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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알이 춤뵈기] 환경으로서 무대에서의 환영적 이야기, <소아페라>
    REVIEW/Dance 2012. 10. 30. 17:32

     

    시작 전부터 거품이 분출되며 무대를 채우고 있다. 조명이 차츰 밝아지며 거품은 부풀어 가며 반복의 소리를 낳고, 거품 전체의 미세한 변화를 낳는데 이 와중에 가해진 거품의 얕은 부피의 점증과 무대 바깥까지 배어드는 향기는 정확한 거품의 성장을 가늠하기 어렵다.

    잠재적인 것으로 이것들은 감각되며 표면적으로는 판타지를 선사한다. 이 잠재된 것과 환영적인 것은 양립하지 않는다. 뭔가의 폭발과도 같은 출현, 동시에 매우 느슨하게 어떤 존재가 이 안에서 나올 것 같은 기대를 갖게 만든다.

    그런데 이 비눗방울을 하나의 막처럼 분리하며 들고 나오는 사람들의 몸은 한편 투박하면서도 이 환경에서 실재의 춤추는 존재자로서 이질감을 준다. 이는 이 몸들이 주 무대를 덮고 있는 기계음의 긴장이 직접적으로 나오는 출구가 아닌 단지 그 소리와 이질적으로 놀며 이 거품을 전유하는 존재자들이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주체는 탄생하지 않았다. 사실 머리와 몸을 감싼 의상에서 눈코입이 어렴풋하게 비칠 때 이들은 비로소 존재의 형국이 된다. 이 거품에 둘러싸인 채 이를 지탱한 채 가벼운 부피의 거품과 공기와의 상관관계를 여실히 반영하며 이 거품을 제치고 나온다.

    이들의 움직임은 크게 “이 (거품) 안에 있다.”, “이것(거품)을 들다.”, 또는 “(거품을) 뚫고 나간다.”의 세 가지의 유형학적 분류가 일어난다고나 할까.

    내용과 움직임은 단조롭지만 긴장의 지속, 변이의 구체 지점들은 다양하다.

    거품을 들고 올리며 집단적 의식의 형태를 이루고 네모난 철판에 분배될 때 수행의 주문이 만들어진다. 여기에 거품이 한껏 모인 철판을 무대 바닥에 부딪치는 순간 한 번에 일어나는 거품들은 구름 모양의 폭발과 파열을 일으킨다.

    춤은 이 거품이 뒤덮인 미끄러운 무대 내에서 자유롭지 못하며 그런 어정쩡한 자세를 역으로 이용한다고 할 수 있다. 이 춤은 환영조차 남기지 못하는데 다리는 굳어 있어야 해서 거품 속을 누빌 때의 비인간의 형상이 어설픔의 생생함으로 다가오는 게 아이러니하다. 이를 추동하는 것은 곧 저항이다.

    유희는 불가항력에 대한 생존의 몸짓, 이 미끈거림이 주는 유희, 온 몸이 젖은 두 남자의 끈적끈적한 춤, 동시에 거품 속에서 가라앉는 남자, 저 판에 뭔가를 새기며 벽화를 만들지만 여기에는 사실상 기록될 것이 없다. 거품은 사라지는 것이다. 그리고 이 거품 자체가 매우 한시적인 수행성의 강도를 높이는 것이다.

    거품이 놓인 판을 다시 엎을 때 이는 무거운 극장 대기를 타고 관객 앞 일부에 미친다. 판을 놓고 바람 소리(음향)가 거세지고 넷은 여기서 논다. 이 역시 놀이의 말없는 공모의 형국이지만 일종의 판에 마이크가 설치되어 음향이 증폭되어 나오기도 하고 확실치 않으나 손 탁구를 하는 듯한 유희 형태도 띤다. 더불어 무대 바닥에 눕기도 한다.

    바람은 외부를 상정하므로 바람으로부터 자연, 실내와 같은 내부를 상정하게 되는데, 내밀한 측면을 이로써 드러낸다. 이들만의 규칙과 파국이 오기 전의 긴장된 상황, 뚜렷한 잉여의 현실을 슬로우 모션으로 처리하고 조명이 비치는 공간에서 거품이 날리고 기타 사운드와 맞물려 눈 몰아치는 곳과 이 멈춤의 순간을 영화적으로 연출해 낸다.

    바깥으로 가서 멈추며 중앙에서 노래가 시작되고, 유리되는 공간의 성격과 맞물려 이 안에서 느린 동작은 낭만적으로 비친다. 여기에서 환경(거품), 그리고 낭만은 <소아페라>라는 공연에서 일종의 구성되고 있음을 기조에 깔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느린 동작은 일종의 패러디와도 같다.

    이들은 멈춤에서 다시 시작한다. 놀이처럼 이 패턴을 규칙 삼아 움직이는 이들은 실상 어린아이들이 소리 지르는 것 같은 유년 기억으로 보이지만, 실상 거품의 움직임, 간헐적으로 나오는 소리와 맞물려 그 서사는 제대로 잇지 못하고 있다.

    곰 이는 잠재된 무언가를 향하고 있지만 이 거품을 인지적으로 덧붙인 서사가 만들어진 인공의 기억과도 같은 삽입된 서사로 느껴지는 것을 말한다.

    이 서사는 불충분하고 마감이 덜 되어 있다. 그럼에도 이 거품이 터져 나오는 것의 장관은 무대가 보여줄 수 있는 부품, 설렘의 극점을 보여줬다.

    김민관 기자 mikw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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