 자전거를 탄 지 7년이 지나 아프던 무릎이 다 나았고, 이제는 스쿠터 여행을 기획하고 있다고 한다.

     무용수들의 경험 역시 각별했다. 처음 만난 할머니가 자신의 외모를 보고 도망간 것 같이 느꼈다는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프로젝트에 관해) 무슨 말인지 잘 알아듣지 못 하다가 음악을 틀어주면 무용수들의 춤에 함께 춤을 더하는 경험들은 다반사였고, 노래가 듣고 싶어 할머니들에게 노래를 불러달라고 청해 노래를 듣기도 했고 한편으로 우리나라에 대한 공부를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두산아트센터와  안은미무용단이 손잡고 만든, ‘조상님께 바치는 댄스’는 오는 2월 18일부터 20일까지 3차례 공연된다. 그리고 공연과는 별개로 안은미의 생생한 몸의 역사를 담는 춤 아카이브 프로젝트는 계속될 예정이다.

    ▶ 사진 더 보기

    [공연개요]
    • 일시 :  2011년 2월 18일(금) ~ 2월 20일(일) / 금 8시 / 토일 5
    • 장소 :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 기      획 : 두산아트센터  안은미무용단
    • 안무·연출 : 안은미
    • 출      연 : 안은미, 고흥균, 정완영, 정영민, 박명훈, 이제성, 김혜경, 한신애, 하지혜, 조형준
    • 특별 출연 : 김길만 할아버지, 신점순 할머니, 영주시 할머니들(류규하,김진순,강신하,김영희,송유순 외 18명)
     
    • 문의·예매 : 두산아트센터 02)708-5001
    www.doosanartcenter.com , 인터파크 1544-1555
    • 가격 : 일반 R석 40,000원 / S석 30,000원
             두산아트센터 회원 R석 28,000원 / S석 21,000원
              청소년, 경로(만 60세 이상) R석 20,000원 / S석 15,000원

     김민관 기자
    mikwa@naver.com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