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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극 <봄의 노래는 바다에 흐르고> 리뷰 : ‘희극의 쾌락주의에서 비극의 숙명주의로’
    REVIEW/Theater 2012.07.03 11:03

    ‘희극으로 가늠하는 현실(역사)의 망각’

    축제와 아득한 축복의 순간들

    연극 <봄의 노래는 바다에 흐르고>, 셋째 딸 미희와 만석의 결혼식 장면 [사진 제공=남산예술센터]

    일제 강점기가 끝나가는 시점에서 육지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섬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연극 <봄의 노래는 바다에 흐르고>는 그 속에서 이발소를 꾸리고 사는 홍길과 영순, 그리고 그 두 부부의 자식들의 삶의 터전을 제시한다.

    그 풍경은 자연스레 프로시니엄차이를 지우고 남산드라마센터의 원형식 관객석이 더해져 마당 구조의 개방된 무대 형태를 선사한다. 이 이발소 의자를 정확히 무대 중심으로 둔 삶의 터전은 따뜻하다.

    셋째 딸 미희와 만석의 결혼식 장면의 현실은 축제로 전도되는 것 같다. 현실은, 이 순간은 그러니 곧 객석과 무대를 허무는 한 순간이기도 하다. 그 와중에 막내딸인 정희는 빛을 보며 현 순간을 축복으로 바꾼다. 아득한 실존의 늪을, 오늘과 시대 그리고 그것을 압축한 공간을 빛을 보며 환락의 한 순간으로 만들며 현실을 지우고 현 순간을 영원으로 만든다.

    숨 쉴 수 없는 현실의 틈을 찾는 가운데, 자율적이지 않은 이성의 현실에서, 빛은 홀연하되 아득하고 강제적인 무소불능의 신을 전유한 인식 아래 마비된 이성의 (실천이 마비된) 중세의 공간에서, 그 아득한 잊힘의 지혜는 잊음의 강박을 은폐함이고 따라서 하나의 허깨비‧가상이다.
    삶을 축제로 또 탐미‧유희‧쾌락주의로 바꾸는 가운데 현실의 직시와 부정의 단면으로 이 삶을 치환하기보다, 그를 벗어난 긍정의 깊이로 망각에 가깝게 빠져들 수 있을까.

    비교 지점_<웰컴 투 동막골>의 타자성을 성립시키는 조건

    연극 <봄의 노래는 바다에 흐르고>현실을 축제의 순간이 점유하는 순간, 이 속에서 일상에서 드러낼 수 없었던 첫째 딸 진희의 슬픔이 밀려온다 [사진 제공=남산예술센터]

    이곳에 일본과 우리의 적대적 경계는 없는데 섬이라는 전제가 거기에 있다. 영화 <웰컴 투 동막골>처럼 세파가 이데올로기를 포함해 크게 의식 구조에 영향을 끼치지 않아 순수한 의식으로 모든 사람이 공동체를 이루고 있다는 것, 여기에 치밀한 정치의식은 없다. 아니 이데올로기 일반과 외부의 서늘함이 이들과 대립할 때만 이 사람들은 철저히 정치적 목소리를 지닌 (그들은 의식 못하지만) 존재자들이 된다, 아니 될 것이다(가령 우리가 <웰컴 투 동막골>에서 보는 것은 우리 자신이 아닌 타자성이고 그 타자성이 외부의 전쟁 세력에도 깨지지 않는 것을 염원하는 태도로, 그 긴장 관계 속에 우리는 평화를 수호하려는 정치의식을 갖게 된다).

    하지만 여기에 폭력의 이름으로 정반합의 억압 기제로서 일본의 상대역을 수행하는 역할은 엄밀히 없다. 어떻게 보면 헌병을 포함해 개별자들에 대한 무한한 긍정(의 시선)만이 있다. 아름다운 내지 따뜻한 공동체의 이데아가 있지만 이들의 경계 없는 의식, 시대와 현실과의 경계 없는 의식의 전체를 은폐한다(아쉽게도 이 연극과 많이 비교가 되는 것으로 보이는 <야끼니꾸 드래곤>을 보지 못했다). 곧 영화 <웰컴 투 동막골>과 달리 이 세계를 보는 인민군 장교 리수화(정재영)이나 국군 장교 표현철(신하균)의 매개된 시선이 객관성을 담보하지 못한다.

    이데올로기를 가로지르는 사랑을 말함일까.

    연극 <봄의 노래는 바다에 흐르고>, 이발소에서 시노다 상의 발을 씻겨 주는 진희의 모습 [사진 제공=남산예술센터]

    제식을 유행가의 안무로 연습하는 여자들의 모습은 이데올로기가 의식화된 경계의 지점으로 표상되지 않음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어떤 비극과 무지의 은폐가 또한 감각된다.

    순진은 은폐나 망각이자 부채의 유예가 아닐까. 일본인 중좌 시노다(서상원)와 첫째 탈 진희(최수현)의 사랑은 서로의 부족분을 메우는 것으로 일견 보인다. 정상을 초과하는 과도함의 몸짓으로 결여를, 곧 ‘메울 수 없는 과잉으로서의 결여’를 감춘다.

    하지만 이는 같은 처지의 절뚝거리는 다리를 가진 진희와 한쪽 무릎에 아래쪽이 잘려나간 헌병 시노다의 몸의 상황의 공유가 아니다. 단순한 거래로서가 아닌, 오히려 이발소에서 머리가 아닌 다리를 맡기는 남자와 그의 발을 공손히 닦아 주는 사이에는 사랑 이전에 권력의 은폐가 있다. 은폐는 진희 그녀 자신에게서 유래하기보다는 이미 따스함을 품고 있는 시선에서부터 이 순간을 전경화하며 동시에 몰입케 하는 완벽한 은폐에 가까웠다.

    이를 통해 일본과 피지배 국가로서 한국의 위계는 남녀의 자연스런 유교 이념에서의 이상적 관계로 승계된다.

    죽음의 실재는 숙명을 축약한 순간으로 옮겨 가다

    연극 <봄의 노래는 바다에 흐르고>, 막내 딸 정희의 죽음 이후 오열하는 가족들의 모습 [사진 제공=남산예술센터]

    연극 <봄의 노래는 바다에 흐르고>, 시노다 상이 기지 지도를 빼내 공작 파괴 활동을 했는지를 정희에게 추궁하고 연행해 가려고 하자 가족들은 일순간 혼란에 빠진다  [사진 제공=남산예술센터]

    환영의 빛에 도취되던 정희는 보이지 않는 절규 아래 시선의 그림자로, 곧 보이지 않음으로 휑하니 사라지고 만다. 죽음은 사실상 보이지 않는다.

    그녀가 사라지는 사건과 모래판이 뒤집어지고 죽음이 인지된 후(아니 절대로 인지될 수 없는 차원에서) 이 터전 속의 사람들은 둘씩 부둥켜안고 우는데, 오히려 무대에 진희라는 시선의 그림자는 보이지 않는다. 즉 존재의 형국은 허망하게도 없고, 시선은 없으며, 어둠 속에서 이 슬픔도 매개될 수 없다. 곧 표현될 수 없다.

    오히려 이들은 이들 자신을 죽고 이들 자신을 부둥켜안고 우는 듯만 하다. 이 날 실재들은 어느새 보살 행위와 귀신을 낳고 감응하며 속절없이 자신을 드러내고 이끌려가는 중생의 이름으로 화하는 듯하다. (시노다의) 오른발과 (진희의) 왼발의 구질구질한 삶의 이력이자 그 삶의 부족분의 채움, 곧 완성은 이데올로기를 무화시킨 순진함으로서의 은폐된 차원에서 이데올로기를 가로지르며 평화를 논한다.

    이 죽음은 딸의 미래를 자신의 현재로 품고 그 소명을 삶의 숙명으로 삼는 한국의 어머니상을 구현하는 영희의, 곧 정희의 미래 대신 자신의 죽음에 이르기까지 그 정희의 죽음이라는 과거를 품고 살아가야 하는 영순의 삶에 의해 실재로 가시화된다. 하지만 여기에 다시 술잔치와 노래 놀음이 펼쳐진다. 축제의 공간은 모든 것을 잠식하고 또한 은폐한다.

    불가능성의 아름다움

    연극 <봄의 노래는 바다에 흐르고>, 노부부 영순과 홍길 [사진 제공=남산예술센터]

    <봄의 노래는 바다에 흐르고>의 공식을 따르자면, 불가능성의 아름다움과 현재 순간의 전체만으로 삶은 축약되어야 한다. 음악‧리듬‧시간은 현실을 빠르게 지나가게 해야 한다. 정희의 죽음을 무화시켜서 그 이화(단지 어둠 속에 누군가가 울고 있다는 것)‧동화 작용(그 누군가가 우리 이웃, 우리 자신의 것이라는 것)을 단지 영순의 울음으로 표상한다. 여기에는 어떤 것도 발언되지 않는다. 힘이 없다. 축제가 되지 못한다.

    과거는 현재로 삽입되고 유사성의 계열을 형성한다. 단 하나의 타자성/외부성으로서 과거는 섞여들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은 곧 소멸한다. 지난 날의 시대를 그리는 데 있어 반복 폭력의 고리는 원형적 신화에 가깝게 전제되고, 낭만주의적 사유는 역사적 배경에 중첩되게 된다.

    시간의 더께는 이 한 순간, 영순이 정희의 죽음을 품고 삶으로 화해 있는, 과거에서 현재로의 비약의 순간에 있다. 앞서 말한 타자성이 아닌 한 순간의 현재로 삶을 축약하는 순간이다. 이 한 순간에 어떻게 보면 <봄의 노래는 바다에 흐르고>의 주제는 집약해 있다. 비로소 딸은 어머니로 늙어 있다(화해 있다).

    삶은 누군가에 대해 다른 누군가로 유전되며 어떤 부족분도, 결여도 없이 메우는 것일까. 정녕 그것이 맞는다는 말인가. 곧 이 작품의 주효한 메시지를 가리킴일까.

    [공연 개요]
     공 연 명  :  <봄의 노래는 바다에 흐르고>
     일    시  :  2012년 6월 12일(화)~7월 1일(일)
                   평일 8시 / 토요일 3시, 7시 / 일요일 3시 (월요일 쉼)
     티켓가격  :  일반 25,000원 / 청소년 및 대학생 15,000원
     공연장소  :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
     작 / 연출 :  정의신
     스 태 프  :  미술-박동우 / 조명-김창기 / 의상-오수현 / 작곡-김철환 / 안무-김재리 /
    소품-박주호 / 분장-최은주 / 격투지도-쿠리하라 나오키 / 조연출-손지형 
     출    연  :  정태화 / 서상원 / 박수영 / 김문식 / 최수현 / 고수희 / 염혜란 / 김소진 /
    장정애 / 황태인 / 이혜림 / 홍성락 / 권정훈
     러닝타임  :  140분 (인터미션포함)
     공연등급  :  초등학생 이상 관람가
     공연문의  :  02.758.2150
     홈페이지  :  www.nsartscenter.or.kr
     S  N  S  :  페이스북  facebook.com/nsartscenter  트위터 @nsartscenter
     주    최  :  서울특별시
     주    관  :  서울문화재단, 미추
     제    작  :  서울시창작공간 남산예술센터, 미추

    김민관 기자 mikw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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