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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알이 춤뵈기] <내밀의 무한>(국은미 안무), ‘지루함의 대기 속 파편적 합산만이’
    REVIEW/Dance 2012. 10. 20. 12:06

    유영하는 대기

     

    숨을 쉴 수 없게 조용히 놓이는 진공 상태의 너른 평면에서 흘러가는, 커다랗게 현상되는 흐름, 그래서 이를 현실보다 몽상이 일어나는 집단적 유영과 같다고 할 수 있을까.
    이러한 내재적 움직임은 음악으로 인해 생기를 잃고 어떤 관계망도 몸으로써 인식하기 시작한다. 몸이 기체와 액체의 유동함으로 합쳐지는 풍경.

    고요한 작용 외에 움직임은 어떤 단절·분절·분출도 없는데 이러한 액체적 세계는 무엇을 묘사하고자 함인가. 둘씩 관계 맺기, 앞뒤로 뒹굶은 주고받음이라기보다 흡착되어 엉키고 서로를 향해 고리를 거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모호한 광경의 몸의 풍광 속에 달라지는 음악, 조명의 변화가 이들의 외부 풍경으로 무대를 절합하며 달라진 세계를 지시한다. 몸이 먼저 가기보다 음악의 전유함에서 움직임의 다른 식의 시각이 제공된다. 에로틱 없는 뒤엉킴은 식물의 뻗어 나가는 줄기를 지시하는 듯 보인다.

    곧 인간 주체의 움직임이 아닌 비-인간들의 한 덩어리로의 결연, 이것이 어떤 하나의 의도에서 아우를 수 없는 생성이므로 내밀을 언급할 수 있으며 사실상 그 외의 어떠한 의도도, 의미도 없다고 판단된다.

    사운드 스케이프 속 단편적 움직임

    미지의 일상의 사운드 채집, 즉흥 연주 등의 뒤섞임의 외부 소리, 여기서 번져가는 사운드의 혼합, 내부로부터의 공명도 온다. 이 혼돈은 중심을 잡으며 그저 유지하는 데서 이것을 외부로 또 내부의 풍경으로 바꾸는 측면이 있다.

    환유적 측면으로 내면을 한 단계 깊숙한 심층으로 버려두고 있다는 점이 작품의 중심을 유지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이 내면에 몰아닥치는 외부의 간격에 휩쓸려 들어가는 참여를 통해서만이 관객은 이 작품을 접근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은근한 시작 이후 음악은 계속해서 정체성이 없고 분열적이다. 내밀이 있다기보다는 실은 해석되지 않는 기표의 분열로 보는 게 더 적절할 듯싶다. 거의 달라지는 음악에 따른 코드적 해석(음악 자체가 그런 측면이 크므로)과 즉흥적 측면의 결합이라고 보인다.

    전체적인 안무의 세계가 출현하지 않고 다만 세계에 대한 여러 다른 조각들을 절합시키는 방식에 가깝다. 음악이 전유함에서 음악을 인용하고 합치에 이르면 포스트모던적인 구문 안에 들어오는 하이퍼텍스트적 연쇄 과정을 떠올리게 한다. 이 음악의 내부가 아닌 외부라는 것이 전제된 상태에서 치러지는 메타한 차원이 놓이는 것이기도 하다.

    탱고 음악에 입을 벌리며 즐거워하는 매우 음악에 대강 드러내는 방식의 진행이 그러하다. 이 음악 자체가 이뤄지는 것 같지만 음악에 대한 어떤 재현적 극 형식이 음악에서 한발을 내며 그것이 이루는 상상을 즐기며 한 발 물러남으로써 음악 안에 몸을 담글 구멍을 만드는 것이다.

    이미 음악이 몸을 벗어나고 몸도 음악을 철저하게 따르지 않으므로 무대는 혼돈이 있을 뿐 규칙은 전연 없다. 고삐 풀린 몸들의 순간적 반응들로 보이는 몸짓들만 있다.

    안개 속 전해지지 않는 유희적 놀음의 세계

    음악의 안개를 가만히 서서 휘젓다가 아 공명을 내며 울려 퍼질 때 내밀함으로부터 이 소리에 스스로 경도되는 전환은 내부와 외부를 통합한 것이라 볼 수 있는가, 또는 소리로 공명하는 신체의 춤을 파생시킨 것이라 볼 수 있을까.
     
    누워서 공동의 무의식을 구현하고 조명은 천장을 비추며 매우 느린 깨어남과 땅을 보고 바닥에서 앞을 보는 것과 같이 세상과 자아를 인식하고 이어 관계 맺기가 따르는 수순이 처음부터 다시 일어난다.

    이는 오른손을 뻗어 다가오는 것으로 이어지고 다시 유영 공간이 만들어지며 그리고 이어 음악의 잉여 공간에서의 유희가 벌어진다. 이와 같은 공연 전반을 지배하는 꿈결 같은 잉여적 한결 같은 움직임들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낙원 같은 상처 없는, 굴곡 없는, 긴장 없는 원초적 세계가 그려지는 측면은 있지만, 아니 그것으로 소급되지만 실은 현재와 현실의 긴장 관계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 매우 지루한 공간이 공연 내내 만들어졌다.

    김민관 기자 mikw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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