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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술의전당 명품연극' <못 생긴 남자> 리뷰 : '얼굴이 보여주는 현실의 첨예한 영토'
    REVIEW/Theater 2012.05.23 12:34

    새로운 사용 가치로서 얼굴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소재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못생긴 남자> 프레스콜 장면

    벤야민의 '전시가치Ausstellungswert'는 사용과 노동의 가치 영역을 벗어난 새로운 사용의 영역을 가리킨다. 이것이 직접적으로 이전된 것은 얼굴이다. 단적으로 모델의 얼굴은 내면을 감추고 있지 않고, 오히려 얼굴은 낯 두꺼워 매개되지 않으며 그 자체로 모든 표현을 달성하며 내면과 외면의 전도된 양상을 빚는다. 이는 <못 생긴 남자>에서 주인공 레떼의 부인 파니의 얼굴에서 전적으로 드러난다. 또는 쉐필드와 칼만의 상관과 부하 직원과의 대화에서 드러난다.

    <못 생긴 남자>가 드러내는 얼굴은 이러한 전도된 평면의 가치를 띠는 한편, 배우들의 연기는 이러한 연기와 관련을 맺는 얼굴에 대한 패러디로 소급된다. 가령 지나치게 당당함과 우스꽝스러움의 얼굴들. 이는 연기를 함에 있어 진정성이 어느 단계에서 드러나는 것 내지는 그럴 것이라는 모종의 전제가 깔려 있음의 성질과는 전혀 다르다. 배우들은 감추고 위장한 얼굴 자체를 보여주는 한편, 그것 외에는 없음을 또한 보여준다. 이 얼굴은 그 자체로 하나의 완성이다.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소재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못생긴 남자> 프레스콜 장면

    즉 거기에는 어떤 것도 해석할 것이 없는 한편, 그 안에서 어떤 것을 발생시키지 못한다. 이는 특정한 계급 차와 사회적‧가정적 역할에 대한 상정을 통한 일반적이고 불특정한 극 중 역할들이 놓이는 것에서 전제된다기보다는 그러한 일반적인 현대인의 ‘군중 속 소통 불가능으로서의 얼굴’이 관객을 보며 어떤 생경함을 띠고 방백 계열의 말을 걸 때 이 생경함이 자신이 동일한 개체들의 개개인을 보며 말을 거는 표현의 전이 양상을 벌임으로써 이 역할은 우리와의 동등한 평면 안에 있음을 부지불식 자각하게 된다.

    곧 역할이 어떤 것을 담고 있기보다 사회의 한 부분 양상으로 치환되며 그러한 역할 자체에 대해 배우는 ‘보여주기’라는 연기를 통해 그 역할에 대한 패러디와 거리두기를 성립시킨다.

    사회와 개인의 간극을 통한 거리 두기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소재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못생긴 남자> 프레스콜 장면

    이러한 역할 되기는 단 한 명의 주인공 레떼가 보여주기의 얼굴 대신 사회의 얼굴만을 중시하는 비정한 단면을 인식하지 못한 채 사회와의 간극을 빚으며 갖는 무지함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여기에는 어떤 억울함을 느끼는 그에 대한 동정이 유발되지만, 이는 가련함보다 단지 무지함을 바깥으로 펼쳐 보이는, 하나의 관찰 대상으로서 관객과의 또 다른 간극을 빚는다. 이는 다시 감정 이입이 아닌 사회와 개인의 간극에 대한 비판적 성찰을 요하는 데로 나아간다.

    이 순진한 얼굴은 낯 두꺼운 보여주기의 얼굴, 곧 이 사회에서 표면과 내면이 전도되는 가치 양상의 실천에 대한 개조를 기다리고 있다. 하나의 진정성을 단지 무지함으로만 드러내는 어떤 드러날 수 없는 내면의 형국은 사라질 것이라는 점, 그 역시 동등한 사회 구성원이 되고 만다는 것은 어떤 두려움을 낳는다.

    성형수술은 내 육체에 대한 지배를 허락하는 것이다. 이는 마취를 통해 이뤄짐으로써 이는 다시 내 육체에 대한 지배에 대한 망각(그 지배가 망각됐다는 것)을 다시 망각함이 필요한 과정이다.

    마법적 치환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소재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못생긴 남자> 프레스콜 장면

    극의 전개는 일종의 치환의 형식인데, 장과 장은 몇몇 부분에서 조명을 통해 매우 빠르게 연결된다. 이 속도는 현대사회를 은유하며 포스트모던적 어법을 상기시킨다. 섬멸하는 조명이 찰나적으로 순간을 바꾼다. 하나의 철제 테이블만이 무대에 놓인 가운데, 환경은 쉽게 바뀔 수 있는 근거로 작용한다.

    성형을 하고 나서 얼굴이 바뀌게 되고, 세상이 그로 인해 완전히 달라진 차원으로 제시될 것이라는 마법(이는 마술에 더 가까운데, 레떼는 성형수술의 과정을 상의를 뒤집어써서 감춘다)에 대한 예상은, 변하지 않는 얼굴에 덧씌워지는 변화된 세계의 양상과 무지함을 깨뜨리고 세상의 일부가 된 자신감 넘치는 얼굴로의 변화는 순식간의 ‘얼굴 바꾸기’와 같은 마법적 치환으로 이어진다. 얼굴이 변화됨에도 배우를 대리하지 않음으로써 조야한 연극적인 규칙을 전제하는 대신 <못생긴 남자>는 평범한 사람에게 부여되는 세계에 대한 인식을 인지하게끔 한다. 이 얼굴은 마법의 전이 영역을 둠으로써 이 얼굴 자체에 대한 환유적 감각을 구축한다.

    성형수술은 기요틴이 떨어지는 소리, 징그러움과 혐오스러움을 동반하며, 총소리와 함께 전쟁까지를 환유한다. 이 끔찍함은 얼굴이 낯선 이질적인 영역인 헤테로토피아로 나아가는 또한 현대의 첨예한 자극적 실재의 영토로 기능함을 의미한다.

    '껍데기'로서 실재와 가상 실재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소재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못생긴 남자> 프레스콜 장면

    얼굴이 전시가치를 띠고 있었다면, 이 얼굴이 개발과 판매를 가능하게 하는, 사람들을 꾀는 성공의 직접적인 기능을 함으로 나아감은 이 얼굴이 마야의 베일과 같은 가상의 영역이라는 점을 비판적으로 들여다보는 것으로 이어진다. 레떼는 성형에서 깨어나 거울 기능을 하는 것으로 전제되는 오브제에 자신을 비춰 보며 자신의 얼굴을 알지 못했던 지난날에서(따라서 무지함으로써 관객과 간극을 낳던) 새롭게 아니 처음으로 자신을 인식하게 된다.

    레떼는 얼굴이 바뀜으로써 매력을 얻게 되는데, 동성애를 하는 회장 아들과 늙은 회장인 그의 엄마가 레떼의 곁에서 몸을 통하는 장면을 통해 남성성과 여성성 각각의 심미적 측면의 욕망을 모두 각기 다른 층위에서 충족시키는 매력의 무한한 역량을 갖게 된다.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소재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못생긴 남자> 프레스콜 장면

    한편 레떼의 얼굴이 복제되어 사람들이 자신과 다른 사람을 혼동하게 되며 또한 그 다른 사람이 자신을 대체하게 되는 현상은 진짜와 가짜의 경계를 말하는 대신 실재와 하이퍼리얼의 경계가 무화되고 전도됨을 의미한다. 자신과 똑같은 사람과 애정 관계가 일어난 데 대한 항의를 요하자 아내가 지금 내가 둘을 어떻게 구별해라는 말에서 묘한 횡단이 일어나는데, 외양이 자아를 역전하는 현상, 원본이 복제물에 가치를 이전하는 현상을 보여준다.

    <못생긴 남자>는 이처럼 얼굴을 통해 현대인의 세계에 대한 시각의 변화와 ‘특성 없는 남자’로서의 특성을 새롭게 쓰며 비단 성형에 대한 단순한 서사, 희극적 패러디의 양상에 머물지 않는다.

    일상의 쾌적한 심미화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소재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못생긴 남자> 프레스콜 장면

    성형수술을 할 때마다 과거와 미래가 동시적으로 현존하는데, 서정적인 음악이 시끄러운 환경을 대체하자 추억 속에 한 순간으로 돌아가며 빈 육체에 영혼의 떠돎으로, 마취의 가상을 마치 성형수술 받기 전과 후의 전이 영역을 형성하는 과정이 자신이 통제하지 못하는 시간에서 오히려 인공적인 기억, 곧 성형수술이 일종의 서비스라는 전제 하에 심미화의 기억 영토를 생성한다는 인식을 주는 듯 보인다.

    마지막으로 세상에 복제된 자신의 얼굴이 돌아다니는 광경에 아연실색하는 ‘원래의 레떼’는 자신의 정체성의 혼란에 빠지게 되는데, 외면과 내면의 두 자아가 분리되어 성립하며 이 둘이 전쟁을 벌인다. 성형으로 인해 바뀐 얼굴의 또 하나의 자아는 완전히 새롭게 생겨난 것일까. 오히려 드러나지 않았던 한 부분이 성형을 통해 깨어났음이 더 맞을 것이다. 그리고 이는 다시 거울이라는 나를 품는, 나로부터 비롯되되 나와는 다른 영역의 다른 ‘나’와 같이 성형 이후 본 거울의 나를 완벽히 나로 착각하는 시간 이후 갖는, 화해할 수 없는 내가 생겨나 분열의 양상으로 빚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나르시시즘의 균열과 봉합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소재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못생긴 남자> 프레스콜 장면

    이 나는 나의 복제물들을 통해 반추되는 거울을 통해서 인식되던 나로부터 비롯되던 내가 아니라는 점은 나에게 인지할 수 없는 충격을 선사한다.

    이 분열은 앞선 그에게 사랑을 고하는 동성애적인 사랑의, 칼만 역의 또 다른 역할이 나로 변함으로써 곧 나의 외모를 취하게 됨으로써 타자와 나의 분리가 실종되는, 곧 타자가 나의 거울에서 나아가 내가 그의 거울이 되며 이 거울과 내가 일치되게 되는 현상은 나르시시즘의 영토에서 분열을 멈춘 쌍생아적인 새로운 나의 출현이다.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소재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못생긴 남자> 프레스콜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윤광진 연출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소재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프레스콜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못생긴 남자>의 윤광진 연출은 희극을 접하고 독일보다 우리나라가 훨씬 더 우리나라 현실에 맞는 것이라고 생각했고, 이원양 교수에게 번역을 부탁했다고 작품을 만들게 된 경위를 전했다.

    레떼가 계속 자기가 복제되고 절망에 빠지고 결국은 자살에까지 이르게 되는 마지막 장면에 대해서는, 자살에 이르는 순간 칼만이 등장하고 자신과 똑같이 복제된 칼만을 보면서 뭔가 여태까지 정체성에 분열이 됐었는데, 새로운 정체성을 거기서 찾는 것 같고, 인공의 자기 모습에서 새로운 정체성을 찾아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 부분에 대해서 여러 가지로 생각해볼 수 있는데, 작가의 회의적인 시각, 블랙코미디적 풍자로 이끌어 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공연 개요]
    기    간 2012년 5월 18일(금) ~ 6월 3일(일)  (평일 8시, 수 3시 8시, 토 3시 7시, 일 ․ 공휴일 3시 / 21, 29일 공연 없음) 
    장    소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주    최 예술의전당
    제    작 공연제작센터 
    입 장 권 1층 지정석 3만5천원, 2․3층 자유석 2만원  수요일 낮공연 전석 2만원
    관람연령 중학생이상 관람가
    문의 및 예매 예술의전당 쌕티켓 (www.sacticket.co.kr) 02-580-1300 인터파크, 티켓링크, 옥션, 예스24, 클럽발코니   
    주요 스태프      및 출연자    원     작  : 마리우스 폰 마이엔부르크 Marius von Mayenburg   연     출  : 윤광진   출     연  :   오동식, 이기봉, 이동근, 이슬비  

    김민관 기자 mikw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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