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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알이 춤뵈기] '어둠 속에서 태어나는 춤', 나세라 벨라자 무용단
    REVIEW/Dance 2012. 10. 24. 12:18

     

    ▲ 나세라 벨라자 무용단(알제리-프랑스) [사진 제공=서울세계무용축제](이하 상동)

     

    <봉인된 시간>의 무대는 눈을 감은 것이 더 편하다. 눈을 감지 않아도 절로 내리 누르는 힘에 의해 감은 것과 같이 되는 어둠, 시선이 분간되지 않는 시간, 이 어둠은 끝나지 않는다. 눈은 끝나지 않는 어둠에 휘말리는 가운데 팔을 천천히 올리는 동작은 매우 속도를 지우고 단지 약간의 변화만을 두는 것으로 무용수들은 암흑 공간에 잠재성의 일면을, 그 잠재성에 동화됨을 단지 보여주는 데 그친다.

    “준비됐나요? 준비됐어요!”, 우리나라 말놀이로 보이는 노래와 유사성을 띤 노래가 돌림으로 계속되고 북을 비롯한 타악이 아프리카 세계를 그려내는데, 외부의 접합이다. 곧 의식과 내면의 근원적 박동이 균열을 갖는 대위법으로 진행된다. 이 소리가 우리의 시선을 압도하고, 더 정확히는 시선을 감싸고 있고, 빛의 열림으로 내면의 극한을 드러낸다. 춤은 음악에 따른 춤, 한 자리에 정착되지 않는 가운데 이 음악에 물들어 움직이는 춤이다.

    이들은 돌기 시작한다. 어떤 형식도 이유도 구체적인 내용도 없는, 어둠 속에서 눈을 감고 이 신체 자체가 빛과 같이 느껴지는 돎은 미끄러지며 어떤 종교적 의례로서 수피 춤과 유사하다. 전자음이 넓게 끌어지고 있고, 시선은 순간이 아닌 영원을 향한다.

    “우우우” 밀어 닥치는 절규 같은 소리는 환영의 근거를 벗어나고 현존은 이 끝없는 시간과 시선의 방황을 만든다. 이 더딘 공연을 지루함으로 밖에 설명할 수 없기도 하다. 이 더딘 진행, 지루함은 실재적 감각이고 동시에 우리의 실존을 증거 하는 감각이면서 동시에 이 공연에 정말로 물들어 갔음을 의미한다.

    지루한 이 어둠의 대기에 홀로 선 몸짓은 사라짐에 대한 저항이 아니라 오히려 이것을 보는 눈뜸의 현상, 무언가를 지각하려는 노력의 무의미함, 어둠 속에서 대치되는 눈빛, 어둠 자체가 되며 빛을 낳는 어둠 자체가 되는, 그럼으로써 온전히 존재가 되는 어둠의 시선을 지향하며 또 어둠 속에서 역설적으로 빛의 시선을 지향하며 알 수 없는 존재자의 시선과 새로운 감각의 터널을 통과하게 한다. 곧 감각의 교정과 다른 감각들을 깨우는 것에 가깝다.

    몸을 바삐 놀리기도 하고 다시 어둠이 짙게 깔린 이후 평온해지기도 한다. 음악은 이 도돌이표 흐름에 정서가 가진 이야기와 말의 의미가 가진 내용을 담보하는 대신 목소리와 기표들로만 나타나며 여기에 또 급격하게 절절한 선율과 가벼운 판이 혼재되지만 이 또한 어둡다.

    이 반복되는 두 음악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온도차를 달리 해 절합된다. 여기에 춤은 어느 장단을 맞춰야 할지 의문 속에 던져지는데 조용히 눈을 휘젓다가 이 상이한 대기의 음악 저변에서 움직임은 빨리 순간을 포착한다.

    <선 - 두개의 솔로: 심장과 망각, 밤>에서는 “예스”라는 목소리와 같은 짧은 정서를 담은 구분된 것들이 분절과 파편적으로 조합되므로 이들은 여기서 유동하고도 또 멈추는 순간에서 몸이 포개지며 만날 때 뭔가 회오리의 기류가 발생한다. 서사 없는 몸의, 의식 없는 몸의 안무는 흐트러질 뿐이고 눈으로부터 움직임의 단단함이 만들어진다.

    음악이 거세지고 그 섞임의 농도가 커질 때 몸은 빠르지만 이 어둠이란 걸 여전히 사유하게 한다. 상승되는 음악은 하나의 음악적 고양일 뿐이며 전체적으로 이 박자와 속도가 계속되므로 음악은 지연되지 않으며 모든 음악의 동시적 면모를 보여준다.

    어둠 속에서 두 음악의 대위법적 진행을 통과하는 가운데, 또 몸의 정적과 음악에 따른 빨라짐의 급변을 통해 처음 어둠-되기에서 조금씩 어둠을 먹으며 실질로 쓰는 데서 심장 박동과 같은 신체의 물리적 흐름을 더해 움직임을 음악과 상응하는 신체로 피어 올린다. 두 개의 작품이 본디 어둠에서 시작되므로 크게 구분이 가지 않는다.

    김민관 기자 mikw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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