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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 한팩 라이징스타] 안수영 <Time Travel 7080>: '추억을 현시하다'
    REVIEW/Dance 2013. 4. 8. 00:53

    '감정을 자극하다'


    ▲ 안수영 <Time Travel 7080>, 지난 3월 25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열린 쇼케이스 장면


    안수영의 공연을 두세 번 정도 본 것 같다. 지난 2012 서울세계무용축제 '힙합의 진화' 참가작인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_두번째 이야기>에서는 실제 고백과도 같은 정동(affect) 어린 수행 구문을 공연에 집어넣어 눈물을 훔치게 하는 측면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과거에 대한 멜랑콜리를 여러 변전의 양상 속에 현상해 내며 주는 쾌감으로 거기에 가닿는 측면이 있었다.


    추억의 노래들로 만들어진 장면들


    ‘호텔 캘리포니아(Hotel California)’로부터 시작된 공연은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의 신파 재현의 한 장면을 새롭게 표현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헬멧을 쓴 머리로 거꾸로 버틴 채 무대 커튼이 내려와 이불인 것처럼 덮고 잔 움직임들로 남녀 간의 애정행각을 표현한다.


    노래들이 단편적으로 시퀀스를 나누는 가운데(이는 영화적인 장면들을 취한다는 인상을 자연 들게 한다) 무대는 빗소리의 연결로 어둠을 넘긴다. 빗소리는 편집의 이음매가 되는 것이다. “나 이제 가노라~”의 ‘아침이슬’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 그리고 천둥 빗소리가 거세지며 세 개의 사운드가 병치되며 카오스 상태로 나아간다. 


    그렇게 어둠을 타고 과거로 회귀한다. 두 사람의 안무가 쌍생아처럼 빚어지는데 마치 한 명은 한 명에게 자화상이 되는 형국이다. 이는 마치 동시대가 아닌 시간적인 시차를 기록하며 한 사람이 과거에 대한 집착을 통해 허상을 붙잡고 가는 것과 같다.


    움직임들은 격렬하고 좌충우돌식의 소극을 이루는 듯한 움직임의 돌파도 존재한다. 동시에 그 무질서함 속에서도 기막히게 균형을 잡는다. 이 무질서함 속 균형 잡기는 춤의 역동적인 면모를 강하게 드러내며 내재적인 몸의 구문에서 벗어남이 가능하다.


    관객은 추억으로 돌아간 것일까



    ‘런던 나이트’로 극은 한층 고양된다. 이러한 무도회장의 장면은 영화라는 미디어를 통해 많이 재현되어 익숙한 편이다. 그런데 이 무도회장 장면에서의 관객의 열광이 특이하다.


    곧 일반적인 무대에서 교양 있는 박수를 보내거나 하는 식과도 달랐을 뿐더러 공연에 맞춘 의례적이고도 자연스러운 그 박수와는 또 달랐다. 말하자면 그 시절 그 무도회장의 현장에 있는 사람들 자체가 보내는 화답과도 같은 환호인 것이다. 일종의 재현 아닌 현시의 차원인 셈인데 이 현시가 또한 관객이 현재의 시간대 자체를 잃어 버렸다는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이다. 


    곧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지난 시대에 대한 애도와 갈망의 제스처를 보내고 있는 세대인 것인지의 의문이 강하게 스쳐갈 수밖에 없다.


    안수영은 자신의 춤을 시대적 재현의 맥락과 멜랑콜리의 감정을 일으키는 현재의 맥락을 이중으로 중첩시키며 펼쳐 놓는데 이것이 마지막에는 어떤 애도의 정서까지 닿는 듯했다.


    멜랑콜리와 애도



    마지막에 이르면 춤은 사선의 시선을 계속 유지한다. 닿을 수 없는 시선, 일종의 시선 그 자체를 형성하는 시선에 대한 시선은 곧 지난 시간에 대한 상념을 드러낸다. 마지막 곡 행진에 사선으로 엇갈린 커다란 스텝으로 두 박자 뛰고 가볍게 한 바퀴 돌아 어깨를 터덜터덜하며 돌아오는 과정은 부상하는 듯한 역동성에 반비례해 시간의 굴레에 속해 있음을 상정하는 것으로 반전을 두는 것으로 읽힌다. 


    이러한 행진 자체에 대한 진취적인 고취와 그 음악이 갖는 시대적인 간극의 멜랑콜리를 동시에 성취함은 우리가 음악을 정서 차원에서 한껏 고양된 상태로 듣게끔 한다.


    김민관 기자 mikw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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