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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디 신’의 공연기획자들, 가상의 북한 인물을 전시로 구성하다...《북조선 펑크 록커 리성웅》전
    REVIEW/Visual arts 2012. 3. 17. 23:55

    전시라는 것의 발명 ‘아트선재 오픈 콜’ 첫 번째

    ▲《아트선재 오픈 콜 #1 : 북조선 펑크 록커 리성웅》전에 참여한 자립포크뮤지션인 '회기동단편선', 15일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16일 개막식에 선보일 공연을 앞서 선보이고 있는 모습

    지난 17일부터 4월 18일까지 아트선재센터(서울 종로구 소격동 소재) 3층에서는 ‘더 아웅다웅스’ 기획의 《아트선재 오픈 콜 #1 : 북조선 펑크 록커 리성웅》전이 열리고 있다.

    공연 기획자인 더 아웅다웅스가 전제한 ‘평양에서 펑크 록 음악을 연주하는 클럽이 있고, 그곳에서 공연을 했던 뮤지션이 있었다’라는 가정은 가상의 리성웅의 흔적들을 통해 구성된 리성웅의 연대기 전시로까지 이어졌다. 수집된 그의 흔적들은 스토리텔링적 장치의 역할을 하고, 이를 통해서 관객의 상상력은 실제의 인물과 합치하는 지점에서 리성웅은 존재한다. 

    더 아웅다웅스는 고교동창이었던 오도함과 박준철에 의해 2010년 결성되었으며, 록 음악의 연주와 감상에 필요한 조건들을 재배치하는 공연들을 기획해왔다. 
     

    ▲《아트선재 오픈 콜 #1 : 북조선 펑크 록커 리성웅》전을 기획한 더 아웅다웅스의 박준철

    참고로 <아트선재 오픈 콜>은 ‘보다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창작 활동을 지원하고 기획자의 활동 범위를 다각화하기 위한 플랫폼’으로, 1차 서류 심사와 2차 프레젠테이션 심사를 통해 1인(1팀)을 최종 선정하고, 공모 당선자에게는 전시 공간과 함께 기획비·전시비가 제공된다. 두 번째 <아트선재 오픈 콜>은 4월 16일부터 22일까지 접수 기간을 거쳐 오인환 작가와 정현 미술비평가가 심사를 맡고, 당선 전시 기획안은 2013년 7월 13일부터 아트선재센터 2층에서 선보이게 된다.

    첫 번째 <아트선재 오픈 콜>에서는 총 43편의 전시 기획안이 접수되었고, 1차 심사위원이었던 김장언 독립큐레이터와 정서영 작가는 전시라는 형식 대신 ‘전시를 만드는 행위’라는 표현을 쓰며 이를 “현대미술의 역동적 움직임들 속에서 문화 주체로서 자신을 작동시키는 다양한 형식들 중 하나”로, “자신의 운동성을 성찰하고 작동시키기 위한 태도”와 연결 짓고 있다.

    곧 전시는 단순히 전시장이라는 공간을 채우는 물질들의 집합으로 분리되는 게 아니라 전시를 이루는 과정에서의 생각들의 실천으로서, 동시대적 담론의 자장과의 연결과 이를 통한, 그리고 관객과의 비물질적인 관계망의 시공간을 아우르는 것으로 재정의될 수 있는 듯 보인다.

    또한 김장언·정서영은 기획 주체가 “자신의 연구(창작)와 삶을 일치”시키기 위해 “전시라는 형식을 어떻게 발명”하느냐를 심사의 지점으로 삼았음을 밝혔는데, 여기서 작품은 삶과의  간극을 해소하려는 예술에서 삶으로의 횡단의 자세를 통해 그 영역을 확장한다. 또한 이는 전시가 하나의 전시장이라는 플랫폼이 후차적인 지위가 되는(어떤 선결과제가 아닌) 내지는 그것 자체의 해체, 그리고 확장된 삶의 영역 속에 독자적이고 독창적인 작품을 만드는 예술가로 환원되지 않는 어떤 지점의 공간을 열어두는 것으로 보인다.


    ‘리성웅’전은 미술과 전혀 관련 없는, 공연기획자와 밴드들이 만든 전시이다. 전시 기저를 흐르는 스토리텔링을 통한 박물관이 가동되다가 몇 차례의 공연자들의 퍼포먼스를 통해 전시는 순간적으로 완성된다. 소위 그 만듦새는, 묘연한 연대기의 상상력의 도달을 통해 접촉하는 가운데 중요하지 않은 부분으로 자리하게 된다.

    전시장만 둘러보면 어항과 감옥이라는 폐쇄된 북한 구조를 성찰하고 단상이나 의자, 꽃들로 된 장식 등을 통해 무형의 권력과 계급 구도를 상정하는 듯 보인다.

    실제 북한 상류층으로 설정된 리성웅은 덕분에 유럽 유학도 갔다 왔고, 합리적이고 근대적인 사고를 한다. 소위 북한이라는 환경에 대한 경계를 인식하고 남한과 세계정세 속에 자신의 위치를 확인한다. 김정일·김정은 부자를 조롱하는 ‘이상한 물품’들을 만들어서 감옥에 끌려가게 되고, 그때 압수당한 물품들이 기타(리성웅의 지표)를 가둔 감옥 앞에 있다. 몇몇 책들은 그 표지의 낡음으로 인해 내용과는 상관없이 80년대 운동권 학생들의 불온서적을 떠올리게 한다. 동시에 리성웅은 소련 시절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고려인 록커 빅토르 최를 정신적으로 계승한다. 결과적으로 리성웅은 아웅다웅스의 세대와 한국인의 역사성을 띤 시점에 더해, 북한 사람의 의식을 상상적으로 구성하며 우리의 의식과 만나는 지점에서 성립하는 가상의 친근한 인물이 된다.

    괴발개발 쓴 단상 위에 놓인 한 권의 일기는 리성웅의 자의식을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단서이다. 그럼에도 이 전시는 아웅다웅스가 구성한 리성웅의 실체 일면만을 보여준다. 사실 권위적으로 보이는 단상들은 함께 놓여 있는 악기들이 퍼포먼스를 통해 가동됨으로써 퍼포먼스 플랫폼으로 기능하게 된다. 곧 채워지지 않음으로 전시장은 구성되어 있고, 일면 비어져 있는 것이다.


    리성웅의 탄생 부분이 드러나는 북한 함경북도 소재 칠보산에 있는 온천을 나타낸 황금색 전시물은 더 아웅다웅스의 박준철에 따르면, 실제로 북한에는 온천을 통해 치료하는 방식이 널리 퍼져 있는데 여행이 제한되어 있는 가운데 칠보산은 전국 치료를 위한 사람이 많이 모여 외지 사람들을 처음 만날 수 있는 장소로 기능하고, 몸이 약했던 리성웅이 북경 지대의 수많은 문화를 접할 수 있는 지역에서 한 소년을 만나 일주일동안 같이 지내는 탄생 설화를 상정한다. 그리고 실제 팔보채와 야마가타 트윅스터의 공연에서 이 온천이 적극 활용될 예정이다.

    사실 전시의 많은 부분은 여러 계약을 통해서 진행됐고, 이수성 작가가 온천을 만들었고, 파트타임 스위트즈의 이병재 작가 역시 여타의 부분들에 도움을 줬다.
    밀수된 것들 ‘밤섬해적단’이라는 밴드가 제작한 것이다. 그리고 리성웅이 감옥에 간 경위는 우리 현실에서 국가보안법 관련 농담을 하다 잡혀간 사람의 사례를 전유한 것으로, 우리의 현실을 직접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 피아노를 연주하며 노래 부르는 '악어들'의 류지완

    ‘악어들’이라는 그룹은 전시를 위해 북한 탈북자들을 많이 만났고, 북한에서 남녀가 함께 보초를 서다 사랑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고 듣고, 그 내용을 반영한 노래를 전시를 위해 만들었다. '악어들'의 류지완은 15일 열린 기자간담회의 시연에서 “보초를 서다가 사랑에 빠졌네 …… 이 밤이 너무나 긴데 끝났으면 좋겠네.” 록 앤 롤의 경쾌한 피아노 연주로 불렀다.

    박준철은 실제 북한에는 정부에서 철저히 관리하는 체제 하에 있어 록음악은 없다고 전했다. 반면 탈북자들은 어릴 때 전문가처럼 악기 하나를 연주하도록 교육 받고, 그 중 많은 사람들이 특히 기타를 많이 배우고 유려한 솜씨를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자신들이 만난 한 탈북자는 북한에서 술을 먹을 때 기타를 치면서 다 같이 노래를 부르는데 그 목소리에 담긴 쇳소리가 펑크 음악과 닮은 것 같다는 생각을 전했다고 한다.

    ▲ 전시를 기획한 더 아웅다웅스의 오도함

    ‘리성웅’전에 참가한 열 팀의 노래들은 원래 리성웅의 CD로 제작되어 북한에 보내질 예정이었다. 김정일의 사망이 그 계획을 중단시켰는데, 여기서 리성웅이라는 이름은 북한에서 또 다른 가상의 실재성을 띨 것이다. 북한이라는 멀고도 가까운, 친근하면서도 망각되어 있는 지역은 젊은 세대의 인디 음악계의 상상의 부분으로 불가능성의 소통을 일단은 가능하게 한다. 이는 인터넷의 패러디와 같은 현실의 재전유(Re-appropriation) 문화와 일견 맞닿아 있는 듯 보인다. 현실 정치적인 발언으로 전시를 볼 수는 없지만, 상상적인 것은 일단 현실적인 경계를 넘어 북한을 우리의 시선 아래 구성할 수 있는 힘을 준다. 그 점이 이 전시를 주목하는 이유이다.

    김장언‧정서영은 “90년대 이후 등장한 한국 펑크에 대한 성찰적 질문을 시작으로 자신의 동시대성”을 작동시키는 이들에 대한 의미 추적의 과정으로 전시에 대한 하나의 시각을 제시했는데, 한국 펑크라는 지점이 발언하는 바를 리성웅이라는 가상의 인물의 정체성에서 확인할 수 있는 지점이 있을까. 그 부분은 이 전시의 리성웅이라는 주체 이상으로 묘연한 부분이다.

    일종의 전시 부대 행사이자 가장 중요한 전시의 부분인 세 차례의 공연은 다음과 같다. 우선 '리성웅의 탄생'을 주제로 한, 합동 공연(야마가타 트윅스터, 팔보채, 쾅 프로그램)이 3월 23일 금요일 오후 7시에 펼쳐지고, 4월 1일 일요일 오후 7시에는 '리성웅의 활동'을 주제로 한, 악어들과 노컨트롤, 서교그룹사운드의 합동 공연이, 4월 13일 금요일 오후 7시에는 '리성웅의 몰락'을 주제로 무키무키만만수, 밤섬해적단, 파렴치악단, 파블로프의 합동 공연이 이어진다.

    [전시 개요]

    제목: 아트선재 오픈 콜 #1: 북조선 펑크 록커 리성웅
    전시 장소: 아트선재센터 3층
    참여 음악가: 10팀
    노컨트롤, 무키무키만만수, 밤섬해적단, 서교그룹사운드, 악어들, 야마가타 트윅스터 + 팔보채,
    쾅 프로그램, 파렴치악단, 파블로프, 회기동 단편선
    전시 기간: 2012년 3월 17일 - 2012년 4월 18일 (총 28일)
    전시 오프닝: 2012년 3월 16일 금요일 오후 6시
    관람 시간: 오전 11시 - 오후 7시 (매주 월요일 휴관)
    관람 요금: 성인 3,000원 / 학생 1,500원
    * 《Abstract Walking - 김소라 프로젝트 2012》전 (아트선재센터 2층)과 함께 관람 가능합니다.
    기획: 더 아웅다웅스
    주최: 아트선재센터
    후원: 서울문화재단,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의: 아트선재센터 T. 02-733-8945 
    www.artsonje.org/asc

    김민관 기자 mikw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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