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알이 춤뵈기] '분절된 구문으로서 움직임', <S는 P다>(안애순 안무)

 

▲ <S는 P다> 9월 10일 쇼케이스 장면 [사진 제공=강동아트센터] (이하 상동)

 

 

실로폰의 음계는 곧 음악이 되지 못한 분절된 음들에 불가하다. 따라하는 모방의 움직임들은 춤의 마디가 되지 못한다. 놀이에 따른 규칙들은 전적으로 자의적인 것 같지만, 말이 되지 않는 놀이라는 암묵적 규칙과 (관객의) 언어와의 간극이 계속 맴돌며 이방인 내지 타자로 그려지는 이들에게서 불규칙적인 규칙이 관객에게서 이화 작용을 일으키는 두 가지 규칙이 작용한다.

“나에게 쓰는 너”, 나와 너라는 텍스트의 두 단어는 사실상 등가 되고 순서에 따라 치환된다고 할 수 있다. 현존 주체를 지정하는 대신 이 등가 될 수 있는 텍스트의 순간성에 초점이 맞춰진다. 하나의 텍스트로서 애초에 무슨 의미를 갖지 않는 이러한 언어 치환의 공허한 놀이 속에 퉁명스럽게 춤추는 춤은 일순간 대상화되고 다시 흘러가게 된다.

이 짤막한 텍스트들의 리듬이 지정하는 춤의 단위는 무미건조하게 끝나게 되는데, 몸은 유동하여 리듬을 일시적으로 만들어 낸다. 춤은 멈추어서 사유가 계속 이어지는 대신 분절 파편 속에 있다. 텍스트와 같이 육체와 의식이 뒤섞인 춤의 단위는 일시 만들어지고 분절되는 양상이다. 여기에는 충동에 따른 파편적 육체 그리고 일시적 몸에의 활약, 몸의 리드믹한 활강이 섬광처럼 지나감이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백색소음>을 비롯하여 그전 안애순 안무가의 작품들에서 보던 바다.

라캉의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다.”와 벤담의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라는 공리주의 사고관은 엄밀히 연결고리가 없다. 화면상의 꿈은 괄호로 놔두며 뭔가 유예되고 또 연산되지 않는 무언가의 가능성을 남긴다. 문장이 내용 대신 형식의 표피적 치환들만을 부각시키는 가운데 물이 진동하면서 에너지와 리듬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그리고 춤은 그에 맞춰 자유로울 수 있다. 뭔가 사운드는 찢어지는 형태로 더해진다.

현을 켜는 것은 비동기화된 대위법적 진행으로 불안정함을 주는데, 의도한 바는 불안정하게 (부)적응하는 몸 자체의 궤적을 확인하는 것에 가깝다. 어둠 속에서 음악은 오히려 시각적이 된다. 곧 빛을 알리는, 이 사람들을 따라 움직이게 하는 어떤 인도함으로 작용한다. 이들은 떼로 움직인다. 촉각과 상대의 느낌을 얻어서.

무대는 텍스트 구문의 건조한 세계에서 이내 음악과 사운드판의 변동에 의해 달라진다고 볼 수 있다. 사운드는 의식적인 샤워를 안기며 무대의 옷을 바꿔 입도록 만드는 것이다.

무대는 영상 효과가 더해져 미지의 무언가가 밀려오는 느낌을 주고, 그에 따른 무용수들의 점프는 그에 감응된 상태를 보여준다. 천과 거적때기를 덮고 가며 야광봉을 들고 가는 상의를 벗은 남자들은 그에 병치된다. 곧 앞선 공식에 따르면 치환이다. 이 다른 것을 같이 두는 것에 따라 두 존재 사이의 시선의 낙차가 발생한다. 이게 안무의 포인트다.

인간의 몸을 가진 초록색 계열의 사슴의 영상이 스크린에 만들어지고, 섹스를 느린 파동으로 나타내는 것과 여자의 느린 걸음이 또한 병치되며 파도소리에 이 움직임들이 휩쓸러 간다. 그림자는 현실을 뛰어 놀며 앞선 시선의 그림자에 멈추며 하나로 통합된다. 초현실주의적 세계는 스크린과 사운드의 입체적 감각과 병치에 따라 만들어진다.

S는 P다는 정의가 아닌 무엇으로도 바뀔 수 있는 언어놀이의 일환으로 쓰이고 있다. P의 자리에는 어떤 알파벳이 들어올 수도 있으며, 한편 S역시 무엇으로 시작하든 상관없는 것이다. 이러한 치환은 환유의 세계를 가리키는데, <S는 P다>는 이에 따라 내러티브를 만드는 대신, 신체의 분절적 움직임의 전환을 통해 움직임의 즉흥적 발현에 대한 실험들이 오가는 실험적 측면이 짙었다.

또한 사운드의 다양한 채집과 실험을 통해 움직임을 자연스럽게 그로부터 발현되도록 했다. 텍스트의 실험과 몸의 병치는 실제 건조했고, 자족적 미학에 그친 감이 컸다. 곧 언어가 없는 외딴 섬의 광경에 갇힌 존재자들의 신체 언어들을 발굴하는 것과 같이 관객들은 이들과 소통할 수 없었다. 

[공연 개요]
공 연 명  <S는 P다>_강동아트센터·안애순무용단 공동제작
일    시  2012년 9월 19일(수) ~ 9월 20일(목) 오후 8시
장    소  강동아트센터 대극장 한강
주    최  강동아트센터
주    관  안애순무용단
후    원  서울문화재단,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안    무  안애순
출    연  박소정, 한상률, 오민정, 최영현, 설의현, 윤보애, 허효선, 김건중,
           서상원 (총9명)
스 태 프  성기완(텍스트), 김종석(무대디자인 및 제작), 권병준(음악), 정순호(드라마투르기), 추예원(기획), 최민호(매니져)
관람연령  만 6세 이상
공연문의  강동아트센터 (02-440-0500) / 안애순무용단 (02-440-0593,5) / www.ahnaesoon.com

김민관 기자 mikwa@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