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국립현대무용단 픽업스테이지 <쓰리 스트라빈스키>: ‘음악으로부터의’ 무게
    REVIEW/Dance 2019. 3. 12. 13:28

    ▲ 쓰리 스트라빈스키_김재덕 안무<아곤> 연습 장면, ⓒAiden Hwang [사진 제공=국립현대무용단] (이하 상동)

    ‘음악에 조응하기로서의 춤’, 세 명의 안무가의 작업은 반드시 이렇게 묶여져야 했을까―거기에 나이(세대) 역순으로. 이는 애초 이 기획 자체에서 음악이 모티브가 됐다는 사실을 부인하려는 것은 아니다. 사실상 동일자로서 스트라빈스키에 대한 명명은 춤이 언급되지 않는다. 따라서 음악의 최종 구현의 형태로서 춤은 음악에 대한 춤의 강박적 조응을 전제한다. 마치 여기서 음악은 온전히 보존되어야 하는 듯하다―춤을 통한 변환이나 사라짐이 아닌. 춤은 음악(적)으로 번역된다. 스트라빈스키의 음악이 보통의 프로시니엄 아치 전후가 아닌 무대 뒤쪽에 배치됨으로써 음악은 희미하게 공간을 침투하려는 가운데, 이는 오히려 무용수들에 대한 움직임의 표지로 더욱 선명하게 작동했다. 

    김재덕 안무가는 덩실거리고 우쭐대는 태도를 견지하는 그간 그가 음악을 동시에 다루며 선보여 왔던 김재덕이라는 캐릭터로서의 움직임, 말을 하고 뛰어노는 연행자로서의 움직임을 처음 징과 대면하는 가운데 약간 선보일 뿐, 이후 그를 필두로 한 무용수들과의 움직임은 스트라빈스키의 음악을 박자적으로 번역해 내는 데 불과하다. 곧 싱크를 맞추는 행위는, 과도한 움직임들의 축적일 뿐이거나 순간적인 음악의 해소로만 드러난다. 이는 미적인 움직임(을 흉내 내는 움직임)일 뿐이다. 이는 이후 두 작업과 비교해보면 더 명확하게 드러나는 부분이지만, 비반복적인 측면에서 구축적이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변주 차원에서만 동작들은 반복적이라는 점에서 음악적이지 않다. 

    ▲ 쓰리 스트라빈스키_정영두 안무 <심포니 인 C> 연습 장면

    정영두 안무가의 작업은 무용수들의 움직임이 마치 가깝게 만져지는 듯한 촉각적 접면을 형성―두 사람이 코를 맞대는 장면은 이러한 거대한 곧 거리만큼의 촉지가 무대 내재적으로 벌어지며 강도가 생겨난다―하는데, 이는 ‘역전된 오케스트라’로서 배경―그야말로 음악의 그림자로서 춤―이 되었던 김재덕 안무가의 작업 이후, 하얀 공간에서 무용수들이 각자 가진 입체적 조형성과 박동, 고유한 기호 표식들을 지정/구현, 나아가 반복함으로써 공간과 안무의 심도를 만들어 감으로써 가능해진다. 연극적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동작들은 구체적이고 일종의 상징적 언어 기호로서의 수신어―동물의 형태를 모사하는 것으로 보이는 부분도 있다―를 발화하는 듯한 양태를 띤다. 

    무용수들은 자율적(인 리듬)으로 움직이는 가운데, 음악은 비로소 마디들이 생겨난다. 김재덕 안무가의 작업에서 음악은 끊임없는 해소해야 할 노동의 박자였고, 이는 곧 음악을 들리는 것이 아닌 보이는 것으로 바꾸었다. 어떤 여백도, 공백도 없었다. 반면, 정영두 안무가의 작업은 음악에 조응하면서도 음악을 구조로서 치환하는 데까지 나아간다. 정면성을 띤 김재덕의 무대가 오케스트라로 인해 매우 제약된, 갇힌 공간 안의 몸부림으로 연장되었다면, 텅 비어진 흰 무대가 확보한 시각적 장은 뒤의 어둠을 적당히 지우고 점점이 그리고 비정형적으로 움직이는 안무와 각각의 무용수-레이어들을 다층적으로 배치함으로써 공간의 입체성을 담보해 낸다.  

    ▲ 쓰리 스트라빈스키_안성수 안무<봄의 제전> 연습 장면

    안성수 안무가의 작업은 X/Y축의 그래프 안에 무용수들을 수직적인 중첩의 전환으로 기록한다는 점에서 입체적 공간을 형성하는 반면, 남성 무용수들의 몸의 과시를 전면에 내세우기 전 여성 무용수들의 안쪽의 회전 반경들을 고안해서 매우 단순한 카타르시스의 귀결로 작업을 단순화시킨다. 이는 단순히 춤의 표지라기보다 성별의 단순하고 상징적인 구분과 구현이며 고전적인 성 관념을 일방적으로 드러낸다는 점에서 비판의 여지가 있다. 

    곧 김재덕 안무와는 다르게 스트라빈스키 음악에서도 살아남는 데 성공했지만, 그 안에서 필연적으로 생겨나는 캐릭터의 진부함이 안무 전체를 하강시킨다. 하지만 결국 움직임의 미적 양태에 대한 감각만이 춤의 공식이자 방식으로, 그리고 그러한 춤의 이념 자체가 이 기획 자체로도 연장되어 전제되고 있었던 것 아닐까. 마치 스트라빈스키라는 이름, 그리고 그것의 동일자적 반복이라는 전제만을 더하는 이름/기획 아래에서. 

    김민관 편집장 mikwa@naver.com


    [공연 정보]

    공 연 명 국립현대무용단 픽업스테이지 <쓰리 스트라빈스키 Three Stravinsky> 

    일    시  2018.11.30.(금)~12.2(일) 평일20:00/주말15:00 

    장    소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공    연  <아곤>  안무 김재덕  출연 김재덕 이정인 김래혁 한태준 이운기 김한솔 김남훈 김효신 조휘성   

              <심포니 인 C>   안무 정영두  출연 김주희 김지혜 박상미 박유라 손은교 이시현 전보람 최다빈 

       <봄의 제전>   안무 안성수  출연 김민지 김민진 김성우 김  현 박휘연 배효섭 서보권 서일영    성창용 안남근 이유진 천종원 

    음    악  작곡 이고르 스트라빈스키  지휘 정치용  연주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소요시간  110분(인터미션 포함) 

    제작/주최  국립현대무용단 02-3472-1420  www.kncdc.kr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