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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페스티벌 봄 2011_리뷰] 어어부 프로젝트 :「탐정명 나그네의 기록 Detective ID, Record of a Vagabond」: 파토스의 끝없는 분출
    카테고리 없음 2011. 5. 14. 06:49


    Photo © UHUHBOO Project

    신기한 건 백현진 자체의 악다구니 뻗치는 노래 가락이 생생하게 존재하며 무대를 채색하고 소리를 잠재우고 존재들을 기만한다는 것이다. 오로지 그의 존재만이 무대에 공간에 가득하다. 밴드의 음악 또한 없다. 단지 파동에 약간의 잔물결을 일으키며 그것을 확인시키는 그 물길을 두들겨보는 미약한 움직임만을 만드는 데 그친다.

    백현진은 소리를 내는 것을 통해 자신의 신체성마저 던져버릴 기세 또는 그 신체성 자체를 투과하고 초월하고 있는데, 마치 동물의 울부짖음과도 같고 어떤 언어적인 것과도 거리를 두는 매우 특이하고도 해독되지 않는 기호들을 발설하고 있다.

    언어적이지 않다는 것은 이것이 금기를 뛰어넘는다는 것, 메시지를 굳이 전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에 더해 음악적이지 않다는 특징, 곧 어떤 음악적 구조와 배치, 사운드의 정렬과 조화를 전연 만들지 않는다는 점에서의 비음악적인 특징은 이것이 신체로 쓰는 하나의 절절한 무형의 채색이며 모던 세계의 단독자적 침묵의 언어, 신체가 깃든 코드 없는 언어, 따라서 니체가 말한 근원적인 음악적인 언어에 닿아 있는 음악을 한다는 것이다.

    갈겨쓴 시는 어떠한 은유나 제시, 재현 층위에서의 전개 없이 오로지 그것이 있었다는 식의 환유 차원의 심상들의 나열이다. 문성근의 내레이션을 통해, 그리고 그 존재들을 연극적으로 끄집어내 이미지들을 스쳐 지나가게 하는 장치들은 일련의 현상적인 현실의 있었음의 재현이고 그것이 노래화되는 곧 백현진의 몸을 타고 흐르는 가운데 신체 언어로 현시되는 것이다.

    백현진의 강한 신체 언어․음악적 퍼포먼스는 어떤 코드로도 잡히지 않는 음악과 언어의, 규칙에 따르지 않는 그만의 음악적 언어적인 행위로써 무대를 휘어 감고 있었고, 따라서 메시지는 전달되는 게 아니라 그 땀과 피의 파토스적 분출에 어리둥절하며 몸을 가까스로 유지시키고 잠자코 숨을 고르고 있었어야 하는 시간이었다.

    일련의 사운드트랙의 무작위적 연주라는 애초의 의도가 시 속에 담겨 있는 눈에 보이는 것, 들어오는 것, 아니 눈을 잠식하고 내 신체 일부가 되는 것의 이미지들이 제시된 것과 같이 기승전결의 흐름과 양상을 띠는 게 아니라 단지 분출과 발산의 표현 그 자체만이 계속 놓이는 현시의 충격이 겹겹이 쌓이고, 그 와중에 해체된 언어와 음악이 떠돌다 붙잡혀 살과 살이 부딪치고 비비게 되는 신체적 감각의 수용 과정만이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아마 그래서 이 퍼포먼스는 콘서트이면서 콘서트가 아닌 음악과 연극, 영상이 혼재되어 있으면서 그 어떤 것도 아닌 몸으로 쓰는 음악적 현시, 그 여러 장르들이 이전의 현상적 나열과 일상적인 소소한 에너지 심상들 정도에 그치는 것을 너머, 다시 도착하는, 비로소 도착하는, 이제야 도착하는 몸의 강림, 신체의 파토스, 언어 너머의 언어, 언어 이전의 언어로써 백현진 너머 백현진에 도달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어떻게 이러한 몸이 배우와 무용수의 차원에서 실현되지 않았는데, 그에게서 가능하단 말인가, 단말마적인 탄식이 인다.

    김민관 기자
    mikw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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