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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극 <그을린 사랑> 리뷰 : '은근한 음악극적 리듬과 시간의 중첩, 그리고 대지의 마음'
    REVIEW/Theater 2012.06.27 06:00

    시작 : 실재를 은폐하는 상징적 가치

    나왈(배우 배해선_사진 오른쪽)에게 그녀의 쌍둥이 자식을 건네는 말락(배우 남명렬), 나왈의 딸 잔느(사진 왼쪽), 연극 <그을린 사랑> 드레스 리허설 [사진 제공=명동예술극장]

    금기의 규칙을 깨고 이방인 와합과 사랑에 빠져 아이를 뱄지만 그 사실을 부정하는 나왈의 어머니 아니 그의 부족 전체, 그 세계, 아이란 실재는 그 최종 증거물로서 실재의 가치를 띤 채 제거되고, 다시 그 제거된 이후의 결과로 현실은 금기를 금기 너머로 은폐하고, 이 아이를 배었다는 사실이 지워지며, 이 모든 것이 봉합될 것이라 서툰 수줍은 유혹으로 와합이 아이를 포기하도록 종용한다.

    아이는 여기서 상징적 가치로서 비가시화된다. 사지에 몰린 절박함의 산모는 아이를 감각하지만 이 감각에 이데올로기의 포성은 마치 이명으로 그것을 환영으로 치환하는 듯하다. 이는 거의 처음쯤이다. 아이는 어쨌거나 볼 수 없고 그 죽음이 도돌이표처럼 품었음의 기억과 겹쳐 악몽을 꾸게 할 것이다.

    마지막 : 논리가 파괴되는 순간

    ▲ 법정에서 증언하는 나왈(배우 이연규_사진 중간) 연극 <그을린 사랑> 드레스 리허설 [사진 제공=명동예술극장]

    다음은 마지막이다. 오이디푸스 신화의 귀환은 작품의 충격을 준다. 하지만 오이디푸스 신화와는 전혀 다르다. 스스로 눈을 찔러 진실의 무게에 눈 감은 자로 스스로를 벌하는 동시에 자신을 초과하는 운명의 힘 앞에 합리적이고 논리적인(그로써 스핑크스 문제를 푸는 과업을 달성하는) 오이디푸스가 이성과 직결하는 눈을 소거함은 이 이야기 자체가 합리적인 것만으로 세계를 해석할 수 없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소급될 수 있는 여지로 생각할 수 있는 반면 <그을린 사랑>은 이 충격 이후에 이것을 용인하는 한 사람의 해석에 의한 감동에 초점이 단적으로 맞춰진다.

    자신을 고문하고 성폭행한 남자가 자신이 낳자마자 빼앗긴 자신의 아들이라는 사실에서 사랑의 가치로 이 미움을 덧씌워야 하는 자각은 미움과 갈등으로 반목해 온 부족 간 그리고 각각의 부족 안에서 유지되어 온 사랑의 가치를 통합하며 그의 화해의 축복을 이 저주 받은 두 남매에게 뿌리는 것으로 극은 상승한다.

    한 개인을 넘어선 거대한 상징적 가치가 아버지를 형과 오빠로 둔 두 남매의 몸이란 실재를 초과한다. 이는 은폐나 봉합의 가려짐과 뒤덮힘이 아닌 양화가 음화되고 음화가 양화되는 무화된 하나의 평면에 모든 사실들이 녹아드는 형국이다.

    이념은 실재를 초과하며 처음의 경악에서 또 다른 경악으로 다시 삶과 세계의 수긍으로 이어진다.

    시간의 중첩식 구조

    ▲ 의자에 앉아 있는 아버지 아부타렉/형 니하드(배우 이윤재)에게 편지를 건넨 잔느(배우 이진희)와 시몽(배우 김주완), 연극 <그을린 사랑> 드레스 리허설 [사진 제공=명동예술극장]

    작품은 매우 단순하다. 사실상 과거와 현재의 날실과 씨실로 엮는 중첩식 구성이 과거와 현재를 통합한다. 동시에 시간의 순서를 두지 않고 회상의 과거가 주는 향수의 정서와 순간의 현재가 주는 메마름의 정서를 교접하여 과거란 타자가 현재를 가로지르고 무력한 현재가 중첩된 시간(가령 몸에 남아있는 기억, 그것을 입고 다시 쓰는 현재)을 나타내며 진행되는 식이다.

    이 과정에서 현재와 중첩되지 않는 과거는 재현의 형태로만 나타나는데 나왈이 어머니에 대한 기억을 자신의 삶과 통합하기 위해 사람들을 찾아 나설 때와 같이 새로운 현재가 밀려올 때 제외되는 경우를 제하고 바로 음악은 무대를 지배한다.

    은폐된 음악극의 리듬

    ▲ 나왈(배우 이연규)의 법정 증언, 연극 <그을린 사랑> 드레스 리허설 [사진 제공=명동예술극장]

    음악은 은근하게 밀려왔다. 자취만으로 머물러 있다 다시 나타나는데 이는 단조롭거나 긴 시간의 지루함을 상쇄하는 직접적인 동화 작용의 효과와 더불어 음악을 통해 각각의 장면들이 진행되고 있음을 알리는 이화 작용의 효과를 오간다.

    음악은 거의 한 순간도 꺼지지 않고 은근하게 대화(의 개념을 따른다면 회화로 표현하는 게 더 적절하다)를 부추기는데 거의 은폐된 형식의 음악극이라 봐도 무방할 정도다. 음악은 지배하지 않지만 음악이 없었다면 이 시간 가는 줄 모르는 대사의 향연을 느낄(인식할)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음악이 극의 하나의 외부성이라면 과거들은 서사의 기능 이전에 재현되고 있음을 인지하는 가운데 우리 현실 바깥의 것들로 역시 그려진다.

    대지의 마음, 나왈

    ▲ 파힘(배우 남명렬)에게 엄마의 존재를 묻는 잔느(배우 이진희), 연극 <그을린 사랑> 드레스 리허설 [사진 제공=명동예술극장]

    육체적인 상처 위에 감내해야 할 진실의 고통을 사랑의 기쁨으로 전복하는 비논리의 논리는 인간의 인생을 집약한, 인류의 역사를 대표하여 삶의 희망을 온 몸으로 쓴다. 이른바 모든 것을 품는 땅의 마음이자, 땅을 기어가며 나아가는 포월로써 초월을 새기는 형국이다.

    [공연 개요]

    작 | 와즈디 무아와드 번역 | 최준호 공연대본•드라마투르기 | 배삼식  연출 | 김동현

    출연
    이연규 | 60대 나왈, 나지라, 압데사마드 배해선 | 19세~40대 나왈, 지한  
    남명렬 | 종군사진기자, 파힘, 말락, 샴세딘 백익남 | 르벨
    이윤재 | 랄프, 의사, 니하드 (아부타렉)  박성연 | 사우다, 엘람  
    김주완 | 시몽, 민병대  전박찬 | 와합, 앙투완  이진희 | 잔느 
    이다아야 | 14~16세 나왈, 피아노, 관광가이드

    스태프
    무대디자인 | 이유정 작곡•음악감독•음향디자인 | 정재일 조명디자인 | 최보윤
    의상디자인 | 이수원 분장디자인 | 이동민   소품디자인 | 구은혜
    영상디자인 | 윤민철 조연출 | 김정

    공연시간 평일 7:30 PM | 주말•공휴일(6.6) 3:00 PM | 월요일 공연 없음
    장소  명동예술극장
    입장권  R석 5만원 | S석 3만5천원 | A석 2만원
    문의 및 예매 명동예술극장 1644-2003 www.MDtheater.or.kr

    김민관 기자 mikw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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