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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웅현, '사물과 인간, 게임과 일상의 절합된 현실들' <제 2회 비디오 릴레이 탄산>
    REVIEW/Interdisciplinary Art 2013. 8. 15. 20:24


    ▲ 김웅현 작가 작품 스틸 컷 [사진 제공=인사미술공간]  


    김웅현의 <Man vs W.Wild.W (series3)>이나 <안자일렌 Anseilen> 같은 비디오는 게임 형식을 전유한다. 총 아이템을 주움으로써 일종의 에너지의 외화된 형태, 게임 세계 속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마지막에는 경기장을 향해 바주카포를 발사해서 가상의 폭발과 그것에 대한 타격을 가정할 때 현실에서의 (또는 비디오 속 가상이라는 매체 형식에서의) 불가능한 싸움의 영역을 상정하는 측면이 있다. 

    사물과 자연이 절합된 환경 역시 특이한데 이 사물화된 프레임, 프레임으로 짜인 인위적 공간 안에 캐릭터가 들어와 미션을 수행하는 것이다. 또한 이 사물은 캐릭터가 쉬이 절합 가능한 도구이다. 도구적 존재로서 역량을 드러내는 것은 게임의 유리한 위치를 점하는 원동력이 된다.

    ▲ 김웅현 작가 작품 스틸 컷 [사진 제공=인사미술공간]  


    게임을 하는 주체는 이 게임 바깥에 있는 우리가 되는 셈인데 동시에 그 게임 안의 캐릭터-되기가 곧 게임을 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 낯설고도 친숙한 환경에의 적응은 캐릭터를 통해 체현되는 셈이다. 한편 교차 편집을 통해 연속되고 있음을 드러내는, 곧 편집적인 시선을 감지하게끔 하는 측면도 있다.

    한편 목소리는 화면을 전유하기도 하는데 그야말로 화면 속 존재들, 나아가 이 화면에 위태롭게 매달린 관객을, 외설의 목소리로서 잠식하는 듯하다.

    “부탁해요!”·“믿으세요!” 같은 광고의 상징적 기능을 하는 권고하는 듯한 명령어들이 화면 바깥을 튀어나오며 보는 이를 향한다. 마치 우리에게서 우리 스스로로부터 나오는 듯한 착각을 선사한다. 외부 소음은 지지직거리는 한편 목소리는 그것을 소거한 평면에 입히며 마취적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한편 신체를 환유한 각종 대상-물건들과 가상의 리얼리티를 갖는 물건들이 마치 하늘에서 불시착하듯 화면 안으로 던져지며 몇 차례 충돌하며 떨어지는 화면에서는 어떤 해석 불가의 지점으로서 사건의 측면을 낳는 한편 물질의 신체화, 신체의 물질화라는 묘한 뒤섞임의 자리를 실재의 사건으로 기입한다.

    ▲ 김웅현 작가


    김웅현 작가는 “항상 피실험자의 입장으로 살아 온 것 같다.”는 생각이다. ‘버전업되는 상품들과 광고’ 속에, 가령 “체인지 업Change up!”을 외치는 박찬호의 야구가 공을 치는 것처럼 (시원하게) 컴퓨터의 사양을 최신 것으로 바꿔주는가 작가가 그 당시 생각(기실 착각)했던 것처럼 광고 역시 작가와 동시대의 사람들의 의식에 환상을 심어주고, 거기에는 환상으로서 피실험자라는 위치 지음이라는 전제가 있다.


    사실 작가는 오브제 내지 설치 작품들을 만드는 데 치중하며 여기에 5개월 정도의 시간이 걸리는 데 반해 그것을 영상으로 찍는 것은 삼일이면 찍는다고 한다. 물론 영상은 전시를 그저 찍는 것과는 달리, 하나의 동적 세계를 창조하는 차원이다. 

    조pd가 인터넷으로 처음 이끌었고, 욕설이 인터넷에서 난무한다는 것은 충격적이었다. 조pd 1집의 여파는 지금도 작가를 비롯해서 작업실 동료들 모두 1집을 틀 때 손을 놓고 감상하고는 한다. 작가는 초등학교 3학년 때 열린 엑스포에서 도우미를 했고, 공짜로 첨단 문물의 집약체들을 흥미롭고 비교적 자유롭게 구경할 수 있었다. 한때 나사 취직으로 잠깐 꿈이 바뀌기도 했는데 현재에 있어서도, 이는 분명, 게임과 현실의 ‘융합현실’을 다루는, 가상과 현실을 구분할 필요가 전혀 없다고 생각하는 작가의 작업에 영향을 끼쳤다. 

    작가가 게임과 현실이 중첩된 현실을 그리는 반면, 작가는 게임과 현실의 그 경계가 모호해지는 지점에 대한 의문이나 성찰의 생각 역시 갖고 있다. 자신의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그 시체를 만졌을 때 ‘실리콘 같은 느낌’이 들었다가 돌연 깨서 등골이 오싹했던, 작가가 일컫는 바로는 “파렴치한 경험”이 있다. 표현한다. 게임에서 상대방이 죽으면 그것을 밟고 건너갈 수 있지만, 실제 전쟁의 상황이라면 그것이 가능할지의 의문도 표한다. 

    게임은 세대와의 불가분의 관계 역시 중요한데, ‘아버지 (세대)의 정복’이 가령 골프로 나타난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정복이 없다는 게 작가의 생각이다. 말 그대로의 의미로서 ‘정복’을 현실이 아닌 우리의 현실에는 더 가까운 게임 현실로 치환하고자, 마터호른 산으로 가는 스위스 비행기 티켓을 사고 최종적으로 올라가며 그 오르는 경로를 매핑하며, '평양 옥류관'을 검색하다, 이를 등산하다 올라가는 것에 포함되는 것(이는 평양 옥류관이 금강산 관광의 루트 안에 포함됨으로써 그 높은 위치의 유사성을 가져가는 것은 물론, 그보다 작가가 작업을 만드는 방식 자체를 ‘등산’이라고 본 개념 작업의 일환에서 성립하는 것이다. 또는 게임을 하며 우리가 일상을 반쯤 벗어나 있는 것처럼, 게임에서의 등산은 일상을 포함하게 되어 있다)이라 생각하고 작업에 집어넣었다.

    작가가 제시한 레퍼런스로는 의외로 (작가 생각으로는) ‘성적인 것들에 대한 사회적·문화적 시선’들이 동반된 것에서 취한 것들이다. 영턱스클럽이라는 90년대 아이돌 그룹에서 여성 멤버들이 남자 옷을 입은 것을 비롯해, 래미안 퍼스티지에 위치한 작은 모형에서 낙후된 아파트들이 그 사이에서 보이는데 어쩐 영문인지 ‘성이 바뀌는 듯한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사회 계급적인 문제들을 성차에 따른 정신분석상의 변전으로 전도되는 작가의 의심/심리 구조가 꽤 특이한 듯. 한편 이는 의경을 갔다 와서 거기서 매스게임 같은 것 배우며 폭력성에 다가간 뒤에, 다시 대학교 이학년 들어가서 ‘내가 여자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이는 물론 트랜스젠더와 같은 성의 변환이 아닌, 어떤 소수의 입장으로서의 여성이라는 알레고리를 전유한 것에 가깝다.

    아프리카 방송을 차용한 <Afreeca no. 209 (series2)>이란 실시간 ‘퍼포먼스 영상’(퍼포먼스가 영상으로 나타나는, 부가적으로 마지막에 퍼포먼스의 퍼포머가 현시되는)은 대단히 예쁜 여자가 헤드폰을 끼고 춤추면서 방송을 하는데 갑자기 그 여자의 어머니가 들어오는 바람에 카메라를 탁 쳐서 그것까지 고스란히 방송됐는데, 작가는 몰입에서 갑자기 깨어나는 상황을 느꼈다고 한다. 영상 속 예쁨을 현시하며 자신을 드러내던 디제이들에게서 위안을 얻었던 것인지, 작가는 다른 사람들에게 (작품으로써) 치료의 도움을 주고 싶었다. 그래서 무당과 디제이의 역할을 합쳐서 만든 것이 이번 퍼포먼스 영상.

    p.s. 영신호의 개막 축하 공연의 무대는 꽤 좋았다. 인미공이라는 공간 역시 연주 공간으로서 흥미로운 지점이 생겨났고. 드럼에 맞춰진 기타, 웅얼거림에 가까운 드럼은 마찬가지로 박자 단위를 형성한다. 

    ▲ 영신호 (이하 상동)




    (비고) “비디오릴레이 탄산”은 지난 해(2012년)를 시작으로 신진작가들이 주체가 되어 서로의 작업을 소개하고 공유하기 위한 비디오 스크리닝 프로그램이다. …… 인사미술공간과 함께 기획된 이번 제2회 비디오 릴레이 탄산은 지난 1회에 참여한 작가들이 2회 참여 작가를 초청하는 릴레이 형식으로 구성되어 “작가가 작가를, 비디오가 비디오를” 물고 이어지는 방법으로 진행된다. 영상 상영 이후, 해당 작가들의 라이브 인터뷰, 관객과의 질의응답의 순서가 마련된다.”_인사미술공간, <제2회 비디오릴레이 탄산>(7월 23일 ~ 8월 9일)

    김민관 기자 mikw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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