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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리스탄과 이졸데>: '고전과 매체적 실존 사이에서' (빌 비올라 with KBS교향악단)
    REVIEW/Interdisciplinary Art 2013. 8. 15. 20:25



    ▲ 빌 비올라, 불의 여인, 2005, 영상설치, 가변크기


    붉은 빛이 감도는 노란 조명의 어둠 속 현악기들은 ‘지옥’으로부터의 서 있는 한 사람의 이미지를 현상시킨다. 오히려 하나의 선분이 그어졌다는 것, 탄생했다는 것이 일종의 실험적 성격을 가져가는 것 아닐까. 위태로움과 그에 대한 매혹이 또 다른 위기를 낳는 시작, 반면 전원적이고 이상하게 풀어헤쳐지는 음악의 너른 흐름과 장관의 경관을 사유함은 앞선 시작의 매혹에 대한 공포와 함께 흘러 나간다.


    <서곡> 중에 불길이 솟아오른다. 남자의 그림자는 그대로 유지된 채 이는 무화되어가는 소용돌이 반면 정신의 또렷함을 상기시키며 오히려 내면에의 불타오름을 상정하는 듯 보인다.


    불은 일종의 파도 같은 지속되고 반복된 움직임을 ‘말 그대로 불-바다’들의 기호를 만들어 내는데, 완고한 그림자의 형체가 사그라질 때 드러나는 강의 이중화된 프레임은 물과 불이 뒤섞여 위로 솟구치며 ‘변형’된 이미지(마치 포토샵 블러blur 처리를 한 것 같은) 양상을 만들며 이 그림자-존재를 환유하며 점점 더뎌지고, 그 움직임이 멎어간다.


     간단하게도 ‘무언의 존재’를 현상하고, 그것의 대단원의 사라짐의 시작과 동일한 중간, 그리고 끝의 단순한 프로세스만 선보일 뿐이다. 불은 완전한 어둠의 심연으로 화한다.


     곧 불의 물로의 솟구침은 그 물 자체로 동화된 양상이 된다. 영상과 연극의 교대 진행은 사실 이미 영상이 동기화된 사운드를 내재하고 있는 상태라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보인다. 따라서 융합도 아니었지만 이 크로스는 일단 음악 안에 영상을, 영상 ‘바깥’에 음악을 두는, 그래서 두 가지의 ‘자취’에 의해 자신을 구성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반면 3막 전주곡은 영상 <트리스탄의 승천> 부분으로 연장된다.


     이 ‘죽음으로 기꺼이 뛰어듦’의 비극의 초극적 주체의 탄생 이후 음악은 고조되는 분위기를 상당 부분 상실한 듯 보인다. ‘트리스탄의 쓰러짐(죽어감)’은 그로부터 가느다랗게 빠져 나오는 가느다란 물줄기(혼의 물리적 환유), 점차 그를 감싸고 폭포수처럼 솟구치는 이미지로 현상된다.


     그리고 신체는 위로 부상한다. 물에 감싸인 신체는 그 몸을 마치 아우라로 전유하며 분리된 ‘오브젝트object’로 부상한 뒤 사라진다. 그 물만이 사라짐의 흔적을, 무대를 현상하고 또 상기시킨다. 이 위로 올라가는 이미지는 중력을 거스른다는 점에서 현실 차원에서의 불가능성을 상정한다.


     반면 이는 처음부터 끝까지의 일관됨, 영상에서 손쉬운 효과 곧 ‘현실감’의 측면과 그것의 편집을 통한 ‘비대칭’의 변환의 물리적 구도는 그것의 편집을 통한 트리스탄이 구현하는 주제를 드러낸다.


     반면 이 ‘거꾸로 이미지’는 일반적인 진부함을 끊임없이 탈피함으로써 전체적으로 연주에 비해 또 공간에 비해 긴장을 주는 것과 함께 감각적으로 다가온다.


    (비고) 지난 6.26.(수) 오후 6시경, 국립현대미술관(관장 정형민)에서 현재 전시중인 소장품 특별기획전 <빌 비올라>의 연계로 개최된 <‘트리스탄과 이졸데’ 갈라 공연>으로, 국립현대미술관의 소장품인 빌 비올라의 ‘트리스탄 프로젝트’ 대표작 <불의 여인(2005)>과 <트리스탄의 승천(2005)>에 맞게 편곡된 (재)KBS교향악단(사장 박인건)의 연주를 함께 감상할 수 있는 국내 초연


    김민관 기자 mikw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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