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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극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리뷰 :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삶에 대한 인식'
    REVIEW/Theater 2012. 6. 3. 10:59

    두 명의 배우만이 등장하는 무대

    ▲ 지난 5월 31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소재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열린 연극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프레스콜에서 배우 이호재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은 두 명의 배우, 이호재(모리 역), 박준혁(밋치 역)만이 나온다. 무대는 낯설게 대상화되어 역할과 상응하는 의미 있는 공간으로 변화하길 기다리고 있다. 소품을 거두는 사람이 있지만 어떤 역할이 주어지지 않은 채 단지 어떤 그 기록을 위한 장치로 기능할 뿐이다.

    곧 두 사람의 존재가 특별한 시간과 공간, 역할을 상정한다. 두 존재의 상정은 어떤 한 명의 화자의 시선(일반적인 소설에서처럼)으로 주체와 타자가 나뉘어지지 않음을 의미한다. 두 인물은 한 명씩 역할이 만드는 공간을 현재에 삽입하여 무대에 자리하며 다른 한 명의 평면은 잠재성의 영역으로 이를 감싼다. 타자의 시선은 독자적인 나로 상정되는 자리를 감싼다.

    초반 이 각자가 서로를 이야기하며 핀 조명만의 진행 안에서 방백을 하는 '역할 공간'은 일종의 과거를 전하는 압축적 이야기 공간으로 전개되고 앞으로 펼쳐질 미래를 기다리고 있으며 둘의 관계에 새겨진 마디들을 꺼내 놓는다.

    두 사람의 만남, '삶과 죽음의 교차'

    ▲ 지난 5월 31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소재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열린 연극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프레스콜에서 배우 이호재(사진 왼쪽), 배우 박준혁

    밋치의 성공과 죽음에 이르는 병에 걸려 미치의 세계로 마지막 여행, 애초에 친구가 됐고 만나기로 강하게 약속했던 약속의 연장이 아닌 별 생각 없이 그를 찾고 둘은 무대 중앙의 테이블에서 독대한다.

    밋치의 성공한 삶은 그러나 '모리의 인간답게 살고 있냐는 질문과 죽음을 배우러 왔냐는 질문에 대해 밋치의 멈칫하는 표정이 미처 다 말해 주지 못하는 현실'의 무기력한 덧없는 그 가치들로 드러나며, 이와 함께 '죽음으로 향하는 무한한 발산의 관점들이 개방되고 자유로워진 모리의 삶'의 두 대립된 평면을 연극은 교차시키는 것으로 둘의 만남의 무대에서의 첫 본격적인 첫 대면을 드러낸다.

    죽음의 진행 과정에서 죽음에 대한 질문이 인터뷰어와 인터뷰이의 위치, 더 정확히는 구술과 기록의 관계로 변해 가는 두 사람 사이에서 죽음은 객관적으로 받는 질문에서 자연스레 내가 모르는 나를 인식하는, '기억하지 못하는 기억이며 삶에 타자로 각인됐던' 죽음은 다시 태어난다.

    죽음은 과거 그 자체를 타자의 기억처럼 되찾는 절대적인 시간의 종합이 과거를 새롭게 바라보게 하는 그 힘에 더 가까이 가게 됨을 의미할 것이다. 모리는 '온갖 지혜로움의 언어와 시간의 종합이라는 압축된 삶의 평면'에서 간명한 말로 삶을 종합하고, '온갖 징후들을 낳는 삶과 결부되는 진지함의 말'을 육신의 투명함 안에서 정신 자체로 전한다.

    형체와 현실은 사라져가고 정신적인 것은 큰 영역으로 삶과 맞닿는다. 밋치의 삶 그리고 관객들의 각 개인에게.

    삶의 관계 맺음의 기적

    ▲ 지난 5월 31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소재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열린 연극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프레스콜에서 배우 이호재(사진 오른쪽), 배우 박준혁

    일차원적으로 사랑은 외로움을 해소하기 위한 관계 맺음으로, 다시 '삶의 놀라운 기적을 선사하는' 차원으로 정의되어 간다. 곧 나를 벗어난 나와 너의 평면으로 종합되는 새로운 삶의 차원.

    모리는 요즘 유행하는 멘토가 필요함을 극 초반에 언급한다. 스승은 내지는 교수는, 제자에게 강한 확신의 마디들을 수여하는 모리는, 제자인 밋치가 자신의 자리와 현재를 인식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는 처지이고(이는 다시 모리의 일직선의 성공가도의 급격한 삶의 편차로 자연스레 이어진다), 모리는 자신의 자리에 있으며 이곳으로 그가 다가와서 기대주길 기다리는 듯한, 역설적으로 밋치에게로 향하는 어떤 의존적 태도마저 보이는 듯하다.

    학생인 밋치로서 불특정하고 흐릿한 밋치의 현재는 모리에게는 투명하고 순수하게 비치는 한편 모리는 밋치에게 도움을 주고자 하는 마음을 발신하는 말 속에 오히려 모리의 외로움이 담겨 있는 것이다.

    앞선 각인의 형태는 사실 모리에게도 남아있었다. 오히려 더 짙게, 모리는 예전에 디트로이트에서 밋치를 만나고자 했고 또 그를 배려해 차마 그를 만나지 못했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나를 너에게 의존케 한다는 것(모리가 아낌없이 주는 나무의 나무처럼 그가 찾아와 주길 바라는), 너의 전체를 내 삶에 포개는 것(너의 시점을 더 넓은 삶의 평면으로 종합할 수 있는, 네가 기억하지 못하는 것을 기억하고 있는 것과 같은 것)이 아닐까.

    앞에 놓인 나무처럼 스승은, 멘토는, 친구는, '나보다 앞서 가는 친구'는, 그 모든 존재인 모리는 자신의 지혜와 삶의 모든 조각들이 극대화된 지점에서, 완전한 발산이 이뤄진 후, 곧 죽음에서 밋치의 이야기를 끄집어 낼 것을 기대한다.

    자신의 말들이 넓게 퍼져 머무는 밋치의 삶에서 서로의 대화를 지속하게 되기를 바라며, 자신을 향해 말함으로써 스스로가 미처 인식 못한 종합된 시각을 얻기 바라며, 밋치 자신과 대화하고 밋치 자신에게 마음을 열며 그 자신을 사랑할 수 있기를 바라며.

    인간의 문화적 맥락에 죽음의 부재가 만든 상징적 공간으로서 완전히 부재하지 않는 삶에 기입되는 곳에서, 곧 삶의 영역으로 다시 확장되는 그의 공간에서, 영원히 대화하며. 삶과 죽음을 교차하며. 오로지 삶에만 치우친 삶을 떠나 궁극의 질문인 죽음을 벗어나고자 한 빚에 직면해 그것을 갚으며.

     ‘모리와 함께한 영원’

    ▲ 지난 5월 31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소재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열린 연극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프레스콜에서 배우 박준혁

    노배우가 죽음의 이름하에 있는 역할에 자신을 맡기며 마지막 안간힘으로 말을 할 때 젊은 배우가 아버지를 비롯한 모든 진정성으로 맺어진 관계에서 어쩔 수 없는 힘에 의해 이탈하게 되는 누군가를 거기서 분명히 보게 될 것이며 그것을 매개하는(해설함으로써) 입장에 설 때 흘리는 눈물에 인간적인 면을 차마 통제하지 못하는 어느 지점에서 연극은 살아 있었고, 단지 인간이 보여줄 수 있는 단순함으로부터의 고귀함을 보여줬다 할까.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은 그렇게 배우들의 힘과 함께, 모리의 죽음에 이르며 무한한 삶으로 흩어지는 가운데 ‘모리와 함께한 영원’으로 바뀌고 있었다.

    [공연개요]
    2012 한국공연예술센터 기획공연 / 2012 동아연극상 참가작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Tuesdays with Morrie
    공연기간  2012. 5.31~6.17
    공 연 장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공연시간  화,목,금 오후 8시 / 수,토,일,공휴일 오후 3시
    작  밋치 앨봄, 제프리 햇쳐
    번     역  성수정
    연     출  최용훈
    제 작 진 기획 김승미, 의상 이승무, 조명 신호, 무대 하성옥, 음악 이형주, 분장 백지영, 안무 조혜원, 소품 서정인, 사진 이도희, 그래픽디자인 노운, 조연출 전유경
    출     연  이호재, 박준혁
    공동 제작  한국공연예술센터, 극단 컬티즌
    후     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티     켓  밋치석 3만 5천원
    예     매  인터파크 ticket.interpark.com 한국공연예술센터 www.hanpac.or.kr
    문     의  02.765.5476

    김민관 기자 mikw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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