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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립무용단 <도미부인>, 꽉 찬 무대는 가능성. 세세한 안무와 이야기 부분은 아쉬움
    REVIEW/Dance 2012. 9. 18. 14:43

     
     
     

    처음부터 무대는 꽉 찬다. 군무의 크기는 엄청나다. 이른바 스펙터클의 미학이다. 처음 뒤돌아서 추는 군무, 그리고 스텝의 잔 이동은 하나의 판 자체가 유동하는 형국이다. 이 대규모 군무는 사당패의 춤에 따라 넘실대는 벼의 물결 같이 촘촘히 뭉쳐 커다란 흐름으로 여겨진다.

    안무는 이 커다란 판짜기에 요체가 있다. 곧 판의 흐름을 통제하고 다루는 데 있다. 여기에 우리식 교향악이 무대를 뒤덮는다. 주로 태평소와 같은 요란하다 싶을 정도의 거센 악기의 멜로디가 무대의 스펙터클을 가져가는 데 힘을 더하고 장구 등의 악기는 이 분위기를 급변시키는 역할을 한다.

    덩실대고 굼실거리며 팔랑이는 잔 몸짓들은 사실 이 큰 도저한 흐름 속에 순간적으로 두드러진다. 사실상 이 밝음의 놀이판의 군무는 이 극의 스토리텔링 안에서 그것을 보는 하나의 시선을 상정해야 하는데, 이는 임금이나 높은 신분의 사람들에 가깝다. 곧 여기서 군무는 관객에게 직접 보여주는 컨템퍼러리 댄스의 그것과는 다른 극 속의 한 재현이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도미부인을 왕에게 뺏긴 도미는 사실상 이 밝음을 규정하는 권력의 힘이 그에게 직접적으로 가해졌을 때 오는 커다란 시련을 겪게 된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는 우리 옛말처럼 도미부인의 특이한 지점은 이 둘의 사랑이 어떤 시선 내지는 이 극을 지배하는 주체가 없는 이상적 천상의 공간(사실은 어딘지 불명확한)에서 사랑을 이루게 된다는 것이다. 곧 현실에서는 철저한 비극인데 유토피아적 희망을 그 뒤에 부착해 희극으로 만든다.

     

     
    더 구체적으로 보자면, 도미와 도미부인의 사랑은 전근대적인 사랑의 양상을 갖고 있는데, 다름 아닌 왕과 같이 신분이 높은 사람에게 부당하게 자신의 처를 내줘야 하고, 그들을 위한 춤과 무대가 이뤄지는 현실은 강한 관습, 곧 에토스(ethos)가 지배하는 세계이며, 이로써 사랑은 현실 규범이 지배하지 않는 곳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오직 그 시스템의 시선을 피해서만 에로스(eros)가 가능하며, 오히려 이 에토스로 인한 정념, 곧 파토스(pathos)가 만들어지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도미부인>은 음악적 상이함의 낙차가 큰데, 연희판이 벌어지며 무대를 잠식하는 것에 더해, 이 화려함 뒤에 홀로 괴로워하는 도미나 도미부인의 내면이 드러날 때 음악은 급격하게 변화된다.

    곧 요란한 음악이 지나가고 이후 구음에 담긴 슬픔이 그 얼굴 표정에 새겨진다. 마치 음악은 이 얼굴과 합치되기보다 그 바깥의 배경음악적인 역할로 극 외부를 지정하는 것 같다.

    붉게 피리가 잠식하며 복잡한 심정 만들어 내고, 거지꼴로 나타난 도미의 복잡한 심경을 대금이 처리한다.

     
     
    고풀이를 하는 이의 얼굴은 슬픔에서 일순간 기쁨으로 간다. 이는 영의 세계, 다른 세계로의 접변을 의미하는 것만 같다. 고풀이는 무대 위에서 연결된 끈을 끌어당겨 와 긴장감을 주고, 또한 공간을 넓게 사용하게 된다. 천을 이고 가며 상여의 무게를 몸으로 형상화한다. 이어 도미와 도미부인의 재회로 인한 기쁨은 죽은 다음, 곧 세상의 어떤 시선과 장애가 없을 때 이상적으로 사랑이 가능해지며 온다.

    <도미부인>은 우리 식의 신화가 가능함을 시험해 보는 동시에 이로써 국립무용단의 하나의 레퍼토리를 만드는 과정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는데, 꽉 찬 무대는 음악과 무대의 합치 가능성보다는 시각적인 측면이 우세하다는 느낌이 드는 가운데, 세세한 우리 안무의 멋과 맛을 조금 더 느낄 수 있었으면 했다.

    도미와 도미부인의 비극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분명 서구의 신화와는 다른, 은근한 두 마음의 결합이 강조되고, 또 신분을 뛰어넘지 못하는 배경이 큰 가운데, 실상 이 둘의 내면이 잘 표현되느냐의 여부에서는 아쉬움이 있었지 않나 싶다.

    곧 무대를 크게 쓰는 것과 이 둘의 서사를 중점으로 두는 것 사이에 간극이 있었다고 보인다.


    [공연 개요]

    공연명 국립무용단 한국여인의 초상1 <도미부인>
    일시 2012. 9. 14(금)~19(금)/평일 오후 8시, 주말 오후 4시(월 공연 없음)
    장소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주요스태프 극본 : 차범석 / 작곡 : 박범훈 / 안무 : 송범 / 연출·수정 안무 : 국수호 / 조안무 : 장현수, 정길만, 이정윤
    주요출연진 음악 : 경기도립국악단 / 구음 : 안숙선, 박성훈, 김미진 / 출연: 국립무용단 외
    관 람 료 VIP석 70,000원/ R석 50,000원/ S석 30,000원/ A석 20,000원
    소요시간 80분(인터미션 없음)
    자막 영어
    관람연령 만 7세 이상
    예매처/ 문의 국립극장 02-2280-4115~6 www.ntok.go.kr ※국립극장 홈페이지 예매시 수수료 없음 인터파크 1544-1555 www.interpark.com
    주최/주관 국립극장/국립무용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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