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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odafe 2010] <Chronology>, 시간의 흔적을 더듬어 가는 안무
    REVIEW/Dance 2010. 6. 22. 00:03

     안무가 양승희, 신체의 기억을 현시하는 방식

                                                             ▲ 연습 장면 
     

    신체를 포근히 감싸며 이는 어루만지듯 무용수들의 움직임은 찬찬히 신체로부터의 숨을 간직하며 조용히 움직임에 생각들을 입히고 기억을 깨우며 시간의 깊은 흔적들을 유영하듯 따라가게 된다.

     

    이에 대한 반복된 움직임이 시간을 미세한 단위로 쪼개고, 다시 삶의 본원적인 형태로 돌아가는 작용이자 의식적인 과정적 접근의 수행이라면 이는 천천히 진행되지만, 시간의 질서를 새롭게 구성하는 과정이자 몸을 매개로 사유를 조금씩 일으키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삶을 내밀하게 속삭이는 움직임에 이어 어느덧 네 명의 구성을 이룬 무용수들의 움직임 역시 끊임없는 반복의 흐름을 그린다. 이는 곧 바닥의 제자리에서 출발해 다시 바닥으로 오는 삶의 원환적인 형태를 구성하되 점층적인 깊이의 완만한 층차를 띠는 것으로 미세한 변화들을 만들어 간다.

     

    굉장히 서정적이고도 격정적인 홍수를 분출하는 음악의 흐름이 만들어내는 감정의 굴곡은 무표정한 듯 차분하게 들이켜는 숨과 정면을 보는 애욕의 소용돌이에 쌓이지 않는 내재된 깊이를 그 안에 미세한 감지 외에 놓아두는 평온한 눈동자이자 정념들의 흔적이 안온한 깊이로 남아 있는 상태에 가깝다.

     

    결코 애욕의 그림자에 휩싸이거나 마찬가지로 동물적인 충동의 분출을 하지 않는 춤은 식물성을 강하게 띠며 자기 자신으로 소급시킨다.

    춤을 의식의 한 가운데 놓고 끊임없이 기억의 가장자리를 틈타 현재로 돌아온다. 흐름과 기억은 다시 현재로 소급될 수밖에 없음은 이 작업이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차원에서 삶을 이탈하지도 또 삶에 대한 정착하지 못함에 대한 갈등도 여러 애욕의 자리도 쉽게 삶을 내어주지도 않음을 의미한다.

     

    음악이 격정적인 흐름을 지나 다시 그것을 예고하는 리듬의 언저리에 무용수는 그것에 따라가기보다 단지 공간을 비선형적으로 구성하며 동작의 정적인 순간을 구분적으로 보여주는 데 그친다.

     

    노 무용수가 마지막에 자리하며 이들을 따라 눕고(이는 그것을 보고 천천히 자신의 움직임을 갖추는 것으로 형식적인 틀에 대한 강박이나 완성에 대한 열의 따위와는 상관이 없는 큰 움직임에 가깝다), 이렇게 현실을 현재로서 보존하고 신체가 갖는 시간의 자리를 가져올 수 있는 시간의 틈을 만듦으로써 (무대를 천천히 누빔으로써) 신체는 삶의 자국이자 퍼포먼스가 된다.

     

    사진 제공ⓒ모다페

     

    관람 일시 및 장소 : 6.2(수) 8PM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김민관 기자 mikw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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