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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다페 2009] 이야기 구조를 지닌 작품들
    REVIEW/Dance 2009. 6. 10. 09:29

    Inna Aslamova, 김은희, 김재덕의 스펙터클한 무대들


    ‘Inna Aslamova’의 <Missed Winter> : 물음표의 코드들

     

     뚜렷한 씬과 시퀀스의 구분들이 종합적으로 안무의 흐름을 바꾸고 전이하며 무용수들을 캐릭터화하고 있었다. 우스꽝스럽고 희극적인 면모의 음악에 조응하여 춤 역시 엉거주춤하듯 느리고 약간 부자연스러운 듯한 움직임을 만들고 있었다.

     

     처음 정장 차림의 늙은 여자가 나와 책을 읽어 이 공연이 이후 스토리 전개의 양상을 띨 것임을 예상케 했는데, 원전 텍스트의 사전 이해 없이 그것들을 온전한 모습으로 구성하기는 어려웠던 게 사실이다.

     

     클래식에 덧입혀지는 움직임이 엉뚱한 변용으로 새로운 장과 음악적 재해석을 현재적으로 펼쳐 놓고 있는 데 반해 움직임은 규칙적이면서 음악의 힘을 머금고 있었다. 반면 현대적인 음악과 리듬 박동이 거세질 때, 그것이 클래식에 섞여 들어갈 때 조금 더 고양과 상승, 점층적인 단계와 함께 역동적인 안무가 추가됐으면 하는 바람이 들었지만, 전체적으로 그 상정되어 있는 이야기의 구조에서 벗어나거나 하지 않았다.
     즉, 음악에 따른 철저한 이야기성과 그 구성이 이 공연을 지배하고 있었고, 사다리를 타고 오르려는 시도, 그것에의 방해와 최종적인 좌초가 이어지는 이야기를 만들고 있었다.

     

     아무래도 중간 중간 안무가 미끄러지는 지점들에서 웃음이 터져 나와야 함에도 그러하기 힘들었다. 익숙한 문화적 코드가 관객에게 쉽게 용해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김은희’의 <에테르> : 특유한 감수성의 고양

     

     두 번째 작품 역시 어느 한 역사 속의 이야기를 현전 시켰다. 무대 중앙에서 끊임없이 굿을 하듯 반복된 움직임을 펼치는 여자의 몸짓에는 강력한 에너지의 응축된 덩어리적 신체였고, 한편으로 제의식을 치르는 의식에 도달하는 과정의 일관된 작용 안에 있는 것이었다.

     

     무대 양 옆에서 옆으로 서서 그것을 보좌하듯 상대적으로 계급적 차를 두고 있었던 두 여자의 행동이 그와 함께 조응했고, 의식을 지닌 반복의 움직임과 집중된 분위기의 고양 이후 남자가 출연했고, 전체적으로 그러한 사건의 발생을 불러오는 구조로 공연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굴곡 어린 역사의 한 지점, 한과 염원, 바람 등의 우리나라의 어떠한 특이성의 특질들을 지닌 인물들의 거대한 의식과 시간의 축적과 흐름이 환영적인 공간과 압력으로 관객을 강하게 내리 누르고 있었다.
     남자는 줄을 따라 그것을 가지고 움직이고, 마지막에 남자가 있던 자리로 재등장한 무대 중앙의 여자는 그네 같은 것의 줄을 오르락내리락 하며 극의 최종 지점을 향해 갔다

     

     어떠한 이야기인지는 명확히 알기 어려웠지만, 이야기에 힘을 싣고, 북 소리 등에 새로운 움직임을 축적시켜 나가는 것을 지향하며 하나의 장을 만들어 냈다.

     

    ‘김재덕’의 <JoKer's Blues> : 예측불가의 신나는 판

     

     스펙터클의 세계를 만드는 건 세 번째 작품 역시 같았다. 그럼에도 도무지 이에 반응하지 않고선 버티기 힘들만큼 몰아치는 게 있었다.

     

     움직이면서 나오는 숨을 숨기지 않고 그것을 움직임 사이의 발산으로 함께 내뿜으며 다음 움직임을 새로이 직조하는 점이 흥미로웠다. 그리고 엉뚱함을 조직하여 관객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이는 예기치 않은 실소 같은 것으로서의 웃음이었다. 시각적인 움직임의 강조 뒤에 가려진 청각, 또 다른 몸의 작용으로서의 내발겨지는 파롤이 춤과 함께 결합되었던 것이다. 그것은 인위적이었지만 하나의 춤의 방법론적인 측면에서 새로웠다.

     

     모모의 회색 신사나 매트릭스의 요원들을 떠올리는 공통되게 양복을 입은 남성들의 출연은 속도와 흐름 그리고 발산의 작용에서 눈을 현혹시키기에 충분했다. 개인적으로는 오랜만에 마구 발산하듯 시원하게 춤과 동물적 에너지를 발생시키는 공연을 본 듯하다.


     그러면서도 약간 우스꽝스러운 바닥을 향한 몸의 빠른 이동으로 캐릭터들의 성격을 부여하고 있었다.

     

     너와 나의 구분을 할 수 없는 두 사람이 나란히 관객을 향해 서서 얼굴을 가리고 치우고 하는 동작을 빠르게 진행시켜 안무를 직조하는 것은 존재의 관계에 대한 인식적인 부분을 재미있게 보여 주는 부분이었다.

     

     고뇌와 삶의 회한 고독 등의 여러 상황에 적용시킬 수 있는 전체적으로 극을 구성하는 분위기에 맞춰 물론 그 이야기는 확실히 온전하게 구성될 수는 없는 것이다.
     다만 점층적으로 힘을 돋워 나갔고, 여기에 청각적인 심상의 스펙터클로 극을 채워나감으로써 그것을 대등한 차원에서 다루고 성립시킨다는 점에서 다른 작품과 다른 개성이 있었다.

     

     관객석 통로에 자리하고 있던 남자가 조명이 밝혀지며 중간에 창의 기본적인 특질을 지닌 노래를 하기 시작하고, 무대에는 그들이 조직해 나가던 움직임에서 혼란이 가중되어 집중이 분산됐다. 소리 역시 하나의 주체이고 앞의 주체를 고스란히 대체할 수는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음악 자체는 강렬하고 눅진한 감성이 짙게 묻어 나왔지만 그 가사가 정확히 귀에 들어오지는 않았다. 다만 어떤 극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언어로써 명확하게 치환시키는 데 의미를 획득하고 있었다.

     

     앞서 두 남자가 얼굴 훔치기를 하다 무대 아래로 사라지고 다시 무대가 올라 새로운 무대를 형성하고 무대 뒤쪽에서도 커튼이 걷히고, 또 하나의 무대가 동시적으로 출연했다. 커다란 색소폰이 크게 확대되고 조형적으로 빚어져 좌우대칭으로 무대 앞뒤로 나타났고, 그와 함께 라이브 밴드의 모습이 드러났다.
     이는 새로운 세계로 그리고자 한 것인데, 그것이 이야기상 어떤 이어짐을 고려한 것인지는 확실치 않았다.

     

     청각의 극대화는 시각 뒤에 대안적인 대안 혹은 감춰왔던 눌러왔던 소리에 대한 고려로써 춤과 함께 동시적으로 등장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을 들게 하는, 곧 이 작품을 봄으로써 어떤 달라진 무용의 현상 질서를 발견할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사진제공_@모다페, Missed Winter(벨로루시)--ⓒ Sergey Abramchuk

     

    관람일자 및 장소 :  6.1(월) 8pm, 아르코 예술극장 대극장
    김민관 기자 mikw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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