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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학로는 무거운 연극의 성지다?, '제2회 대학로 코미디페스티벌'
    PREVIEW/Festival 2012. 8. 20. 21:22

    찰리 채플린의 “인생을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는 말은 실상 비극과 희극으로 나뉘는, 전반적인 연극의 두 범주와 그 연극을 만드는 방법론을 포함한 말임을 알 수 있다.

    브레히트의 ‘거리두기’ 효과는 오랜 연극의 역사인 『시학』의 저자 아리스토텔레스의 주요한 ‘미메시스’(재현) 개념과 카타르시스(감정의 이입과 그를 통한 감정의 해소) 이론에 대한 전면적인 비판에서 온다.

    가령 <개그콘서트>의 ‘불편한 진실’이라는 코너를 보면, 상투적으로 미디어 속에서 반복되는 정형화된 남녀(김기리, 김지민) 간의 이야기를 다루되, 황현희가 클라이맥스에서 사건을 멈추고 개입해 방금까지의 장면이 사실 매우 이상한 것임을 드러낸다.

    사실 이는 브레히트의 서사극에서 돌연 극 외부에서의 개입을 통해, 관객의 몰입을 막고, 그 ‘재현된’ 현실에 대한 비판적 의식을 갖게 만드는 효과를 노리는 것과 유사하다.

    방금까지 남녀 간의 주로 비극의 이야기가 주가 되는 드라마가 희극으로 바뀜은 바로 이 현상에서 나왔을 때 가능함을 이 개그 프로는 잘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채플린의 ‘거리두기’는 이 희극이 어떻게 가능한지에 대한 하나의 예술적 방법론을 가리킨다고 할 수 있다.

    태어나자마자 우는 갓난아이는 자신을 돌보는 풍요로운 환경 속에, 자신 주변에 모든 것들에 흥미를 갖고 이를 유희적으로 가지고 논다. 놀이하는 인간, 호모 루덴스(homo ludens)는 아무래도 나이가 어릴수록 보통의 인간에게 더 부합되는 개념인 듯하다.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이윤택 연출은 비극보다 희극이 먼저 탄생했을 것이라고 자신의 저작 『영혼과 물질』에서 이야기한다. 그리스 비극은 그리스 신화와도 관련이 있다. 비극은 원래 인간이 아닌 신의 문제, 또는 신과 더 가까운 것으로 여겨지는 높은 신분의 사람에게 해당하는 이야기였다. 반대로 천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이야기가 희극이었다.

    장소를 달리 하자면, 관노가면극과 같은 극에서 나오는 우리의 해학과 풍자는 이 ‘천한’ 신분의 사람들이 높은 신분의 사람들의 세태를 비꼬고 비판하는 데서 나온다. 사실 가면이라는 것 역시 거리두기의 한 표현 형식으로 볼 수 있는데, 우리의 판소리와 같은 대표적인 극 양식은 일종의 창자의 개입을 통한 거리두기의 성격을 갖고 있다.

    이자람이 ‘브레히트’의 『사천가』를 판소리로 무대화한 것은 꽤 자연스런 선택이었다고 보인다. 그 두 만남(판소리와 서사극)은 결코 이질적이지 않다. 결과 역시 성공적이었다.

    희극은 블랙 코미디와 같이 현실 비판이 용이하고, 소시민의 삶을 반영하고 또 우리네 일상의 시선으로부터 출발할 수 있는 이점을 갖고 있다. 희극의 부활은 현실에 개입할 수 있는 시선을 부여하는 바도 있다.

    최치림 한국공연예술센터 이사장은 지난 7월 10일 오후경 아르코예술극장 스튜디오 다락에서 열린 제 2회 대학로 코미디페스티벌 제작발표회에서, 우리나라 연극계는 너무 무거운 주제만이 다뤄져 온 한편, 우리나라 극작가들이 코미디에 대한 인식 새롭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굉장히 거리를 두고 있었던 연극이 이렇게 재미있다는 것을 느끼게 하며 관객 저변 확대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이번 페스티벌이 의도하는 바를 전한 바 있다.

    또한 희극이 그동안 국내에 침체되었던 것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대해 최치림 이사장은 우리나라 연극학과가 다섯 개가 넘고 짧은 시간 안에 많은 배우들이 배출되며 대학로에는 140개 넘는 극장이 넘는 가운데, 유교 이념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연극을 순수 예술이자 엄숙한 예술로만 생각해온 경우가 많았고, 그동안 희극이 만들어질 수 있는 토양이 부족했다고 전했다.

    오는 23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 오르는 <위선자 따르뛰프>는 하나의 배역을 네 명의 하녀가 하나인 것처럼 나와서 하며 힘의 균형을 맞추는 앙상블의 메소드(연기술)가 작품의 중요한 요소를 차지한다. 김태용 연출은 이 작품을 완성하기까지 무려 18년이나 걸렸다. 배우들의 희극 연기의 터득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방증하는 단적인 예다.

    <위선자 따르뛰프>의 김태용 연출은 (모든) 연기를 하는 데 있어 ‘포지티브한 호르몬’을 사용하게 되어 있다고 전했다. 이는 여린 역할이라도 배우의 에너지는 결코 약해서는 안 됨을 가리키는 점으로 이해할 수 있을 듯하다.

    개막작이었던 <에어로빅 보이즈>의 최원종 연출은 데스메탈 음악과 에어로빅이 만났을 때 심상찮은 코미디가 발생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극 속에서 데스메탈을 하는 순수한 음악 청춘들은 경제적인 궁핍의 전환을 맞게 된다. 에어로빅은 이들이 불가피하게 선택해야 하는 삶의 외피가 된다. 곧 이들은 보이는 것과 자신들의 내재적으로 지향하는 것을 일치시킬 수 없는 삶을 일정 정도 살아가야만 한다.

    현 삼십대가 왕가위·하루키에 열광하던 이십대였을 적, 그들은 경제적으로는 무기력하지만 부모 세대가 물려준 자산으로 삶을 살고 자유로운 꿈을 꿀 수 있었던 반면, IMF라는 단절의 계기는 이들이 현실에서 적응을 하지 못하고 현실에서 계속해서 부유하는 인물들로서 성장하며 특이한 세대의 정체성을 갖게 했다는 게 연출의 생각이다.

    그리고 극 중 인물들 역시 머리로는 이해한 바를 이십대에서처럼 내면화하지 못하고 머리로 이해는 하지만 실제 받아들이지 못하고 현실 부적응자로 살아가는 인물로 연출은 판단하고 있다. 이 작품은 무엇보다 데스메탈 무대와 에어로빅 무대를 모두 한 무대에서 볼 수 있다는 점이 특이하다. 완전히 전문적인 무대였다기보다는 배우들이 다른 옷을 갖춰 입기까지의 노력이 엿보인다는 점에서 오는 감동이 있었다.

    27일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 오르는 <시라노>는 과도하게 추한 코와 못생긴 얼굴의 주인공 시라노 드 베르쥬락이 잘생긴 친구 크리스티앙와 자신의 짝사랑인 록산느를 사랑을 이어주기 위해 크리스티앙의 연애편지를 대신 써주는 이야기다.

    <시라노>는 영화 <시라노 연애조작단>(2010)의 원작이기도 하다. 영화에서는 엄태웅이 연애조작단으로 활동하며 같은 연애조작단의 이민정(희중 역)을 좋아하는 ‘시라노’를 원형으로 하는, 병훈 역을 맡았었다.

    또한 소설 『고래』의 작가 천명관의 열한편의 작품을 모은 중단편 소설 모음집의 제목이자 그 중 한 작품인 ‘유쾌한 하녀 마리사’가 동명의 연극으로 '코미디페스티벌'에 오른다. 기상천외한 상상력과 빠른 템포의 전개, 캐릭터들의 개성이 살아 있는 원작이 연극으로는 어떻게 구현될지 기대를 모은다.

    그외 6인 14역의 배우들, 1999년 <코메디 휴먼>에서 2003년 3월 <휴먼코메디>로 재창작되며, 10년간 꾸준히 매진 사례와 함께 관객을 웃겨 온 <휴먼코메디>의 10주년 기념 공연도 열린다.

    이외 행복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이웃집 발명가>는, 작년 <아시안스위트>에서 호흡을 맞춘 김제훈 연출과 이항나 배우의 조합으로 기대를 모은다. <영화감독 채영호>는 극중 부부인 채영호와 정은영이 사는 옥탑방이 사실적인 무대를 구성하는 미니멀한 연극으로, 여기에 맞춰 배우들의 연기도 리얼리즘에 가깝다.

    [축제 개요]
    공연일시 : 8. 15(수) ~ 9. 2(일)  
    공연장소 :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소극장
    주    최 : 한국공연예술센터
    참여극단 : 극단 수레무대, 창작집단 혼, 명작옥수수밭, 맨씨어터, 사다리움직임연구소
    공연문의 : 한국공연예술센터 02-3668-0007  
    예    매 : 한팩 www.hanpac.or.kr 02-3668-0007

    김민관 기자 mikw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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