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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산국제거리극축제] 프로젝트 잠상 <도시내시경: 안산>: '이질적 시공간 속에서 마주하는 목소리들'
    REVIEW/Interdisciplinary Art 2013. 5. 17. 17:06

    '친숙하지만 낯선 시공간'



    2012 과천축제에서의 <도시내시경:과천>을 포함해 프로젝트 잠상(김조호 연출)의 일련의 작업들은 지역 특정적 과정을 거쳐 장소 특정적 배치의 결과물을 낳는 형식으로 이뤄져 있다. 전자가 그 지역의 사람들의 인터뷰를 수집하고 지역의 맥락들을 리서치하는 작업이라면, 후자는 페스티벌의 공간을 일시적으로 점유한 가운데 버려진 공간이라는 콘셉트의 신비스러운 방들의 미로 같은 특성에서 앞선 아카이브의 것들을 ‘낯설고도 친숙하게’ 확인하는 가운데 그 의미가 드러난다.


    이 ‘낯설고도 친숙한 배치’ 안에 처한 또 하나의 낯설고도 친숙한 감각은 어떤 시간의 어그러진 재현에 의거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시간의 빗장’ 이 풀어헤쳐져 있기 때문일까. 일단 이 시간은 친숙한 어린 시절의 시간, 곧 개인적 추억으로의 열어젖힘에 닿는 측면이 있다. 


    ▲ 프로젝트 잠상, <도시내시경: 안산> (5월 4일 전시 및 공연_이하 상동)


    이 개인적 공간에 대한 일종의 착각은, 그리고 그 안온함의 상태는 그 속의 중간 중간 배치되어 있는 다른 사람의 목소리들(=편지)의 마주침으로 인해 깨지는데, 이러한 개인적 과거의 시간과 불특정한 누군가의 과거의 시간은 사적 기억의 공(통)적 기억으로의, 그리고 공적 기억에서 또 다른 사적 기억으로의 낙차가 따르는 것이다. 이는 과거가 역사로, 공간이 지역으로 자라나는 자생적인 변증법의 과정 속에서 벌어지는데, 이는 여러모로 ‘친숙하지만 낯선’ 곧 언캐니한 시공간을 탄생시킨다.


    실상 이는 과거가 아닌 ‘현재적 배치’에 따른 것이지만 일종의 프레임들의 비-공간 안의 배치는 하나의 세계 자체의 공간을 창조하여 그 바깥 공간을 떠올리게 할 수 없다는 점에서 환영적인 시간에 접면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문들이 세워져 있는 것과 같이 끊임없는 입구만이 있는, 즉 통과 공간으로서 이 세계에서의 체험을 공고하게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문들을 미로처럼, 하지만 모든 것이 입구를 상정하는 비워 있음의 열림을 동반하기 때문에 결코 미로가 아닌 것처럼 느껴지며, 이 미로를 끊임없는 시작으로 또 그 시작(문)의 기이한 복제로 느껴지게 한다.


    아카이브의 매체들



    이 공간은 과천축제를 경유해 안산국제거리극축제 <도시내시경: 안산>에 이르러 꽤 작아졌고 그것 자체의 스펙터클이 축소됐는데, 이는 그것과 분리해 기념비적 공간과 같은 장소의 분리를 통한 실재와 환영의 대립으로서 환영을 강조하는 측면에서 축소보다는 다른 식으로 전개‧유지됐다고 보는 게 맞다.


    또한 컨테이너박스가 외떨어져 그 안에서 전시가 연장됐고 그 컨테이너박스는 공연을 위한 일종의 스크린 기능으로 쓰였다. 곧 안산의 경우 실시간 멀티미디어 공연의 성격이 첨가됐다.


    과천에서 전시의 영상물이 주축으로 사람들의 목소리와 실물의 모습들이 현시되는 것 같은 느낌을 군데군데 가져갈 수 있었던 데 반해, 안산에서는 목소리를 치환한 편지 형식의 (단순히 그 조명의 결 아래) 빛바랜 편지지들을 확인하는 것으로 변화됐다(아무래도 안산은 아카이브 자체보다는 공연에 초점이 더 맞춰졌다).



    편지는 지극히 사적 기록들이다. 한편으로 역사의 빛바랜 기억들이다. 이는 다시 누군가를 향한 친숙함의 감정이며 역사에 대한 메타적 증거물로서 기능한다. 곧 안산이 어떻다는 것, 지역적인 특색과 당대의 시대상을 예측하게끔 한다. 


    이는 일견 극히 평범하여 대표성을 띤 사람들, 극히 사적이어서 비정치적으로 보이기 때문에 역사에 대한 삶의 정동을 느낄 수 있어 그 진실성을 수용하게 되는 측면이 있다. 곧 이것의 사실 여부는 크게 상관이 없다. 또한 객관성의 지표로써 판단되는 역사와는 별개의 것으로서 측정되는 것에 불과하게 되는 것이다.


    한편 이 사적 기록물의 배치는 허름한 공간 자체의 단일한 톤의 음산한 조명과 그로 인한 색채를 입은 종이들의 ‘낡음의 형식’ 자체를 모두 포함하며, 이 말들은 안산 시민들을 주체로서 드러내지만 이것은 역사의 맥락 속에서 대표성을 지닌 또 다른 주체로서 살제적이면서(이것은 그대로 옮김이라는 점에서) 환영적이기에(배치에 따라 절합되는 케이스이기에) 단순히 시민이 주체라는 형식의 공공미술과는 차이를 둔다.



    곧 단순(?) 아카이브를 기반으로 하되(그렇게 파악될 수 있게 하되) 현재에서 바라본 과거의 맥락을 과거 어느 한 시점에서 맞닥뜨린 과거 그 자체에 대한 시점으로 바꿈으로써 ‘현재’를 낯설게 하며 망각에 이르게 한다.


    이는 타인의 기억 속으로, 역사 속으로 들어감을 의미하는데 이들은 각각의 시점과 맥락을 가진 모나드들로서 지나간 그렇지만 동시에 지금 여기 당도한 주체로 상정된다. 이 기억의 목소리들을 불러 세운 것은 바로 삶을 예술로 바꾸는 시점의 작품 의도가 서 있는 곳이기도 한데, 왜 프로젝트 잠상(김조호)은 이러한 기억에 대한 아카이브를 시도하는가. 그리고 이 낡은 것들 속에서 그것을 현시코자 하는 것일까.


    이는 지역이라는 것에 접근하는 데 구체적인 역사적 맥락에 대한 개인적인 삶의 전유 양식과 기억의 보존 형식이 모두 다를 것이라는 것에서부터 시작한 것이 아닐까 싶다.


    '대안적 텍스트 구성 방식'



    이번에 치러진 공연은 마치 실제처럼 쓰인 공원의 돌로 된 길의 분절된 프레임들의 군데군데 안산에서 벌어진 역사적 사건들을 기입하고 그 위에 마치 꽃이 놓여 있어야 할 것 같지만, 어쨌거나 일상의 레디메이드들을 갔다 놓았다.


    이는 소비될 것이 아닌 소비되었고 이미 폐기의 단계를 밟는 것들이다. 그것은 원래의 기능을 떠나 있고, 그래서 아이러니함의 기호를 발설하는 사물들이다. 사건에 대한 텍스트와 이 쓸모를 다한 사물들로 변모한 도구들의 아상블라주는 앞서 말했듯 안산에서 새롭게 구현된 영역인데, 공연은 이를 무대로 해서 일어난다.


    이 무대는 삼차원적 무대를 이중으로 구분해 만든 형국인데, 하나의 막이 바닥을 장식한다면, 또 하나의 막은 스크린인 셈이다. 이 바닥의 막을 미로처럼, 동시에 앞선 빈 집의 문들의 네모로 분절된 구획들을 통과하는 것처럼 카트를 끌고 다니며 멈추고 스크린과 동시적으로 기억이 재생되는, 곧 파편적 에피소드들의 병치와 합산을 통해 극의 형식을 창조한다.



    앞서 스크린에는 안산에서 탄생한 콘크리트 괴물이라는 식으로 개발 위주의 국가 체제에서 한데 뭉뚱그려진 영역, 결국은 망각하고 버려둔 것들의 영역을 일종의 추상적인 기호로서 나타내고 일종의 도시 괴수 설화를 만드는데, 이러한 신비함은 앞선 주인 없는 빈집의 다양한 목소리들의 거처에 들어섰을 때와는 차이가 있다.



    일종의 배우가 각각 멈춘 곳에서 다른 영상이 켜짐은 인터액티브적 교호 작용에 따른 것인데, 이러한 파편적 합산은 리서치의 양적 수집과 우발적(?) 배치의 형식에도 상응하며, 기존 연극 텍스트의 유기적이라 생각된 흐름을 유지하는 것에 대한 일종의 대안적 텍스트의 구현 방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환영적 분위기가 지배하는, 지역 맥락을 기억과 목소리로써 도해하는, 한편 배치 속의 배치로 이를 구체화하는, 아카이브의 환영적 도출인, 지역 아카이브 예술 프로젝트의 여러 버전 시리즈들은 이 지나간 것들에 대한, 그리고 평범한 사람들의 목소리들을 듣는 것에 대한 생경함과 또한 친숙함을 남긴다.


    참여 주체들의 목소리를 배치와 현시의 측면으로 드러내는 가운데, 빈집이라는 형식, 곧 주체를 지정하지 않고 주체를 마주하는 방식은 예술가 주체를 거두려는 노력의 산물이자 전시의 화이트큐브화라는 잉여의 것들을 무의미로 처리하는 배치 타입을 거부하고 전반적인 극화된 양식 안의 배치물들이라는 식의, 곧 마치 시공간을 이전시켜 놓은 것 같은 형식으로써 관객에게 진실을 전달하려는 노력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어떠한 것들이 이를 통해 재출현했는지는 꽤 궁금한 부분이다.


    곧 시민들의 또 다른 목소리를 들어보는 것이 이 전시에 대한 피드백을 완성하는 중요한 방법이 아닐까.


    김민관 기자 mikw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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