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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름 없는 연대'-공모전 제도에 대한 각성 : “제 27회 한선정 초대전- 책상 위의 한 선정은, 결국”展
    REVIEW/Visual arts 2012. 3. 16. 13:51

     

    ▲ “제 27회 한선정 초대전- 책상 위의 한 선정은, 결국”展, 인사미술공간 전시장 입구 전경

    인사미술공간(서울 종로구 원서동 소재)에서는 한선정이라는 가상의 한 작가의 전시가 지난 14일부터 이달 말까지 진행 중에 있다. 사실상 2011아르코미술관 전문가성장프로그램 신진작가비평워크숍 B팀 참여 작가 9명(곽이브·김경호·김진희·박재환·송유림·신주영·이수진·장유정·정주희)가 만든, ‘한 선정’, 즉 하나의 선정을 가리키는 공모 제도에 대한 자각의 시선들이 실질적인 작가의 이름이 아닌 한 명의 가상 주체로 수렴하는 결과를 낳았다.

     일층에는 이와 같은 ‘한선정’이라는 작가에 대한 작가들의 이야기가 페이크 다큐 식의 영상으로 이어진다. 작가들이 평소 좋아하던 작가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는 인터뷰를 하고, 그 작가의 이름을 지워 한선정이라는 한 명의 사람으로 그 이미지를 수렴하게 한 것이다. 심지어 일층 공간 벽면에 쓰인 한선정의 이력은 작가들의 이력 일부분들을 추출하고 조합해 만든 것이다.

    전시 공간에 들어서기 전에 현관 입구에는 화려하게 화환들이 자리하고, 화환의 리본들에는 유명인사가 그것을 보냈다고 가정하고 이름들을 적혀 있고, 색깔·크기 등은 제작 가게에서 임의로 한 것으로, 그 차이가 제각각이라 이름에 대한 파워를 드러나게 보이는 흥미로운 지점이 드러났다.

    ▲ 인사미술공간 일층 벽면에 쓰인 '한선정' 작가의 이력

    ▲ ‘제 27회 한선정 초대전’을 공동으로 기획한 김경호 작가

    이어 지하에는 작품들이 작가의 이름이 제거된 채 특정한 순서의 지정 없이 전시 공간을 하나로 두르고 있다. 사실 이들을 모은 것은 아르코미술관 전문가성장프로그램이라는 공모 제도의 일부이고, 전시를 열게 된 것 역시 인사미술공간의 공모를 통한 것으로, 김경호 작가는 14일 인사미술공간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이 부분에 대해 작가들 간에 공통적으로 내부적인 성찰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를테면 ‘공모전 안에서 공모전 비평하는 게 정당한가’에 대한 질문은 오랫동안 토론을 낳았고(-이 전시가 열리기까지 대략 7·8개월간 계속 토론 및 워크숍이 진행되었다), 결과적으로 자신들이 하려고 하는 것이 (제도) 안에 들어와서 하는 게 효과적이라면 그렇게 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을 모았다. 사실상 이번 전시는 공모전에 대한 절대적인 내지는 무조건적인 비판은 아니다. 플랫폼으로서 긍정적인 점도 있지만, 70·80년대부터 공모전이 단순히 (변화 없이 내지는 제도 자체에 대한 자각 없이) 있고, 이제는 변화를 위한 역동적인 에너지가 필요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공모전에 대한 비판의 성격을 띤 전시로 나아갔다.

    송유림 작가는 대학을 졸업하면서부터 스스로 역시 공모전에 계속 공모를 내고, 더 이상 갤러리에서도 작품을 발굴하는 데 있어 발품을 팔기보다 공모전의 형식에 의존한다는 현실을 꼬집었다. 또 다른 작가는 공모전에 매번 같은 심사위원들이 중복되는 것의 문제도 지적했다.

    ▲ 인사미술공간 지하 일층 전시 모습

    실제 작가들의 작품이 대거로 집적된 지하 일층의 전시들은 공모라는 것에 대한 일관된 하나의 주제를 짐작케 하는 해석의 지점을 낳는다. 이는 개별 작가들의 스타일로 환원되기보다 오히려 여러 형태들이 병치되어 충돌하고 접합 나아가 절합되는 기묘한 층위에 가깝다. 이를 화이트박스에 아상블라주한 것(구분하는 게 아니라 집합적으로 모으는 것)이자 개별 작가들의 작품들을 (해체하여) 재전유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끈과 같은 선, 표면, 구멍 등의 상징 기호들은 각각 끈이라는 현실적인 헤게모니·인맥, 균열과 경계, 현실 바깥으로의 하강의 의미로 이어진다. 무엇보다 공모는 현실의 한 프레임이자 이것을 부정하는 게 아니라 하나의 ‘경계’로서 그것을 거치거나 그것의 존재를 인정하면서 거리 두기를 통해 극복하는 탈코드화의 정신이 필요함이 무의식적인 각성으로 드러나는 것 아닐까. 곧 평면이지만 균열을 담은 표면은 그러한 경계의 측면으로 해석됐다. 선분들이 작가들의 작품을 잇는 한편 현실과의 직접적인 끈-곧 공모로 생각됐다면, 구멍들은 그 현실 바깥을 벗어난 작가의 심연의 세계 내지 공모전에서 실패하고 추락하는 심연을 가리키는 듯했다. 사실상 이는 오해의 해석들과 혼동의 인지 과정들을 낳는 결과다.

    반면“제 27회 한선정 초대전- 책상 위의 한 선정은, 결국”展은 결과적으로 해체적 조합을 통해 그리고 현실적 문맥과 접합된 전시 구성을 통해 해석의 한 부분을 규정하는 해체적인 질서에서 시선을 탄생시킨다.

    ▲ 인사미술공간 이층에서 전시 전의 워크숍의 결과와 개별 작가들의 도록이나 팸플릿 등을 모아 놓은 자리의 모습

    작가들은 자신의 이름을 지우고 공모전 바깥에서 이름 없는 자들의 몫을 한 명의 대리 주체로 세우는 연대를 감행한다.

    여기서 보태지는 질문이라 하면 이 전시가 해체되고 각 작가의 몫으로 작품들이 돌아갔을 때 이후 전시에서 단체전의 성격에서 자신의 개별 작품으로 작품이 전시되었다고 거론하는 게 가능하느냐의 질문일 텐데, 작가들은 거의 익명으로, 내지는 보이지 않는 주체로 의도적으로 바깥에서 시선을 두며 작품에 대한 해석자를 응시하며 실상 ‘단체전 안의 개인전’의 성격을 허락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이 전시는 현실에 대한 비판적 접근에서 시작해 이름을 지우는 연대를 감행하는 결과를 낳음으로써 매우 풍부한 감성과 스타일을 지닌 ‘한선정’이라는 작가를 창출하게 되었다.

    [전시 개요 ]
    ● 전시 제목: ‘제 27회 한선정 초대전’ - 책상 위의 한 선정은, 결국
    ● 전시 기간: 2012년 3월 14일(수) - 2012년 3월 31일(토)
    ● 전시 장소: 인사미술공간 (서울 종로구 원서동 90번지)
    ● 전시 관람: 오전 11시 - 오후 7시 (월요일 휴관) (※ 오프닝: 3월 14일 5시)
    ● 전시 장르: 회화, 사진, 조각, 설치, 영상
    ● 전시 문의: Tel) 02)760-4722, 4857 / Fax) 031-762-4725

    ● 부대행사: <세미나- 현재 미술계에서 공모의 역할과 작가와의 관계에 대한 토론>
                참여 인원: 미술 관계자와 참여 작가, 일반관객
    일시: 2012년 3월 24일(토)  (※ 세부 사항은 변동 가능)
    ● 기획: 2011아르코미술관 전문가성장프로그램 신진작가비평워크숍 B팀 참여작가 9명
           (곽이브, 김경호, 김진희, 박재환, 송유림, 신주영, 이수진, 장유정, 정주희)
    ● 주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 주관: 아르코미술관

    김민관 기자
    mikw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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