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연극 <허탕> 리뷰 : '현실을 탈주하는 현실에 대한 우화'
    REVIEW/Theater 2012. 6. 26. 11:18

    판옵티콘의 세계

    ▲ 지난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소재 동숭아트센터 소극장에서 열린 연극 <허탕> 프레스콜 (이하 상동), 불특정인으로 죄수 2를 연기한

    <허탕> 속 감옥에 모든 것은 자급자족이 가능하도록 조율되어 있다. 어둠과 진실, 참회‧반성의 공간을 집약하는 블랙박스를 의도적으로 역전한 화이트큐브는 죄악이 아닌 빛의 공간으로 가시화되어 있고 다 드러나고 보이는 투명성의 형태를 띤다. 바깥의 시선은 보이지 않고 오히려 여러 대의 스크린으로 매개되며 그 시선의 존재는 무화된다.

    사실 죄수의 죄질이 중요치 않다. 그 죄질 또한 오해의 이름으로 둘러쳐진 세속의 일면에서 그리 멀지 않아 보인다. 일면 CCTV에 의해 복사되어 증거를 곳곳에 남기며 감시 체제의 일환에 속한 우리 삶을 적확하게 은유한 것으로 보이는 <허탕>은 처음부터 코드화된 세계를 조망하며 실재를 비추는 시뮬라크르의 스크린과 이 실재-스크린의 중계된 평면의 관계를 성찰하며 동시에 그 앞에서 무력화되는(곧 보이지 않는 시선의 존재로 무화되어 가거나 스크린을 보는 이 세계 바깥의 외부자라는 사실에 속하며) 가운데 시선에 의해 이 세계 밖의 시뮬라크르 자체가 되어 소멸되어 가는 듯하다.

    반원형 극장식의 무대에 배우들과의 제4의 벽은 이 스크린에 의해 가로막힌다. 반면 우리는 그들을 여러 각도에서 더 상세하게 관찰할 수 있다. 앞서 언급된 모든 것의 조율은 이 폐쇄 집단적 세계가 그 자체로 완성되어 있고 이들은 바깥에 나갈 필요 없이 이 공간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음을 가리킨다.

    헤테로토피아

    죄질이 부여되지 않는 것과 관련해 오히려 이 공간은 현실과 차단된 우리 현실의 완벽한 은유이자 더 이상 죄를 논할 필요가 없는 것과 같이 더 이상 이 바깥(현실)으로의 사고가 불가능한 지점을 형성하며 멈춘 시공간을 상정한다. 이 시공간은 현실을 은유하며 미시 세계를 환유하며 비현실적인 측면(사실 감옥과도 완전히 다른)을 띤 헤테로토피아Heterotopia(이상異常 공간)에 가깝다.

    백치 여자 : 현실로서 외부성의 개입 장치

    여기에 임산부가 들어옴으로써 사회는 과거의 기억과 여자라는 타자의 위치로서 외부성의 장치가 삽입되는데 이 여자의 기억을 찾아서 이 바깥으로의 탈주를 시도하려는 감옥에 오래 있었던 남자와 현재 사귐의 달콤한 기억만을 지속하기 위해 그 기억 탐구를 저지하려는 여자보다는 빨리 들어온 남자 간의 갈등이 빚어지고 결말에 홀연히 이곳에서 사라지는 오래된 남자는 알 수 없는 자취를 남긴다.

    여자는 완전히 순수한 바보의 모습을 띤 의도적인 타자의 원형을 간직하며 마치 이 감옥이 망각의 강, 레테(Lethe)를 건너 온 망자들의 혼을 보고 있는 것이라는 생각, 곧 현실의 완전한 외부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표층 서사에서 초월 서사로

    오래된 남자의 사라짐은 이 여자의 외부성이 기억 찾기의 일환에서 튀어나오며 현실 그 자체가 낯설게 이 공간을 흐트러뜨리는 것 이후에 이 공간 자체가 외부성을 둘 수 있는 공간임을 어렴풋하게 제시한 이후 자연스럽게 얻어지는 것이라 볼 수 있는데 불가능의 미로에서 허덕이는 카프카의 성이나 불가능의 문을 두드리던 심판에서의 그것과 유사 계열을 이루면서, 무한한 체계의 계열로 소급되며 하이퍼 지형을 그리던 포스트모던의 예시적‧예고적인 카프카의 이야기는 일순간의 초월의 위상을 띠게 된다.

    그렇지만 이것이 하나의 존재의 초월이라는 해석보다는 마치 이 존재의 사라짐으로 분산된 시선과 같이 하나의 프로그램화된 전파의 매개된 하나의 형국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전혀 근거 없는 것만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과 함께 현실과 이상을 매개하는, 또는 조력자 역할을 하는 반 신에 반 정령인 간다르바 같은 존재로서 현실과 이 닫힌 현실 사이에서 선택을 할 수 있는 여지를 열어주는 반 존재가 아니었을까 진단하게 되는 것이다.

    플라톤, 동굴의 비유

    전체적으로 감옥 같지 않은 감옥, 순백으로 미화된 이 감옥에서 <허탕>은 마주할 수 없는 존재들, 동시에 이 갇힌 현실에서 함께 동기화되어 있는 우리 자신들의 존재를 느끼며 얻는 답답함에 너무나 순수한 여자, 그리고 신파극 같은 예전 80‧90년대 음악들에 휩싸인 채 시대의 간극 같은 것이 벌어짐을 체감할 수밖에 없다. 반면 연극이 갖는 현실에 대한 우화의 성격은 여전히 유효해 보인다.

    스크린의 투명성의 불투명성을 가진 매개 장치로 인해 판옵티콘이 관객의 신체에 체현되지만, 궁극적으로 연극 허탕의 알레고리는 오히려 플라톤의 동굴의 비유를 더 떠올리게 한다. 곧 <허탕>이 가리키는 우리는 이데아(감옥의 출구로서 현실) 대신 그림자(안락함의 조율된 감옥 안)만 볼 뿐이다.

    [공연 개요]

     공연명  허탕
     공연기간  2012년 6월 15일(금) ~ 9월 2일(일)
     공연시간  화,목,금 8시 / 수 4시, 8시 / 토, 공휴일 3시, 6시 / 일 3시 / 월 공연없음
     장소  동숭아트센터 소극장 (종로구 동숭동 소재, 132석)

     출연진  김원해, 이철민, 김대령, 이세은, 송유현, 이진오
     작/연출  장진
     관람료  일반석/죄수석 35,000원
     관람등급  만 15세 이상 관람가
     관람시간  110분(인터미션 없음)
     
     기획/제작 문화창작집단 수다
     예매처  인터파크 티켓 1544-1555 http://ticket.interpark.com
     문의  문화창작집단 수다 02)747-5885

    김민관 기자 mikwa@naver.com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