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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문명 아래 인류의 운명과 삶을 다룬 대서사시',<프로메테우스의 불>PREVIEW/Dance 2012. 11. 17. 21:54
지난 8일 LG아트센터 리허설룸에서 열리는 정영두가 안무한 <프로메테우스의 불> 연습 현장을 찾았다. 무엇보다 하나의 큰 덩어리 같은 감정이 무용수의 신체들을 붙잡고 있는 듯 보였다.
그리스로마 신화에 나오는 프로메테우스(Prometheus)는 ‘먼저 생각하는 자’를 가리킨다. 프롤로그라는 뜻도 거기서 나왔고, 프로메테우스의 동생 에피메테우스(Epimetheus)는 ‘나중에 생각하는 자’로 여기서 에필로그가 나왔다.
정영두는 프로메테우스 신화에 관한 리서치를 전개하면서 “순수한 의미의 지혜가 아니라 육체를 억압하는 지혜”라는 의미를 찾아냈다.
"작년에 연극 작업을 위해 우연히 후쿠시마 답사를 가서 합천 원폭 피해자들이 있는데 원폭 피해 복지관이 있는 것도 처음 알게 됐다. 피폭 피해 로 인해 정부로부터 이주 명령을 받은 이이다테 현은 집들은 그대로 있는데 원숭이들이 나와서 뛰어놀고 있고, 어른들이 나와 있었다. 누군가는 여기서 대대로 살면서 미래를 꿈꾼 사람도 있었을 텐데 하루아침에 여기를 떠나게 된 상황들이 끔찍했다. 그 중에서도 20km 경계로 갔을 때 마스크를 쓰고 아무 것도 느낄 수 없는 상태가 너무나도 두려웠다."
정영두는 2011 서울국제공연예술제의 '히로시마-합천: 두 도시를 둘러싼 전람회/서울ver.' 프로젝트에 참여 중 일본에 갔다 일본의 원폭 피해 현장까지 둘러보고 난 경험을 전했다. 가시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위험에 무기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국토면적당 원자력 발전소가 가장 많은 나라임에도 평소 원자력 발전소에서 받아쓰는 전기를 비롯해 기술에 대한 혜택을 받고 있음을 생각하면 아이러니했다.
정영두는 언제까지 자신의 몸으로 춤을 출 수 있을지 고민한다. ‘인공 장기들로 신체가 바뀐다면 그때의 춤도 달라질 것인가’, ‘생각만 하는 로봇들이 발전되며 몸이 필요 없는 세상이 된다면 그때도 내 몸의 정체성이 있는 것인가’라는 질문이 작품을 만들게 되었다.
<프로메테우스의 불>에는 책이라는 메타포가 주요하게 들어가 있다. 여기서 책의 맥락은 현재의 책이 아닌 책의 탄생 자체부터 들어가 있는 것으로 보였다.
“테크닉을 극복하는 게 최우선이다. 테크닉적으로 전달되지 않도록 하는 게 더 큰 숙제다.”
정영두가 작품을 만드는 방식은 테크닉에 집중하는 것과 그것을 철저히 뛰어넘는 것까지를 포함한다. 테크닉 이후 감정이 시작된다. 일곱 개의 장면으로 나뉜 <프로메테우스의 불>은 과학 문명 아래 인류의 운명과 삶을 다룬 대서사시이다. 18일 오후 5시 한 차례 공연이 더 남았다.
김민관 기자 mikw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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