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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극단 동 <비밀경찰> 리뷰 : '최고의 연극', '차이의 반복'을 통한 표현의 경이적인 감각들...
    REVIEW/Theater 2012. 5. 31. 09:31

    가상으로 접선하는 Intro

    바람과 함께 펄럭이는 신체, 이는 바람이 이는 가운데 몸은 이를 보이지 않게 구현하며 또한 그 휩쓸림에 흔들림으로 바람의 움직임을 몸으로 체현한다. 외화(바람 되기)로부터 변형된 내화(바람에 휘날리는 나 되기)가 일어난다.

    연극(할아버지라는 역할 설정)과 현실(선풍기로 바람을 일으키고 도포를 휘날리게 하는 역할의 스태프)의 경계는 내부와 외부의 경계에서 응축의 펼침을 통해 하나의 평면으로 종합됐다. 이는 음악의 마디로서 긴장의 단위로 측정되는 음악은 또한 흩어져서 현실로 제자리했다. 음악은 때때로 고양되어 이 반복의 행동에 맞춰 채 의식하지 못하게 작품에 틈입해 그 자신의 존재를 일러주는 것이었다.

    함축의 전개(표현)과 제어의 현실 표상으로 배우들은 인형이 된다. 즉 처음 할아버지 때부터 움직임은 달랐다. 마임의 현실의 재현을 현실을 압도하는 모방으로써 경이로움으로 끌어올리게 하는 것과는 다르게 하나의 춤으로 현실의 경계를 얽매임 없이 몸을 놀렸다. 이는 인형 되기의 비-인간 그 자체를 구현한 데서 비롯됐다.

    비-인간 기계로서 경이적 움직임

    ▲ 극단 동의 <비밀경찰> [사진 제공=극단 동] (이하 상동)

    배우들의 움직임은 경이적이다. 어떻게 이런 몸을 탄생시켰을까 싶을 정도로 그 움직임 그 자체만으로 감동이 일게 한다. 막대 인형을 상정한 듯하지만 중력의 움직임과 힘을 상정 않는, 실은 중력을 가진 상태에서 발은 땅에 고착된 채 이리저리 방향을 왔다 갔다 하는 인형은 용수철에 위쪽 끄트머리께 무게가 나가는 어떤 것을 부과해 아래로 이리 저리 쏠리는 모습으로 구현된다.

    마리오네트 인형으로 둘은 주도권 잡기의 각축을 유희로 하며 말할 권리에 대한 자기주장을 한다. 둘은 한 명이 다른 한 명의 매체가 되게 자신을 내어주고 조종당하면서 결합을 이루는 와중에 비밀경찰은 당도할 것으로 끊임없이 유예된다.

    비밀경찰이 누군지 묻는 것, 곧 그 정체에 희미하게나마 접근할 수 있는 가능성은 아버지-가장에게 위임되며 그 유예됨의 형국은 전체적으로 멀어진다.

    내용과 형식의 전복, '표현의 충만한 잠재성'

    ▲ 극단 동의 <비밀경찰> [사진 제공=극단 동] (이하 상동)

    마치 카프카의 『성』에서 끝없이 가까워지다 닿을 수 없는 성을 마주하는 경험과도 같다. 딸과 어머니의 움직임은 풍물에 꼬물거리는 리듬을 타고 몸을 경사지게 꺾은 채 위아래로 왔다. 갔다. 하는 움직임과 어느 정도 일치된 목소리로 또는 그 움직임을 비인간적 동력으로 전유하며 음악을 앞질러, 꺾음과 분절의 노래를 이 비-정상의, 비-인간의 움직임에서 일치되어 꺼낸다.


    노래는 비-인간의 동력(곧 인형 되기에서 시작, 인형으로부터 나오는 것을 만들어 내는 배우)에서 나오는 것이라 생각되지만 실은 그것은 하나의 형식이고 목소리를 만드는 무한한 잠재성의 평면으로 기능한다. 또는 그 표피의 불안정함이 이 목소리의 불안정함을 매개한다. 그런 의미에서 목소리는 몸에 부착되고 음악에 부과되는 인형-장치이다.

    이 행위와 노래, 그리고 뒤따르는 연주는 오히려 삼중의 평면을 하나의 속도로 펼쳐 놓으며 이 미학적으로 탄생하는 노래는 정서적 차원이 아닌 그 표면 그 자체다. 말을 전달하는 인형 그 자체에서 나오는 음악 그 자체이다. 이 얼굴은 그 인형 얼굴 자체이다.

    이 잉여 됨은 그 잉여 됨의 자체로 모든 온전한 표현이다. 곧 감정‧정서의 내용 차원을 따로 두지 않으며 진정성을 강조하는 차원과는 완전히 다른 차원이다. 인형의 표정 없는 얼굴에 목소리 역시 그러했다.

    단지 인형일 뿐인...

    버스에서 코러스를 덧대는 얼굴들은 그늘로 자리했다. 어둠 속에서 스프링-인형으로, 주관 없는 존재자들로 그저 대답하는 수동적인 대상으로 거리를 두고 그들이 사라진 이후 잠시 정적을 둔 것은 좋았다. 이들은 음악이 추동하는 하나의 인형일 뿐이라는 사실을 제시했다.

    잠재성의 장 안에서 완성되는 역할, 극단 동

    ▲ 극단 동의 <비밀경찰> [사진 제공=극단 동] (이하 상동)

    이 연극에서 바라본 극단 동이 창출하는 연기는 누군가 특별한 배우의 재능과 진정성으로 소급되는 특별한 자리를 전혀 의미하지 않았다.

    곧 이 안의 리듬을 고스란히 딱 그만큼 체현하며 그 역할로서 이 분위기에서 분리될 수 없이 작동 하면 되는 것이었다(가령 우리는 연극은 전체적으로 별로였지만 어떤 한 배우의 연기가 좋았어라는 오류성에 입각한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한다. 만약 그 전제가 사실이라면 거꾸로 그 배우는 연기를 제일 못 한 것이라는 말이 된다. 물론 그 사람의 말은 이 배우의 역량을 확인했다는, 그래서 다른 연극에서 새로운 조합이 더 좋은 연극으로 만들어질 가능성을 점치는 데서 오는 긍정을 전한 것일 수 있다) 곧 토론이나 대본 연습을 통한 이해와 리서치, 메소드 워크숍의 과정들이 배우들의 역할로의 전이를 급격하게 가능케 할 것이라 추측됐다. 역설적으로 이 연극의 보이지 않는 리듬을 적확하게 가시화한다는 측면에서 이들의 연기는 너 나 할 것 없이 훌륭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인형들의 움직임은 경이로웠다.

    두 모녀는 그가 나를 봤다고(특정 관객으로 상정된 어떤 한 지점에서 눈을 마주치며) 서로 싸우는 하나의 내용만을 가지고 장단의 지속, 차이의 반복으로 무대 끝과 끝을 일직선으로 그을 뿐이다. 나올 때마다 배우들은 그 장에 따라 역할이 달라졌고 아니 새로운 장을 열었고, 새로운 모나드로 이 달라진 평면에 다른 개성을 창출했다.

    가상 속 현실의 조각들

    극은 중간 중간 내용 없는 가상의 세계 속 표현들에서 간혹 현재 현실 사회에서 이슈가 되는 단어들을 풍자적으로 전유했다.

    메시지로까지 끌어올려지지 않은 채 이는 단어적인 그저 하나의 언급에 그쳤다. 비단 이 인식 자체에 대한 저항이 아닌 거리 두기가 기능한다. 붙잡아 달라, 쓰러질 것 같아, 대략 두 마디로만 반복‧변형‧진행시키는 제스처들의 무한한 변화의 시공간적 총합이다.

    뮤지컬을 통한 현실의 전복

    여기서 튀어 나오는 뮤지컬 양식은 두 모녀의 꿈의 환영으로 돌리고 예술과 현실을 치환한다. 어떤 긴장과 부자유의 잠재성을 쾌로 치환하며 엉뚱하게 그 모습들이 파열한다. 현실을 패러디하며 가상과 실재의 지위를 역전한다.

    이는 차이밍량 감독의 영화 속 뮤지컬 형식의 치환이 일상의 반대편에서 일상이 전도되며 그 일상의 잠재성을 끌어올리고 이 심미적 쾌에서 현실을 재전유하는 것을 떠올리게 한다. 극단적인 저항의 형식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고정되지 않은 움직임에서 특히 머리 쪽이 흔들리며 의식 없음을 가리키는 이 역할들은 희극을 이야기한다.

    디오니소스적 세계를 드러내는 아폴론적 가상의 힘

    반면 이 인형에서 벗어날 수 없는 무한한 잠재성의 바깥에서 이 인형의 가상을 벗을 수 없음은 비극을 가리킨다.

    이 인형을 움직이는 동력의 의지는 비극의 무한한 힘이다. 니체가 말한 디오니소스적 평면, 반면 이것이 인형이라는 점, 주체성을 담지 못한다는 점은 인형의 차원으로 현실의 가상을 짚어낸다는 것은 아폴론적인 게 된다. 비밀경찰은 비극과의 큰 자장 안에 희극이 강렬하게 누비고 기우는 것이다

    보기 드문 수작, <비밀경찰>

    중력을 뛰어넘는 인형 그 자체의 놀라운 움직임, 인형이라는 비-인간 기계에서 추동되는 분절된 움직임과 의식 없음에서 튀어 나오는 분절된 목소리, 그 목소리와 신체의 자의적인 조합과 음악과 결부되어 종합되며 그 자체로 표현의 심미적 극대치를 뽑아내는 황홀경, 인형의 세계라는 가상의 큰 평면 아래 유희적으로 스치며 현실을 상기시키는 그야말로 한갓 단어들, 모리스 라벨의 ‘볼레로’가 끝없이 유예되며 잠재성의 고양과 기대만으로 끌어가는 차이의 반복과 그 지속의 힘을 생성하는 것처럼, 또한 카프카의 『성』에서 가 닿을 수 없는 가능성의 불가능성처럼 극단 동은 차이의 반복 구문으로 표현의 지속과 변형을 만들어내는 가운데, ‘비밀경찰이 올 것이다, 오지 않았다’의 단순한 내용을 커다란 잠재성 안에 띄워 보내며 가상의 큰 융기 아래 현실의 부조리함에 대한 인식을 떠오르게 한다. 형식과 내용이 전도(顚倒)되고, 가상과 현실이 전도되는 이중의 평면과 그 종합을 통해.

    [개요]
    <내가 죽어 누워있을 때> <비밀경찰> <테레즈 라캥>

    일시 2012.5.18(금)~6.12(화)
    시간 평일 8시, 토 3시 7시, 일 3시
    장소 두산아트센터 Space111
    공동기획 두산아트센터, 극단 동
    제작 극단 동
    연출 강량원
    조연출 백석현
    무대디자인 심채선
    조명디자인 최보윤
    안무 금배섭
    인쇄물디자인 권경은
    음악 창작국악그룹 불세출
    기획 서혜숙
    출연 김문희, 최태용, 유은숙, 김정아,김석주,강세웅, 김진복, 김미림, 조운, 박한영, 곽은주, 서혜숙, 신소영
    티켓가격 각 공연 전석 30,000원
    예매처 극단 동 다음까페,두산아트센터,인터파크,
    사랑티켓, 대학로 티켓닷컴
    문의 극단 동 다음까페 http://cafe.daum.net/dongplay

    김민관 기자 mikw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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