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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엄귀현, '기상천외한 전유 전략들' <제 2회 비디오 릴레이 탄산>
    REVIEW/Interdisciplinary Art 2013. 8. 16. 00:36


    ▲ 엄귀현  작가 작품 <미술시마이> 스틸 컷 [사진 제공=인사미술공간] 


     <월광보합>(서유기)의 주성치의 영상을 차용하고 시작하되 본 영상이 그것을 잇는가는 의문이다. 손오공이 머리에 쓰는 것은 운명의 수용인 반면 이러한 장치만 현대로 이전되어 있고, 재생된 원숭이의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영상의 끊김, 기억의 현재, 영상의 끝이 아닌 것 같은 끝, 어떤 착시나 현기증마저 남긴다. 손오공은 어디 있는가. 이것은 손오공의 망령, 남겨진 사후에 당도하는 기억의 일부인가, 아님 손오공을 가둘 역량의 망치 장치를 개발한 것에 불과한가.


    <환희>는 스크림 가면을 쓴 어떤 기괴한 잉여적 존재의 출현, 곧 외부적인 것(사건)을 겪는 자동차 안의 주체로 그 시점이 이전된다. 그러나 시선으로만 있는 존재들은 그것을 장난스러운 태도로 인지하는 가운데, 그럼에도 그것이 짜인 구도, 곧 자동차 안과 밖이 사전 관계 맺음의 전제로 소급되지만은 않는 듯한, 우연적인 것이지만 여유로운 태도로 한 장면으로 이를 전유하여, 이 우스꽝스러운 정서를 (시선 이전과 이후 모두 보여줌으로써) (재)체현한다.


    미술을 극도로 좋아하게 된 미술-좀비의 B급 영화 패러디, <미술시마이> 속 '미술관 가기의 열망하기'라는 한 인물의 속성은 단지 미술관과 관객 너머의 공간과 그에 관한 담론을 가동시킨다. 과장된 태도로 미술관 가기의 욕망을 가진, 그것에 녹다운 상태에 있는 남자는 미술관으로 곧장 달려가고 여기서 달리기는 <트레인스포팅>의 장면들을 전유한다.


     막상 미술관에서 발견한 것은 피눈물이 흘러내려진 입 벌린 얼굴 조각상인데 마치 뒤샹의 변기가 얼굴 형상으로 재전유된 형국이다.


    <미술시마이>에 나오는 작품, 곧 그 전의 <환희>에서의 스크림 ‘가면’의 물화 내지 조각화된 커다란 물질, 사물(thing)이다. 이는 물 자체, 실재가 주는 영역에서 과잉으로 자리하는데 공포영화라는 장르적 물결을 타고 흐를 수 있는 여지, 그리고 어떤 환상이 잉여로 따르기 때문이다. 어떤 표정 자체를 녹아내림의 잉여물로 굳어진 물질의 우연히 그어진 선분으로 치환하는 이 탈, 그리고 현존을 가리키는 경계의 공포와 환상의 지점에 이 탈로 나타난 존재 내지 물질 자체로 굳어진 존재 너머의 영역이 있다.



    ▲ 엄귀현  작가 작품 <눈물이 뭉게뭉게>스틸 컷 [사진 제공=인사미술공간] 


    <눈물이 뭉게뭉게>에서 ‘양산은 밝은 동네’ 따위의 유비로 물질 내지 이미지를 현실의 동화적 분류에 끼워 맞춘다. 이는 우스꽝스러운 표면으로 드러나며 한편 멜랑콜리하다. 


    도시의 중산층적인 (안정적) 삶과 또한 팍팍한 삶과 보이지 않는 현실을 ‘가난한’ 인민들의 현실적 간극을 마치 건조한 날씨의 밝은 동네와 우중충한 동네로 나뉘어 표현한다. 시적 내레이션의 변주를 따라 도시의 두 가지 표면은 어떤 균열의 틈새를 산출한다. 


    직접적으로 1초가 안 되는 간격으로 삽입되는 ‘물이 흐르는 프레임(캔버스)’의 프레임이 제시되기도 한다. 비는 눈물이며 또 인간적인 것이며 인간적인 무언가의 속성을 띤다. 빛 내지는 정동의 측면, 비는 눈물이라는 언어적 수행 장치에 그와 같은 측면이 숨겨져 있다.


    기괴한 알레고리 장치의 도입은 맨드레이크라는 식물이 ‘식물-존재’로 여겨지던 중세 신화적 세계관(이는 기존의 영상을 차용하는데 서프라이즈 내지 그 류의 영상인 것으로 보인다)과 우리의 근대 이전의 전설의 고향에서의 “내 다리 내놔”의 전설(이는 이전 드라마 영상의 차용)을 비교 문화적 관점에서 뒤섞고 심지어 그 문화적 교류의 지점(이는 동서양의 대칭 구도를 형성한다)을 우스꽝스러운 페이크 다큐식으로 제시하는 <You can run away screaming>에서 정점에 이른다.


    ▲ 엄귀현  작가 <You can run away screaming> 스틸 컷 [사진 제공=인사미술공간] 


     인간을 닮은 식물인 맨드레이크는 일종의 중간자적 존재이고 따라서 성과 속을 오가며 또한 남성적이고 여성적인 존재이다. 하반신은 식물이(자 인간 생식기를 상징하)고 상반신은 인간을 닮은 존재로 표현된다. 덕대골 전설 역시 산삼은 다리를 또 다리를 가진 산 주검을 결과적으로 알레고리로 한데 엮는다. 


    각종 자료의 리서치와 차용 전략을 통해 사실적 허구, 그럴싸한 허구를 만들어 내고 그 허구-사실들을 서사적인 장치 아래 메타적으로 조명해 낸다.


     연기는 하나 같이 어설프고, 연기하고 있음이 전면에 드러난다. 하지만 그 점이 오히려 재미있고 ‘살아 있는 연기’가 된다. <금강권>은 종이배를 일반적인 배로 전유한다. 이러한 연기와 우스꽝스러운 전유 방식은 상통하는 측면이 크다.


    내레이션으로 인물들을 문화적 관습을 가진 역할들로 변용(transformation)시켜 그 문화적 관습이 지배하는 이야기를 우스꽝스러운 정서 아래 전도시키며 거기에 담긴 부조리함을 재생하며 결국에는 재전유한다.


     이러한 이야기 형식은 일상과 정갈한 목소리로 투명한 ‘블랙 유머’를 구사하는 기이한 연기의 변주, 그것의 재전유를 가능하게 하는 목소리 사이의 간극으로 시선과 태도, 일상과 기이한 역치(변이되는 지점)를 얻어낸다.



    ▲ 엄귀현 작가


    “공상적인 한편 현실에 닿아 있는 작품을 좋아한다”는 엄귀현 작가가 가져온 레퍼런스 중에 <왕좌의 게임>은 주인공이 정해져 있지 않아서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점에서, 평소 좋아하는 작품이다. 한편 맨드레이크를 소재로 한 작품처럼 ‘서양의 신화적 소재를 자연스럽게 융합하려고 시도’는 <카우보이 비밥>의 영향 탓인데, 각각의 요소들을 그때마다 융합해서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게 인상적이었다.


    (비고) “비디오릴레이 탄산”은 지난 해(2012년)를 시작으로 신진작가들이 주체가 되어 서로의 작업을 소개하고 공유하기 위한 비디오 스크리닝 프로그램이다. …… 인사미술공간과 함께 기획된 이번 제2회 비디오 릴레이 탄산은 지난 1회에 참여한 작가들이 2회 참여 작가를 초청하는 릴레이 형식으로 구성되어 “작가가 작가를, 비디오가 비디오를” 물고 이어지는 방법으로 진행된다. 영상 상영 이후, 해당 작가들의 라이브 인터뷰, 관객과의 질의응답의 순서가 마련된다.”_인사미술공간, <제2회 비디오릴레이 탄산>(7월 23일 ~ 8월 9일)


    김민관 기자 mikw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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