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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극단 신세계,〈부동산 오브 슈퍼맨〉: 슈퍼맨이라는 맥거핀
    REVIEW/Theater 2023. 11. 7. 02:12

    극단 신세계,〈부동산 오브 슈퍼맨〉 IRO Company © 2023. IRO All rights reserved.(이하 상동).

    극단 신세계의 〈부동산 오브 슈퍼맨〉(이하 〈부동산〉)은 부동산 전세 사기라는 현실을 극에 외삽한다. 〈부동산〉은 일상으로 돌아간 슈퍼맨(이강호 배우)의 모습을 비추는 것으로 시작하고, 부동산 전세 사기의 피해자 중 한 명이 되는 슈퍼맨의 모습과 이에 절망하고 또 극복하려는 과정에서 부동산 경제 관련 사설 교육을 받는 모습 등을 보여줌에도, 이는 슈퍼맨조차도 당할 수밖에 없는 실재로서의 현실을 증명하기 위해 동원되는 것에 가깝다. 따라서 방점은 슈퍼맨이 아니라,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않는 일반인이다. 곧 슈퍼맨의 함의는 특별한 이의 지위를 일반인의 신분으로 격하해야만 가시적인 대상으로 그나마 될 수 있다는 것.

    실제 〈부동산〉은 피해자의 입장에서 발화함을 무대 전면에 배치한다. 프로시니엄 아치가 아닌 무대에서 비교적 깊이를 담보하며, 제4의 벽을 유지하던 극은 그들을 무대 중앙으로 몰아붙여 그 말의 진실성의 넘치는 무게를 절절하게 이어받도록 구성한다. 이미 슈퍼맨이라는 판타지가 실재와 비교적 엉성하게 결합되고 있음에서 시작했으므로, 가상과 실재의 대립은 여기에서 피해갈 수 없이 부상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 실재는 분명 재현, 대리되는 것이다. 전략은 판타지의 구멍 마개를 뺄 때 실재가 어떻게, 왜 들어오는지 묘연한 상황이 된다는 것. 일종의 공백에 이유 없이, 의심 없이 들어온다는 것. 

    (사진 왼쪽부터) 슈퍼맨 역의 이강호 배우, 배트맨 역의 장우영 배우.

    애초에 은퇴한 슈퍼맨이라는 영웅이 사라지는 공백의 자리는 인간이 아닌 외계인이라는 타자의 시점에서 측정되는 것도, 일반인의 판타지에서 연장되는 것도 아니었다. 그렇지만 후자의 차원이 굴절된 상태가 바로 슈퍼맨이라는 판타지를 초래한다. 곧 〈부동산〉에서는 우리가 슈퍼맨의 역량을 욕망할 수 있는 차원에서 역의 피드백으로 슈퍼맨이 일반인이 되는 것이다. 여기서 슈퍼맨은 또한 자본주의 세계의 일원으로 자리하며, 그것이 평범한 일자의 욕망을 주조함을 전혀 이상하지 않게 체현하면서 곧 더 나은, 독특한 상상력의 부재로 현상되는 동시대인으로 수렴하며, 동시에 그에 따라 좌초된 꿈에 자리하는 굴절된 욕망의 자리를 은폐하는 구실을 한다. 그러니까 슈퍼맨이라는 환상은 자본주의에 대한 무지와 순진함을 가진 이에 대한 환상을 주조하는 기능으로 대체된다. 
    곧 부동산 투기의 열망과 순수한 집에 대한 꿈은 완벽하게 분리된다고 할 수 있을까. 슈퍼맨은 사회의 왜상을 사고 실험의 차원에서 순수한 원형적 존재로서 받아들이는 시험 대상이 되는 셈이고, 동시에 부동산 전세 피해자의 무력함과 나약함을 체현하면서도 그가 원래 갖고 있던 역량, 곧 판타지적인 정의 구현의 가능성을 결국에는 실현하기에 이른다. 여기서 슈퍼맨의 판타지가 새롭게 부상되는 것은 현실이 결코 판타지상에서도 온전히 해결될 수 없음을 의미한다. 슈퍼맨은 곧 그 공백의 대리물이다. 

    할리퀸 역의 김보경 배우.

    〈부동산〉은 연극의 확장을 꾀하며 영상을 꾸준히 중간중간 삽입하고 있지만, 슈퍼맨을 비롯해 배트맨, 원더우먼, 할리퀸, 홍길동 등 온갖 영웅들이 “빌라의 신”이라고 불리는 적과 싸울 때 이르러서는 극장의 문법으로 스펙터클을 연출하는 것이 갖는 제약까지를 함께 재현하고 있으며, 여기서는 사실 실재의 거대함을, 실재의 극복 불가능성을 확약하는 차원에서만 그 판타지가 기능한다, 아니 해야 한다. 
    그리고 그 실재를 대체하는 것이 피해자의 입장에서의 변론이다. 국회의원들과 고위직 관료, 정부를 향한 발언은 정부를 무책임하고 비윤리적인 하나의 주체로 정초―가령 전세 사기 피해자들의 피해 비용을 용산으로 대통령 집무실 이전 비용으로 충분히 갈음할 수 있다는 주장―하고 있으며, 빌라의 신과 같이 인격을 지닌 거대한 주체와의 관계성을 통해 슈퍼맨이라는 초인적 역량의 해법을 요청하며 또 그에 담긴 연약한 대중 개별자의 심리 의식을 정초한다. 특히 김보경 배우의 울분 어린 항변은 대화가 되지 않는 정부 담당자의 회피하는 시선의 얼굴과 대조되며 극도의 정면성을 향한다. 곧 그 말은 현실로부터 무기력해진 주체의 입장과 말을 비켜나가는 이들의 몸을 가로지르며 온전히 그 말 자체로서의 역량을 가진다. 

    〈부동산〉은 등기부등본이나 확정일자 등이 국가가 보증하는 부분이 아니라는 점, 당사자 간의 신뢰를 법적 토대로 연장할 수 있는 방안은 없다는 것, 이러한 사실이 주는 충격은 무지에 대한 학습과 정보 전달의 의미로서 전유된다. 여기서 슈퍼맨은 배우는 자의 정체성으로서 관객을 대리한다. 라이더 배달을 하고 있는 슈퍼맨은 청년 세대의 모습을 재현하는데, 방송국 기자의 중계, 곧 내레이션으로 재현되는 슈퍼맨의 일상은, 관찰되는 대상으로서 거리를 형성하게 되지만, 한편으로 주체로서 재현되지 않는 대상에 대한 재현을 역으로 가능하게 하는 지점에서 작동한다고 할 수 있다. 

    (사진 왼쪽부터) 원더우먼 역의 한지혜 배우, 슈퍼맨 역의 이강호 배우.

    〈부동산〉은 슈퍼맨이라는 판타지를 부정적 매개를 통해 가져오면서 동시대의 사건적 층위를 외삽할 수 있게 된다. 곧 그것은 환상과 실재의 일종의 거래를 통한 균형 맞춤이다. 이는 다큐멘터리를 모큐멘터리로 바꾸면서 다큐멘터리의 실재성과 진실성을 보존하는 방식이 된다. 일견 유치하고 불필요한 것으로 치부될 수 있는 판타지성은, 결과적으로 집안에서 청소기를 돌리고 있는 마지막 슈퍼맨의 처량한 모습을 통해 극단적으로 해체되고 발골된 일반인의 모습으로 수렴된다. 곧 슈퍼맨은 일반인의 어떤 스테레오타입과 어려운 이를 향해 다가가고 듣는 적극적인 예술가의 이념을 결합한 대상으로 자리하며, 그 중간에 다른 장식이나 기호는 없다. 나아가 슈퍼맨과 일반인 그 두 존재 모두의 독특함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부동산〉은 예술가의 실재에 대한 접근의 한 방식으로 판타지를 차용한 하나의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김민관 편집장 mikwa@naver.com

    [공연 개요]
    공연 일시: 2023.10.14 ~ 2023.10.22. 평일 19:30 / 주말 15:00(※ 월 쉼)
    공연 장소: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관람등급: 만 13세(중학생) 이상
    관람시간: 150분(인터미션 10분) 

    〈스태프〉
    작·연출: 김수정
    배우: 고민지, 고용선, 김보경, 이강호, 이시래, 장우영, 한지혜
    글쓰기: 김민경, 김혜린, 전웅, 최가경
    연출부(연출파트): 김혜린, 전웅, 최가경
    연출부(기획파트): 김민경, 박태인
    무대감독: 전웅
    무대: Shine-Od
    조명: 윤해인
    의상·소품: 김우유
    그래픽: 김낙수장
    음향: 전민배
    음악: 김하민
    영상: 박영민
    사진: IRO COMPANY
    LED 영상: 뷰미디어
    LED 기술감독: 유태선
    무대 어시스턴트: 유승아, 이정아
    법률 자문: 박선영 변호사(법무법인 해마루)
    수어 통역: 고경희, 고인경, 김수년, 신지선, 윤영표, 장진석
    접근성 매니저: 강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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